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피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김민정 외 1인)
2017. 8. 17.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111,749,422원, 원고 2에게 76,166,281원, 원고 3에게 71,166,281원과 각 이에 대하여 2014. 11. 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1은 2014. 11. 28. 사망한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부인이고, 원고 2, 원고 3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피고는 중앙보훈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의 운영자이자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이다.
나. 망인은 2014. 11. 10. 전신 위약감, 기억력 감소, 요실금 등의 증상으로 의정부의료원에서 추가 검사를 권유받은 후, 2014. 11. 11. 피고 병원 신경과에 외래로 내원하였다. 위 신경과 소속 의사는 뇌혈관 질환, 경동맥 협착, 만성음주로 인한 인지기능저하 등의 진단 하에 방사선 검사 등 정밀 진단을 위하여 망인을 응급의학과로 전과 조치하였다.
다. 피고 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는 2014. 11. 11. 12:10 망인을 면담한 후 혈액검사, 엑스레이 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망인은 12:27경 흉부 엑스레이 검사(이하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라고 한다)를 받던 도중 식은땀을 흘리며 실신하였다가 12:33 응급실로 되돌아왔다. 또한 망인은 13:22 뇌 MRI 검사를 위하여 영상검사실로 이동하였으나, 수액 주사바늘을 뽑는 등 검사 절차에 협조하지 아니하여 위 검사 역시 실시하지 못한 채 13:30 응급실로 되돌아왔고, 이후 위 의사의 조치에 따라 16:40 신경외과로 입원하였다.
라.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4. 11. 12. 07:47 망인의 뇌 CT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위 검사결과 외상성 뇌내출혈, 양쪽 전두엽과 측두엽의 급성 뇌출혈 및 뇌부종, 경막하출혈 등이 발견되었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09:30 개두술 및 뇌내 혈종제거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고 한다)을 시행하여 오른쪽 전두엽의 뇌내출혈, 왼쪽 측두엽의 혈종 등을 제거하였다.
마. 망인은 이 사건 수술 이후 피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2014. 11. 28. 03:21 외상성 뇌출혈 및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병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의료상 과실로 외상성 뇌출혈 및 뇌부종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함으로써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결과를 예방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1) 망인은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당시 쓰러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힘으로써 두개골 및 안면에 골절상을 입었는바, 망인의 뇌경색 등 과거 병력에 비추어 뇌출혈 및 뇌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하여 산소공급 등의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고, 신경학적 검사, 뇌 CT 검사 등 최소한의 진단검사도 실시하지 아니하였으며, 두부 손상의 초기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투여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조기에 발견 또는 치료하지 못하였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당시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한 낙상방지조치 역시 소홀히 하였다.
2) 외상성 뇌출혈은 조기에 뇌 CT 또는 MRI 검사를 실시하여야 하는 응급사고에 해당한다. 망인이 2014. 11. 11. 13:22 뇌 MRI 검사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으나 뇌 CT 검사는 가능한 상황이었고, 이후 16:20경 진정되어 뇌 영상검사를 실시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4. 11. 12. 07:47까지 위 검사를 지연시켰다. 또한 두부 외상이 의심되는 경우 뇌내출혈 위험성 때문에 최대한 빨리 수술을 실시하여야 함에도 망인이 응급실을 방문한 때로부터 약 11시간이 지나서야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다.
3) 망인은 뇌출혈과 함께 뇌부종이 발생하였고 뇌 CT 검사에서도 뇌부종이 발견되었으므로, 이 사건 수술 당시 뇌압감압술을 같이 시행하였어야 하는데,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수술 후에도 망인의 뇌부종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뇌부종을 감소시키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고, 매일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지속적으로 경과관찰을 하였어야 할 뇌 CT 검사도 시행하지 아니하였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도중 쓰러져 두부 외상이 발생하였을 때 이로 인하여 뇌출혈 및 뇌부종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고, 이 사건 수술 이후 뇌부종 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뇌손상이나 사망과 같은 악결과 발생 가능성, 경과관찰의 필요성, 약물치료 및 응급감압술의 필요성 등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는바, 이는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의료상의 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36848 판결 참조).
이 사건에 돌이켜 보건대, 망인이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도중인 2014. 11. 11. 12:27경 실신한 사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그로부터 약 19시간이 지난 2014. 11. 12. 07:47 망인의 뇌 CT 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검사결과에서 외상성 뇌출혈 등이 확인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이 법원의 한양대학교병원장,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병명을 진단하는 데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외상성 뇌출혈 및 뇌부종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였다거나 망인에 대한 치료 및 경과관찰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이를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망인은 피고 병원에 내원할 당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는 하였으나 의식은 명료하였고, 보호자의 도움 없이 단독 보행이 가능하였으며, 운동감각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시 낙상방지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이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도중 두개골 및 안면에 골절상을 입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 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는 망인이 엑스레이 검사실에서 되돌아온 직후인 2014. 11. 11. 12:33 간호사로부터 망인의 실신 사실을 고지받고서 즉시 망인의 상태를 관찰하였고 12:38 혈당 검사를 시행한 후 활력징후를 측정하였는바, 그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고, 두통, 오심, 구토, 편마비 등과 같이 두부 외상을 의심할 만한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2) 한편 응급 CT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두부 손상 환자는 글라스고 의식 점수(Glasgow Coma Scale, GCS)가 낮은 경우, 1cm 이상의 함몰 골절이 있은 경우, 양쪽 동공의 크기가 1mm 이상 차이나는 경우, 위 의식 점수나 의식 수준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 등인데, 망인은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이후에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또한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라 하더라도 바로 개두술을 실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의식 저하가 진행되면서 신경학적 이상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경우, 뇌압 상승이 심하게 예상되는 경우, 뇌출혈로 인하여 뇌의 압박이 심한 경우 등과 같은 수술 적응증이 있어야 하는데, 망인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였다.
3) 뇌 MRI 검사는 그 소요시간이 길어서 환자를 통제하기 어렵고, 검사 환경의 특성상 심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움직임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에는 시행이 어렵다. 망인은 피고 병원에 내원하기 1년 전부터 알코올 금단에 따른 발작증상 등으로 일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고,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에도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는데,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후인 2014. 11. 11. 13:22 불안정한 상태로 움직임이 조절되지 아니하여 뇌 MRI 검사를 실시할 수 없었고, 16:14에는 양쪽 팔다리의 경직 증상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산소흡입, 정맥주사 투여 등의 조치를 받은 후 16:20에서야 진정되었으며, 입원 후인 17:15에도 임의로 수액 주사바늘을 빼려고 하여 보호자가 직접 양손 억제대를 요청할 정도였으므로, 뇌 CT나 MRI 등 영상검사에 적합한 상황이 아니었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을 통해서 오른쪽 전두엽의 뇌내출혈, 왼쪽 측두엽의 혈종 등을 제거하였는데, 위 수술 후인 2014. 11. 12. 16:05 실시한 뇌 CT 검사결과 망인의 뇌내 혈종은 충분히 제거된 상태로서 감압이 조절되어 있었으므로, 당시 별도의 감압술은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수술 이후 망인의 경과를 관찰하기 위하여 반드시 뇌 CT 검사를 매일 실시해야 할 의학적 근거가 없는 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당일인 2014. 11. 12., 다음날인 2014. 11. 13., 같은 달 17., 19., 24., 26. 뇌 CT 검사를 각 실시함으로써 이 사건 수술의 경과와 망인의 회복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다. 그리고 위 각 뇌 CT 검사결과에 따르면, 2014. 11. 13. 경한 뇌부종이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지연성 재출혈이나 추가 처치를 필요로 하는 영상 소견은 없었고, 2014. 11. 19. 뇌출혈 주변으로 뇌부종이 약간 심해졌다가 2014. 11. 24.에는 뇌출혈 및 뇌부종이 다시 감소하였으며, 2014. 11. 26. 뇌부종이 약하게만 남아있는 등 이 사건 수술을 통하여 뇌부종이 전체적으로 호전되었는바, 위 기간에 망인에게 뇌압감압술 등 감압을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없었다.
5)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이후 망인에게 이뇨제 등의 약물을 투약하였는데, 이는 뇌부종으로 인한 뇌압 상승을 막는 보존적 치료 방법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뇌 CT 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2014. 11. 14.부터 같은 달 16.까지 기간에도 글라스고 의식 점수를 반복 체크하여 망인의 의식 상태와 뇌부종의 위험성 등을 확인하였고, 수술 부위 관찰, 감염 증상 확인, 활력징후 측정, 섭취량 및 배설량 측정 등의 경과관찰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였다.
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망인이 이 사건 엑스레이 검사 도중 쓰러져 두부에 외상을 입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수술로 망인의 뇌부종이 호전되어 뇌압감압술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음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뇌부종이 악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치료방법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는 없고, 갑 제3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당일인 2014. 11. 12. 원고들을 면담하여 이 사건 수술로 망인의 오른쪽 전두엽 뇌내 출혈과 왼쪽 측두엽 혈종 등을 제거하였고, 위 수술 후 뇌 CT 검사결과에서 재출혈은 없었으나 추후 재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뇌출혈 환자의 경우 색전 및 혈전으로 인하여 심정지가 일어날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한 사실, 또한 다음날인 2014. 11. 13.에도 원고들에게 망인은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면밀한 경과관찰이 필요하고, 향후 폐렴, 요로감염, 심근경색의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위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경우 의식 회복속도가 느려지거나 사망할 수도 있음을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수술 이후의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의무는 이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