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이의][공1996.9.15.(18),2658]
[1] 쌍무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이행기 미도래를 이유로 채무이행을 거절하였으나 후에 법원에 의해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판명된 경우, 이를 채무불이행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소극)
[2]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한 이행제공의 정도
[1] 쌍무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일방이 미리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명한 때에는 상대방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의 제공이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의사의 표명 여부는 계약의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되지 아니하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 이를 이유로 그 이행을 거절하였다면, 후에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최종 판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채무자가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부동산 매매계약의 경우에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최소한 위 서류 등을 준비하여 두고 그 뜻을 매수인에게 통지하여 잔금지급과 아울러 이를 수령하여 갈 것을 최고함은 요한다.
세원산업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풍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오상걸)
채무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해근)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채무자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이 사건 채권자가 아파트 건축허가를 이 사건 매매계약의 조건으로 약정하였음을 자백하였다는 이 사건 채무자의 주장에 대하여, 채권자가 그 준비서면에서 그 판시의 특약이 잔금 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을 정한 것이라는 채무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 승인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라고 기재하여 이를 진술하였으나, 채권자의 위 주장은 아직 아파트 건축사업 승인이 나지 않았으므로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1990. 8. 15.에 가까운 시점에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다거나 아파트 건설승인이 나지 않게 됨으로써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다는 채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의 주장일 뿐이고, 이 사건 매매계약이 아파트 건축사업 승인을 정지조건 또는 해제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아닐 뿐만 아니라, 위 주장은 잔금 지급기일에 관한 특약의 해석을 둘러싼 쌍방의 논쟁 과정에서 그 특약의 해석에 관한 나름대로의 의견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의견 또는 법적 평가는 이른바 권리자백으로서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자백 및 권리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변론주의를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1984. 5. 29. 선고 84다122 판결 은 이 사건과 그 사안이 달라서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이 점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일반적으로 쌍무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일방이 미리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명한 때에는 상대방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의 제공이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의사의 표명 여부는 계약의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8374 판결 참조),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되지 아니하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 이를 이유로 그 이행을 거절하였다면, 후에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최종 판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채무자가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채권자로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잔금의 지급시기에 관한 위 특약을 채권자의 주장과 같이 아파트 사업승인이 나는 때로 해석하여 잔금지급기일이 아직 도래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석할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고 보이고, 채권자가 이 사건 채무자에게 이미 매매대금조로 금 3억 2천5백만 원을 지급하였으며, 채무자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통지하자 채권자가 곧바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잔금 지급시기에 관한 위 특약조항을 들어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잔금지급 요구를 거절한 사정만으로 채권자가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제공받더라도 잔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이행제공하여도 채권자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하였으므로 그 서류의 이행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채무자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이행지체로 인한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거나 판결 이유에 모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사업 승인이 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잔대금을 지급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고 할 수 없고, 한편 부동산 매매계약의 경우에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최소한 위 서류 등을 준비하여 두고 그 뜻을 매수인에게 통지하여 잔금지급과 아울러 이를 수령하여 갈 것을 최고함은 요한다 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2. 9. 22. 선고 91다25703 판결 참조), 채무자가 위 서류 등을 전혀 준비하지 아니하였다면, 비록 채권자의 주소지가 서울이고, 채무자는 부동산의 소재지에 거주하며, 등기소도 채무자의 거주지에 있어 채권자가 요구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위 서류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를 이행지체에 빠뜨릴 수 있는 이행의 제공을 적법하게 하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채무자의 해제권도 발생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원심의 판단에 이행지체로 인한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3.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채무자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은 그 체결 당시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변경이 있으므로 채무자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였다는 주장과 위 매매계약이 당사자 사이에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는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각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정변경 및 당사자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한 계약해제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