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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14.3.18. 선고 2013가합105619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가합105619 손해배상(기)

원고

A

피고

1. B

2. C 주식회사

변론종결

2014. 3. 4.

판결선고

2014. 3. 18.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사전 검토 하에 피고들이 유포한 허위사실에 대한 사죄문과 함께 허위사실을 유포하게 된 경위를 피고 C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C'에 게재하고, 피고들이 2011. 9. 20. 같은 신문에 게시한 기사에서 원고를 비방한 분량 상당으로 사과의 내용을 게재한 후, 피고들이 원고를 비방하기 위하여 위 기사에서 인용한 내용이 모두 허위사실임을 밝히고, 저작권법을 위반하여 출간한 'D'에 관한 기사를 삭제하고 그 삭제의 이유를 밝히며 사죄문을 게시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07. 5. 7. 'E'이라는 상호로 출판업을 영위하는 소외 F과 프랑스국인인 G의 저서 'H'를 번역하고 그 대가로 도서 정가의 10%(외국 출판사와의 저작권 계약 체결시에는 5%) 상당액의 인세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F은 2007. 12, 31.경 원고가 위 계약에 따라 번역한 'H'(이하 '이 사건 도서'라 한다)의 초판 1,000부를 출판하였다가, 이후 소외 I에게 같은 도서의 번역을 재차 의뢰하여 2011. 9. 20, 'D'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하였다.

다. 피고 B은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의 문화부 소속 기자로 근무하던 중인 2011. 9. 20. F이 오역(誤譯) 논란으로 인하여 이 사건 도서를 회수한 후 재출간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은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를 작성하여

오역으로 전략('전량'의 오기로 보인다)회수된 기구한 책, 논란 털고 재출간

최근 소리 소문 없이 책 한 권이 '다시’ 나왔다. < D > (E 펴냄)…(중략)… G의 이 책은 그의 대표적 저작 가운데 한 권이다. 이 책이 다시 나온 이유는 먼저 출판되었을 당시 '국내 대표적 오역 논쟁'을 불렀던 '문제적 책'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번역이 어떠했기에?

G가 2005년 쓴 이 책이 처음 국내 소개된 것은 2007년,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나왔다. 당시로선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G의 저작이었으며, 원본이 출간된 지 2년도 안 되어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 번역본이었다.

그러나 당시 번역본은 출간된 직후 그야말로 번역에 대한 불만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철학책은 분야의 특성상 번역이 더욱 명쾌해야 이해할 수 있고, 독자들의 수준이 다른 어떤 책보다 높은 분야이기에 번역의 질이 책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런데도 이 책은 “한국어인데도 말이 안 될 정도”라는 참혹한 비판을 당했다. 오역이 너무 심했다는 비판이었다. 심지어 서론 첫 문장부터 오역으로 지적당했다.

“가상의 침략 이야기를 꾸며내서 프랑스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젊은 여인; 학교에서 자신의 가면을 벗지 않으려는 청소년들; (…) 초등학교는 평준화에 근거한 평범화 교육을 창조하고 있다”

이번에 재출간된 번역본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번역은 다음과 같다.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로 자신이 폭행의 피해자라고 하여 프랑스 사회 전체를 숨막히게 만든 여인; 학교에서 이슬람교도의 머리 가리개 벗기를 거부하는 중·고등학교의 여학생들 (…) 빈곤층 출신 학생들 대상의 입학할당제를 도입한, 전문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고등 교육기관; (…)”

'선수'들의 칼날 비판으로 논쟁 가열

문제는 이런 수준의 오역이 책 전체에 가득했다는 점이다. 책의 주 독자층인 전문 인문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오역을 제기한 이들의 신랄한 평가는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의 독설가 심사위원들이 던지는 비수같은 지적들 못잖았다.

인터넷 서평꾼 'J'로 활동하는 K 한림대 연구교수는 이 책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지간에 그 이상의 오역을 읽게 될 것이다!”라는 40자평을 남겼고, L 고려대 HK교수는 “이 번역본은 오역을 찾는 것보다는 제대로 번역된 문장을 골라내는 것이 훨씬 빠를 정도로 수많은 오역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서 'M'으로 활동하는 번역가 겸 작곡가 N씨 역시 터무니없는 번역 수준을 비판하며 아예 서론 부분을 스스로 정밀하게 독해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다. '전문번역가'를 자처했던 당시 번역자는 이런 비판을 제기한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오역투성이라는 것이 명백히 지적된 바에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고소는 기각됐고, 출판사는 “옮긴이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책을 전량 회수했다.

오역 지적한 글도 오역으로 다시 지적받기도

그 뒤 4년이 흐른 뒤에야 엄밀하게 검증된 번역자를 찾아 이 책을 다시 출간했다. 이번 번역본의 옮긴이는 프랑스 국립 동양학 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인 프랑스 정치사회학 전공자, 출판사 관계자는 “역자 검증을 철저하게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그나마 이번 제출 간으로 그 동안 독자들에게 드렸던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오역 논란으로 얼룩졌던 책을 다시 번역자를 구해 펴낸 점에서 출판사의 이 책에 대한 애정과 태도는 눈길을 끌 만한 일이다.

사실 번역이란 어쩔 수 없이 늘 오역을 달고 다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켜보는 눈이 없고 말하는 입이 없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주로 출판매체를 타고 전파되는 지식의 특성에 비춰볼 때, 지적되고 바로잡히지 않은 오역은 두고두고 남아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파하게 된다. 때문에 사후에 벌어지는 '오역 짚기'와 '오역 바로잡기'는 번역과 출판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

< H >에 대해 오역을 지적했던 L 고려대 HK교수 역시 2009년 G의 논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뒤 오역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그 내용을 검토하고 수용해 자신의 블로그에 '오역 정오표'를 올려 독자들과 공유했다. 인터넷 등으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예전에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던 출판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점차 쌍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후략)

피고 회사가 발행하는 일간지인 'C'에 게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3, 14호증, 을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기자로서 좌파 성향의 인사들 및 G의 저작권을 구입한 좌파성향의 출판사들과 결탁하여, 원고가 번역한 이 사건 도서에 오역이 많고 이로 인하여 출판사가 자진하여 이 사건 도서를 회수하였다는 허위사실을 이 사건 기사를 통하여 유포함으로써, 원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고 이 사건 도서의 판매를 부정한 방법으로 방해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여 원고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침해하고 그 무렵 2012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었던 원고의 정치인 및 작가로서의 명예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가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해태하여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방치하거나 더 나아가 이 사건 기사의 게재를 방조하는 등으로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원고에게 각 2억 원 및 이에 대한 청구취지 기재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아울러 원고의 명예를 회복하기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기사를 삭제하고 사죄보도문을 게시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사실의 적시 및 피해자의 특정 여부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침해행위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를 요하는 것이다.

또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선 기초사실에 비추어보면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를 통하여 원고가 번역한 이 사건 도서를 둘러싼 오역 논란이 초래되었고, 이로 인하여 독자들의 항의를 받은 출판사가 이 사건 도서를 전량 회수한 후 다른 번역자에게 재번역을 의뢰하여 이를 다시 출간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고, 이러한 적시사실은 번역자로서의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이 사건 기사에서는 원고를 "'전문번역가'를 자처했던 당시 번역자"와 같이 지칭할 뿐 성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갑 53 내지 5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도서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품질 처리된 이후인 2013. 4.경까지도 인터넷 도서판매 사이트(인터넷 교보문고, 지마켓 도서, 도서 11번가, 알라딘서점 등)에서 이 사건 도서의 서명을 검색하면 표지 사진과 함께 원고가 번역자임을 명시한 검색 결과를 열람할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기사의 게재 당시 이를 열람한 독자들이 위 기사에서 지칭하는 '당시 번역자'가 원고임을 용이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기사의 게재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원고로 특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허위사실인지 여부

다음으로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주장하므로, 그 허위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언론을 통하여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선 증거들 및 갑 5 내지 12, 15 내지 18, 34 내지 37, 39 내지 42, 48 내지 52, 58, 59, 64 내지 95, 97 내지 107, 109, 112 내지 115, 118 내지 139, 142 내지 14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각 사살조회 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기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13, 14, 19 내지 31, 41, 53 내지 57호증, 을 1 내지 7, 9, 10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각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도서의 출판 직후인 2008. 1.경부터 소외 K, L, N 등은 이 사건 도서에 많은 오역이 있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게시하였고, 그 중 일부 내용은 이 사건 기사에도 소개되었다. 또한 교수신문에서도 2008. 6. 30. 이 사건 도서의 오역 문제를 지적하면서 위 도서가 전량 회수되어 판매가 중지되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2) F은 2008, 6.경 번역에 대한 언론과 독자들의 비판을 이유로 이 사건 도서에 관하여 회수 결정을 내리고 거래 중이던 서점에 통보하여 회수를 시도하였고, 이후 인터넷 도서판매 사이트들에 대해 이 사건 도서를 품절·절판 처리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인터넷 교보문고, 지마켓 도서, 도서 11번가, 알라딘서점 등에서 모두 이 사건 도서가 품절 처리되었다.

3) 원고는 2008. 6. 26. F이 이 사건 도서를 회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인세 지급을 요구하였고, 이에 F은 2008. 7. 30. 원고에게 "오역이 아니라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자가 해명하여 주어야 한다. 이러한 해명 없이 출판사가 책을 출고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므로 출판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출고를 중지하였다. 출고 중지는 시중에 재고가 남아있으면 반송을 해 주고 향후의 주문에 대하여는 판매를 중단한다는 의미이다."라고 회신하였는데, 당시까지 이 사건 도서는 655부가 판매되었다.

4) 2008. 7. 이후 이 사건 도서의 판매 및 반품 현황에 관하여 보면, 교보문고에서는 2008. 7. 9.부터 2009. 5. 1.까지 10권이, 서울문고에서는 2008. 7. 15. 및 2009. 5. 28. 각 1권이, 영풍문고에서는 2008. 10. 20. 1권이 각 판매되었고, 그 이후에는 위 서점들이나 이 법원에 의한 사실조회가 이루어진 다른 서점들(인터넷 도서판매 사이트 포함)에서 이 사건 도서가 거래된 사실이 없다. 한편 영풍문고는 2008. 6. 5. 이 사건도서 1권을 '출판사 요청'을 이유로 반품하였고, 서울문고는 2012. 5.경 F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도서를 품절처리하고 기존에 입고된 29권 중 10권을 반품하였다.

5) 원고는 F이 좌파 성향의 언론사 등과 결탁하여 이 사건 도서에 오역이 있고 전량 회수하였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으로 원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였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F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이 법원 2013가합 102641호로 제기하였으나 2013. 8. 30.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 현재 위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2013나2019272호로 계속 중이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도서의 출간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부 독자들이 오역의 문제를 지적하였고, 이에 따라 F이 2008, 6. 말경 이 사건 도서의 판매 중지 및 회수를 결정하고 원고에게 통보하였으며, 그 이후 이 사건 도서가 실제로 시 중에서 거의 판매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도서가 '전량 회수'되었다는 이 사건 기사의 일부 내용이 반드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오역 논란이 발생하자 출판사가 자진하여 판매 중지 및 회수를 시도하였다는 기사 내용의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참조), 결국 이 사건 기사에 적시된 사실은 진실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기사가 히위 사실을 설시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성립 및 이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따라서 이 사건 기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나, 위와 같은 원고의 청구에는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사실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는 일을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기사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등 참조). 또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함은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8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기사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나아가 앞서 인정한 이 사건 기사의 내용 및 이를 보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기사는 원고가 번역한 이 사건 도서의 오역 문제 자체를 지적하기보다 오역 논쟁과 이에 대한 출판사의 대응을 보도함으로써 학술서적의 번역 문제를 지적함과 아울러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 의한 인터넷을 통한 번역 비평의 순기능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서 인문학계라는 특정 사회집단 전체의 이익에 관한 사항을 적시한 것이어서, 결국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기사의 게재를 이유로 손해배상 및 사죄문의 게시 등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한편 민법 제764조에 의한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의 침해를 초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되는바(헌법재판소 1991, 4. 1.자 89헌마160 결정 참조), 언론보도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자로서는 손해배상이나 정정보도·반론보도, 기사의 삭제를 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해당 언론사에 대하여 사죄광고의 게시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도 원고의 청구 중 이 사건 기사 게재를 이유로 한 사죄문의 계시를 구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종원

판사 유형웅

판사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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