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에프 담당변호사 박성민)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김린 외 1인)
2020. 6. 1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43,756,327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6. 1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평택시 (주소 생략) 소재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의 운영자이다.
2)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이다.
나. 이 사건 수술의 실시 및 경과
1) 원고는 2018. 6. 7. 요통, 근력저하로 인한 파행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의 척추센터에 내원하였다.
2) 피고 병원의 척추센터 의료진은 2018. 6. 11. 11:00경 원고에 대하여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실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
3) 원고는 같은 날 18:30경 회복실로 옮겨졌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18:45경 원고가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된 사실을 확인한 후 18:50경 뇌 CT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뇌경색 소견이 관찰되었다.
4) 원고는 같은 날 19:30경 △△△병원으로 전원되었다가 2018. 6. 25.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5) 원고는 현재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로 모든 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고, 인지장애로 인하여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스스로 대소변 조절 및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주의의무 위반
1) 이 사건 수술은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니었던 반면 원고는 경동맥 협착 소견이 있어 뇌졸중의 위험이 높은 환자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전에 원고 경동맥의 동맥경화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여 뇌졸중의 위험을 낮춘 후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여야 하였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 없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여 원고에게 뇌졸중이 발생하였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당시 원고의 상태를 관찰할 의무를 게을리하여 원고가 혈전용해술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3)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종료 후 원고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여야 하였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뒤늦게야 원고의 뇌 CT 검사를 시행한 후 △△△병원으로 전원함으로써 뇌경색의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다.
나. 설명의무 위반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 및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여야 하였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피고 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는 경직성 편마비, 인지장애, 연하장애를 입게 되었고 위 장애는 영구적인바, 피고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으로 원고에게 소극적 손해 126,455,823원, 향후 치료비 3,933,220원, 개호비 283,367,284원, 위자료 30,000,000원의 합계액인 443,756,327원(= 126,455,823원 + 3,933,220원 + 283,367,284원 +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수술 결정상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1)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료할 수 있으므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95635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증거,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장,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이 사건 수술을 집도한 피고 병원 척추센터의 의사 소외 4가 피고 병원의 내과 및 마취과에 수술전 평가를 의뢰한 사실, ② 이에 대하여 피고 병원 내과의사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경동맥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한 후 ‘검사 결과 종합하여 볼 때에 계획대로 수술을 진행하여도 큰 무리가 없다.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있으나 취약 경화반이 없고 협착이 심하지 않아 마취, 수술의 금기는 아니고,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하여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라고 회신한 사실, ③ 진료기록부(갑 제1호증)에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어 원고도 수술적 치료를 원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감정의 소외 5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타과에 수술 위험도의 평가를 의뢰하였고, 이에 대하여 수술의 금기는 아니나 뇌졸중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으며 위 소외 1이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전 원고의 동맥경화로 인한 위험도를 평가한 후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으나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여도 큰 무리는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수슬을 시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이 사건 수술 결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수술 당시 경과관찰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를 할 채무 즉 수단채무이므로, 진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의료행위의 결과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더라도 당해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와 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또한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러한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 대하여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1295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감정의 소외 6이 ‘이 사건 수술 전 원고에게 뇌졸중을 비롯한 뇌의 신경학적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의견을 밝혔고 감정의 소외 5가 ‘이 사건 수술 전에는 이상이 없었고 이 사건 수술 이후에 뇌경색이 확인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수술 중에 뇌경색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밝힌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수술 도중 원고에게 뇌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시행 전 원고를 마취하였는데 당시(2018. 6. 11. 11:00) 수축기 혈압이 200mmHg로서 매우 높았으나 이는 원고의 기저 혈압인 점, ② 마취가 시작되어 마취약제의 농도가 올라가자 원고의 혈압 또한 하강하였다가 수술이 시작되어 자극이 가해지자 원고의 혈압 또한 상승한 점, ③ 이후 다시 혈압이 하강하였다가 원고에 대하여 재차 수술이 시행되자(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술은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로서 여러 수술이 연달아 시행되었다) 혈압이 높아진 점, ④ 이와 같은 수술 중의 혈압 변화는 고혈압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이고, 맥압과 기도압의 변동에 특이점이 없었던 점, 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의 혈압을 낮추기 위하여 혈압강하제인 라베신을 투여하였고, 수술 중 고혈압을 피하기 위하여 레미펜타닐(remifentanil)을 지속적으로 투여하였던 점, ⑥ 전신마취 중에는 의식이나 반사반응이 없어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의 신경학적 이상의 발생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다만 뇌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생체 징후에도 이상반응이 나타나므로 이를 통하여 뇌출혈이나 뇌경색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나 원고의 경우 생체 징후에 이상반응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에 대한 경과관찰을 게을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수술 종료 후 경과관찰 의무 위반 및 전원 지연 여부에 대한 판단
1) 앞서 본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이후 원고를 경과관찰하다가 원고의 신경학적 이상반응을 확인하자 곧바로 뇌 CT 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뇌경색 의심소견이 확인되자 원고를 △△△병원으로 전원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이후 경과관찰을 게을리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를 뒤늦게 전원하여 원고의 뇌경색을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① 일반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환자가 어느 정도 마취에서 회복된 후 환자를 회복실로 옮기는데, 원고는 2018. 6. 11. 18:30경 회복실로 옮겨졌다.
② 환자의 수술 후 안전을 위하여서는 마취로부터 충분히 회복된 상태에서 퇴실하여야 한다. 환자의 퇴실을 위한 회복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마취 후 회복점수라는 기준을 만들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있는데, 마취 후 회복점수가 9점 내지 10점이 되어야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한다. 원고가 이 사건 수술 이후 회복실에 입실할 당시 위 마취 후 회복점수의 운동 및 의식 점수가 모두 1점(운동 점수 1점의 의미: 명령 또는 자발적으로 사지 중 2부위 운동가능, 의식 점수 1점의 의미: 이름을 부르면 반응)이었다. 다만 이는 마취 잔류 효과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회복실 입실 때의 의식 저하와 움직임 제한의 원인이 뇌졸중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③ 피고 병원 의료진은 18:45경 원고가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된 사실을 확인하고 18:50경 뇌 CT 검사를 시행하였고, 뇌 CT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뇌부종 감소를 위하여 스테로이드 정맥 주사를 투여하였다.
④ 19:30경 뇌 CT 검사 결과 원고에게 뇌경색 의심 소견이 확인되었고,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를 △△△병원으로 전원하였다. 원고가 회복실로 옮겨진 때로부터 △△△병원에 전원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시간이다.
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전실된 환자에게서 편측 팔다리의 운동능력이 저하되어 있고, 동공반사가 관찰되지 않으며 의식이 저하된 경우 뇌 CT나 MRI 중 하나를 시행하여야 하며 응급상황인 경우 뇌 CT가 더 일반적이다.
라.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1)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8. 6. 7. 원고의 보호자인 아들 소외 7에게 수술의 목적, 수술의 방법, 발생가능한 예상치 못한 결과 또는 상황(합병증) 등에 대하여 설명한 것으로 보이고, 위 합병증에는 신경손상 등도 포함되어 있다.
2) 또한 이 사건 수술 당시 협진을 요청받은 내과의사 소외 1이 2018. 6. 11. 원고의 보호자에게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하여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이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