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수재][공2008상,627]
[1] 형법 제357조 제1항 에 정한 배임수재죄의 주체 및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
[2]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들을 통하여 다른 대학교 교수인 피고인에게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대행 및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하여 문제없이 학위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하고 금품을 교부한 사안에서, 위 청탁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만, 타 대학 대학원생들에 대한 논문지도 및 심사업무가 피고인의 업무라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대학원생들 지도교수들의 배임수재행위에 공모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 사례
[1] 형법 제357조 제1항 에 정한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야 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신분을 가지지 아니한 자는 신분 있는 자의 범행에 가공한 경우에 한하여 그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법문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다만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것을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위 죄가 성립할 수 있다.
[2]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들을 통하여 다른 대학교 교수인 피고인에게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대행 및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하여 문제없이 학위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하고 금품을 교부한 사안에서, 위 청탁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만, 타 대학 대학원생들에 대한 논문지도 및 심사업무가 피고인의 업무라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대학원생들 지도교수들의 배임수재행위에 공모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 사례.
[1] 형법 제357조 제1항 [2] 형법 제357조 제1항
[1]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도663 판결 (공1999상, 315)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공2007상, 245)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황경남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참조).
원심은 제1심법원의 채용 증거들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대학교 한의과대학 대학원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개업의 혹은 수련의인 공소외 1 등(이하 ‘ ○○대 한의대 대학원생들’이라 한다)이 그 대학의 지도교수들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피고인에게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대행 및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하여 문제없이 학위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형법 제357조 제1항 소정의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그 임무에 관하여 한 것이라야 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배임수재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이 점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다시 살펴본다) 원심이 마치 부정한 청탁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처럼 판시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앞에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대 한의대 대학원생들이 그 대학의 교수로서 자신의 지도교수 겸 논문심사위원인 공소외 2 등에게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대행 및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하여 문제없이 학위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인 피고인이 증재자인 ○○대 한의대 대학원생들의 지도교수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단순히 실험을 대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험결과를 논문의 주요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하여 위 대학원생들에게 제공하였고, 그 실험결과를 피고인의 실험실 연구성과로 적극 사용하였으며, 피고인이 지도교수를 거치지 아니하고 위 대학원생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기도 하였고, 무려 71회에 걸쳐 위 대학원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실험을 대행해 주었으므로, 피고인은 논문지도교수들의 배임수재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용인·방조한 데 그쳤다고 볼 수 없고, 배임수재죄의 기능적 행위지배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을 배임수재죄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형법 제357조 제1항 에 정한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야 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신분을 가지지 아니한 자는 신분 있는 자의 범행에 가공한 경우에 한하여 그 주체가 될 수 있다 (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였을 뿐, ○○대 한의대 대학원생인 증재자들의 석·박사학위 논문 지도 및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으므로(이는 피고인이 직접 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논문을 심사한 일부 사례의 경우에도, 부정한 청탁이나 금원의 지급이 피고인의 논문심사위원 업무와는 무관하게 실험의 대행 및 논문 주요부분의 작성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이상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이 석·박사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대행 및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2) 나아가 피고인을 학위취득자의 지도교수 겸 논문심사위원인 공소외 2 등의 배임수재죄에 공동가공한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을지에 관하여 본다.
(가) 우선 원심이 피고인과 공모하였다고 인정한 ○○대학교 한의과대학 대학원 교수들이 배임수재죄의 정범으로 되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형법 제357조 제1항 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법문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다만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것을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위 죄가 성립될 수 있다 (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원심이 경합범으로 인정한 각 범죄사실 중에는 위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피고인에게 돈을 송금한 사례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인 피고인에 대한 검찰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3, 2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입금내역서(공판기록 1126쪽) 등에 의하면,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3번( 공소외 4), 4번( 공소외 5), 33번( 공소외 6), 34번( 공소외 7), 48번( 공소외 8), 66번( 공소외 9), 67번( 공소외 7)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인 공소외 10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의하면,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12번 내지 16번, 53번 내지 58번의 지도교수인 공소외 10은 위 대학원생들과 피고인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만을 하면서 대학원생들로부터 받은 돈을 전부 그대로 피고인에게 송금하였고 그 자신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전혀 취득한 바 없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도 그 지도교수인 공소외 2, 3, 11, 10 등(이하 ‘위 지도교수들’이라 한다)이 배임수재죄의 정범으로 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사회통념상 피고인이 위 대학원생들로부터 금원을 받은 것을 위 지도교수들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거나 또는 위 지도교수들과 피고인 사이에 이 사건 배임수재의 범행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공소외 10 교수 등과 피고인 사이에 위와 같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거나 또는 그들이 이 사건 배임수재의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과 사전에 공모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0 교수 등은 위 대학원생들의 요청에 따라 이른바 ‘실험비'가 얼마인지를 알아보고 단순히 전달자의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를 통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엿볼 수 있다.
(나) 다음으로 본범인 지도교수들의 행위가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범죄사실들의 경우에도,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피고인과 위 지도교수들 사이에 이 사건 배임수재의 범행으로 인하여 취득하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분배 등에 관하여 사전에 협의하는 등 이 사건 범죄행위를 하기 위한 일체를 형성할 정도의 범죄공동체를 형성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대학원생들의 지도교수들과 배임수재를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경우에 따라 피고인은 지도교수들의 배임수재의 결의를 강화시키고 이를 용이하게 한 배임수재죄의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을 따름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점들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섣불리 피고인을 이 사건 각 배임수재 범죄사실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배임수재죄의 성립 및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