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다20582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
1. A
2. B
3. C.
4. D
원고 1, 4는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B, 모 C
피고상고인
1. E
2. F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2. 12. 선고 2012나57585 판결
판결선고
2017. 9. 21.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
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참조).
한편,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참조).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 때문에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2. 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피고들이 운영하는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 의료진이 시행한 기관 내 삽관에도 불구하고 원고 A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는 기관 내 튜브의 직경이 너무 작아 산소가 새는 바람에 충분한 양의 환기가 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과관찰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하였고 그 결과 제때 기관 내 튜브를 적절한 크기로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원고 A에게 저산소증 뇌손상이 초래되어 현재의 뇌성마비 장애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 C은 피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아왔는데, 임신 38주째인 G14:00경 양막이 파열되어 15:00경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같은 날 21:33경 체중 3.92 kg의 원고 A을 분만하였다.
2) 피고 병원 소속 의사인 J은 원고 A이 출생한 직후 울음이 없고 청색증의 소견을 보이자, 원고 A에게 자극을 주면서 기도흡인과 심장마사지, 앰부배깅(ambu-bagging)을 실시하였다. 원고 A의 산소포화도는 모니터에 78%로 나타났는데, 21:40경 82%로 상승하였다. 원고 A의 상태는 피부가 선홍색을 띠며 자극을 주면 움직임을 보이는 등 다소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울음은 강하지 않았고 양쪽 쇄골 골절이 의심되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의 아프가(Apgar) 점수를 1분에 4점, 5분에 5점으로 평가하였다. 3) 피고 병원 소속 의사인 K은 21:50경 원고 A에게 직경 3㎜의 튜브를 사용하여 기관 내 삽관을 하고 청진을 하였다. 그 무렵 원고 A의 산소포화도는 84%로 나타났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을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하여 연락을 시도하였고, 보호자에게 원고 A의 상태와 전원을 간다는 사실을 설명하였으며, 22:45경 L 병원으로부터 전원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자 의사 K 등이 응급차에 동승하여 앰부배깅을 계속하면서 원고 A을 L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그 무렵 원고 A의 산소포화도는 80%로 나타났다.
5) 원고 A은 22:55경 L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직경 3㎜의 튜브가 깊이 11cm로 기관 내 삽관이 유지되고 있었고, 얼굴은 전반적으로 보랏빛을 보이며 전신이 축 처지고 청색증이 있었으며, 왼쪽 어깨 골절과 복부 팽만, 목 부위의 점상 출혈, 머리 부위의 몰딩 등이 관찰되었고, 산소포화도는 모니터상 64%로 나타났다.
6) L 병원 의사인 M은 22:56경 앰부배깅 시 새는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22:58경 원고 A을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긴 다음 23:00경 피고 병원에서 기관 내 삽입한 튜브를 제거하고 앰부 마스크 배경을 시행하였다. 원고 A의 피부는 점차 선홍색을 띠었으며 혈압 53/25mm/Hg, 체온 36.4℃, 맥박 분당 150회, 호흡 분당 45회로 측정되었다.
7) 의사 M은 23:03 경 원고 A에게 직경 4m의 튜브를 9.5cm 깊이로 고정하여 기관내 삽관을 재시행하였는데 23:05경 산소포화도는 모니터상 70%로 나타났다.
8) L 병원 의료진은 23:10경 원고 A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 하였는데, 23:15경부터 23:25경까지 산소포화도가 80% 내지 85% 수준을 유지하였고, 2010. 6. 11. 00:00경부터 00:04경에는 95% 내지 98%에 이르렀으나, 00:08경부터 00:25경까지 80% 내지 85%로 떨어졌고, 01:20경에 80% 내지 90%를 유지하다가 01:25경 이후에야 90%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 L 병원 의료진은 G 23:18경부터 원고 A의 혈액을 채취하여 수차례 동맥혈가스검사를 하였는데, 검사결과 산도(pH), 이산화탄소분압(pCO2), 산소분압(p02), 중탄산염 (HCO3), 혈액 내 산소포화도(O2SAT)의 수치는 다음과 같다.
① G 23:18경 7.189 - 45.1mmHg - 32.4mmHg - 16.8mmol/L - 49.1% ② 2010. 6. 11. 01:24경 7.319 - 29.7㎜Hg - 22.0mmHg - 14.9mmol/L - 34.1% ③ 2010. 6. 11. 03:36경 7.446 - 15.0mmHg - 31.0㎜Hg - 10.1mmol/L - 64.6% ④ 2010. 6. 11. 05:33경 7.423 - 21.8mmHg - 321.6mHg - 13.9mmol/L - 99.8% ⑤ 2010. 6. 11. 11:46경 7.335 - 36.4mmHg - 295.8mHg - 19.0mmol/L - 99.7% ⑥ 2010. 6. 11. 16:41경 7.257 - 50.5mHg - 33.0mHg - 22.0mmol/L - 54.1% ⑦ 2010. 6. 11. 22:45경 7.328 - 46.0mmHg - 77.5mHg - 23.6mmol/L - 94.5% 10) L 병원 의료진은 2010. 6. 11.경 원고 A에게 심초음파를 시행하였는데, 폐고혈 압, 두꺼워진 우심실벽, 확대된 하대정맥 등의 소견을 보였다.
11) 원고 A은 L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상세불명의 터너증후군, (지속성) 신생아의 폐성 고혈압, 신생아의 호흡곤란 증후군, 출산 손상으로 인한 머리혈종, 뇌들보의 무발생증 등의 진단을 받았고, 2011. 12. 26. 시행한 뇌 MRI 촬영 결과 완전 뇌들보의 무발생증, 우측 위 두정엽 부위의 낭성 뇌연화증, 양측 만성 뇌실 주위 백질 연화 소견이 확인되었으며, 현재 뇌성마비로 인지기능과 발달기능의 장애를 보여 뇌병변 1급 장애로 등록된 상태이다.
다. 1)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이 태어난 직후부터 산소포 화도 모니터링을 실시하였고, 원고 A에게 기관 내 삽관을 실시한 후 청진을 하면서 기관 내 삽관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병원 간호기록에는 원고 A의 산소포화도가 모니터상 G 21:33경 78%, 21:40경 82%, 21:50경 84%, 22:45경 80%로 나타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바,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한 21:50경부터 약 55분 뒤인 22:45경에도 모니터상 산소포화도가 80% 정도로 표시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기관 내 삽관에도 불구하고 21:50경부터 22:45 경까지 원고 A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기간 동안 모니터상 산소포화도의 변동 수치가 진료기록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달리볼 것도 아니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이 22:45경 원고 A을 L 병원으로 이송할 당시 산소포화도는 모니터상 80%였는데, L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22:55경 64%로 나타났고, 직경 3m 튜브가 11cm 깊이로 기관 내 삽관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L 병원 소속 의사인 M은 22:56경 앰부배깅 시 새는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L 병원 의료진이 22:58경
원고 A을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기고, 의사 M이 23:00경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기관 내 삽관 튜브를 제거하고 앰부 마스크 배경을 시행하였으며, 23:03경 직경 4m 튜브를 이용하여 깊이 9.5㎝로 기관 내 삽관을 재시행하였는데 23:05경 산소포화도는 모니터상 70%로 측정되었을 뿐이다.
3) L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한 후인 23:15경 산소포화도는 모니터상 80% 내지 85%로 상승하였고, 2010. 6. 11, 00:00경부터 00:04 경에는 95% 내지 98%로 나타났다. 한편 L 병원 의료진은 G 23:18 경부터 다음날까지 수차례 원고 A의 혈액을 채취하여 동맥혈가스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검사 결과 G 23:18경 산소 분압 32.4mmHg, 혈액 내 산소포화도가 49.1%로 나타났고, 기관 내 삽관을 교체한 때부터 약 4시간이 지난 2010. 6. 11. 03:36경에도 산소 분압 31.0mHg, 혈액 내 산소포화도가 64.6%로 나타나고 있어서 심각한 저산소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4) 제1심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감정의는 G 23:18경 채취된 동맥혈가스검사 결과에 대하여 원고 A은 심한 대사성 산혈증을 호흡이 보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metabolic acidosis compensated with respiratory alkalosis), 산소 분압이 심한 저하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5) 또한 L 병원 의료진이 2010. 6. 11.경 원고 A에게 시행한 심초음파 결과는 폐고혈압, 두꺼워진 우심실벽, 확대된 하대정맥 등의 소견을 보이고 있어서, 폐조직에 이상소견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라.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A의 산소포화도가 낮은 원인은 호흡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기질적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나 과실과 원고 A의 뇌손상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그로 말미암아 원고 A에게 저산소증 뇌손상이 초래되어 현재의 뇌성마비 장애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정화
대법관김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