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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배임수재·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2]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및 ‘임무에 관하여’의 의미

[3]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 업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담당 업무가 위 광고권자 선정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라고 보기도 어려워, 위 광고권자 선정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사례

[4]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청탁의 사례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배임수재죄의 성립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장변경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999 판결 , 1984. 9. 25. 선고 84도312 판결 , 1990. 3. 13. 선고 90도94 판결 ,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 2002. 11. 22. 선고 2000도441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공소사실과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기록에 비추어 대조하여 보면, 범행의 일시, 장소, 배임수재자, 배임증재자, 청탁의 내용, 재물의 취득액 등에 있어서 일치하고 있어 기본적 사실에 있어서 차이가 없고, 단지 원심이 그 채용 증거에 따라 피고인의 지위 및 청탁의 일시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인정한 것일 뿐이므로 원심의 인정 사실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있어서도 어떠한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없다.

2. 배임수재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KBO 사무총장이었던 피고인은 KBO의 회원인 두산 및 엘지 야구단에 의해 구성된 잠실야구장운영본부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에 관한 사항은 피고인이 KBO로부터 위탁받은 본래의 사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이 주식회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2로부터 ‘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잠실야구장운동본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은 상태에서 다시 KBO와 공소외 1 주식회사 사이의 주식회사 삼성증권(이하 ‘삼성증권’이라 한다)을 위한 펜스광고계약 체결(당시 삼성증권이 프로야구 공식 후원사였고, KBO는 삼성증권과의 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쉽 계약에 따라 삼성증권을 위하여 각 프로야구장 펜스 등에 광고를 해주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였다)과 관련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유리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89,800,000원을 받은 이상 이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형법 제357조 제1항 에 정한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야 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신분을 가지지 아니한 자는 신분 있는 자의 범행에 가공한 경우에 한하여 그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배임수재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 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며, 배임수재죄에 있어 ‘임무에 관하여’라 함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는 것이나 이는 그 위탁관계로 인한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되고, 나아가 고유의 권한으로서 그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않고 그 자의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그 처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자도 포함된다 ( 대법원 1982. 2. 9. 선고 80도2130 판결 , 2000. 3. 14. 선고 99도5195 판결 , 2004. 12. 10. 선고 2003도143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으로 근무하였고,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를 선정하는 권한은 잠실야구장운영본부에게 있을 뿐 피고인이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는 아니한 사실, 실제로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잠실운동장의 광고권자로 선정하고 그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것도 잠실야구장운동본부였던 사실을 알 수 있고, 기록상 피고인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 업무를 담당하거나 이에 참여 또는 보조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 업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피고인의 지위와 KBO 총재 및 잠실야구장운영본부 대표와의 관계 등을 살펴볼 때 피고인이 잠실야구장 광고권 계약체결의 주체인 위 운영본부 대표에게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위하여 유리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었던 사정만으로는 KBO 총재특별보좌관 내지 사무총장으로서 KBO 총재를 보좌하고 KBO의 행정적 운영과 예산의 집행을 담당하는 업무가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 선정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를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형법 제357조 제1항 소정의 배임수재죄는 뇌물수수죄와 달리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을 의미하고,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탁한 내용이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어긋난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청탁의 사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656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사이에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계약을 체결할 무렵 공소외 2와 만난 자리에서 ‘광고계약을 체결할 때가 되었다.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대화를 나눈 사실이 인정되나, 한편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자로 선정되었으므로 KBO로서는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계약을 위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위 펜스광고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뿐 다른 광고업자와 위 펜스광고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는 처지이고, 잠실야구장의 경우 삼성증권의 광고료는 다른 광고주들의 광고료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저렴한 경우가 많으며, 광주야구장의 경우 삼성증권의 광고료가 다소 높게 책정되기도 하였으나 경미한 차이가 있을 뿐이어서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계약이 체결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청탁 내용은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거나 계약관계를 유지시켜 기존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부탁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광고료, 광고문구, 광고위치, 광고판의 크기 등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계약의 조건들은 사실상 삼성증권과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실무자들 사이에서 먼저 협의가 이루어진 다음 그 협의결과에 따라 KBO와 공소외 1 주식회사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되었고, 피고인이 위 광고계약조건들의 결정에 관여하였다는 정황을 찾아볼 수 없는 점, ③ 공소외 2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계약과 관련하여서는 부정한 청탁을 한 바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점, ④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사이에 교부한 각 금원은 매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예금계좌로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의 광고료가 지급되면 이 중 일부를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들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였다가 다시 수표로 인출한 금원이어서 그 지급경위가 의심스러우나,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같은 광고업자들은 통상 광고를 수주한 영업사원들에게 광고수주의 대가로서 영업판매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공소외 2는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는 영업사원이 없어 영업판매수수료를 지급할 대상이 없으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관행에 따라 영업판매수수료를 지급한 것처럼 가장한 후 위와 같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1983년 이래 친숙한 인간관계를 맺어온 피고인에게 평소와 같이 용돈으로 사용하라고 하면서 교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알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삼성증권을 위한 펜스광고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을 배임수재죄로 처벌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배임수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배임수재죄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위 배임수재죄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규홍 김영란 김황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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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5.8.18.선고 2005노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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