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구합72003 연구비 환수처분취소청구의 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법여울
담당변호사 이철우
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소송수행자 박준형, 윤상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현
담당변호사 이응주
변론종결
2018. 8. 16.
판결선고
2018. 10. 2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 7. 3. B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 제재조치처분으로서 한 연구비 245,928,963원 환수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대학교 공과대학 생명공학과 교수이다.
나. 교육과학기술부(2013. 3. 23. 미래창조과학부로, 2017. 7. 26.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해당 사무가 승계됨)와 재단법인 한국연구재단(이하 '한국연구재단'이라 한다)은 2013. 3. 14. '약물전달기술 외 6개 분야와 관련된 연구개발을 내용으로 하는 GRL(Global Research Lab) 신규과제'(이하 '이 사건 GRL 과제'라고 한다)에 지원할 연구자 모집을 공고하였고, 원고는 2013. 4. 18. 연구책임자의 지위에서 '전이암 진단/치 료용 지능형 암세포 살상 유전자 약물전달시스템의 개발'이라는 주제로 이 사건 GRL 과제에 참여 신청을 하였다.
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013. 5. 9. '2013년도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 업(차세대바이오분야 등) 신규과제'(이하 '이 사건 바이오 과제'라고 한다)에 지원할 연구자 모집을 공고하였고, 원고는 2013년 5월경 C대학교 소속 D 교수와 함께 연구책임자의 지위에서 '면역기전 제어기술개발사업'이라는 주제로 이 사건 바이오 과제에 참여 신청을 하였다.
라.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 7. 24. 원고가 D 교수와 함께 신청한 '면역기전 제어기술개발사업'을 이 사건 바이오 과제의 신규과제로 선정하여 공고하였고, 2013. 8. 20. 원고가 신청한 '전이암 진단/치료용 지능형 암세포 살상 유전자 약물전달시스템의 개발'을 이 사건 GRL 과제의 신규과제로 선정하여 공고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3. 8. 1.부터 이 사건 바이오 과제 연구개발에 착수하였고, 2013. 9. 1.부터 이 사건 GRL 과제 연구개발에 착수하였다.
마. 한국연구재단은 2014. 4. 30.경 원고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책임자로서 이미 이 사건 바이오 과제를 포함한 3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추가로 이 사건 GRL 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바.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원고가 '연구자는 최대 5개의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할 수 있고 그 중 3개의 연구개발과제에 대하여 책임연구자로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이른바 '3책 5공', 이하 '3책 5공'이라고 한다)는 내용의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2013. 9. 26. 대통령령 제247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관리규정'이라 한다) 제32조 제2항 본문과, 제27조 제1항 제7호에 위반하여 이 사건 GRL 과제에 선정되었다고 판단하고, 2014. 7. 16. 원고의 이 사건 GRL 과제 선정을 피고 소속 제재조치평가단의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였다. 위 제재조치평가단에서 원고에 대한 제재처분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6개월 및 이 사건 GRL 과제 연구비 전액 환수(단 기반납액 제외)'로 의결하자, 한국연구재단은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2014. 10. 10. 원고에게 '3책 5공 위반에 따른 참여제한 6개월, 연구비 462,000,000원 환수(기 반납액 제외)' 처분을 하였다(이하 '종전 처분'이라 한다).
사. 원고는 한국연구재단을 상대로 종전 처분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서울행정 법원 2016구합74040), 위 법원은 2017. 1. 19.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이 사건 관리규정에 의하면, 참여제한 및 사업비 환수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있고, 위 권한을 전문기관의 장에게 '대행'하도록 할 수는 있어도 '위임'할 수는 없으므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아닌 한국연구재단이 원고에게 참여제한 및 연구비 환수처분을 한 것은 적법한 권한이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으로서 그 위법사유가 중대 · 명백하다'는 이유로 종전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였고, 한국연구재단이 항소하지 아니하여 그 판결이 2017. 2. 15. 확정되었다.
아. 피고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2017. 7. 3. B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하여 위 바.항과 같이 3책 5공 위반을 이유로 하여 연구비 환수 245,928,963원(= 환수대상 462,000,000원 1) - 2014. 8. 29. 반납한 216,071,037원 제외)의 환수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2) 이 사건 처분서에는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32조 제2항 및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2014. 11. 17. 미래창조과학부훈령 제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처리규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 제45조 제1항 제8호가 처분의 법적 근거로 기재되어 있었다. 자. 이 사건 소송계속 중 피고는 ① 이 사건 처분은 본래 구 과학기술기본법(2014. 5. 28. 법률 제126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의2 제1항 제8호, 제5항,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8, 9항 [별표 5], 제32조, 이 사건 처리규정 제18조, 제45조에 근거하여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이 영 또는 협약을 위반한 경우'를 사유로 한 것이었고, 나아가 ②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7호, 제5항,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8, 9항 [별표 5]의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하거나 수행한 경우'에도 해당하므로, 이를 처분사유로 추가한다고 주장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제10호증 내지 제14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은 B대학교 산학협력단일 뿐 원고가 아니므로, 이 사건 소는 원고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나. 판단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해당 행정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으려면, 해당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 즉 해당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 · 직접적·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B대학교 산학협력단인 사실은 앞서 살핀 것과 같다. 그러나 ①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기관뿐 아니라 연구책임자에 대하여도 참여제한 및 사업비 환수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사업비 환수처분의 상대방을 누구로 지정하는지는 형식적인 문제일 뿐이고, 특히 사업비 환수처분의 근본적인 사유가 연구책임자인 원고에게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실질적인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점, ②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연구개발비의 지원은 대학에 소속된 일정한 연구단위로 신청한 연구개발과제에 대한 것이지 그 소속 대학을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닌 점, ③ 대학 또는 대학의 산학협력단은 연구개발비의 공식적 지원 대상이자 그 관리·집행의 대외적 주체로서 협약 당사자로 되어 있을 뿐 협약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해당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주체인 연구팀에 귀속되는바, 이 법원의 B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B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연구비 환수처분은 귀책사유가 있는 연구책임자가 납부하는 것이지 산학협력단에서 대신 납부하여 주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 ④ 만일 연구책임자로서 이 사건 처분에 따른 환수금을 납부하여야 하는 원고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고는 B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사업비 환수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투어 주지 않는 이상, 그 처분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는 점, ⑤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제2항 제2, 3호는 '정부는 국가연구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연구기관과 연구자에게 최상의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등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여야 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제도나 규정을 마련할 경우 연구기관과 연구자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으로 과학기술기본법령의 해석상 국가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주관연구 기관인 대학에 연구개발비를 출연하는 것은, 연구 중심 대학의 육성은 물론 그와 별도로 대학에 소속된 연구 인력의 역량 강화에도 그 목적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GRL 과제의 연구책임자로서 이 사건 처분에 따른 환수금 전부 또는 일부의 납부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처분서에는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32조, 이 사건 처리규정 제18조, 제45조만이 처분의 근거규정으로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처분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처분이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으로 들고 있는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7, 8호에 관하여 보더라도, 위 제7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로, 제8호는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어 '선정' 단계에서의 위반사유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에 관한 시행령인 이 사건 관리규정 [별표 5]에서는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까지 제재의 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에 근거를 두지 아니한 사유로서 위법하고, 원고의 경우와 같이 연구성과를 달성하였을 뿐 아니라 연구비를 정상적으로 사용한 경우까지도 3책 5공 위반으로 사업비를 환수할 수 있는 것으로 위 법률이 해석된다면 이는 형평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2) 원고가 3책 5공을 위반한 것은 이미 3년이 훨씬 지난 시점으로서 일반적인 공무원의 징계시효가 3년인 점을 준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3년의 징계시효에 저촉되어 위법하다.
3) 원고가 이 사건 GRL 과제를 신청할 당시에는 3책 5공 위반 상태가 아니었는데, 뜻밖에도 이 사건 바이오 과제와 이 사건 GRL 과제에 모두 선정됨으로써 3책 5공 위반에 해당하게 된 것인 점, 원고는 이 사건 바이오 과제에 이어 이 사건 GRL 과제에 모두 선정되자 이 사건 바이오 과제나 기존의 과제 중 하나에 관하여 연구책임자의 지위를 위탁 책임자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3책 5공 위반의 하자를 치유하려고 노력하였고 한국연구재단 측에도 그 사실을 밝혀 문의하였던 점,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원고의 문의와 전산시스템 등을 통하여 원고의 이 사건 GRL 과제 참여가 이 사건 규정 제32조 제2항 본문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원고와 이 사건 GRL 과제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점, 원고는 이미 이 사건 처분사유로 인하여 6개월의 참여제한 처분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용 잔액 215,311,037원과 부적절한 사용금액 760,000원의 합계 216,071,037원을 이미 2014. 5. 29. 및 2014. 7. 8.에 반납하였는바, 이 사건 GRL 과제에 적법하게 사용한 연구비 245,928,963원까지도 추가로 반납하도록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원고가 위 연구비를 사용하여 성실히 연구를 수행하여 논문을 게재하고 특허등록과 출원을 하는 등의 결과물을 도출하기까지 한 점에 비추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이 사건 처분이 합헌적인 법률과 시행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처분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는지 여부
가)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7호, 제8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제7호)',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연구책임자 등이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제8호)'를 처분사유로 규정하면서 '5년의 범위에서 소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고 이미 출연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5항은 '제1항에 따른 참여제한 사유별 참여제한기간의 구체적 기준 및 사업비의 환수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9항 본문은 '법 제11조의2 제1항에 따른 사유별 사업비 환수기준은 [별표 5]와 같다'고 규정하고, 위 [별표 5]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하거나 수행한 경우' 중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에는 '총 수행기간 동안 지급된 출연금 전액 이내'를,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해당 연도의 출연금의 범위에서 위반행위의 경중 및 위반사유를 고려한 금액'을 환수대상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위 관계 법령에 의하면, 이 사건 처분은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 항에 법률상의 근거를 두면서, 그 위임에 따른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9항 [별표 5]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7호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에서 '수행'의 의미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사업비를 수령한 경우 이를 환수하려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연구개발과제의 신청단계에서부터 종료단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널리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관리규정 [별표 5]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를 사업비 환수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위 법률에서 정한 사유를 보다 구체화하여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8호에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를 원고의 주장과 같이 좁은 의미의 '수행' 단계 즉 '실행' 과정에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로만 제한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다. 나아가 이른바 3책 5공 위반이 이 사건 관리규정 위반에 해당되는 이상, 그에 관하여 지급된 사업비를 환수하도록 하는 제재규정을 둘 수 있는 것이고, 위 제11조의2 제1항 제2호의 경우에도 연구비를 정상적으로 사용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내용의 누설에 대한 제재적 의미로 총 수행기간 동안 지급된 출연금 전액 이내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연구비가 정상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비를 환수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닌바, 3책 5공 위반의 경우에도 연구자로 하여금 연구수행에 전념하도록 하고 유력 연구자가 과제 수행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 신진연구자의 연구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위반자에 대하여 사업비 환수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3책 5공 위반행위의 경우,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으로 들고 있는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7호, 제8호 및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9항 [별표 5]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 또는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로서 사업비 환수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원고의 행위가 위 관계 법령에서 사업비 환수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갑 제6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GRL 과제에 관한 2013년 신규과제 모집 공고 제5항 '신청자격'란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소관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 제18조3)가 적용되니 신청 연구자는 본인이 수행하는 민간, 정부과제의 참여 내용을 성실하게 제출하여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원고는 2013. 8. 20. 이 사건 GRL 과제의 연구자로 선정된 후 2013. 9. 2. 최종적으로 GRL 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피고 측에 제출한 'GRL 협약용 계획서' 중 '다른 연구개발과 제(수행중, 수행예정, 신청중)'란에 당시 연구책임자의 지위에서 수행하고 있던 3가지의 과제 가운데 그 무렵 새로 선정된 이 사건 바이오 과제는 기재하지 아니하고 기존에 수행하던 2개의 과제[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는 바이오의료기기산업 원천기술 개발사업(기간: 2007년 9월 ~ 2014년 6월)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도약연구지 원사업(기간: 2010년 9월 ~ 2015년 8월)]만을 기재한 사실, 이 사건 GRL 과제 협약서 제19조 제1항은 'B대학교 산학협력단 단장과 주관연구책임자인 원고는 본 연구개발을 수행함에 있어서 본 연구개발사업의 소관법률, 처리규정 및 하위지침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이 각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GRL 과제를 신청할 당시에는 이 사건 바이오 과제에 신청하여 선정되기 전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이 사건 GRL 과제에 선정되었을 당시와 GRL 협약용 계획서 제출 당시에는 이미 이 사건 바이오 과제에 선정되어 위 과제를 수행하던 중이었으므로, 추가로 이 사건 GRL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경우 3책 5공 위반으로 이 사건 관리규정 제32조에 위반하게 됨이 분명하였는데, 원고는 그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아니한 채 이 사건 GRL 과제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위 과제를 추가로 수행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9항 [별표 5]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만일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한국연 구재단이 원고의 3책 5공 위반사실을 알면서도 원고를 이 사건 GRL 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하였다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그와 같은 경우를 가정하여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3책 5공 위반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여전히 해당할 수 있다).
라)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한 관계 법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징계시효의 도과 여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처분은 징계처분이 아니어서 원고가 주장하는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가 아닐뿐더러, 원고의 주장을 실권 또는 실효의 법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보더라도, 이는 법의 일반원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바탕을 둔 파생원칙으로서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에게 이미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거나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추인하게 할 경우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될 때 그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915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비록 종전 처분에 관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인 피고가 아니라 전문기관인 한 국연구재단에 의하여 권한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원고로서는 해당 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에 의하여 다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질 것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종전 처분에 관한 무효확인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약 5개월만에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할 권리가 실권 또는 실효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3호증 내지 제16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관리규정 제32조 제2항에서 연구자가 연구책임자로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를 최대 3개 이내로 규정한 것은, 당해 연구자로 하여금 충실한 연구수행에 전념하도록 하면서, 아울러 특정 연구자들이 연구과제를 독점하는 것을 막고 신진연구자들에게 참여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가치 중 하나이므로, 그 위반행위를 가볍게 볼 수 없다.
나) 그와 같은 취지에서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7호, 제8호 및 이 사건 관리규정 제27조 제9항 [별표 5]는 사업비가 연구개발에 정상적으로 사용된 경우에도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정된 경우 및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사업비의 환수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처분은 위 [별표 5]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바이오 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후 다시 이 사건 GRL 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되자, 3책 5공 위반이 됨을 인지하고 다른 과제의 연구책임자 지위를 변경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실제로 변경이 이루어지지는 못하였고, 과제 수행에 있어 연구책임자 지위가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변경이 쉽게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나아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한국연구재단이 3책 5공 위반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묵인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오히려 원고와 통화한 한국연구재단의 인턴직원은 원칙에 따라 원고에게 3책 5공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라) 피고는 '원고가 3책 5공 위반임을 알면서도 이 사건 GRL 과제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행위는 위법성이 크므로 연구비 전액을 환수하되, 성실히 연구를 수행하여 연구성과를 창출한 점 등을 감안하여 참여제한기간은 6개월로 한다'는 취지의 제재조 치평가단의심의결과에따라해당연도(2013.9.1.2014.8.31.)에지급된출연금 전액을 환수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는바, 위 심의결과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서 고도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이므로 가능한 한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양준
판사김선아
판사최선재
주석
1) 갑 제1호증 제1면의 '처분내용' 란에는 환수대상 '420,000,000원'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오기임이 분명하다.
2) 원고에 대한 참여제한 6개월의 처분은 이미 2014. 10. 7.부터 2015. 4. 6.까지 효력이 발생하여 그 집행이 종료되었다.
3) 이 사건 처리규정 제18조와 같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