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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5. 7. 30. 선고 2013헌바120 판례집 [민사소송법 제390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27권 2집 106~11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90조 제1항(이하‘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이 사건 법률조항이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에도 오판의 시정을 위하여 항소가 필요한 점, 피고의 자백간주를 원고의 소송상 청구가 이유 있음을 자인하는 의사가 명백한 경우와 같이 취급하여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게 규율하는 것은 부당한 점, 자백간주로 패소한 피고가 항소한 경우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를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149조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적법한 재량범위 내의 입법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2.민사소송의 이상은 적정·공평을 전제로 하여 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신속·경제를 달성하는 것이다. 적정·공평을 위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신속·경제를 위한 민사소송법상의 조항들은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기 보다는 서로 다른 이상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음으로써 자백간주제도가 적정·공평의 이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신속·경제의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자백간주로 인하여 항소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까지 형성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의성실의 원칙

을 규정한 조항들과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체계정당성의 원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90조(항소의 대상) ① 항소(抗訴)는 제1심 법원이 선고한 종국판결에 대하여 할 수 있다. 다만, 종국판결 뒤에 양 쪽 당사자가 상고(上告)할 권리를 유보하고 항소를 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생략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2조(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조(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① 생략

②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46조(적시제출주의)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은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48조(한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 ① 생략

②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가 진술한 것으로 보는 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청구의 포기 또는 인낙의 의사표시가 적혀 있고 공증사무소의 인증을 받은 때에는 그 취지에 따라 청구의 포기 또는 인낙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

③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가 진술한 것으로 보는 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화해의 의사표시가 적혀 있고 공증사무소의 인증을 받은 경우에, 상대방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그 화해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인 때에는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49조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 ① 당사자가 제146조의 규정을 어기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함으로써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게 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

② 당사자가 제출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당사자가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거나 설명할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

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다만,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에 대하여 다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때에는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한다.

③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기일통지서를 송달받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56조(답변서의 제출의무) ①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가 공시송달의 방법에 따라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법원은 소장의 부본을 송달할 때에 제1항의 취지를 피고에게 알려야 한다.

③ 법원은 답변서의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④ 답변서에는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57조(변론 없이 하는 판결) ① 법원은 피고가 제256조 제1항의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다만,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 있거나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③ 생략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85조(변론준비기일을 종결한 효과) ① 변론준비기일에 제출하지 아니한 공격방어방법은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만 변론에서 제출할 수 있다.

1. 그 제출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때

2. 중대한 과실 없이 변론준비절차에서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소명한 때

3.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인 때

②~③ 생략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10조(제1심의 변론준비절차의 효력) 제1심의 변론준비절차는 항소심에서도 그 효력을 가진다.

참조판례

1.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694헌재 2007. 3. 29. 2004헌바93 , 판례집 19-1, 199, 206헌재 2009. 5. 28. 2007헌바105 , 판례집 21-1하, 671, 685-686헌재 2009. 7. 30. 2007헌마732 , 판례집 21-2상, 335, 342

헌재 2013. 3. 21. 2012헌바128 , 판례집 25-1, 223, 227-228

2. 헌재 2010. 6. 24. 2007헌바101 등, 판례집 22-1하, 417, 433-434

당사자

청 구 인강○원대리인 법무법인 최강담당변호사 최진환 외 2인

당해사건대법원 2012두9260 손실보상금등, 2012두9277(병합) 손해배상(기)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인천 서구 ○○동 ○○ 대 203㎡의 소유자로서, 2009. 4. 23.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위 토지에 대하여 보상금 281,692,950원의 수용재결을 받았다. 이에 인천광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대한민국, 주식회사 ○○감정평가법인, 주식회사 □□감정평가법인, 주식회사 △△감정평가법인(이하‘감정평가법인들’이라 한다)을 상대로 토지 감정 관련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1. 1. 6. 이들 중 대한민국 및 감정평가법인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이 의제자백으로 인용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09구합2591, 2010구합2184(병합)}.

나. 이에 대한민국 및 감정평가법인들이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2012. 2. 3. 제1심 판결 중 이들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누6020, 2011누6037(병합)}. 청구인은 상고하였으나, 2013. 1. 16. 기각되었다{대법원 2012두9260, 2012두9277(병합)}.

다.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제1심에서 다투지 않은 피고의 항소를 허용하는 민사소송법 제390조 제1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 1. 16. 기각되자(대법원 2012아80), 2013. 4.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청구취지에서 민사소송법 제390조 제1항 전체의 위헌을 구하면서도, 제1심에서 응소하지 않아 자백간주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에게도 항소적격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적용하는 한 위 조항은 위헌이라는 한정위헌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청구인의 주장은 위 조항에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선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은,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90조 제1항(이하‘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90조(항소의 대상) ① 항소(抗訴)는 제1심 법원이 선고한 종국판결에 대하여 할 수 있다. 다만, 종국판결 뒤에 양 쪽 당사자가 상고(上告)할 권리를 유보하고 항소를 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제150조(자백간주)①당사자가변론에서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다만,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에 대하여 다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때에는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한다.

③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기일통지서를 송달받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은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원고는 반드시 제1심부터 다투어야 하는 반면, 피고는 제1심 또는 제2심을 선택하여 그때부터 다툴 수 있게 한 것, 그리고 응소한 피고와 응소하

지 않은 피고 모두 패소판결에 대하여 항소할 수 있게 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격·방어방법의 적시제출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146조, 답변서 제출의무를 규정한 같은 법 제256조, 자백간주 사건에 관하여 무변론판결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같은 법 제257조 제1항, 변론준비기일에 제출하지 않은 공격·방어방법의 제출 제한을 규정한 같은 법 제285조 제1항, 제410조,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한 같은 법 제1조 제2항, 민법 제2조 등의 취지와 모순되므로,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자백간주제도의 의의 및 취지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또한 소장·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기재한 사실에 관하여 불출석한 당사자가 답변서 또는 준비서면조차 제출하지 아니하였거나, 제출하였더라도 그 기재에 의하여 이를 명백히 다투고 있지 않는 경우에도, 마치 출석하여 상대방의 주장을 명백히 다투지 않은 경우처럼 이를 자백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150조 제1항, 제3항). 자백간주의 대상은 구체적 사실에 한하고, 소송물의 전제가 되는 권리관계 및 법규나 경험칙 또는 이들을 적용하여 정하여지는 법률상의 효과는 그 대상이 아니다.

자백간주제도는 민사소송절차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알고 이를 시인하는 자백의 의사를 당사자의 소송진행상 태도에 기초하여 인정함으로써 절차의 효율적인 진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자백간주는 당사자의 소송진행상 태도로 자백의사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자백으로 간주된 이후에도 당사자는 그 자백이 진실에 어긋나거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지 않고도 취소할 수 있다(헌재 2013. 3. 21. 2012헌바128 참조).

나. 이 사건의 쟁점

어떤 법률조항이 동시에 여러 헌법규정에 위반되거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헌법규정위반 또는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청구인의 의도 및 입법자의 객관적 동기 등을 참작하여 먼저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헌법규정이나 또는 침해의 정도가 큰 기본권을 중심으로 그 위헌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헌재 2009. 5. 28. 2007헌바105 참조).

청구인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의 침해 및 체계정당성의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에 관한 주장의 취지는 결국 제1심에서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위 기본권들이 침해된다는 것이므로, 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권은 신속한 사건의 종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이다. 따라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 판단하는 이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1)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의의 및 보장 취지

헌법제27조에서 국민의 권리구제 및 분쟁해결 수단으로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우선 재판의 공정성과 적법절차가 확보되어야 하고, 아울러 적절한 기간 내에 권리구제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판의 신속성도 요청된다. 아무리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이라 하더라도 그 재판의 종결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재판에서 종국적으로 승소하더라도 권리구제의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되거나 또는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나아가 상당한 정도를 넘는 재판의 지연은 당사자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하여 미래의 삶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하며, 일상적인 생활에서 정신적ㆍ신체적 활동을 제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송비용의 증가 등 재산적 손해도 발생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 제27조 제3항은 사법절차상 기본권 중의 하나로“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된 재판청구권에는 법치주의의 이념상 본질적 요소인 동시에 효과적 권리구제를 위한 필수적 요소인 재판의 공정 및 적법절차의 요청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재판의 신속 내지 효율성만을 강조하여 재판의 공정 내지 적정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여기에서‘신속한 재판’이라 함은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넘어 부당하게 지연됨이 없는재판을 말한다(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헌재 2009. 7. 30. 2007헌마732 참조).

(2) 침해 여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하고, 다른 사법절차적 기본권에 비하여 폭넓은 입법재량이 허용된다(헌재 2007. 3. 29. 2004헌바93 참조). 그것이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는 한 위헌이라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은 불복제도로 항소와 상고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상소제도는 오판을 시정하고 법령의 해석ㆍ적용을 통일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그런

데 자백간주는 구체적 사실을 대상으로 할 뿐, 권리관계 및 법규나 경험칙 또는 이들을 적용하여 정하여지는 법률상의 효과는 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채 불출석하여 자백간주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판결에 오판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시정을 위하여 항소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 민사소송법은 청구의 인낙 등과 같이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 사유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명백히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148조 제2, 3항). 자백간주제도는 자백의 의사를 당사자의 소송진행상 태도에 기초하여 인정함으로써 절차의 효율적인 진행을 도모하려는 것이므로, 피고의 자백간주를 원고의 소송상의 청구가 이유 있음을 자인하는 의사가 명백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게 규율하는 것은 오히려 부당하다.

한편, 적시제출주의 원칙에 따라 공격·방어방법은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46조). 당사자가 이를 어기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격·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하는 경우, 법원은 이러한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49조). 항소심에서 새로운 공격·방어방법이 제출된 경우에는 항소심 자체 뿐 아니라 제1심까지를 통틀어서 적시제출주의를 어기어 뒤늦게 제출된 공격·방어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한다(대법원 1962. 4. 4. 선고 4294민상1122 판결 참조). 자백간주로 패소한 피고가 항소한 경우라 할지라도 위와 같은 민사소송법 제149조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사건의 종결이 지연되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 받게 된다 하더라도,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적법한 재량범위 내의 입법행위로서 입법재량을 현저히 불합리하게 또는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체계정당성의 원리 위반 여부

(1) 체계정당성의 원리의 의의

체계정당성의 원리는 동일 규범 내에서 또는 상이한 규범 간에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규범의 근거가 되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하나의 헌법적 요청이다. 이처럼 규범 상호간의 체계정당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입법자의 자의를 금지하여 규범의 명확성, 예측가능성 및

규범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국가공권력에 대한 통제와 이를 통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주의원리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정한 공권력작용이 체계정당성 원리를 위반한다 해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위헌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 등 일정한 헌법의 규정이나 원칙을 위반하여야 한다. 또한 입법의 체계정당성 원리의 위반과 관련하여 그러한 위반을 허용할 공익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면 그 위반은 정당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입법상의 자의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체계정당성 원리의 위반을 정당화할 합리적인 사유의 존재에 대하여는 입법의 재량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양한 입법의 수단 가운데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원래 입법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에 관한 입법의 재량이 현저히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닌 한, 위헌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헌재 2010. 6. 24. 2007헌바101 등 참조).

(2) 위반 여부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은“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민사소송의 이상을 적정·공평·신속·경제에 두고 있다. 이들 이상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공평의 이상에 충실하다 보면 소송의 지연이 초래되어 신속·경제의 이상이 실현될 수 없게 되고, 지나치게 신속·경제의 이상만을 강조하다 보면 적정·공평의 이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민사소송의 이상은 적정·공평의 이상을 전제로 하여 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신속·경제의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 것은 적정·공평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판결의 경우에도 상소제도를 통하여 오판을 시정할 필요가 있고, 피고의 의사 또한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청구인이 들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146조, 제256조, 제257조 제1항, 제285조 제1항, 제410조 등은 민사소송의 이상 중 주로 신속·경제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과 청구인이 들고 있는 위 조항들은 각기 추구하는 민사소송의 이상이 다르지만,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기 보다는 오히려 민사소송의 서로 다른 이상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백간주로 인한 피고 패소판결을 항소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음으로써,

자백간주제도가 적정·공평의 이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신속·경제의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속·경제의 이상을 다소 제한하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본질을 훼손한 것이 아니어서 입법의 합리적인 재량을 일탈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 민법 제2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사람이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서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자백간주는 당사자의 소송진행상 태도로 자백의사를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로 인하여 항소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까지 형성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 민법 제2조와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된다 할 수 없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체계정당성의 원리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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