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도7393 판결
[폭행·주거침입][미간행]
판시사항

[1]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성립 요건

[2] 연립주택 아래층에 사는 피해자가 위층 피고인의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의 밸브를 임의로 잠근 후 이를 피고인에게 알리지 않아 하루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고통을 겪었던 피고인이 상수도관의 밸브를 확인하고 이를 열기 위하여 부득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폭행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폭행의 점에 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그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증거취사를 그르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2. 주거침입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판시 연립주택 2·3층에 거주하면서 1여 년 전부터 2층에 사는 피해자의 집 화장실 천정의 누수문제로 여러 차례 다투어 왔는데 피해자는 자기 집의 누수가 피고인의 집 상수도관 등의 누수나 목욕탕 등의 방수상태가 불량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며 보수를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연립주택 전체가 불실하게 시공된 데다가 노후되어 자신의 집을 포함하여 연립주택에 전체적으로 누수현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전체 보수가 필요하다면서 피고인 집만의 보수공사를 거부하여 서로 감정이 악화되어 있었던 사실, 3층에 사는 피고인의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 밸브가 2층에 있는 피해자의 집 주방 싱크대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전날인 2002. 5. 2. 아침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 밸브를 임의로 잠가 버려 하루 동안 피고인 집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피고인과 피고인 가족들이 큰 고통을 겪은 사실, 연립주택의 다른 세대에는 수돗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 밸브를 잠갔을 것으로 믿고 이를 확인하고 상수도관 밸브를 열기 위하여 이 사건 당일 오전 9시경 피해자의 집에 갔으나 피해자가 자기 집에도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출입을 거부하므로 피고인은 피해자를 밀치고 그 집에 들어가서 상수도관 밸브가 잠긴 것을 확인하고 이를 열어 놓은 사실,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요청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돌아갔는데 피고인이 보수공사를 하지 아니하자 피해자는 그로부터 25일 후에 피고인을 처벌하여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연립주택 위층에 있는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 밸브가 아래층 집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 그 상수도관 밸브의 이상 유무의 확인이나 고장의 수리를 위한 위층 거주자의 아래층 집 출입은 그로 인하여 주거의 평온을 심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아래층에 사는 피해자가 위층 피고인의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의 밸브를 임의로 잠근 후 이를 피고인에게 알리지 않아 하루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고통을 겪었던 피고인이 상수도관의 밸브를 확인하고 이를 열기 위하여 부득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피해자의 주거생활의 평온이 다소 침해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 오전 9시경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여 문은 열어 주었으나 출입을 거부하는 피해자를 밀치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 역시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고 당일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피고인을 처벌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의 설시가 다소 미흡하기는 하지만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유지담(주심) 배기원 김용담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