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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명예훼손·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집44(1)형,998;공1996.6.1.(11),1627]
판시사항

[1]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시 사실의 허위성이 추정된다고 단정하여 명예훼손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배하였다고 본 사례

[2]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3]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하여 적시된 사실도 그 적시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 소정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4] 신학대학교의 교수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하였으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본 사례

[5] 고소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발언을 유도하여 비밀녹음을 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발언은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서 공연성이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신빙성이 의심되는 증거들을 채용하였거나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그 적시 사실의 허위성이 추정된다고 단정하여 명예훼손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2]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의 침해의 정도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이나 이를 통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 등의 여하에 따라서는 그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하여 적시된 사실도 그 적시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의미에서 형법 제310조 소정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4] 신학대학교의 교수가 출판물 등을 통하여 종교단체인 구원파를 이단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그 실질적 지도자로 지목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하였으나 비방의 목적에서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행위라고 판단한 사례.

[5] 피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도록 그 증거자료를 미리 은밀하게 수집,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발언을 유도하였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한 피해자의 여자 문제 등 사생활에 관한 피고인의 발언은 이들이 수사기관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공연성에 대한 인식을 부정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솔로몬종합법률사무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적시한 "구원파의 실질적 지도자인 공소외 1 사장은 독일에서 15분간의 간증을 부탁받고 40분간 지리멸렬하게 얘기하다 강단에서 끌려 내려져 망신을 당하였다"는 사실이 허위임은 증인 공소외 1, 최재심의 각 진술, 독일인 퀼의 서신의 기재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먼저 증인 공소외 1은 1990. 10. 5.경 그가 경영하는 회 공소외 2 주식회사는 구원파(공식 명칭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이하 편의상 기존 개신교측에서 부르는대로 구원파라고 한다)와 전혀 무관한데도, 피고인이 마치 위 회사가 공소외 1이 실질적 지도자로 있는 구원파에서 경영하는 회사로서 신자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신자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으며 구원파는 이단 종파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공소외 1의 명예를 훼손함은 물론 위 회사의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한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공소외 1이나 위 회사가 구원파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한편 공소외 1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 그가 1976.경 구원파 신자들의 헌금, 출자 등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위 회사의 전신인 공소외 3 주식회사를 인수하여 경영해 오다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구원파 신자들 사이에 자신이 종교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음을 기화로 산하 교회 등지에서의 강론 등을 통하여 구원파 신자들이 주축이 된 위 회사를 돕는 것이 구원받은 성도들의 교제를 확산하는 유력한 방법이라는 취지 등으로 설교하여 신자들로 하여금 금원을 대여하도록 유도하고 공소외 4와 공모하여 1982.경부터 1984.경 사이에 구원파신자들로부터 도합 금 6억여 원을 위 회사에 대한 차용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상습사기죄로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구원파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공소외 1의 위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여기에다가 공소외 1은 이 사건 고소인으로서 피고인과는 이해관계와 감정이 전적으로 상반되는 지위에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에 관하여 한 공소외 1의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증인 최재심은 자신이 구원파 교인임을 부인하고 있으나 1976.경 공소외 1이 베를린에서 독일에 있는 구원파 간호원을 위하여 개최한 수양회에 참석하였던 사실을 시인하고 있으며, 이 사건 수사절차에서 공소외 1에게 유리하고 피고인에게는 불리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공소외 1과 그의 측근에게 진술서를 3회나 작성하여 주고 또 독일인 퀼로부터 무려 14년 전의 사건에 관하여 스스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서신까지 받아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심 법정에서는 문제의 강연 직후에 찍은 사진 원본을 자신이 그 때까지 보관하여 왔다면서 이를 제출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최재심 또한 구원파의 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구원파나 공소외 1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임을 쉽사리 추지할 수 있으므로, 과연 증인 최재심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술을 기대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아가 공소외 1이 독일에서 문제의 강연을 할 때 현장에 있었다는 독일인 퀼의 서신에 관하여 보면, 이는 퀼이 1990. 10.경 위 최재심 앞으로 보낸 서신으로서, 위 강연이 두 번의 통역을 거치는 관계로 약간 길어지기는 했지만 아무런 문제나 항의 없이 마쳐졌으며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강연을 듣는 분위기였다는 내용의 것이나, 한편 피고인이 퀼로부터 1977. 10.경 받았다는 서신에는 자신이 추천한 공소외 1이 보잘 것 없는 강연을 하여 참석자들에게 망신스러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최재심이 퀼로부터 받았다는 위 서신 또한 선뜻 믿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다.

그 밖에 원심은 구원파 내부 인사나 위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 현재까지 10년 이상 특별한 문제를 제기함이 없이 지내온 점으로도 위 강연이 원만하게 진행되었다고 보아져 위 적시된 사실의 허위성은 추정된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도대체 위 사실 자체가 이에 대하여 사람들이 특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성질의 것이라고 여겨지지 아니하므로, 원심의 이 부분 설시도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바,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이 의심되는 증거들을 채용하였거나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그 적시 사실의 허위성이 추정된다고 단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비방의 목적과 공공의 이익에 대하여

원심은, 어느 교파가 정통이라고 하여 다른 교파를 이단으로 배척할 헌법상의 권한은 없고,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비록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그 인격권은 보장을 받는다고 할 것이며, 피고인이 적시한 위 제1항의 사실 자체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인데다가 그것이 허위이고, 일개 교파인 구원파와 그 교리, 개인인 공소외 1은 엄연히 각자 별개의 인격체임에도 피고인은 공소외 1에 대한 비판이 구원파의 교리에 대한 비판인 듯이 혼동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소외 1이 구원파의 목사라면 그 신분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 평가를 절하시킬 만한 사소한 사실 적시만으로도 크나큰 인격상의 흠이 될 수 있고,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구원파의 교리와는 무관한 공소외 1의 사적인 신상에 관한 것이어서 그 성격상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보여지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다년간에 걸쳐 수차 위와 같은 사실 적시를 반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을 의도적으로 비방하려 하였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적시하였으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형법 제310조 는 "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위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할 것이고, 이 경우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의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의 침해의 정도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도1942 판결 참조).

그리고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이나 이를 통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 등의 여하에 따라서는 그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개인의 사적인 신상에 관하여 적시된 사실도 그 적시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의미에서 형법 제310조 소정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은 강연, 대담이나 기고를 하게 된 경위는 교회 또는 기독교단체나 텔레비젼 방송국, 잡지사 등의 요청에 의한 것이고, 그 강연의 청취자 또한 대부분 기독교 신자들이나 목회자들이며, 그 잡지나 텔레비젼 방송도 주로 기독교 신자들이 읽거나 시청하는 것인 사실, 위 강연, 대담이나 기고한 글의 내용은 주로 구원파의 교리가 기존 기독교의 그것과 어떻게 다르고 그로 인한 폐해는 무엇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구원파의 성서관, 하나님관, 구원관, 기도관, 예배관, 교회관, 종말관 등 구원파의 교리 전반에 대한 비판과 피고인이 왜 구원파에 몸 담고 있다가 기존 기독교로 복귀하였는가 하는 피고인의 신앙적 역정에 대한 회고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이 독일에서 문제의 강연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였다는 언급은 피고인이 구원파를 떠나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있었던 사실, 구원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과 공소외 4 등이 구원파의 신도들에게 구원의 계기와 방법으로 헌금을 하거나 돈을 빌려줄 것을 유도하여 조성한 자금으로 공소외 1이 경영하는 기업체의 사업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많은 돈을 헌금하거나 대여하게 된 일부 신도들의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는 등 피고인이 위와 같은 강연, 대담이나 기고를 할 무렵에는 구원파로 인한 사회적 물의가 적지 않았고, 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공소외 1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에서도 구원파의 실질적 지도자로 알려져 있었던 사실 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 고찰하면, 피고인이 위 강연, 대담이나 기고한 글 중에 언급한 공소외 1의 행태는 객관적으로 볼 때 사회 일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동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또 피고인으로서도 공소외 1 개인을 비방할 목적에서라기보다는 기독교 신자 등에게 공소외 1에 대한 실망이 피고인이 구원파를 떠나게 된 동기의 하나가 되었음을 설명하고 공소외 1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나 덕목이 부족함을 부각함으로써 구원파를 경계케 할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행위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설시의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공소외 1 개인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비방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공연성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김춘자 또는 전숙경과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의 여자 문제 등에 관하여 대화한 것은 김춘자나 전숙경이 신도 또는 동료였으므로 그러한 신분관계가 있어 상호 비밀로 할 만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서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옆에서 대화를 함께 들은 장화순, 김미정이나 최희진, 최애진은 모두 피고인이 처음 또는 두 번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을 비밀로 할 만한 아무런 신분관계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아니하여 그들을 통하여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한 그 판시사실의 적시는 공연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위 김춘자, 전숙경은 구원파의 신자들로서 피고인이 구원파를 떠난 후에는 거의 만난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갑자기 피고인을 찾아와 피고인에게 신앙 상담을 하러 왔다며 구원파로 인하여 그녀들의 신상이나 가정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구원파에 대하여 비판적인 말을 하고 피고인을 통하여 구원파나 공소외 1의 정체에 관하여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되면 구원파를 떠나고 싶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공소외 1의 사생활 등에 관한 많은 질문을 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녀들과 함께 온 장화순, 김미정이나 최희진, 최애진도 그녀들의 친한 친구이거나 구원파의 피해자로서 함께 신앙 상담을 하러 온 것처럼 행세하였으며, 당시 장화순은 주식회사 세모의 디자인실에, 김미정은 위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원으로 각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이를 알리지 아니한 사실, 그리하여 피고인은 김춘자, 전숙경의 말을 믿고 신앙 상담의 차원에서 구원파의 교리가 왜 잘못되었는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김춘자에게는 이에 관한 서적이나 설교테이프를 주고 교회를 추천하여 주었으며, 전숙경을 위하여는 기도까지 한 사실, 그런데 김춘자는 피고인 몰래 피고인의 발언을 녹음하였고, 장화순은 그 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기 위하여 그 녹음테이프를 계속 보관하였음을 자인하고 있으며, 공소외 1 등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위 김춘자 등 6명의 여자들이 직접 들었다는 진술과 위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하여 피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게 된 사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장소는 김춘자의 집 거실 또는 일식집 내실이고, 김춘자의 집 거실에는 김춘자, 장화순, 김미정만이, 일식집 내실에는 전숙경, 최희진, 최애진만이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위 김춘자 등 6명의 여자들은 구원파 신자이거나 구원파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들로서 장차 공소외 1 등이 피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도록 그 증거자료를 미리 은밀하게 수집, 확보하기 위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발언을 유도하였다고 의심되므로, 이로 미루어 보면 그녀들이 위 공소외 1의 여자 문제 등 사생활에 관한 피고인의 발언을 수사기관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질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은 구성요건 요소이므로 행위자에게 고의의 한 내용으로서 공연성에 대한 인식을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라면 당시 피고인은 적어도 위와 같은 발언이 위 김춘자 등 6명의 여자들 이외의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와 달리 판단한 데에는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하겠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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