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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도7487 판결

[업무상배임·무고·횡령·위증][미간행]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2] 형사재판에 있어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명력

[3] 위증죄에 있어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 여부의 판단 방법 및 증언의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 증언의 허위성 여부의 판단 방법

[4] 무고죄에 있어서 신고한 사실의 허위 여부의 인정기준

[5] 횡령죄에 있어서 ‘반환의 거부’의 의미 및 정당한 사유에 기한 반환거부와 불법영득의 의사

[6]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로쿨 담당변호사 손수일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업무상 배임죄 부분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3081 판결 ,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재판에 있어서 관련된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력한 인정자료가 된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그 민사판결의 확정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어서 형사법원은 증거에 의하여 민사판결에서 확정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1983. 6. 28. 선고 81도301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이 사건 공소외 1 주식회사( (회사명 생략) 주식회사에서 1995. 2. 11. 상호변경)가 1991.~1992.경 주차장부지매수대금의 지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이자 상환, 운영비 등으로 자금이 부족하여 공소외 2 등으로부터 합계 3억 2,500만 원을 차용하였는데, 피고인이 1994. 5.경 공소외 3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양도하게 되자, 공소외 2 등이 피고인에게 채무 변제의 담보를 요구하였고,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이야기하여 피고인이 그 이전에 발행해 준 이 사건 각 약속어음들(이는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주식매수 잔금의 담보조로 백지로 발행하여 준 약속어음 25장과는 다른 어음이다.)에 공소외 3이 배서해 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백지어음에 배서를 받아 허위의 채권자들에게 교부해서 회사와 공소외 3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다만 원심은, 이 사건 약속어음들의 액면, 수취인, 발행일, 지불처소가 타자에 의하여 기입되어 있음에도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고 설시한 잘못이 있으나, 이는 판결의 결론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증죄 부분

증인의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 여부는 그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당해 신문절차에 있어서의 증언 전체를 일체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증언의 의미가 그 자체로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에는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 문제된 증언이 나오게 된 전후 문맥, 신문의 취지, 증언이 행하여진 경위 등을 종합하여 당해 증언의 의미를 명확히 한 다음 허위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3. 12. 선고 95도2864 판결 , 2001. 12. 27. 선고 2001도525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약속어음 3억 2,500만 원의 발행과 배서 등의 경위에 비추어, ‘원고들이 신임 대표이사인 공소외 3에게 대여금 채무에 대한 보증의 의미로 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뒷면에 개인 배서를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 공소외 3은 이를 승낙하고 어음의 뒷면에 서명날인하였다’고 한 피고인의 증언에 대하여 비록 공소외 3이 위 배서할 당시의 의사와는 배치될지 모르나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3이 그 대여금 채무에 대한 보증의 의미로 배서했다고 잘못 판단할 여지도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그 인식에 반하여 허위의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피고인이 1998. 2. 11. 수원지방법원에서 위증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아 같은 해 2. 19.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있으나, 위 사안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며,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무고죄 부분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로서, 신고한 사실의 허위 여부는 그 범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하여 신고사실의 핵심 또는 중요내용이 허위인가에 따라 판단하여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가려야 한다 ( 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도1950 판결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위 회사는 버스 75대(104번 도시형 버스, 104-1 도시형 버스, 704번 좌석버스, 원심의 버스 74대는 75대의 착오로 보인다.)로 버스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1995. 3.경 회사 채권자인 공소외 4가 회사 소유의 버스 74대에 대한 경매신청을 하였고, 1995. 6. 말경 서울시로부터 704번 노선버스 17대에 대한 노선폐지인가를 받은 사실, 이에 공소외 3을 비롯한 회사 주주와 근로자 등 13명은 다른 사람이 버스 74대 전체를 경락받아 사실상 회사가 없어지는 위험을 막기 위하여 경락대금을 마련하여 1995. 7. 7. 공소외 5 주식회사 명의로 버스 74대를 경락받은 사실, 공소외 3이 1994. 8. 25. 이사회를, 같은 해 9. 2. 임시주주총회를, 1995. 11. 28. 임시주주총회를 각 개최하여 위 좌석버스 17대를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회사의 위 경락대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피고인도 위 회의에 참석하여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그 후 공소외 3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1996. 3. 초순경 위 704번 좌석버스 17대를 매도하여 그 대금으로 위 경락대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였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바 없음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공소외 3과의 분쟁이 격화되자 공소사실과 같이 공소외 3이 회사의 좌석버스 17대를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 없이 매도하고 그 돈을 회사에 입금시키지 아니한 채 소비하였으니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무고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나. 횡령죄 부분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은 1997. 12. 21.경 안양시 (상세 주소 생략) 피고인의 집에서 회사 노조위원장인 공소외 6으로부터 회사 소유의 버스회수권 48,000장을 인수하여 보관하던 중, 회사의 대표이사 직무대행자인 변호사 공소외 7로부터 1998. 1. 15.까지 버스회수권을 반납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여 버스회수권 액면 합계 14,826,716원 상당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아가 피고인이 1997. 12. 21.경 회사 노조위원장인 공소외 6으로부터 버스회수권을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반환통지서를 받은 후 공소외 8에게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교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공소외 8은 1997. 4.경 피고인으로부터 버스회수권 48,000장을 교부받아 현금으로 교환하려 하였으나 구 회수권이어서 현금으로 바꿀 수가 없어 집에서 보관하다가 비에 젖어 태워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이 1998. 4. 4. 수원지방검찰청 1998년형제 (번호 생략)호 사건으로 경찰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버스회수권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이 공소외 8에게 버스회수권을 교부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 및 1997. 4.경 피고인으로부터 버스회수권을 교부받았다는 취지의 공소외 8의 진술은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하고, 가사 공소외 8이 1998. 4.을 1997. 4.로 착각하여 그같이 진술하였고 공소외 8이 동남은행에 대한 회사의 대출금 채무 중 3천만 원에 대하여 공소외 8을 주채무자, 피고인을 보증인으로 하여 대출받는 방식으로 상환한 바 있으나 그 후 회사가 그 중 1천만 원만 변제한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회사의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를 당한 피고인이 직무대행자의 적법한 반환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회사의 버스회수권을 그대로 보관한 채 반환을 거부하다가 상당한 기일이 지난 다음 공소외 8에게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

형법 제355조 제1항 에서 정하는 ‘반환의 거부’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반환의 거부’가 횡령죄를 구성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단순히 그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반환거부의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들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 하고, 횡령죄에 있어서 이른바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와 같이 이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6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위 회사는 1993. 4.경 동남은행으로부터 3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1994. 4.경 그 중 20%인 금 6,000만 원을 변제하고 나머지는 그 변제 기일을 연기받기로 하면서, 그 중 5,000만 원은 동남은행으로부터 공소외 9 명의로 3,000만 원, 공소외 8 명의로 2,000만 원을 각 대출받아 이를 상환하였는바, 공소외 9의 채무에 대해서는 경리부장 조옥현이, 공소외 8의 채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각 연대보증을 하였던 사실, 위 회사가 1994. 9. 말경 부도가 나면서 경영에 참여하게 된 노조위원장이었던 공소외 6이 당시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보관증을 써 주고 미처 현금으로 교환하지 못한 회수권 82,800장을 보관하였는데, 그 보관증에는 대표이사 사용지시 내용으로 위 회수권을 1. 국민연금, 2. 의료보험, 3. 동남은행( 공소외 8 건), 4. 기타 전별금 등의 순위에 의하여 사용하도록 기재되어 있는 사실, 공소외 6은 이에 따라 회수권 중 일부를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 납부에 사용하고, 1997. 12. 21. 그 나머지 회수권 48,200장 합계 14,876,716원 상당을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중인 피고인에게 공소외 8에 대한 회사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맡긴 사실, 피고인은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그대로 보관하던 중 1998. 1. 8. 직무대행자 공소외 7이 회수권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위 회수권은 공소외 8에 대한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거부하고, 1998. 4.경 공소외 8에게 이를 교부하였고( 공소외 8이 1997. 4.경 피고인으로부터 이를 교부받았다고 진술한 것은 1998. 4.경의 착오 진술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공소외 8도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고 그대로 집에 보관하다가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회수권은 원래 공소외 8에 대한 회사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이에 따라 위 회수권을 공소외 8에 대한 회사 채무에 대한 담보나 대물변제조로 교부해 줄 의사로 그 반환을 거부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절차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할지라도, 피고인이 실제로 이를 공소외 8에게 교부하였다면,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심히 부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반환거부로 인한 횡령죄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 론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횡령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 부분과 무고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검사의 상고는 이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박재윤 김영란(주심) 김황식

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 2003.11.11.선고 2001노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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