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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9. 27. 선고 85다카1397 판결
[청구이의][공1988.11.1.(835),1315]
판시사항

가. 백지에 서명만을 한 채 교부하여 작성된 문서의 증명력

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문서를 백지에 서명만을 하여 교부하여 준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

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연상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을제5호증(각서)은 그 작성명의인인 소외 1의 서명이 진정함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진정성립이 일응 추정된다고 할 것이나 원심 및 제1심 증인 소외 1과 원심증인 소외 2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서증은 소외 3이 원고의 아버지인 소외 1에게 그가 임차하여 구루텐을 생산하고 있던 건물의 명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달라고 하여서 위 소외 1이 백지에 서명만을 하여준 것인데 위 소외 3이 임의로 그가 구루텐 판매 계약을 불이행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화해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기재를 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이에 반하는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과 위 소외 3의 진술이 기재된 신문조서들을 배척하여 위 을제5호증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문서를 백지에 서명만을 하여 교부하여 준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고 할 것인 바 , 원심이 위 사실인정의 자료로 들고 있는 증거를 살펴보면, 원심 및 제1심 증인 소외 1은 원고의 아버지로서 이 사건 분쟁에서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와 화해를 하고(갑제2호증, 을제2호증), 그 화해계약의 이행방법의 하나로 그의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으며(을제4호증), 그 약속어음금의 일부는 스스로 변제하고(갑제17호증의 4), 그 나머지는 그의 명의로 변제공탁(갑제16호증)을 한 사람으로서 당사자(원고)에 준하는 사람인데다가 그가 백지에 서명만을 해 주어야 할 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었음이 엿보이지도 아니한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건물의 명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인서라면 이는 그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인 반면 그 내용은 복잡할 리 없으므로 즉석에서라도 그 내용을 기재하고 서명, 날인하여 간단히 작성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와 같은 방법을 따르지 않고 백지에다 서명만을 해 주었다는 것은 경험법칙에 잘 맞지 아니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내용의 문서의 작성을 일임하고 백지에 서명하는 경우라면 날인까지 해 주는 것이 우리의 상식일 터인데 위 소외 1은 을제5호증의 서명은 해 주었으나 날인은 해 준바 없다고 부인하는 것도 잘 납득이 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또한 원심증인 소외 2는 온천장에서 음료수장사를 하는데 1984.3.1. 볼 일이 있어서 부산법원 근처의 ○○다방에 갔다가 소외 1과 소외 3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 분쟁의 내용을 잘 모르고 이해관계가 있음이 엿보이지도 아니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소상하게 듣고 기억하여 1년 후인 1985.3.7. 생생하게 진술할 수 있는지 의문시되는 바 있다.

반면에 제1심 증인 소외 3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화해를 중재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의 내용을 소상하게 잘 아는 제3자이고 또 그의 진술내용은 이 사건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에도 부합하는 것이므로 가볍게 배척할 것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즉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제1심의 가집행선고부승소판결을 얻어 강제집행에까지 착수한 유리한 입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 12,252,67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권 중 금 9,000,000원만 받기로 하고 나머지는 포기하기로 하였을 때에는 그만한 필요나 이익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피고가 안정적으로 공급을 갈망하는 구루텐 공급계약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위 채권자체가 구루텐 공급과 관련된 것이었던 점, 그리고 이와 같은 사정은 위 금 9,000,000원 중 금 7,000,000원은 피고가 지급받음에 가름하여 피고의 소외 3에 대한 구루텐 공급계약의 보증금으로 충당키로 하였고 그리하여 이 사건 화해일과 구루텐 공급계약 체결일이 1983.4.1.로서 같은날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뒷받침이 되고 있는 점(을제1호증 판결, 갑제2호증, 을제2호증 각 화해서, 을제3호증 계약서) 나아가 피고로서는 소외 3과의 계약의 확실한 이행의 보장이 필요하였을 터인데 그 계약서에 소외 1이 보증인으로 되어 있는 점(을제3호증 계약서) 원고는 피고와의 위 화해에 따라 1983.4.22. 위 가집행선고부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였는데(갑제3호증, 취하서) 피고는 경매를 취하하지 않고 있다가 위에서 본 각서(을제5호증) 작성일인 같은해 5.26.에 비로소 경매를 취하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갑제4호증, 경매취하서) 피고는 을제5호증에 기재된 약정을 하고서 경매를 취하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나 소외 1로서도 을제5호증을 작성해 주고서라도 피고로 하여금 경매를 취하하게 하고, 이 사건 화해를 마무리지을 필요나 이익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 원고는 이 사건 화해에 관하여는 전혀 관여한 바 없고 위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하여 하였으며 따라서 그 화해에 따른 을제3호증이나 을제5호증의 작성에 있어서도 위 소외 1이 직접 또는 원고를 대리하여 하였을 개연성이 많은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 소외 3의 증언이나 그의 진술이 기재된 신문조서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오히려 위 소외 1이나 소외 2의 증언을 취신하여 을제5호증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이나 나아가 소외 1이 위 을제5호증의 약정을 원고의 대리인 자격으로 또는 대리권을 수여받아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우만(재판장) 김덕주 배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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