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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1590 판결
[대여금][공1994.11.15.(980),2974]
판시사항

가. 작성명의인이 자필서명임을 인정하나 날인은 되어 있지 않은 처분문서의 증명력

나. 자필서명임을 인정하는 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백지에 서명만을 한 채 교부하였는데 그 후 임의로 작성된 문서임을 인정하여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

다. ‘나’항과 같은 사유로 처분문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처분문서에 기재된 작성명의인인 당사자의 서명이 자기의 자필임을 그 당사자 자신도 다투지 아니하는 경우 설사 날인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므로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함부로 그 증명력을 배척할 수 없다.

나. 문서를 백지에 서명만을 하여 교부하여 준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므로 백지에 서명만을 한 채 교부하였는데 그 후 임의로 작성된 문서임을 인정하여 '가'항과 같은 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

다. ‘나’항과 같은 사유로 처분문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문영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2.2.27. 피고에게금 50,000,000원을 이자는 월 2푼, 변제기는 같은 해 3.7.로 정하여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갑 제1호증(차용금증서)를 제출함에 대하여, 위 차용금증서의 채무자란에는 피고가 자필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는 피고의 주소 및 성명이 기재되어 있어 그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할 것이나, 한편 위 차용금증서에 의하면 연대보증인 1심 피고 2(1심 피고 2의 가명이다)의 성명 옆에는 그의 서명이 되어 있음에도 주채무자인 피고의 성명 옆에는 별도의 서명이나 날인이 되어 있지 아니한 바, 제1심 증인 1의 증언과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인쇄업을 경영하면서 사채놀이를 하고 있던 원고가 아무런 담보 없이 이 사건에서 문제된 금 50,000,000원을 대여하였다는 것이고, 위 1심 피고 2가 1992.10.경 구속되자 원고는 그 주장의 위 대여금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 1심 피고 2가 소외 1로부터 받아야 할 토지 잔대금의 변제수령을 위임받은 일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위 차용금증서의 위와 같은 기재와 형식은 극히 이례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인데, 나아가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2호증의 1, 2(편지봉투 및 내용), 을 제3호증(확인서)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2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 보면, 피고는 1992. 2. 27. 위 1심 피고 2로부터 그가 원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데 입회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백지에 주소와 성명을 기재하였으나, 피고가 백지에 주소와 성명만을 기재하였던 것에 피고의 의사와는 달리 차용금증서라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이 사건에 갑 제1호증으로 제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으므로, 위 서증의 진정성립의 추정은 번복된다 할 것이어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으며, 제1심 증인 1의 일부 증언은 단지 위 증인이 원고에게 금 10,000,000원을 빌려 주었다는 것 뿐이고 그 외에는 모두 원고로부터 들은 내용이므로 이를 채택하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대여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처분문서에 기재된 작성명의인인 피고의 서명이 피고의 자필임을 피고도 다투지 아니하는 경우 설사 날인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므로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함부로 그 증명력을 배척할 수는 없다 할것이고(당원 1990.2.13. 선고 89다카16383 판결 참조), 문서를 백지에 서명만을 하여 교부하여 준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 고 할 것이다(당원 1988.9.27.선고 85다카1397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증거인 갑 제1호증이 피고가 백지에 서명하였던 것에 차용금증서라는 등의 문언이 사후에 기재되어 작성되었다고 인정하였으나, 우선 그 서명경위에 관한 피고의 주장 자체가 당초 그 서명사실조차 부인하다가 서명사실은 인정하면서 입회인으로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다가는 다시 백지에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관되어 있지 아니한 데다가,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채용한 증거들중 우선 을 제2호증의 1, 2는 위 1심 피고 2가 구속되어 있으면서 피고에게 보낸 편지로서 그 내용은 피고의 안부를 물으면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단지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을 제3호증은 위 1심 피고 2가 원고로부터 돈을 빌리는데 피고에게 입회를 부탁하자 피고가 백지에 이름과 주소를 써주었고 돈을 차용하는 데 보증한 것은 아님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로서 원심의 인정사실에 부합하는 것이기는 하나, 피고와 절친한 사이라는 위 1심 피고 2의 진술이 객관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원심 증인 2의 증언은 피고측으로부터 들었다는 취지의 전문진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흔히 있는 금전대차관계에 수반하여 작성하는 차용금증서라면 그 내용이 복잡할 리 없을 것이므로 즉석에서라도 간단히 그 내용을 기재한 다음 서명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그와 같은 방법을 따르지 않고 백지에다 서명만을 해 주었다는 을 제3호증의 기재나 원심 증인 2의 증언은 경험칙에도 맞지 않다.

그리고 원심은 갑 제1호증의 위 1심 피고 2의 성명(가명인 1심 피고 2라고 기재하였다) 옆에는 서명(싸인이라는 의미로 보인다)이 있음에도 피고의 성명 옆에는 별도의 서명이나 날인이 되어 있지 아니한 점, 사채놀이를 하던 원고가 아무런 담보 없이 금 50,000,000원이나 대여한 점 및 원고는 위 대여금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 1심 피고 2가 위 소외 1로부터 받아야 할 토지 잔대금의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적이 있는 점 등을 들어 갑 제1호증의 기재와 형식이 극히 이례에 속한다고 하나, 위 1심 피고 2만큼은 위 차용금증서에 의한 차용사실을 다투지 아니하면서 그 변제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여 위 차용금증서의 기재와 형식이 이례에 속한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위 갑 제1호증에는 위 1심 피고 2의 서명도 있고 그 서명은 피고의 서명보다 아래에 기재되어 있는 바, 피고가 그 주장처럼 백지에 서명한 것이라면 위 1심 피고 2는 피고가 서명한 다음에 서명하였다는 것이 될 것인데, 위 1심 피고 2가 서명할 당시에도 갑 제1호증의 나머지 부분이 원고에 의하여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면 차주라고 자처하는 위 1심 피고 2가 입회인에 불과한 피고보다 아래에 서명하였다는 것이 되어 납득하기 어렵고, 만일 나머지 부분이 기재되어 있었다면 단순히 입회하기로 한 피고의 서명 앞에 채무자라고 표시되어 있는 데에 대하여 피고와 절친한 사이인 위 1심 피고 2가 이의를 제기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할 것이고,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납득이 가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도, 원심은 이러한 점에 대하여 보다 세밀히 심리하여 피고의 위 주장이나 위 1심 피고 2가 작성한 확인서(을 제3호증)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은 위 나머지 부분의 기재가 위 1심 피고 2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본 듯도 하나, 위 나머지 부분을 원고가 기재하였다는 점을 원고가 자인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측에서 별다른 반박을 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별다른 심리도 없이 그와 같이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이 위 갑 제1호증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나아가 원고가 피고에게 위 금원을 대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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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1.14.선고 93나29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