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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형사지법 1994. 3. 10. 선고 93노741 제6부판결 : 상고
[노동조합법위반피고사건][하집1994(1),621]
판시사항

노동조합을 설립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설립을 도와 준 것이 제3자개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노동조합을 결성할 의사가 없는 근로자들을 선동하는 방법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결성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과연 자기 회사에서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점을 갖고 노동문제상담소를 찾아 온 근로자들과 노동상담소의 상담자로서 대화를 시작하면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조력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의 관계법규나 관행을 설명하는 등의 교육 내지 상담의 정도를 벗어나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러한 언동에 의하여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설립에 관한 그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첫째, 피고인은 원심판시 하이코전자의 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근로자들을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제3자 개입한 사실이 없고, 단지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의사를 가졌으나 회사로부터 100명 이상이 되어야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에 대한 의문점 때문에 피고인이 근무하던 노동상담소를 방문한 위 하이코전자의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설립에 필요한 법적인 절차나 다른 노동조합의 활동사례를 알려주는 등의 상담을 하였을 뿐이므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한 법적용이라는 것이고, 둘째,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의 제3자 개입금지규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위헌주장에 대한 판단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규정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이나 평등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배치되는 위헌의 규정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므로 위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이 점에 관하여는 위 규정과 같은 취지의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 의 제3자 개입금지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나. 제3자 개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이 그 거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1989.1.15.경부터 "전태일 기념사업회 부설 구로노동상담소"의 실무간사로 일하면서 서류정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서울 구로구 가리봉 2동 구로 3공단 소재 하이코전자와는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이봉우 등과 공모하여,

(가) 1989.5.1. 18:00경부터 20:00경까지 사이에 위 상담소에서 위 하이코전자 근로자인 구경희, 박영숙 등 위 회사노조원 약 9명에게 노조를 만들고 사무실과 상근자 2명을 확보하라, 다른 민주노조와 연대하여 조합을 결성해라, 서류작성은 협조해 주겠다, 해고를 각오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며 타업체 임금인상안과 타결된 서류를 주며 복사해 나눠 갖도록 하고,

(나) 같은 달 2. 18:45경부터 20:00경까지 사이에 위 상담소에서 위 박영숙 등 7명에게 노조를 설립하면 그날로부터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무기명투표로 위원장과 임원을 선출한 후 설립신고서 등 서류를 구비한 후 구청 사회과에 신고하되 구청은 회사편이고 회사에서 알면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회사에서 알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결성식은 금속연맹에서 하면 회사에게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데모 노래도 배울 필요가 있는데 공단 서점에 가면 테이프를 파는데 3명 정도는 노래도 배우고 율동도 배워야 한다, 전자업계에서는 하이코전자는 임금이 적은 축에 속한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우선 사무실과 상근자를 확보하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길들이기에 달렸다, 이 자리에 모인 임원은 해고를 각오하고 활동해야 한다, 해고 등 문제 발생시는 노동상담소나 타조합과 협의해라라는 취지로 교육을 하고,

(다) 같은 달 5. 16:00경부터 18:30경까지 사이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보라매공원에서 개최된 하이코전자 노조결성식에 참가하여 35명의 위 회사 근로자들에게 회사측에서 면담하고자 부르면 왜 나만 부르느냐, 나는 잘 모른다,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얘기하라고 요구하고 그 사실을 보고 대회시 등에 발표하라, 해고가 되더라도 사직서만 안 쓰면 나중에 회사로 다시 갈 수 있다, 학생들은 해고되더라도 본인이 학비만 부담하면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상담소로 연락하라, 조합이 있으면 힘이 강하고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된다, 직장이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타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기타반을, 꽃꽂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꽃꽂이반을 만들어야 한다, 조합활동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완결하는 것이 조합이다 등 노조설립에 적극적으로 조종, 선동하여 같은 달 6.경 위 회사에 노동조합이 설립되게 하고,

(라) 같은 달 6. 18:30경부터 21:30경까지 사이에 위 상담소에서 구로구청 사회복지과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접수시키고는 이옥선, 구경희, 박경숙 등 하이코전자 근로자 6명에게 신원철은 옆에 있고 피고인과 이봉우, 이문숙은 교대로 노조 각 부서의 활동을 교육하여 회사측이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절대로 간부들은 흔들리지 말고 조합원을 지켜야 한다, 여러분의 얼굴에 생기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해나갈 때 진짜 조합원들이 되는 것이다, 보고대회는 1회로 끝내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 보고대회 시작할 때는 구호를 먼저 외치고 단합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마) 같은 달 8. 19:00경부터 22:00경까지 사이에 위 상담소에서 이봉우, 신원철은, 위 박영숙, 이옥선 등 하이코전자 근로자 약 15명에게 노조의 필요성 및 노동 3권에 대해 교육한 다음, "자본가는 돈도 있고 힘이 있어 권력과 밀착되어 있다, 법은 있는 사람 편이지 우리 편이 아니다, 상근자 및 사무실 문제가 협상되지 않으면 단결하여 끝까지 밀어붙여라, 노동자는 법을 따지지 말고 밀어붙여서 목적을 쟁취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피고인과 이문숙은 노래밑천이 딸리지 않느냐면서 노래 "동지가, X에게"를 가르쳐 주면서 같이 불러,

(바) 위 구경희 등이 1989.5.6. 16:00경 노조결성식을 하고, 같은 달 7. 18:00경에는 1차 노조결성보고대회를, 같은 달 8. 17:50경에는 2차 노조결성보고대회를 하게 하는 등으로 하이코전자 근로자들을 접촉하는 등 하여 노동조합의 설립 및 활동과 노사쟁의행위에 대하여 관계당사자를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제3자 개입한 것이다.

(2)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심이 채택한 증거 중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구경희, 박영숙, 김치옥, 김순천에 대한 각 진술조서에 의하면, 동인들의 자술서의 기재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노동상담소의 간사로서 위 하이코전자의 근로자들과 나눈 대화 및 그들의 노동조합설립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행한 행위 중 제3자의 개입행위라고 보여질 만한 언동만을 추려 조서를 작성한 인상은 지울 수 없으나, 피고인이 원심판시와 같은 말을 위 하이코전자의 근로자들에게 하거나, 결성식 개최장소에의 참가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추상적으로 노동조합의 관계법규나 관행을 설명하는 등의 교육 내지 상담의 정도를 벗어나 위 하이코전자의 노동조합의 결성과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3)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로써 금지하고 있는 선동 등의 개입행위는 노사관계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관여행위를 말한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이 한 위와 같은 언동이 과연 위 하이코전자의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설립에 관한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에 개입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원심이 설시한 그 이유의 전개과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그 밖에 이옥선, 박운순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위 하이코전자는 다른 업체에 비하여 임금이 적어, 근로자들끼리 그 해결방안에 관하여 논의 중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의사를 가졌으나, 회사측에서는 근로자가 100인 이상이어야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에 의문점을 가진 근로자들이 상담할 곳을 알아 보던 중, 위 구경희의 위 노동상담소를 찾아가 보자는 제의로 우선, 1989.4.30.에 위 구경희 및 위 박영숙이 퇴근길에 위 노동상담소를 찾아가게 된 것이고, 이날은 찾아가서 위 노동상담소의 간사로 일하던 공소외 이문숙으로부터 근로자가 2인 이상이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돌아온 사실,

② 다음날 위 구경희 등을 통하여 위 하이코전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위 하이코전자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하고 다시 구경희를 비롯한 대표격인 근로자 7명이 다시 노동상담소를 찾아가게 되었고, 이때부터는 역시 위 노동상담소 간사로 있던 피고인이 위 하이코전자 근로자들과 상담을 하게 된 사실, 상담을 하면서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의 설립절차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할 문제, 즉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가, 해고는 당하지 않겠는가 등의 궁금한 점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고, 피고인이 이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위 판시 (1)의 (가)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사실,

③ 그리고 난 다음날인 같은 달 2. 위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의 설립방법 등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하여 위 노동상담소를 다시 찾아왔고, 이때 피고인이 노동조합설립문제에 대하여 상담 및 교육을 하면서 위 판시 (1)의 (나)와 같은 말을 근로자들에게 한 사실,

④ 그 후 위 근로자들은 노동조합결성식을 보라매공원에서 갖기로 하고, 구경희에게 위 결성식에 참석하여서 노동조합설립신고에 필요한 관련서류를 검토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노동조합의 결성식에 참석하였으나, 결성식 도중에는 옆에 비켜서 있다가 결성식이 끝난 후 사회자의 부탁으로 단상에 올라가 격려를 하면서 위 판시 (1)의 (다)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사실,

⑤ 그 후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후 상담소를 찾아온 노동조합 임원진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피고인 및 공소외 이봉우, 신원철 등이 위 판시 (1)의 (라), (마)와 같은 취지의 언동을 하면서 노동조합활동에 대하여 교육을 한 사실 등을 각 인정할 수 있다.

(4)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판시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것은 피고인의 항소이유와 같이 굳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의사가 없는 근로자들을 선동하는 방법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결성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과연 자기 회사에서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점을 갖고 평소 다니면서 보아둔 노동문제상담소를 찾아 온 위 하이코전자의 근로자들과 노동상담소의 상담자로서 대화를 시작하면서 점차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데에 조력을 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행동을 한 것임을 알 수 있고, 그렇다면 노동조합을 결성할 의사가 없는 근로자들을 선동하는 등으로 부추켜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하는 것과는 달리, 이미 노동조합을 설립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근로자들에게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여 노동조합의 설립을 도와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피고인의 언동에 의하여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설립에 관한 그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대법원 1993.9.24. 선고 93도1895 판결 참조), 달리 이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5)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노동조합법 제12조의2 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3. 결 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공소사실은 앞에 파기이유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이유로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양태종(재판장) 변현철 오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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