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의 의미
나. 노동운동을 할 목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타인 명의로 허위의 학력,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와 생활기록부 등을 제출하여 채용시험에 합격한 경우 위 '가'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
다.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및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 소정의 제3자 개입금지의 규정 취지및그 요건
라. 피고인이 자기 회사 노보의 노동자 소식란에 싣기 위하여 파업 중인 다른 회사 노동조합 사무실에 찾아가 그 조합원 2명에게 '열심히 투쟁하여 승리하기 바란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한 행위는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 소정의 개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
나. 회사가 공원모집을 함에 있어 학력,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 생활기록부및각서 등 서류를 교부받고, 응모자를 상대로 문제를 출제하여 시험을 보게 한 것은 단순히 응모자의 노동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노사간의 신뢰 형성및기업질서 유지를 위한 응모자의 지능과 경험, 교육 정도, 정직성및직장에 대한 적응도 등을 감안하여 위 회사의 근로자로서 고용할 만한 적격자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함인 것으로 인정되는데 피고인이 노동운동을 하기 위하여 노동현장에 취업하고자 하나, 자신이 대학교에 입학한 학력과 국가보안법위반죄의 처벌 전력 때문에 쉽사리 입사할 수 없음을 알고, 타인 명의로 허위의 학력과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작성하고, 동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등 서류를 작성 제출하여 시험에 합격하였다면, 피고인은 위계에 의하여 위 회사의 근로자로서의 적격자를 채용하는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본 사례.
다.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해산, 노동조합에의 가입,탈퇴및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 관하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 는 쟁의행위에 관하여 각기 제3자가 관계당사자를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취지는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 또는 쟁의행위를 유발, 확대, 과격화, 제압, 또는 중단시키는 등 당사자간의 자주적인 해결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 요건으로서 위 각 법조가 금지하고 있는 선동 등 개입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행위를 말한다.
라. 피고인이 그가 근무하는 회사의 노동조합 편집부원 7명과 함께 노보의 노동자 소식란에 싣기 위하여 쟁의 중인 다른 회사를 방문하여 그 회사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가 그 조합원(규찰대원) 2명에게 파업과정을 물어 보고 나서 '우리 회사에서는 우리가 회사측에 졌는데 당신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측이 열심히 투쟁하여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하고 그대로 돌아온 것이라면,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관여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 소정의 개입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가.나. 형법 제314조 다.라.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 다.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주문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국가보안법위반죄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이 사건에 적용될 구 국가보안법(1991.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전의 것) 제7조 제5항 에 규정된 표현물은 그 표현물 자체에 이적성이 표현된 것임을 요하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판시의 각 책자와 유인물은 모두 공산주의 경제이론과 혁명이론및전략 전술 또는 계급투쟁론적 입장에관한것이거나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술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이므로 원심이 위 각 책자와 유인물을 이적성이 있는 표현물로 판단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그러한 책자들이 시중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하여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위 표현물의 이적성과 이적행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이를 취득, 소지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 제1항 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들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및피고인 2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각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대조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한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사실과 피고인 2에 대한 업무방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를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자백만으로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다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효력이 없다거나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어느 것이나 이유 없다.
3. 피고인 1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것 이다.
이 사건에서 기록에 의하면, 고려상사주식회사가 공원모집을 함에 있어 학력,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 생활기록부및각서 등 서류를 교부받고, 응모자를 상대로 중학교 2, 3학년 수준의 객관식 문제와 '노사분규를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관식 문제를 출제하여 시험을 보게 한 것은 단순히 응모자의 노동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노사간의 신뢰형성및기업질서 유지를 위한 응모자의 지능과 경험, 교육정도, 정직성및직장에 대한 적응도 등을 감안하여 위 회사의 근로자로서 고용할 만한 적격자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함인 것으로 인정되고, 또 피고인은 노동운동을 하기 위하여 노동현장에 취업하고자 하나, 자신이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한 학력과 국가보안법위반죄의 처벌전력 때문에 쉽사리 입사할 수 없음을 알고,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공소외 인 명의로 허위의 학력과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작성하고, 공소외 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등 그 판시 기재의 서류를 작성 제출하여 시험에 합격하였다면, 피고인은 위계에 의하여 위 회사의 근로자로서의 적격자를 채용하는 업무를 방해하였음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소론은 업무가 방해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취지이나, 위 죄는 업무을 방해할 우려 있는 상태가 발생하면 족한 위험범일 뿐더러 위와 같이 위 회사의 근로자 채용을 위한 업무는 피고인의 행위로 방해된 것이므로, 원심이 피고인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의율한 것은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 없다.
노동조합법 제12조의 2 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해산, 노동조합에의 가입, 탈퇴및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 관하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 는 쟁의행위에 관하여 각기 제3자가 관계당사자를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취지는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 또는 쟁의행위를 유발, 확대, 과격화, 제압, 또는 중단시키는 등 당사자간의 자주적인 해결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 요건으로서 위 각 법조가 금지하고 있는 선동 등 개입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행위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91.9.13. 선고 90도1751 판결 및 1991.10.25. 선고 91도61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 채택의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1의 판시 1. 자항(1) (2)기재 범죄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이 제3자로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순한 제언을 한 것이 아니라 판시와 같이 단체협약체결시의 행동요령 등과 임금인상투쟁 등에 대한 피고인의 제언 등 근로자들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긴 '전진하는 코끼리' 창간호와 제2호를 작성하여 각 100부씩 복사한 다음 위 고려상사에 배포케 한 것은 단체교섭을 체결하려는 근로자들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제3자 개입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피고인 2의 판시 2. 마항 기재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쟁의가 발생한 회사에서 '고려피혁은 직장폐쇄를 즉각 철회하고, 노동조합의 요구를 즉각 수락하라'는 등의 구호제창을 계속함으로써 근로 당사자들의 쟁의행위에 영향을 미칠 제3자 개입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각 위 각 법조의 제3자 개입행위로 의율한 제1심을 유지하고 있는바, 이는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게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 2의 판시 2. 바항 기재의 범죄사실에 관하여도 피고인은 다른 회사의 근로자들이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행사장에 참석하여 함께 구호를 외치고 쟁의행위를 격려하는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이를 제3자 개입행위로 의율한 제1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채택의 증거에 의하거나,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원심인정과 같이 행사장에 참석하여 함께 구호를 외치고 쟁의행위를 격려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9.8.7. 16:40경 공소사실 기재대로 그가 근무하는 만호제강의 노동조합편집부원 7명과 함께 노보의 노동자 소식란에 싣기 위하여 주식회사 태평양밸브를 방문하여 그 회사 노동조합사무실에 들어가 그 조합원(규찰대원) 2명에게 파업과정을 물어 보고 나서 '우리 회사에서는 우리가 회사측에 졌는데 당신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측이 열심히 투쟁하여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하고 그대로 돌아온 사실만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관여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위 범죄사실까지 제3자 개입행위로 의율한 제1심을 유지한 것은 필경 심리미진및채증위배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제3자 개입행위에관한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 유지될 수 없고, 한편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노동쟁의조정법위반죄는 이 사건 나머지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5.따라서 피고인 1의 상고는 이유 없다 하여 이를 기각하고,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