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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도3411 판결

[특수강도·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무집행방해·상해·대마관리법위반][공1997.4.1.(31),1021]

판시사항

[1] 강도죄에 있어서의 '재산상 이익'의 의미

[2] 폭행·협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자의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서명하게 하였으나 피해자가 허위 서명을 하여 교부한 경우, 강도죄의 성부(적극)

[3]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의 '위험한 물건' 여부의 판단 기준

[4] 빈 양주병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33조 후단 의 강도죄(이른바 강제이득죄)의 요건이 되는 재산상의 이익이란 재물 이외의 재산상의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재산상의 이익은 반드시 사법상 유효한 재산상의 이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외견상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 있으면 여기에 해당된다.

[2] 피고인들이 폭행·협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매출전표에 서명을 하게 한 다음 이를 교부받아 소지함으로써 이미 외관상 각 매출전표를 제출하여 신용카드회사들로부터 그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바, 피해자가 각 매출전표에 허위 서명한 탓으로 피고인들이 신용카드회사들에게 각 매출전표를 제출하여도 신용카드회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 규약 또는 약관의 규정을 들어 그 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인들이 각 매출전표 상의 금액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고 외견상 여전히 그 금액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므로, 결국 피고인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의 위험성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곧 살상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인정되는 물건인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4] 빈 양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타박상을 가한 경우, 그 빈 양주병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피고인

피고인 1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정인봉

주문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이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씩을 피고인들에 대한 본형에 각 산입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특수강도죄에 관하여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즉,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1996. 2. 7. 10:00경 피고인 2의 동거녀인 공소외 1 가 경영하는 주점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그 곳 중간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1을 데리고 오라고 말하고, 피고인 1는 피고인 2의 말에 따라 피해자 1을 깨워 방안으로 데리고 가 무릎을 꿇게 한 다음 피고인 2가 있는 가운데 피해자 1에게 "내가 강릉 조직폭력배 대부다. 잠을 잤으면 방세를 주고 가야지."라고 말하고 맥주를 강제로 마시게 한 후, 빈 맥주병으로 피해자 1의 머리를 3∼4회 때리며 "이 자식아, 술을 먹었으면 돈을 주어야지."라고 말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1회 때리고, 피고인 2는 옆에서 피해자 1이 말을 듣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듯할 태도를 보이는 등 한 다음, 피해자 1이 소지하고 있던 삼성신용카드 1장과 강원은행 비자카드 1장을 받아서 그 곳에 있던 신용카드 매출전표발급기를 이용하여 삼성신용카드 매출전표 1장(금액 300,000원)과 강원은행 비자카드 매출전표 3장(각 금액 300,000원, 200,000원, 100,000원)을 만들어 피해자 1에게 들이대고, 피고인 1는 맥주병을 들고 때릴 듯이 위협하며 "너 죽을래"라고 말하고, 다시 가위를 피해자 1의 귓가에 바짝들이대면서 "서명하지 않으면 귀를 잘라 버리겠다."고 말하여 피해자 1을 항거불능하게 한 다음 피해자 1으로 하여금 위 각 매출전표에 서명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과 원심이 추가로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적법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바가 없기 때문에 형법 제333조 후단 의 강제이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본다.

형법 제333조 후단 의 강도죄(이른바 강제이득죄)의 요건이 되는 재산상의 이익이란 재물 이외의 재산상의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재산상의 이익은 반드시 사법상 유효한 재산상의 이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외견상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 있으면 여기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당원 1994. 2. 22. 선고 93도428 판결 , 1987. 2. 10. 선고 86도247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피해자 1으로 하여금 위 각 매출전표에 서명을 하게 한 다음 이를 교부받아 소지함으로써 이미 외관상 각 매출전표를 제출하여 신용카드회사들로부터 그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할 것이다. 한편 피해자 1이 각 매출전표에 '조영호'라고 서명한 탓으로 피고인들이 신용카드회사들에게 각 매출전표를 제출하여도 신용카드회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 규약 또는 약관(공판기록 295쪽에 첨부된 비씨카드 가맹점 약관 참조)의 규정을 들어 그 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그로 인하여 피고인들이 각 매출전표 상의 금액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고 외견상 여전히 그 금액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므로 결국 피고인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들이 각 매출전표를 작성시켜 취득한 후에, 피고인들이 잠들어 있는 틈을 타서 피해자 피해자 1이 피고인들 몰래 매출전표들을 가지고 나온 탓으로 피고인들이 카드회사로부터 매출전표에 기재된 금원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기수에 달한 강제이득죄의 성부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없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가 없다.

2. 피고인들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및 피고인 1의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하여

가. 범행시각이 야간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판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범한 범행 시각이 1996. 3. 22. 04:00부터 06:00 사이라고 인정하였는바, 거시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위 사실인정은 정당하다 할 것인바, 피고인 1의 논지는 이와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양주병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의 위험성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곧 살상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인정되는 물건인가의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 인바( 당원 1981. 7. 28. 선고 81도1046 판결 , 1989. 12. 22. 선고 89도157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은 빈 양주병을 들고 피해자 2의 머리를 내리쳤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 2은 치료기간 미상의 타박상을 입었는바, 이러한 경우 상대방이나 일반 제3자가 살상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다 함은 경험칙에 속한다 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위 양주병을 위 법조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이라고 인정한 조치에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논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가 없다.

다. 심신미약 주장에 관하여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각 범행의 태양,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들의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 검토하여 피고인들이 위 각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러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지는 아니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인들이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 이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씩을 피고인들에 대한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최종영 이돈희 이임수(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6.11.22.선고 96노1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