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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광주지방법원 2020.8.13. 선고 2019고단5485 판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사건

2019고단5485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

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피고인

A

검사

문지연(기소), 김윤용(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에스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손진홍

판결선고

2020. 8. 13.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3.경부터 광주 광산구 B에 있는 C고등학교 2학년 6반의 담임이자 '정치와 법'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가. 피고인은 2019. 3.경 위 고등학교 2학년 6반 교실에서 피해아동인 D(가명, 여, 16세), E(여, 17세), F(여, 16세), G(여, 16세), H(여, 16세) 등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 피해아동을 포함한 여학생들을 향해 "내가 I고등학교에 있을 때 어떤 여자애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생리 때문에 빠진 적이 있어서 너희도 그럴까봐 못 믿겠다. 너희들도 생리로 조퇴를 하려면 보건실에 가서 확인증을 받아와라"고 말하여 남학생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사춘기 소녀들에게 민감한 단어인 생리를 수회 언급하는 등으로 피해아동들을 포함한 위 2학년 6반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9. 3.경부터 2019. 6.경까지 사이에 위 고등학교 2학년 6반 교실에서 피해아동인 J(17세)에게 피해아동인 K(여, 16세), L(여, 16세), M(여, 17세), N(여, 17세) 등 다른 학생들이 모두 듣고 있는 가운데, J의 이름 중 '성'을 바꾸어 부른 후 "내가 너성을 바꿔 불렀으니 내가 너 성희롱한 거네. 성폭행했다"라고 말하여 피해아동들을 포함한 위 2학년 6반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9. 5.경부터 2019. 6.경까지 사이에 위 고등학교 2학년 6반 교실에서 피해아동인 D(가명, 여, 17세), F(여, 16세), O(여, 16세), K(여, 16세), G(여, 16세), L(여, 16세), M(여, 17세), P(16세), Q(여, 17세), N(여, 17세), R(여, 17세) 등의 2학년 6반 학생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윤리와 사상' 과목을 언급하면서 "윤리와 사상. 아, 윤락과 사상, 사상과 윤락 들어라"고 말하여 피해아동들을 포함한 위 2학년 6반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2. 관련 법리

가.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행위가 피해 아동의 인격 발달과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등 참조),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성적 행위도 그것이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이에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등 참조).

나.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3.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한 공소사실에 기재된 각 언행이 객관적으로 보아 만 16세 또는 만 17세인 여학생들 또는 남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로서 피해아동들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 및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2019. 3. 1. C고등학교에 부임하여 2학년 6반 담임업무와 정치와 법 과목 수업을 담당하다가 2019. 7. 16. 공소사실에 기재된 각 언행 등으로 인해 직위해제 되었다. 당시 C고등학교 2학년 6반은 만 16세 또는 만 17세인 여학생 22명, 남학생 8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학생들의 민감도나 저항력이 비록 성인에 이를 정도는 아니나 어느 정도 비슷하게 형성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② 피고인이 공소사실 가.항과 같이 C고등학교 2학년 6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생리'라는 단어를 몇 차례 언급하며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에 관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리고 2학년 6반 여학생들 상당수가 남학생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발언을 듣게 되어 불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생리'는 여성의 월경을 의미하는 용어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피고인은 2학년 6반 담임선생으로서 학기 초의 조회시간 또는 종례시간에 학생들의 출결관리와 관련하여,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즉,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차원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증인 D도 피고인이 화를 내면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고 진술한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은 2학년 6반 학생들 대다수가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고, 학기 초 이후에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다.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를 요구하는 여학생들을 신뢰하지 아니하는 인상을 줌으로써 여학생들이 느꼈을 불쾌감은 이 사건 범죄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다.

③ 피고인이 공소사실 나.항과 같이 C고등학교 2학년 6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 '성희롱',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성희롱', '성폭행'은 성적인 비위행위 또는 성범죄의 유형을 표현하는 단어로, 피고인이 그러한 단어를 사용한 것만으로는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 발언 전후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수업 시간에 농담의 취지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을 여학생들도 듣고 있기는 하였으나 발언의 직접 상대방은 동성인 남학생 J이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이 여러 번 반복되지도 않았다.

④ 피고인이 공소사실 다.항과 같이 C고등학교 2학년 6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 '윤락'이라는 단어가 수회 포함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윤락'의 사전적 의미는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망치게 되는 상태에 빠짐'으로, '성매매'의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단어 그 자체가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학생들이 3학년 때 듣게 될 사회과목 선택과목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어 유희로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고 보일 뿐(피고인은 '윤리' 과목은 생활 실천 과목이지교과 과목이 될 수 없다는 의도에서 '윤리와 사상' 과목을 '윤락과 사상'이라고 고쳐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학생이나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하여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거나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또는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고, 피고인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 발언 전후 상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윤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한 위 발언이 만 16세 또는만 17세인 여학생들 또는 남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⑤ 물론 교사인 피고인이 학생들을 상대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솔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를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난다거나 사회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김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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