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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손해배상(의)][집46(2)민,42;공1998.9.1.(65),2216]

판시사항

[1]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의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 및 그 평가 방법

[2] 치료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패혈증을 의심하고 그에 필요한 처치를 시작하거나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사례

[3] 법원이 의료과오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의료기관 등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또는 감정촉탁결과에 기속되는지 여부(소극)

[4]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체질적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그 기여도에 따라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5] 위 [2]항의 경우, 사망원인이 된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의 치사율과 환자의 신체적 소인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2] 치료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패혈증을 의심하고 그에 필요한 처치를 시작하거나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사례.

[3] 법원의 감정촉탁에 대한 의료기관의 회보결과 및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장의 회보결과는 사실인정에 관하여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경우에 법관이 그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는데 불과한 것이며, 의료과오가 있었는지 여부는 궁극적으로는 그 당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위 각 회보결과에 의료과오의 유무에 관한 견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의사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견해에 기속되지 아니한다.

[4]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해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시키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5] 위 [2]항의 경우, 사망원인이 된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의 치사율과 신체저항력이 낮았던 환자의 신체적 소인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위순임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정제)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피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혁)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망 전인수는 1995. 3. 28. 약 3m 높이의 자신의 집 세탁실 창문에서 떨어져 양쪽 종골(종골) 골절, 왼쪽 손목 골절, 제 2, 4, 5 요추골 압박골절상을 입고 피고 경영의 병원에 입원하여 정형외과 과장인 소외 고광곤의 집도하에 같은 달 30. 양쪽 종골 부위에 대하여 관혈적 정복 및 내고정술을, 같은 해 4. 6.에는 왼쪽 손목 수술을 받은 사실, 소외 1은 수술 후 염증예방을 위하여 항생제인 세프메타졸과 토브라마이신을 망인에게 계속 투여하여 왔는데, 망인은 같은 해 4. 10.경 이래 변비 및 소화불량의 증세를 보여 같은 달 14. 병원측으로부터 소화제 및 관장약 등을 조제받아 복용한 후 대변을 보아 오다가 같은 달 24. 06:00경에 이르러 항문 주위가 부어 통증을 호소하자 소외 1은 변비약을 처방한 사실, 그런데 같은 달 25. 오전부터 망인에게 고열 및 심한 항문 주위의 통증이 나타났으며 같은 날 22:00경 한 때 망인의 체온이 38.9℃까지 상승하자 해열제를 투여하여 1시간 후에는 망인의 체온이 정상으로 낮추어진 사실, 망인은 같은 달 26.에도 고열은 아니지만 그 체온이 37.4℃에 달하였으며 설사와 항문통증을 호소하여 소외 1이 지사제를 처방하였고, 같은 날 08:00경 회진시 망인의 항문 주위가 헐어 있자 항생제 연고를 주어 항문 주위에 바르게 하고 항문 부위를 통풍이 잘 되도록 부채질을 하여 줄 것을 지시하였으나 망인은 점심시간에 구토까지 한 사실, 망인이 같은 달 25. 22:00경부터 같은 달 26. 20:00경까지 설사·항문통·구토증세에 차도가 없고 전신쇠약·핍뇨(핍뇨)·탈수증세 등을 보이며 같은 날 08:00경 항문 주위의 피부가 변색되자 같은 날 09:00경 복부 방사선 촬영을 지시하는 한편 혈액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일반외과 및 내과에 망인의 증세에 대한 진료를 의뢰한 결과 같은 날 16:30경 망인이 괴사성 대장염·장관염·패혈증이 의심되고 전신이 쇠약하다는 이유로 망인을 신장투석기·직장내시경·중심혈압측정기 등이 구비된 서울중앙병원으로 전원시키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 18:55경 서울중앙병원으로 전원시킨 사실, 망인은 서울중앙병원으로 전원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이미 망인의 장기에 패혈증이 퍼져 있었으며 빈맥·빈호흡·복통·항문통 등이 계속되다가 같은 달 30.에는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같은 해 5. 1. 19:30경 사망한 사실, 망인의 사망원인은 항문 주위의 창상으로 침투한 녹농균이 1995. 4. 25.경 패혈증을 일으켰고 그 패혈증으로 인한 쇼크사로 추정된 사실, 패혈증(패혈증)은 혈액 속에 세균이 침투하여 그 독소에 의하여 중독증세를 일으키거나 세균이 혈액의 순환에 의하여 전신에 퍼져 여러 장기에 감염을 일으키는 병으로, 그 원인균은 연쇄상구균·대장균·녹농균·폐렴균 등이 있으며, 증세로는 심한 오한과 고열이 나는 것이 그 특징이고, 구토·설사·복통 등의 외부 징후로 시작하여, 중증인 경우에는 빈맥·혈압강하·감뇨·각종 장기의 부전증·패혈증성 쇼크를 일으켜 사망하는데, 그 치사율이 전체적으로는 20% 내지 50%, 특히 그람음성 장관성 패혈증의 경우는 40% 내지 60%에 이르는 치명적인 병이며 빠른 시일 내에 패혈증을 진단하여 치료를 하여야 하고 그에 대한 진단이 늦어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그 치료도 어렵고 치료 후의 예후도 좋지 아니한 사실, 이러한 패혈증의 진단은 환자에게 오한·발열 등의 증세가 있고 특히 화상이나 상처 등의 감염소가 있거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수술환자 등에게서 설사·구토·고열 등의 증세가 있으면 일단은 이를 의심하여야 하고, 그 치료방법으로는 우선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한 후 혈액배양검사를 실시하여 원인균을 밝혀 내고 그 원인균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투여하고 그 원인균 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결과에 따라 처음에 사용하던 항생제의 교환 여부를 결정하며, 환자의 호흡을 유지시키고 수액 요법으로 중심정맥압 또는 폐동맥확장말기압을 유지시키며, 환부에 염증이 있는 경우 외과적 배농이나 절개하여 패혈병소를 제거하는 등이 있는 사실, 한편 녹농균은 그람음성균으로서 정상인에게는 독성이 약하나 가장 흔하고 심한 이차적 감염세균으로서 조산아·면역결핍환자 또는 심한 상처를 입은 경우 등에 잘 감염되고, 병원 전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정상인의 장에서도 생존하는데 망인의 신체저항력이 약해져 있던 관계로 이를 이기지 못하고 패혈증으로까지 발전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망인에게 1995. 4. 25. 오전부터는 패혈증을 의심할 만한 심한 고열, 항문 주위의 동통 및 피부의 괴사가 나타났으므로, 이러한 경우 망인의 치료를 전담하고 있던 의사인 소외 1으로서는, 직장염이나 녹농균 등의 병원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발병을 의심하고 위와 같은 증세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혈액검사·항문 부위 염증 및 피부괴사의 원인균 배양을 실시하여 평소 사용하던 항생제감수성 측정 결과에 따른 항생제 교체 내지 투여량 증가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망인의 패혈증에 대한 조속한 진단 및 그에 대한 응급치료시기를 놓친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패혈증 쇼크로 인하여 사망하게 한 것이므로 피고는 고광곤의 사용자로서 그의 위와 같은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다른 한편, 망인에게 패혈증을 일으킨 녹농균은 정상인의 장내에도 존재하는 흔한 균으로서 저항력이 있는 정상인에게는 아무런 질병을 일으키지 아니하는데도 망인의 신체저항력이 낮았던 관계로 망인이 당초 수술 받은 부위가 아닌 항문 부위로 침투한 녹농균을 이기지 못하여 패혈증을 앓게 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점 및 녹농균에 의한 그람음성장관성 패혈증은 치사율이 40% 내지 60%의 치명적인 병인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치료를 담당하였던 의사측에게 전부 부담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상 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이 사건 패혈증 발병 경위와 그 치료 경위, 패혈증의 치사율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함이 적정하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 판결,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이 피고 경영의 병원에 입원한 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인 1995. 4. 24. 제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항문 주위의 염증이 발생하였고, 같은 달 25.에는 38℃ 이상의 발열이 있었으며 설사와 구토가 이어졌는가 하면 같은 달 26. 08:00경에는 항문 주위에 궤사가 나타났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패혈증은 혈액 내에 있는 세균 또는 세균독소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서 입원환자들에게 쉽게 발생하며 오한과 38℃ 이상의 발열로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고 구토·설사·복통 등도 올 수 있으며 그 확진은 혈액배양으로 병원균을 증명하는 방법뿐이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서 그에 대한 조기발견 및 치료가 필수적이고 확진 전 임상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일단 패혈증이라는 의심이 들면 우선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한 후 혈액배양검사를 실시하여 원인균을 밝혀 내고 그 원인균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여 투여하여야 하는 점 등은, 소외 1이 망인을 치료할 당시 표준적인 교과서 기타의 의학문헌을 통하여 임상의학의 분야에서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의학기술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의사인 소외 1으로서는 망인에게 38℃ 이상의 발열이 있는 등 패혈증의 증후가 보일 때 곧바로 패혈증을 의심하고 그에 대한 처치를 시작하거나 그러한 처치가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신속히 전원시킴으로써 패혈증 쇼크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의료과오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제1심법원의 감정촉탁에 대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성모병원장의 회보결과 및 원심의 사실조회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장의 회보결과는, 사실인정에 관하여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경우에 법관이 그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는데 불과한 것이며, 의료과오가 있었는지 여부는 궁극적으로는 그 당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위 각 회보결과에 의료과오의 유무에 관한 견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소외 1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견해에 기속되지 아니한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3.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해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시키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다29218 판결, 1997. 8. 22. 선고 96다4316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의 치사율과 신체저항력이 낮았던 망인의 신체적 소인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2.12.선고 96나2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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