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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8. 10. 16.자 2017라21408 결정
[가처분이의][미간행]
채권자, 상대방

채권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인 담당변호사 임재흥 외 1인)

채무자, 항고인

주식회사 무비엔진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건율 담당변호사 박성채)

주문

1.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2. 채권자가 채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7카합10152호 촬영 및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7. 9. 1.에 한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그 해당 부분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1. 채권자의 신청취지

주문 제2항 기재 가처분결정(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 한다)을 인가한다.

2. 채무자들의 이의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거나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채권자는 1998. 2. 24. 판문점 △△△△구역(이하 ‘JSA’라 한다)에서 사망한 ○○사령부 △△△△대대 □□중대 소속 신청외 1(대판: 신청외인) 중위(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부친이고, 채무자 회사는 망인의 사망사건을 소재로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제작사이며, 채무자 2는 이 사건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이다.

나. 이 사건 사망사건의 미흡한 초동수사를 인정한 판결의 확정

채권자와 채권자의 처 및 망인의 동생(이하 ‘채권자 등’이라 한다)은 1999. 12. 8. 대한민국을 상대로 ‘군수사기관이 고의로 망인의 사망에 관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하였고, 담당수사관들이 요식적인 수사를 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99가합103871) 은 2002. 1. 31. 채권자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2002나13814) 은 2004. 2. 17. 망인의 사망사건에 대한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듦으로써 채권자 등의 알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여 일부 인용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2004다14932)이 2006. 12. 7. 상고기각판결 을 선고함으로써 위 일부 인용 판결은 확정되었다.

다. 판결 이후의 경과

망인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2005. 7. 29.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위 법 제3조 에 따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되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망인의 사망사건을 조사한 후 2009. 11. 2. ‘망인의 자살 동기 및 근거가 불충분하고, 망인의 타살 정황 및 근거 또한 불명확하여 망인이 자살하였는지 또는 타살되었는지 여부나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 8. 6.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한 망인에 대해 공무와 관련 없이 사망하였음을 인정할 다른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공무수행 중 사망한 것으로 보아 순직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국방부에 망인의 순직 인정을 권고하였다.

라. 이 사건 영화의 제작에 관한 협의 과정

1) 채무자 2는 2012. 3. 7. 채권자로부터 망인의 사망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에 관한 동의서를 받았고, 다만 그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고, 영화제작 시점에 해당 제작사와 다시 계약하기로 약정하였다.

2) 채무자 회사는 2012. 3. 7.로부터 3년이 경과하자 2015. 9.경 채권자에게 망인의 사망사건에 대한 영화화 동의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였다.

3) 채권자는 채무자들로부터 이 사건 영화의 2015. 9. 7.자 시나리오를 제공받아 읽어본 후 2015. 9. 15. 채무자들에게 ‘채권자를 현역 시절 타살 사건을 자살 사건으로 조작·은폐한 후 아들의 의문사로 인하여 비로소 반성하는 자로 상정하는 내용은 사실과 달라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고, 망인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내용도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사건을 영화화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이에 채무자 회사가 2015. 10. 16. 채권자에게 ‘영화 초반에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명칭, 사건은 허구로 창작한 것이라는 문구를 삽입할 것이고, 제작진이 유언비어에 대하여 적극적인 해명을 할 것이며, 영화를 홍보할 때에 실제 인물과 영화의 인물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4) 채무자 회사는 2016. 8. 8. 주식회사 우성엔터테인먼트(이하 ‘우성엔터테인먼트’라 한다)와 사이에 ‘우성엔터테인먼트가 이 사건 영화의 제작을 위하여 채무자 회사에 합계 47억 4,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투자하고, 채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영화로 인한 수익금 중 일부를 분배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5) 채무자들은 2016. 8. 30.에 2016. 8. 28.자로 수정된 시나리오를, 2017. 1. 23.에 2016. 12. 24.자로 수정된 시나리오를 채권자에게 전자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채무자들은 채권자가 위 전자우편에 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2017. 2. 23. 위 2016. 12. 24.자 시나리오(이하 ‘이 사건 시나리오’라 한다)에 따라 영화의 촬영을 개시하였다.

6) 이 사건 영화의 촬영이 개시되자, 채권자는 2017. 4. 12. 채무자 회사에 ‘영화화 동의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고, 2015. 9. 15.자 내용증명우편을 통하여 유족의 명예훼손과 진상규명 방해를 이유로 이미 영화화를 거부하였다. 그리고 수정된 시나리오의 내용 역시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망인의 사망원인 등을 왜곡하는 것이므로 영화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2017. 4. 26. 채무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다.

7) 한편 그 무렵 채권자로부터 ‘영화화를 거절하고 가처분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우성엔터테인먼트는 2017. 4. 13. ‘망인의 유족으로부터 영화의 제작에 관한 동의를 얻지 못하여 가처분소송을 당하게 되었고, 채무자들이 촬영 횟수에 관한 당초의 합의를 위반하였으므로 제작비의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마. 판결에서 인정한 망인의 사망원인에 관한 조사 경위

1) 채권자는 육군사관학교 제◇◇기 출신으로서 1965. 2. 20.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1997. 11. 30. 육군 중장을 끝으로 군 현역생활을 마치고 예비역에 편입되었다. 한편 망인은 1992. 2. 25. 육군사관학교에 제☆☆기로 입교한 후 1996. 3. 1. 육군 소위로 임관하였고, 1998. 1. 20. ○○사령부 △△△△대대 □□중대 2소대장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2) 망인은 □□중대 2소대장으로서 JSA 내 241 GP에서 근무하던 중 1998. 2. 24. 12:20경 241 GP 내 3번 지하진지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고, 우측 관자놀이에서 좌측 관자놀이로 이어지는 관통 총상을 입은 것이 사망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3) 망인의 사망현장에서 조사된 상황에 의하면, ① 망인은 머리 양쪽 관자놀이에 총창을 입고 동쪽 구석에서 남동쪽 벽에 등을 기댄 채 양 발을 기관총 거치대 동쪽 모서리 부근에 모으고 주저앉아 있었고, ② 망인의 오른발 앞 모래주머니 위에는 권총이, 그보다 멀리 통로 북쪽에는 탄피가 떨어져 있었으며, ③ 망인 오른쪽의 예비총열박스 위에 전투모가 위치하고 있었다.

4) 망인의 사망 이후 육군 제1사단 헌병대가 1998. 2. 24.부터 미군 범죄수사대와 합동으로 수사를 개시하였고, 육군 제1사단으로부터 수사권을 인계받은 육군 제1군단 헌병대가 1998. 4. 29.까지 수사를 진행하여 ‘망인이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하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하여 미국 뉴욕주 법의관인 신청외 2가 ‘망인의 총상은 접사가 아닌 근접사인 것으로 보이고, 왼손바닥의 화약흔은 방어흔으로 보아야 하며, 망인의 두정부에 나타난 혈종은 둔기에 의한 타격의 흔적으로 보아야 하므로, 망인이 타살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는 소견을 밝히자, 망인의 유족, 시민단체 등이 망인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였다.

5) 이에 재수사를 실시한 육군본부 검찰부는 1998. 6. 1.부터 1998. 11. 29.까지 두정부혈종에 대한 감정을 하고, 신청외 2 등에 대한 조사를 한 후 ‘망인이 자살하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유족이 의문을 제기하자 국회가 진상규명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위와 같은 조사 과정에서 JSA □□중대요원들의 대북 접촉 사실이 밝혀졌고, 재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에 국방부가 특별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1998. 12. 9.부터 재조사를 한 후 1999. 4. 14. ‘망인의 두정부와 천장 사이가 20cm로서 둔기로 내려칠 공간이 없고, 망인이 격투나 반항을 한 흔적이 없으며, 혈흔의 위치로 보아 망인의 좌·우에 아무도 없었고, 전투모에 화약흔과 혈흔이 없다. 그리고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고, 소대원 전원의 알리바이가 성립하며, 북괴군 사주에 의한 살해가능성도 없다. 그리고 망인에게 지급된 총기와 실탄이 사용되었다. 망인은 북한군 상위 귀순 이후 극도로 긴장된 JSA 지역의 근무여건 등 급변한 부대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업무에서 뒤지는 무력감과 소외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 고민해오다가 사고 다음날로 예정된 업무보고에 심리적 압박을 느껴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이유를 들어 망인이 자살한 것으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바. 이 사건 시나리오(2016. 12. 24.자)의 주요 내용

1) ‘백석’은 육군 중장으로 퇴역한 예비역이고, 그 아들인 ‘백현’은 육군사관학교 제☆☆기 출신의 육군 중위인데, 백현은 ○○사령부 △△△△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다 1998. 2. 24. 12:20경 JSA의 241 GP 내 3번 지하진지에서 망인이 발견되었을 당시와 같은 모습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2) 이후 한미 합동수사단이 백현의 사인을 자살로 발표하고, 이에 백석 등이 망인에게서 두정부혈종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이의를 제기하여 군의 재조사가 시행된다. 그러나 군은 다시 한 번 망인이 자살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백석은 미국의 총상 전문 법의학자에게 망인의 사인에 관한 의견을 물어 ‘망인이 타살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라는 소견을 듣게 되고, 위 법의학자와 함께 공개 토론회를 열어 ‘백현의 총상은 접사가 아니고 근접사이며, 탄도의 궤적상 백현이 타살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다. 이에 백현의 사망에 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어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이후 국방부가 특별조사단을 꾸려 재조사를 진행하지만, 국방부는 다시 한 번 백현이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3) 위와 같은 조사 과정에서 백현의 사망 이전에 북한군 상위 한 명이 백현의 부대를 통하여 귀순한 사실, JSA □□중대요원들의 북한 접촉 사실이 밝혀진다.

4) 백석은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발표 이후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은 백현의 사인에 관한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며 백석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다.

사.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경위

1) 채권자는 2017. 4. 26. 채무자들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2017카합10152호) 에 별지1 목록 기재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영화의 촬영 및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7. 9. 1. 채무자들이 이 사건 영화의 제작·상영에 있어서 별지2 목록 ‘침해 여부’란 및 ‘구체적인 해당 부분’란에서 침해로 인정한 내용에 한해 영화를 제작 또는 상영하거나 일체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채권자에게 위반일수 1일당 5,000,000원을 지급하며, 집행관은 위 각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하고,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은 기각하는 내용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2) 이에 채무자들이 서울동부지방법원(2017카합10360) 에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함에 따라 위 법원은 2017. 11. 24.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인가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채무자들이 이 사건 항고를 제기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채권자의 주장 요지

1) 별지1 목록 제2항 기재 내용은 망인이 소대 내부 부조리를 조사하는 부적법한 직무행위를 하다가 사망하였다는 것인바, 실제 망인은 북한군 또는 북한군과 내통한 자에 의하여 살해당하였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망인의 사망원인에 관하여 허구의 사실을 창작함으로써 망인의 명예 및 사후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별지1 목록 제3항 기재 내용은 ① 채권자가 진상규명을 위해 육군참모총장을 사적으로 만나거나 옛 부하들을 동원하는 등 예비역 장군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 ② 천주교 인권위원회 소속 김상남이 망인 사망의 진상규명을 주도하고 채권자는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거나 이를 방해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채권자의 고통과 노력을 절하하는 내용, ③ 채권자는 아들 1명이 더 있음에도 딸이 1명 더 있는 것으로 설정되는 등 채권자의 가족관계를 오인할 수 있는 내용, ④ 채권자가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포기한 것으로 결말이 나는 등 군의문사가 해결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채권자의 명예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3) 그럼에도 채무자들은 채권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사표시를 무시하고 위 각 부분을 포함하여 이 사건 영화를 제작·상영하려고 하고 있고, 이 사건 영화가 망인의 사망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광고·홍보하고 있으므로, 위 각 부분을 포함한 영화의 제작·상영·처분 및 위와 같은 홍보·광고를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

나. 채무자들의 주장 요지

1) 영화는 허구성을 본질로 하는 창작물이므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경우에도 역사적 사실을 가공하고 각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군의문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라면 다양한 극적 효과 및 영화적 장치의 이용이 더욱 불가피하다. 한편 채무자들은 예술의 자유에 의하여 영화 창작의 전 과정에 관하여 자유로운 결정권을 보유한다. 따라서 채권자 및 망인의 인격권 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훼손행위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영화의 제작·상영 등에 관한 채무자들의 예술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한다.

2) 특히 ① 이 사건 영화는 군의문사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군의문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구축 필요성에 관한 사회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제작된 점, ② 채무자들은 채권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등 채권자 및 망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였고, 채권자가 작성한 영화화 동의서 제4조에는 영화가 실제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기도 하였던 점, ③ 망인의 사망사건은 이미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다루어졌기 때문에 대중이 이 사건 영화로 인해 사건의 실체를 혼동할 우려가 없고, 망인의 유족들이 이 사건 영화 제작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는바, 다수의 일반인은 이 사건 영화가 유족들의 의사와 달리 창작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거나 쉽게 알 수 있는 점, ④ 채무자들은 자막으로 이 사건 영화가 실제 사실과 다르게 각색되었다는 점을 명시하고, 이에 관해 방송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는 방식으로 대중으로 하여금 이 사건 영화의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영화의 제작으로 인한 채권자 및 망인의 인격권 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영화는 전체적으로 백현을 군 내부의 비리에 맞서는 정의롭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백석에 대하여도 아들의 죽음이 자살로 조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걸고 기득권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정의로운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문제삼은 일부 내용만으로 채권자나 망인의 명예나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이 법원의 심판범위

채권자는 이 사건 영화의 제작·상영에 있어서 별지1 목록 기재 내용을 포함하여 제작 또는 상영하거나 이 사건 영화에 관하여 별지1 목록 기재 내용을 포함하여 제3자에게 일체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 중 별지2 목록 ‘침해 여부’란 및 ‘구체적인 해당 부분’란에서 침해로 인정한 부분에 한하여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였으며, 위 결정에 대해 채무자들이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인가되었고, 이에 채무자들만이 항고하였으므로, 당심의 심판범위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서 인용된 범위에 국한된다.

나. 관련 법리

1) 일반적으로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및 영화 감독 등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상상력에 의해 가상적인 인물들이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를 영상화한 창작물로서 통상적으로는 허구임을 전제로 하지만, 관객의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때로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이나 인물을 모델로 하는 경우가 있다. 한편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22조 가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와 창작한 예술작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것인데, 다만 이러한 예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1헌바17 결정 등 참조). 그러므로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모델이 된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피해자는 영화제작자 등을 상대로 하여 인격권 침해 등을 이유로 그 영화의 상영금지 등을 구할 수 있고, 그 모델이 된 사람이 이미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후(사후)에 망인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왜곡 등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유가족이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하여 이에 대한 금지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법원에서 ‘예술적 창작물’인 영화의 상영 자체를 금지하거나 혹은 그 영화내용을 직접적으로 수정·삭제하여 달라는 취지의 피해자의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사법절차를 통하여 예술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직접적 구제수단이 허용되는 사안은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의 태양 및 그 정도, 침해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인격권의 핵심적 내용이 중대하게 훼손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여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2005. 1. 17.자 2004라439 결정 참조).

2)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다3483 판결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피보전권리의 존부에 대하여

1) 망인의 명예 및 사후인격권 침해 여부(별지2 목록 제1항 중 침해 인정 부분)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은, 한종필이 권중사, 오병장 등에 의하여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이들의 구타로 사망에 이르러 암매장되었고, 이후 한종필이 탈북한 것으로 사건이 조작되었는데, 백현은 한종필의 탈북사실에 의심을 품고 중대장에게 한종필의 수색을 건의하였지만 묵살당하게 되자, 개인적으로 한종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이를 막으려는 군 내부 세력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는 것으로서, 제1심은 현재까지 망인의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에 관해 허구의 사실을 창작함으로써 망인의 명예 및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비록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밝혀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명예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① 한종필의 사망사건에 대하여 백현은 처음부터 독단적·자의적인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군 내부의 비리로 인하여 적법한 수사가 어렵게 되자 부득이하게 개인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이고, 이 사건 시나리오에는 백현이 한종필의 모친을 찾아가 한종필을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약속하였다는 내용(S#42, 97)이나 서민호, 한종필 및 무명의 병사 등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선의를 베푸는 내용(S#101, 105, 129) 등을 포함하고 있는바, 이 사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백현은 정의롭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서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긴장 및 대립 속에서 ‘악, 불의’에 맞서는 ‘선, 정의’를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② 채권자는 망인이 북한군 또는 북한군과 내통한 자에 의하여 살해당하였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 사건 영화가 망인이 소대 내부 부조리를 조사하는 부적법한 직무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것처럼 확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망인의 명예 및 사후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망인의 사망원인에 대하여는 3차례의 추가 조사가 있었고, 망인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2005. 7. 29.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위 법에 의하여 설치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망인의 사망사건을 재조사하고도 2009. 11. 2. ‘망인의 자살 동기 및 근거가 불충분하고, 망인의 타살 정황 및 근거 또한 불명확하여 망인의 사망경위를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채권자가 주장하는 망인의 사망원인이 진실한 것이라거나 그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현재로서는 망인의 사망경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채무자들이 영화의 극적 요소를 위하여 백현의 사망경위를 군 내부 부조리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창작·묘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락성·상업성·허구성을 본질로 하는 상업영화의 제작에 있어서 인정되는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④ 나아가 이 사건 영화가 망인의 사망 사건을 비롯한 각종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각심을 제고함으로써 앞으로 망인의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채권자의 노력에 사회적, 제도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채권자의 주장처럼 이 사건 시나리오의 영화화가 망인의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에 방해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채권자의 명예 및 인격권 침해 여부

가) 채권자의 과거 권한남용을 오인할 수 있는 내용과 관련하여(별지2 목록 제2의 가.항 중 침해 인정 부분)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은, 채권자가 예비역 장군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과거의 부하들을 끌어들여 망인에 대한 수사절차에 개입하고, 공문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수사자료를 획득한다는 내용으로서, 제1심은 채권자를 부당하게 권한을 남용하는 예비역 장군으로 묘사함으로써 채권자의 명예 및 인격권을 훼손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시나리오의 전체적인 내용은, 백석의 사망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적법절차를 따라서는 밝혀지기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백현이 근무하였던 군 당국에 의하여 아들의 죽음이 자살로 조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백현을 위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영화 내용에 극적 허구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는 이상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백현이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백석의 사망원인을 밝히려고 노력하였다면,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백현이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인식될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이 허구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나) 채권자의 고통과 노력을 절하하는 내용과 관련하여(별지2 목록 제2의 나.항 중 침해 인정 부분)

제1심은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으로 인해 백현이 자식의 사망 사건에만 열을 올리고 다른 유족의 아픔은 외면하는 이기적인 인물로 오인될 수 있어 채권자의 명예 및 인격권을 훼손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시나리오에는 백석이 군대 의문사 문제가 자신의 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군대에서 발생하는 군 의문사 전체의 문제임을 깨닫고, 한종필의 모를 찾아가 함께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군 의문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의지 없이 단지 아들 백현만 순직처리 해주려는 군 당국의 제의를 뿌리치는 내용(S#87, 88, 129, 133)을 포함하고 있는바, 이 사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만으로 채권자가 이기적인 인물로 오인될 수 있어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다) 채권자의 가족관계를 오인할 수 있는 내용과 관련하여(별지2 목록 제2의 다.항 중 침해 인정 부분)

제1심은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이 백석을 가족에 소홀했던 가장으로 묘사함으로써 채권자의 명예 및 인격권을 훼손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시나리오상 백석은 백현 사망 이전에는 약간 무뚝뚝하지만 가족에게 매우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고(S#2, 104, 105), 이 사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백석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아들의 사망원인을 파헤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 역시 채권자를 가족에 소홀한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어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라) 군의문사가 해결된 것 같은 결말과 관련하여(별지2 목록 제2의 라.항 중 침해 인정 부분)

제1심은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이 채권자가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거나 백현의 유골함 앞에서 진상규명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채권자가 법원 판결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였거나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였다가 다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훼손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부분 시나리오는 백석이 법원의 판결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 백석이 백현의 유골을 쓰다듬으면서 ‘이젠 안다’라고 말하는 부분, 백석이 환하게 미소짓는 백현의 환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인데, 위 부분만으로는 채권자가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포기하였다거나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였다고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설령 관객들이 위와 같은 오해를 할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들로서는 채권자가 진상규명을 위해 계속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엔딩 장면에 자막으로 처리함으로써 그 오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부분 시나리오 내용이 채권자가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포기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어 그 내용의 제작·상영 자체를 금지할 정도로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3) 그밖에 피보전권리의 판단에 있어 고려하려야 할 사정

앞서 본 사정들에 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업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영화 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성이나 관객들의 감동 등을 고양하기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는 점, ② 영화 제작자가 상영되는 자막에 각색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하여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의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점을 용이하게 인식하도록 하거나 영화 홍보 과정에서도 이 사건 영화의 내용을 망인의 사망 사건과 혼동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망인이나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점, ③ 설령 이 사건 시나리오가 망인이나 채권자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영화 자체의 제작을 금지할 정도로 그 핵심적 내용이 중대하게 훼손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이 사건 영화의 제작에 있어 군의문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공익적 목적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가처분신청의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충분히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보전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영화의 투자자인 주식회사 우성엔터테인먼트가 채무자 주식회사 무비엔진을 상대로 이 사건 영화에 대한 투자계약을 해제하였다면서 그 투자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44810 )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8. 6. 14. 위 채무자에게 투자금을 반환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해 위 채무자가 항소하지 않아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이후 채무자들은 이 사건 영화의 제작을 사실상 포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의 금지를 구하는 이 사건 신청은 그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여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결정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취소하며, 채권자의 그 해당 부분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배기열(재판장) 심현지 장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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