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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인위조(인정된죄명:사문서위조)·위조사인행사(인정된죄명:위조사문서행사)·공갈][공2001.4.15.(128),813]

판시사항

[1] 구 정신보건법 제24조 소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요건

[2]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3] 피해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시킨 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4]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의 규정 취지 및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5]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의 의미

[6] 피해자의 정신병원에서의 퇴원 요구를 거절해 온 피해자의 배우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재산이전 요구를 한 경우, 그 배우자가 재산이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퇴원시켜 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없더라도 이는 암묵적 의사표시로서 공갈죄의 수단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권리의 실현수단으로 사용되었더라도 그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정신보건법(2000. 1. 12. 법률 제61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1항에 의하면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입원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4조 제1항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의 취지 및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으며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한다는 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5항이 정한 기본이념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24조 소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정신과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찰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다음 이에 기하여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입원을 결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입원조치에 대하여 정신질환자가 저항하는 때에 비로소 정신의학적·사회적으로 보아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물리력의 행사가 허용된다.

[2]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3] 피해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시킨 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4]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5]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고지하는 내용이 위법하지 않은 것인 때에도 해악이 될 수 있으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거동 또는 피해자와의 특수한 사정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

[6] 피해자의 정신병원에서의 퇴원 요구를 거절해 온 피해자의 배우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재산이전 요구를 한 경우, 그 배우자가 재산이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퇴원시켜 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없더라도 이는 암묵적 의사표시로서 공갈죄의 수단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권리의 실현수단으로 사용되었더라도 그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성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구 정신보건법(2000. 1. 12. 법률 제61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2조 제1항에 의하면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입원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4조 제1항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의 취지 및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으며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한다는 법 제2조 제1항, 제5항이 정한 기본이념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24조 소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정신과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찰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다음 이에 기하여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입원을 결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입원조치에 대하여 정신질환자가 저항하는 때에 비로소 정신의학적·사회적으로 보아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물리력의 행사가 허용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1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기 전에 위 병원 정신과전문의인 공소외 이강표와 상담하여 피고인의 설명을 들은 그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으나, 아직 피해자를 대면한 진찰이나 위 제1정신병원장의 입원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위 병원 원무과장인 공소외 2에게 강제입원을 부탁하여 공소외 2가 자신의 판단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구급차에 실어 위 병원에 데려온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강제입원조치 후 위 병원의 정신과전문의가 피해자를 진찰한 결과 편집성 인격장애 및 알콜의존증의 치료를 위한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하였고 위 병원장이 입원을 결정하였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물리력의 행사를 위 법에 기한 행위 또는 정당한 업무로 인한 행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 ,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의하면, 강제입원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던 식품회사의 기숙사에서 기거하면서 처인 피고인과 별거상태에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 등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는 구체적 행동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어 그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급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위 강제입원에 앞서 피해자의 어머니나 여동생 등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여 보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신과전문의와 상담하여 법 제25조가 정한 바에 따라 시·도지사에 의한 입원절차를 취하든지 긴급한 경우에는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에 기하여 정신병원에의 긴급구호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었다고 여겨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위 강제입원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원심이 그 이유는 달리하였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과정에서 그를 감금한 행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단유탈, 채증법칙 위배나 이유모순 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위 피해자와 피고인은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금 1억 원을 지급하는 대신 피해자는 이 사건 부동산 등을 피고인에게 이전해주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으나 그 후 피해자가 이를 번의하여 피해자의 인감을 소지하고 있는 피고인에 의한 일방적인 이전을 막기 위하여 인감개인신고까지 해 두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후 피해자의 승낙없이 다시 종전의 인감으로 인감개인신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관할 동사무소에 제출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피고인에 대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 위배 또는 승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공갈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 대법원 1989. 12. 12. 선고 89도2020 판결 ,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90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원심이 인정한 협박장소인 제2정신병원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승용차의 이전등록일 및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일에 피해자로부터 이를 갈취하였다고만 기재되어 있어 이전등록 및 이전등기에 이른 경위가 생략되어 있음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으나, 전체적인 취지로 보아 협박은 피해자가 당시 입원하고 있던 위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위 소유권 이전일 이전에 피해자로부터 이전등록 및 등기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교부받았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갈의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나. 공갈죄의 성립 여부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고지하는 내용이 위법하지 않은 것인 때에도 해악이 될 수 있으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거동 또는 피해자와의 특수한 사정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법 제24조 제6항은 입원동의서를 제출한 보호의무자로부터 퇴원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당해 환자를 퇴원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고, 비록 협의상 이혼의 확인을 받았더라도 이혼신고 전에는 피고인의 보호의무자로서의 지위가 유지되므로 피고인의 의사 여하에 따라 피해자의 퇴원 여부가 결정되는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그의 의사에 반하여 5개월 가량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피고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퇴원시켜 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거절된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상태에서는 비록 피고인이 먼저 이 사건 부동산 등을 넘겨주면 퇴원시켜 주되 그렇지 않으면 퇴원시켜 주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입원조치가 계속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퇴원을 적극 요구하던 피해자가 퇴원을 조건으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 등의 이전요구에 응하였다면, 퇴원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피고인의 위 권리이전요구는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계속적인 입원치료라는 불이익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시키는 암묵적 의사표시로서 피해자의 재산처분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하기에 족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해악의 고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피고인의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정당한 재산분할의 범위 내에서 또는 피해자와의 약정에 기하여 그 권리의 실현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때에는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인지 여부는 그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즉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도2422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정신질환자인 피해자의 보호의무자로서 그의 재산상의 이익 등 권리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법 제22조 제3항)를 저버리고 피해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상태에서 퇴원을 간절히 바라는 그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퇴원을 조건으로 재산을 이전받은 이 사건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다. 소결론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갈의 점에 관한 공소제기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나서 위 공갈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 또는 공소사실의 특정이나 공갈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9.19.선고 2000노4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