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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8698 판결

[부당이득금반환][공1997.12.1.(47),3602]

판시사항

[1]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의의 및 그 판별 기준

[2] 제3자를 위한 계약인 채무인수와 이행인수의 판별 기준

[3]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대금을 매도인의 채권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는 매도인의 채권자로 하여금 매매대금청구권을 취득하게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병존적 채무인수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 함은 통상의 계약이 그 효력을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시킬 의사로 체결되는 것과는 달리 계약 당사자가 자기들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바,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한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이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행위의 성질, 계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를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

[2] 채무자와 인수인의 계약으로 체결되는 병존적 채무인수는 채권자로 하여금 인수인에 대하여 새로운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으로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하나로 볼 수 있고, 이와 비교하여 이행인수는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계약으로 인수인이 변제 등에 의하여 채무를 소멸케 하여 채무자의 책임을 면하게 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 인수인이 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자를 면책케 하는 채무를 부담하게 될 뿐 채권자로 하여금 직접 인수인에 대한 채권을 취득케 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제3자를 위한 계약과 이행인수의 판별 기준은 계약 당사자에게 제3자 또는 채권자가 계약 당사자 일방 또는 인수인에 대하여 직접 채권을 취득케 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계약 체결의 동기, 경위 및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지위, 당사자 사이 및 당사자와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사를 해석하여야 한다.

[3]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중도금 및 잔금은 매도인의 채권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매도인의 채권자로 하여금 매수인에 대하여 그 중도금 및 잔금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를 취득케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고 동시에 매수인이 매도인의 그 제3자에 대한 채무를 인수하는 병존적 채무인수에도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일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 2점에 대하여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 함은 통상의 계약이 그 효력을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시킬 의사로 체결되는 것과는 달리 계약 당사자가 자기들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바,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한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이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행위의 성질, 계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를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5448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무자와 인수인의 계약으로 체결되는 병존적 채무인수는 채권자로 하여금 인수인에 대하여 새로운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으로 위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하나로 볼 수 있는바, 이와 비교하여 이행인수는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계약으로 인수인이 변제 등에 의하여 채무를 소멸케 하여 채무자의 책임을 면하게 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 인수인이 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자를 면책케 하는 채무를 부담하게 될 뿐 채권자로 하여금 직접 인수인에 대한 채권을 취득케 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제3자를 위한 계약과 이행인수의 판별 기준은 계약 당사자에게 제3자 또는 채권자가 계약 당사자 일방 또는 인수인에 대하여 직접 채권을 취득케 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계약 체결의 동기, 경위 및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지위, 당사자 사이 및 당사자와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사를 해석하여야 할 것 이라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매매계약 성질에 대하여, 그 내세운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이 경영하는 소외 ○○○○ 주식회사가 자금난을 겪자 위 소외 1 및 그 아들인 소외 2는 이 사건 부동산의 각 1/2지분을 원고 및 소외 3에게 금 890,000,000원에 매각하게 되었고 계약금이 교부된 후 위 소외 1의 채권자인 피고의 요청으로 나머지 중도금 및 잔금을 원고 등이 피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취지의 이 사건 약정을 한 사실, 위 소외 3의 위임을 받은 원고와 매도인들은 이 사건 약정 내용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매도인들이 피고에게 위 중도금 및 잔금에 대한 수령권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지불위임장(갑 제1호증)을 작성하고 '피고 귀하'라고 표시하여 공증까지 마친 사실, 위 소외 1이 위 약정과 달리 자신이 1차 중도금을 수령하였다고 피고로부터 의심을 받자 이를 불식하기 위한 위 소외 1의 요구에 의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중도금 지급기일보다 앞당겨 이자 상당액인 금 3,000,000원을 공제한 중도금 297,000,000원을 피고의 예금구좌에 입금하여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약정의 경위와 목적, 당사자의 지위와 이해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① 원고는 위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는 대신 이 사건 부동산 지분을 취득하고, 원고의 매도인들에 대한 위 중도금 및 잔금은 피고에게 그 대금 상당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지급에 갈음하기로 한 것이고, ② 위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원고가 위와 같이 피고에게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일응 소멸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를 낙약자(원심판결의 요약자는 낙약자의 오기로 보인다.), 매도인들을 요약자(원심판결의 낙약자는 요약자의 오기로 보인다.), 피고를 제3자로 하여 원고와 매도인들 사이에 위 ①의 보상관계 및 매도인들과 피고 사이에 위 ②의 대가관계가 모두 존재하고,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 대하여 위 중도금 및 잔금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를 취득케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고, 동시에 이 사건 약정은 원고가 위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채무를 인수하는 병존적 채무인수에도 해당한다 고 판단하였는바, 이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그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제3자를 위한 계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은 중도금 및 잔금의 수령권한 위임이나 이행인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위 금 297,000,000원을 수령하여 제3자인 피고의 권리가 생긴 이후에 원고가 대금 지급을 지체하던 중 매도인들이 이 사건 부동산 지분을 타인에게 매도하는 데 대하여 원고의 동의를 받고 매도인들과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소외 4에게 이중매도한 것이므로 이는 피고가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여 권리가 생긴 후에 원고와 매도인들이 합의하여 이를 소멸시킨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541조 에 의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에 부합하는 증인 소외 5의 증언을 배척하고, 오히려 매도인들이 이 사건 부동산 지분을 위 소외 4에게 이중으로 매도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그 거시 증거에 의하면 위 이중매도 직후 원고가 그 사실을 알고 지급된 금원을 반환받을 목적으로 담보 가치도 없는 위 소외 1의 다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한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민법 제541조 에 의하면, " 민법 제539조 에 의하여 제3자의 권리가 생긴 후에는 당사자는 이를 변경 또는 소멸시키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계약 당사자는 제3자의 권리가 발생한 후에는 합의해제를 할 수 없고, 설사 합의해제를 하더라도 그로써 이미 제3자가 취득한 권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위와 같이 위 소외 4에게 이중으로 매도되기 전에 이 사건 매매계약은 합의해제되지 아니하였다고 보았으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원심이 채용하거나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1, 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1 내지 6, 을 제2, 3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23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은행대리로 근무하였고,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지급기일인 1992. 3. 31.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며, 이미 중도금까지 지급한 상태이고, 장기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위 소외 1 등이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 등을 하여 놓지도 아니한 점, 원고는 위 소외 4에게 이 사건 부동산이 매도되어 같은 해 8. 7. 위 소외 4 앞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자마자 같은 해 8. 11.경 위 소외 1에게 그 때까지 지급한 계약금 및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 390,000,000원인 약속어음을 교부받고(뒤에서 보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위 소외 1 소유의 공주시 (주소 1 생략) 임야 15,471㎡ 및 5필지에 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450,000,000원으로, 근저당권자를 원고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점, 원고는 위 소외 1이 1993. 11. 20.경 부도가 나기까지 및 그 이후에도 위 소외 1의 위와 같은 이중매도로 인한 배임행위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추궁하거나 위 소외 1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반환을 요구한 바가 없고(원고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 전인 1995. 2. 21.에야 비로소 위 소외 1 등에게 내용증명으로 이 사건 계약의 해제를 통고하였다.), 피고에게도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 전까지 위 금원의 반환을 청구한 바가 전혀 없는 점, 위 증인 소외 5는 위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에게 매도할 시점에 위 소외 1이 경영하는 위 ○○○○ 주식회사의 전무이사로 근무하였고 위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90. 11. 29. 채권최고액 금 300,000,000원으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가, 1992. 8. 10. 해지하고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여 준 사실이 있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하여 잘 알 수 있었던 점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이미 지급한 계약금 및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회수하고자 위 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위 소외 5의 증언은 신빙성이 있어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1992. 8. 11. 당시 아직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한 상태인데도 원고가 그 때까지 지급한 계약금 및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위 약속어음을 매도인인 위 소외 1로부터 교부받고, 위 근저당권을 설정받게 된 경위, 이 사건 부동산을 이중매도한 뒤에 바로 위 소외 1에게 형사책임을 추궁하거나 위 소외 1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를 주장하지 아니하고 약 2년 6개월이 지난 후 뒤늦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야 이 사건 계약해제의 통지를 하게 된 경위,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 전까지 피고에게 위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지 아니한 이유 등에 대하여 좀 더 심리를 하여 본 다음, 위 소외 5의 증언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한 후 피고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렸어야 함에도, 원심이 위에서 본 여러 가지 의문점이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소외 5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조치에는 필경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 있어 민법 제541조 의 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 이용훈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1997.5.27.선고 96나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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