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999 강간, 명예훼손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최종필(기소), 강길주(공판)
변호인
변호사 홍기정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4. 4. 선고 2018고합306 판결
판결선고
2019. 10. 15.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가. 무죄 부분(강간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
피해자가 방어적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점, 피해자 진술이 대체로 일관된 점, 피고인이 당시 상당히 화가 난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강간의 점)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를 믿기 어렵다는 등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나. 유죄 부분(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면서 강간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특히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추단할 수 있는 당시 상황, 피해자 진술의 변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구성한 이 부분 공소사실(강간의 점)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은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를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인 행위에 대해 윤리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 의도를 알았다면 피해자가 성관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명예훼손의 점에 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피해자가 자신(피고인)과 교제 중에 다른 남성을 만난 것'에 대하여 피고인이 충분히 배신감을 느낄 수 있었던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이 사건에서는 범행 결과와 함께 범행 동기와 경위 등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고,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 변명에 따르더라도, '피해자가 이른바 양다리 걸친 사실'을 알아낸 피고인이 전후 사정을 모르는 피해자와 성관계하면서 일부러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질 내에 사정한 다음 '임신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겁을 먹게 하였고, 같은 날 피해자 직장에 찾아가 피해자 동료에게 '피해자가 양다리 걸친 사실 또는 성관계하였던 사실'을 들먹이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1)
① 비록 피고인 행위가 강간죄를 구성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더라도, '원치 않는 혼전 임신이 신체적 · 정신적으로 미혼 여성에게 적지 않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과술에 취한 피해자가 피고인 의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이용하여 피고인이 일부러 위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던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의 평판을 나쁘게 하거나 직장에 다니지 못하게 할 의도'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의 은밀한 사생활을 공개하였던 점, ③ 특히 심대한 고통을 주기 위하여 경제적·사회적으로 중요한 피해자 직장에서 대범하게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던 점에서, 범행 정상이 좋지 않다. 소중하게 보호받아야 할 '임신과 태아의 생명'을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삼았던 점에서도, 피고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2) 사회적 평판을 중시하고 이를 상당히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피고인 행위는 사회생활을 하는 미혼 여성(피해자)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고 그 장래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부분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정도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2) 또한, 직장에 원활히 적응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한테서 용서를 받지 못했다.
3) 피고인의 나이, 경력, 환경, 가족관계,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당심에서 추가된 양형자료 포함)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할 때도 그렇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 요지
당심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 요지는 원심판결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07조 제1항(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1. 사회봉사명령
양형 이유
당심에서 추가된 양형자료를 반영하여 판단한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종구
판사 오현규
판사 조찬영
주석
1) 증거기록 315쪽, 316쪽, 333쪽, 339쪽, 공판기록 276쪽 등
2) 증거기록 207쪽, 공판기록 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