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의 수급인이 부수적 채무인 시사회 준비 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 불이행만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2] 영상물 제작공급 채무가 그 이행에 도급인의 협력이 필요하고 성질상 정기행위인 사안에서, 도급인의 협력거부로 인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수급인의 대금청구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의 수급인이 내부적인 문제로 영상물제작 일정에 다소의 차질이 발생하여 예정된 일자에 시사회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 그와 같은 의무불이행은 그 계약의 목적이 된 주된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부수된 절차적인 의무의 불이행에 불과하므로, 도급인은 그와 같은 부수적인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2]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상 수급인의 채무가 도급인과 협력하여 그 지시감독을 받으면서 영상물을 제작하여야 하므로 도급인의 협력 없이는 완전한 이행이 불가능한 채무이고, 한편 그 계약의 성질상 수급인이 일정한 기간 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기행위인 사안에서, 도급인의 영상물제작에 대한 협력의 거부로 수급인이 독자적으로 성의껏 제작하여 납품한 영상물이 도급인의 의도에 부합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도급인의 의도에 부합하는 영상물을 기한 내에 제작하여 납품하여야 할 수급인의 채무가 이행불능케 된 경우, 이는 계약상의 협력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수급인은 약정대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서울텔레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상)
피고(반소원고),상고인
주식회사 212디자인 (소송대리인 청조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정일)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소외 포항종합제철 주식회사(이하 포항제철이라 한다)로부터 포항제철이 1994. 3. 16.부터 같은 해 3. 20.까지 5일간 코엑스(KOEX) 대서양관에 설치 운영할 '포스코관'의 설치용역을 의뢰받은 후, 같은 해 2. 2. 영상물 전문제작업체인 원고 회사(반소피고, 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위 포스코관에서 상영할 방영시간 10분짜리의 포항제철 기업홍보용 영상물의 제작을 원고 회사에게 의뢰하는 내용의 이 사건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영상물의 납품기한은 계약일로부터 40일로 되어 있는 사실, 피고가 영상물을 원고 회사에게 제작의뢰하게 된 이유는, 원고 회사가 국내 유수의 영상물제작 회사인데다가 영상물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소외 1이 원고 회사의 여러 피디(PD)중에서 소외 2를 적극 추천한 점도 작용하였던 사실, 원고 회사는 피고와 협의하여 영상물을 제작하기로 한 계약조항에 따라, 같은 해 2. 23. 1차 시사회를, 같은 해 3. 10. 2차 시사회를 각 피고의 참여 아래 갖고, 같은 해 3. 12.부터 3. 15. 사이에 이를 포스코관에 설치하여 리허설을 하기로 잠정적으로 예정하였으나, 포항제철측의 사정을 이유로 한 피고의 촬영연기 요청으로 포항과 광양에서의 현지촬영이 같은 해 2. 17.부터 2. 22. 사이에 행하여짐에 따라 1차 시사회의 일정도 순연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 그런데 위 소외 2 피디(PD)가 원고 회사의 직원들과의 갈등으로 같은 달 23.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에 출근하지 아니하고 원고 회사의 연락에도 응하지 아니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원고 회사에서 영상물제작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자,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피고는 원고 회사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아니한 채 소외 2가 원고 회사의 승낙 없이 임의로 원고 회사에서 반출하여 가져온 촬영자료를 가지고 같은 달 28. 위 소외 1, 소외 2, 피고의 대표이사 및 피고의 담당직원 등만이 참여한 가운데 1차 시사회를 가진 사실, 원·피고 간에 체결된 영상물제작계약 제7조는 "원고 회사가 본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와 "원고 회사가 계약기간 내에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를 계약해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는 원고 회사가 같은 달 25. 이후부터 영상물제작 작업의 진행 경과를 피고측에게 통보하여 주지 않은 점과 같은 달 28.로 예정된 시사회를 위한 납품을 하지 않은 점 및 담당 피디가 사전통보 없이 교체되었고 후임자 통보도 행하여지지 않은 점 등의 사유를 들어,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아니한 채 같은 해 3. 2. 원고 회사에게 계약해제 통지를 한 사실, 이에 원고 회사는 내부적인 문제로 일정에 다소 차질이 생겼지만 촬영 및 자료수집이 마쳐지고 편집과정만 남아 있어서 약정된 기일 내에 영상물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사를 수차에 걸쳐 서면으로 피고에게 통보하였으나, 피고는 원고 회사와의 일체의 협상을 단절하고 같은 달 7. 전문 피디 한 명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소외 디엠사에 이 사건 영상물의 제작을 의뢰하였고, 디엠사는 전문 피디의 참여 없이 새로 현지촬영도 행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위 소외 1의 도움만으로 며칠만에 영상물을 제작하여 피고에게 납품한 사실, 원고 회사는 소외 2 피디 등이 같은 해 2. 17.부터 2. 23. 사이에 포항과 광양에서 촬영하였던 영상자료 등을 편집하여 영상물을 제작하여 같은 해 3. 11. 피고에게 납품하였으나 피고가 그 수령을 거절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원고 회사가 내부적인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영상물제작 작업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전문 피디도 두지 않은 영세업체인 디엠사로부터 현지촬영 없이 영상물을 불과 며칠만에 납품받을 수 있었던 점, 원고 회사는 국내 유수의 영상물제작 업체로서 다수의 피디를 보유하고 있었고 또 당시 소외 2 피디가 촬영한 필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의 수정요구에 맞추어 편집을 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거나 장기간의 시일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었던 점, 편집단계에서의 피디의 역량은 덜 중요하며, 도중에 피디가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원고 회사의 다른 피디들이 10분간 상영될 이 사건 기업홍보용 영상물을 충분히 편집할 수 있었던 점, 원고 회사의 능력과 의사에 비추어 볼 때 예정된 일정을 다소간 수정하면 피고가 요구하는 정도의 영상물을 기한 내에 충분히 제작할 수 있었고 피고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에게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아무런 예고 없이 계약을 해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회사가 계약기간 내에 이 사건 영상물을 납품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고, 한편 원고 회사의 내부적인 문제로 영상물제작 일정에 다소의 차질이 발생하여 원고가 예정된 일자에 시사회를 준비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무불이행은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이 된 주된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부수된 절차적인 의무의 불이행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부수적인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사실관계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의 계약해제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사실관계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와 협력하여 피고의 지시감독을 받으면서 영상물을 제작하여야 할 원고 회사의 채무는 피고의 협력 없이는 완전한 이행이 불가능한 채무라고 할 것이고, 한편 이 사건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은 계약의 성질상 원고 회사가 일정한 기간 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기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영상물제작에 대한 협력의 거부로 원고가 독자적으로 성의껏 제작하여 납품한 영상물이 피고의 의도에 부합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의 의도에 부합하는 영상물을 기한 내에 제작하여 납품하여야 할 원고 회사의 채무가 이행불능케 되었다면, 이는 계약상의 협력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대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고 할 것이고, 원고 회사가 원심 인정과 같이 영상물제작 일정에 사소한 차질을 일으킨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해제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사유는 약정대금을 감액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도 모두 이유가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위 디엠사에게 피고 주장과 같은 제작대금을 지급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디엠사에게 피고 주장과 같은 다액의 제작대금을 지급하게 됨으로써 원고 회사와의 계약대금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손해는 피고의 자의적인 판단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원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반소청구를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도 모두 이유가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