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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7. 30. 선고 2007헌마732 판례집 [헌법재판소법 제38조 위헌확인]
[판례집21권 2집 335~34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헌법재판사건의 심판기간을 180일로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38조 본문이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한 위헌이라는 주장으로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한 것인지 여부(적극)

2. 훈시규정으로 해석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되었으나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여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한 사례

4. 심판대상조항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임을 전제로 한 소송실무가 정착되어 있다면,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임을 전제로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하여 그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이라 할 것이다.

2.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한, 180일 심판기간이 경과한 이후까지도 종국결정이 선고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이미 내재되어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심판대상 조항이 현실과 괴리되어 불합리한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이 조항 자체에 문제점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는 특정 개별사건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 할 것이고, 향후 다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계속 또는 반복적으로 종국결정의 선고가 180일을 넘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할 것이며, 따라서 비록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

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있다.

4. 헌법재판이 국가작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180일의 심판기간은 개별사건의 특수성 및 현실적인 제반여건을 불문하고 모든 사건에 있어서 공정하고 적정한 헌법재판을 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라고는 볼 수 없고, 심판기간 경과 시의 제재 등 특별한 법률효과의 부여를 통하여 심판기간의 준수를 강제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재판의 심판기간에 관하여 지침을 제시하는 훈시적 규정이라 할 것이다.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는 심판기간은 구체적 사건의 개별적 특수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종국결정을 하기까지의 심판기간의 일수를 획일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내용을 이룬다거나, 심판기간의 일수를 한정한 다음 이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모든 헌법재판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종국결정을 내리도록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적으로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심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어, 오히려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의 심판기간을 180일로 하여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할 지침을 제시한 것은 구체적 사건의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에 필요한 기간을 넘어 부당하게 종국결정의 선고를 지연하는 것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27조 제3항이 보장하는 ‘신속한 재판’의 의미와 심판대상조항의 취지 및 효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180일 심판기간 조항을 지키기 어렵고 제재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훈시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신속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결정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게 될 우려가 있다. 개별사건

의 특수성에 따른 심판기간의 장단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헌법재판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의 적정성을 저해하여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담당할 수 없을 정도로 헌법재판소의 심판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사건의 특성에 맞추어 신축적으로 신속한 재판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는 심판대상조항은 문언상 명백한 의무규정이다. 헌법재판에서 심판사건의 난이성·다양성·비정형성·복잡성 등에 비추어 180일의 심판기간 내에 모든 사건을 처리하라는 것은 헌법재판이 이루어지는 실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심판대상 조항은 예외없이 ‘심판기간준수’에 대해 기대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충실한 문리적 해석에 입각하여 헌법재판소에게 심판기간준수의 의무를 관철시킨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심판기간준수에 대한 법익만을 강조한 나머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적법절차에 따른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에 계류되는 개개사건의 성격 내지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건의 처리기한을 일률적으로 180일로 강제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된다.

심판대상조문
참조조문

공직선거법 제225조(소송 등의 처리)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송에 있어서는 수소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99조(종국판결 선고기간)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 다만,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을 받은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판결선고기간)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의 송부를 받은 날로부터 각 4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4.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694

헌재 1999. 9. 16. 98헌마75 , 판례집 11-2, 364, 371

당사자

청 구 인 원○희

국선대리인 변호사 도기영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6. 5. 3.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 제1호 등에 관한 위헌확인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2006헌마547 , 이하 ‘선행사건’이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규정된 심판기간 180일이 되는 2006. 10. 30.이 지날 때까지 종국결정을 받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38조가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한도 내에서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2007. 7.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서 헌법재판소법 제38조 전체를 심판청구 대상으로 기재하였으나, 청구이유를 살펴보면 그 단서 부분에 관하여는 별달리 주장하는 바가 없고, 180일의 심판기간을 규정한 본문 부분이 훈시규정이라는 점에 관하여 다투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은 위 단서 부분을 제외한 본문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헌법재판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8조 본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

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 제38조(심판기간)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관의 궐위로 7인의 출석이 불가능한 때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

[관련조항]

헌법재판소법 제36조(종국결정) ① 재판부가 심리를 마친 때에는 종국결정을 한다.

민사소송법 제199조(종국판결 선고기간)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 다만,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을 받은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판결선고기간)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의 송부를 받은 날로부터 각 4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소송 등의 처리)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송에 있어서는 수소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 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심판대상조항은 심판기간을 180일로 규정하면서 위 심판기간을 도과하는 경우 청구인의 청구취지대로 인정한다는 등의 단서 조항을 두지 아니하여 일반적으로 직무상의 훈시규정으로 해석되고 있고, 그 결과 통상적으로 위 심판기간이 준수되지 아니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으로 해석되어 위 기간 내에 반드시 결정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면, 도대체 헌법소원 제기 후 언제까지가 신속한 재판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 기한인지를 알 수 없게 되어 헌법상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3)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폭주, 개별 사건별 쟁점의 난이도, 당사자들의 협력정도 등에 따라 종국결정 선고일자의 차이는 충분히 예견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실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심판기간을 180일이 아닌 2년 내지 4

년 등으로 상향조정하고 그 준수를 강제하는 단서 조항을 두는 것이 헌법정신에 더 부합된다 할 것인데, 이러한 시정 노력이 취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개별 사건에서의 결정 지연의 문제를 넘어서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툴 수밖에 없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대상조항의 해석과 관련한 것으로 한정위헌청구라 할 것인바, 심판대상조항은 불명확성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된 위헌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만큼 일정한 사례군이 형성·집적되었다고 볼 수도 없어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선해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2)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 자체가 아니라 선행사건에 대해 심판기간 내에 종국결정을 내리지 않은 헌법재판소의 부작위, 즉 구체적인 재판진행결과에 따라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법률조항이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기본권을 침해할 때 그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으로 해석됨을 전제로 하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바, 우리나라의 실정법상 법원 등 재판기관의 소송행위에 관한 기간, 즉 직무기간은 그 경과에 따른 특별한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규정이 없는 한 훈시적 의의를 가질 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로서,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도 심판사건의 다양성, 비정형성, 복잡성 및 난이성 등을 고려할 때 모든 사건을 일률적으로 180일 이내에 심판한다는 것은 무리이고 심판기간을 경과한 심판의 효력이나 심판기간 경과에 대한 제재 등과 같이 그 심판기간을 관철시키기 위한 특별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임을 전제로 한 소송실무가 정착되어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임을 전제로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하여 그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이라 할 것이다.

(2) 심판대상조항이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한,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서 정한 심판기간인 180일 이내에 반드시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 의무는 없기 때문에 그 심판기간이 경과한 이후까지도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이 선고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러한 내용이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이미 내재되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선행사건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심판기간인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이 선고되지 않았지만, 2008. 10. 30. 기각결정이 선고됨으로써 이미 종결되었다. 따라서 위 선행사건에 있어서 종국결정의 지연을 막고자 하는 취지로 심판을 청구한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현실과 괴리되어 불합리한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이 조항 자체에 문제점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는 특정 개별사건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 할 것이고, 향후 다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계속 또는 반복적으로 종국결정의 선고가 180일을 넘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비록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기로 한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헌법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취지 및 그 의의

헌법제27조에서 국민의 권리구제 및 분쟁해결 수단으로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우선 재판의 공정성과 적법절차가 확보되어야 하고, 아울러 적절한 기간 내에 권리구제절차가 이루어지도록 재판의 신속성도 요청된다. 아무리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이라 하더라도 그 재판의 종결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재판에서 종국적으로 승소하더라도 권리구제의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되거나 또는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나아가 상당한 정도를 넘는 재판의 지연은 당사자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하여 미래의 삶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하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정신적·신체적 활동을 제약하며, 경우에 따라서

는 소송비용의 증가 등 재산적 손해도 발생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 제27조 제3항은 사법절차상 기본권 중의 하나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된 재판청구권에는 법치주의의 이념상 본질적 요소인 동시에 효과적 권리구제를 위한 필수적 요소인 재판의 공정 및 적법절차의 요청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재판의 신속 내지 효율성만을 강조하여 재판의 공정 내지 적정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신속한 재판’이라 함은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넘어 부당하게 지연됨이 없는 재판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694 참조).

이러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소송절차에서 단계별로 소송을 촉진하는 수단을 적절히 배치하거나, 효율적인 소송절차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인적·물적 시설을 확충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는바, 사법절차적 기본권으로서의 청구권적 성격을 고려할 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한 방법들은 헌법 규정으로부터 곧바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입법형성을 필요로 한다(헌재 1999. 9. 16. 98헌마75 , 판례집 11-2, 364, 371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은 신속한 헌법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헌법재판의 종국결정까지의 심판기간을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소의 관할 사건에 대하여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정한 결론을 찾아 종국결정을 선고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구체적 사건에서 사실관계의 복잡성, 법률적 및 헌법적 쟁점의 난이도와 중요성, 당사자 및 이해관계인 사이의 공방을 통한 소송진행의 경과 등 특수한 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제반여건(헌법재판소에 계속중인 사건의 총계, 그 중 우선적 처리가 필요한 사건의 수, 인적·물적 시설 등)의 영향도 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개별사건의 특수성 및 제반여건을 불문하고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준수하여야 할 심판기간을 미리 예측하여 일률적으로 정해 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나아가, 헌법재판이 국가작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180일의 심판기간은 개별사건의 특수성

및 현실적인 제반여건을 불문하고 모든 사건에 있어서 공정하고 적정한 헌법재판을 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라고는 볼 수 없음이 분명하다.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서 심판대상조항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타당한 보다 장기간의 심판기간 또는 예외적 기간연장 사유의 규정 및 그에 따른 강제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로 이해된다.

위와 같은 점들 때문에 헌법재판소법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심판기간 경과 시의 제재 등 특별한 법률효과의 부여를 통하여 심판기간의 준수를 강제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재판의 심판기간에 관하여 지침을 제시하는 훈시적 규정이라 할 것이다.

(나)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훈시적 규정이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 등 헌법재판을 함에 있어서 위 조항이 정한 심판기간인 180일 이내에 반드시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사건에 따라서는 위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종국결정을 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로 인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헌법 제27조 제3항이 보장하는 ‘신속한 재판’이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넘어 부당하게 지연됨이 없는 재판을 뜻한다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는 심판기간은 구체적 사건의 개별적 특수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종국결정을 하기까지의 심판기간의 일수를 획일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내용을 이룬다거나, 심판기간의 일수를 한정한 다음 이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모든 헌법재판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종국결정을 내리도록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적으로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심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어, 오히려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재 2001. 6. 28. 99헌가14 , 판례집 13-1, 1188, 1200 참조)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소원심판 등 헌법재판에서 모든 사건에 대하여 일률적인 심판기간을 한정하여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기관이 개별사건마다 재판의 공정 및 적정과 신속의 요청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효율

적인 절차의 운영을 도모하는 가운데 적절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가에서 재판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이를 강제하는 법률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재판의 속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재판의 심판기간을 180일로 정하면서도 그 기간 이내에 반드시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할 법률적 의무를 부과하지는 아니하고 지침을 제시함에 그친 것은 헌법재판기관이 구체적 사건의 개별적 특수성과 현실적인 제반여건 등에 따라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180일의 심판기간을 경과할 수도 있음을 고려한 것일 뿐, 구체적 사건의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에 필요한 기간을 넘어 부당하게 종국결정의 선고를 지연하는 것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재판의 심판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심판기간에 관한 지침의 제시를 통하여 헌법재판기관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신속한 심리를 지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그리하여 심판대상조항이 비록 공정하고 적정한 동시에 신속한 재판을 실현하는 최적의 방안은 아니라 할지라도 신속한 재판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3항이 보장하는 ‘신속한 재판’의 의미와 심판대상조항의 취지 및 효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 재판관 김종대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헌법재판소도 헌법재판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헌법이 법원의 재판제도 외에 헌법재판제도를 마련한 이상, 국민들은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가지고(헌법 제27조 제1항),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가진다(헌법 제27조 제3항).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의 심판기간을 규정한 것이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을 할 때에 준수하여야 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강제규정의 문언을 사용하고, “재판관의 궐위로 7인의 출석이 불가능한 때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까지 특정하여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강제력이 없는 훈시규정이나 방침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리해석의 한계를 넘는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지 못하는 이상 헌법재판소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위반할 경우에 제재를 과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여 규범력이 없다거나 준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지키기 어렵고 제재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훈시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신속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결정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은 국가기관과 국가작용이 헌법을 준수하도록 통제함으로써 헌법의 최고규범력과 헌법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서 다른 국가기관과 국가작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헌법재판에 의하여 헌법의 내용을 선명하고 국가작용을 헌법에 합치되도록 조정할 뿐만 아니라, 국가작용의 합헌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국가기관의 작용을 실효(失效)시키고 이미 이루어진 법률효과를 전복시키는 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심판사건은 매우 다양하고 난이성과 복잡성의 정도에 차이가 크며, 이론과 선례가 정리되지 아니한 쟁점이 많아서 창시적인 연구를 하여야 할 경우도 많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은 모든 심판사건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에서 심판하도록 하면서, 단지 부적법한 헌법소원심판사건만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각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모든 심판사건에 대하여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헌법재판의 적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불가능하고 불합리한 일을 개별사건의 특수성에 따른 심판기간의 장단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에게 부여된 입법형성권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이 부여한 헌법재판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의 적정성을 저해하여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담당할

수 없을 정도로 헌법재판소의 심판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사건의 특성에 맞추어 신축적으로 신속한 재판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

6.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해석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문언상 명백한 의무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이를 훈시규정으로 그 법적 성격을 전환시키고 규범수범자인 헌법재판소가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법률해석의 문언적 한계를 일탈하여 자의적 해석권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결과가 될 것이다.

물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과 성격상 규범수신자인 헌법재판소가 종국결정을 함에 있어 위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 결정의 효력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재판소에게 심판기간의 준수에 대한 어떠한 강제성도 갖지 아니한 단순한 임의적 재량규정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법 제38조 단서에서 “다만, 재판관의 궐위로 7인의 출석이 불가능한 때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기간에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이나 법 제28조 제4항에서 심판청구의 보정기간은 심판대상조항 상의 심판기간에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은 강제규범적 성격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인 위 본문규정을 처음부터 훈시규정으로 본다면 무의미하게 위 단서규정이나 법 제28조 제4항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다수의견과는 달리 훈시규정으로 새기지 아니하고, 의무규정으로 보는 것을 전제로 이 규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

나. 정의이념 속에 내포된 형평성과 법적 안정성의 침해

헌법재판소법 제3장 일반심판절차에서 심판기간(제38조)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제4장 특별심판절차에서 권한쟁의심판의 청구기간(제63조)과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제69조)을 규정하고 있다. 양자 모두 형식상으론 동일하게 의무규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전자에 대해서는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강행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의이념에 내포된 형평성의 정신에 어긋난다. 규범수신자가 청구인일 경우, 청구기간을 위반한 청구는 부적법한 것으로 청구인에게 중대한 법적 불이익으로 귀착시켜 본안판단의 기회를 박탈하면서, 규범수신자가 헌법재판소인 경우, 심판기간에 대한 어떠한 준수의무도 강제하지 않는 법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 두 기간의 성질상 차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법적 공평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재판의 절차를 규율하는 헌법재판소법의 어떤 규정은 훈시규정으로 이해하고, 어떤 규정은 의무규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유권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그 해석규준이 법률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에게 예측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법적 준수의무의 기대가능성의 관점에서 법적 안정성을 과도하게 손상시킨다고 할 것이다.

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성

심판기간 180일을 모든 사건에 일률적으로 강제적으로 적용한다면,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에는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판사건의 난이성·다양성·비정형성·복잡성 등에 비추어 180일의 심판기간 내에 모든 사건을 처리하라는 것은 헌법재판이 이루어지는 실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심판기간 도과가 정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예외없이 ‘심판기간준수’에 대해 기대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상의 “하여야 한다”에 대한 충실한 문리적 해석에 입각하여 헌법재판소에게 심판기간준수의 의무를 관철시킨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심판기간준수에 대한 법익만을 강조한 나머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적법절차에 따른 적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라. 결 론

따라서 헌법재판에 계류되는 개개사건의 성격 내지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건의 처리기한을 일률적으로 180일로 강제하고 있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판단되므로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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