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구미옥(기소), 김승연(공판)
변호인
변호사 차영애(피고인들을 위한 국선)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에, 피고인 2를 징역 20년에 각 처한다.
이유
주1)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2017년 9월경부터 이성교제를 시작한 사이로, 피고인 1은 2018년 1월경 피고인 2가 약 한 달간 소년원에 입소한 사이 다른 남자를 만나다가, 피고인 2가 출소한 후 피고인 2와 다시 사귀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2018년 5월경 피고인 1이 임신 4개월 차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시 피고인 1이 임신한 태아가 피고인 2의 친자가 맞는지 의혹을 가졌으나 피고인 2가 자신의 친자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피고인 1과 함께 피해자를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두 사람은 동거를 하게 되었다.
피고인 1은 (날짜 생략)경 피해자 공소외 1(여)을 출산하였고, 피고인들은 2018. 11. 6. 피해자를 피고인들의 친자로 출생신고 하였으며, 피고인 1의 부모 집에서 피해자와 함께 지내다가, 2019. 3. 4.경 피고인들의 부모 집에서부터 인천 부평구 (주소 생략)로 분가(분가)하였다.
2018년 11월경부터, 피고인 2는 족발집 등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피고인 1은 주로 혼자 집에서 피해자를 양육하였다.
피고인들은 2019. 3. 4.경 분가하면서 피고인 1의 부모 집에 있던 말티즈 애완견을 데려와 키우다가 2019. 3. 19. 애견샵에서 시베리안 허스키(생후 2개월) 한 마리를 추가로 구입하여 피해자와 함께 키우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분가 후 피고인 2의 잦은 외박과 복잡한 여자관계, 피고인 1의 피고인 2에 대한 의심과 집착, 홀로 피해자를 양육함으로 인한 피로와 불만 등으로 심하게 다투게 되었는데, 2019년 5월 초순경에 이르러서는 피고인들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어 피고인 2가 피해자만 혼자 두고 외출을 하거나 외박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이에 화가 난 피고인 1 역시 피해자만 집에 두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일이 생기면서, 피고인들 모두 피해자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회피하게 되었다.
1. 피고인 2의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누구든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9. 5. 17. 01:00경 피고인의 부모가 피고인의 주거지인 위 (주소 생략) 1층 현관 입구에서 피해자를 유모차에 태운 채 데리고 있다가, 피고인이 전화로 부모에게 ‘지금 집 근처에 있으니 아이를 유모차에 놓고 가면 내가 아이를 돌보겠다.’고 말하여, 그곳에 피해자를 홀로 두고 간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날 02:30경까지 피해자를 돌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고인 1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집을 나간 후 변경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같은 날 05:00경부터 같은 날 09:20경까지 위 (주소 생략) ○○○호 앞에 피해자를 유모차에 태운 채 홀로 내버려두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방임하였다.
2. 피고인들의 공동범행
가. 살인
피고인들은 2019. 5. 22. 오후 무렵 인천 부평구 ○○동에 있는 롯데마트 ○○점에 갔다가 피고인 2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등의 문제로 심하게 다툰 후, 같은 날 18:00경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둔 채 혼자 집을 나가고, 이를 알게 된 피고인 1 역시 피해자가 집에 홀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상대방의 행동에 화가 나 그 무렵 헤어지기로 하였다.
당시 피해자는 생후 7개월 미만인 유아로서 3~4시간마다 300ml의 분유를 먹어야 하고, 겨우 뒤집기나 배밀이를 하고 벽을 짚고 일어설 수는 있으나 혼자 일어서거나 걷지는 못하며, 생후 5개월인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작은 체구로 시베리안 허스키가 피해자를 밟고 지나가거나 공격하더라도 이를 전혀 방어할 수 없는 등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피해자의 부모인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애완견이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괴롭히지 않도록 격리하는 등 보호조치를 취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옆에서 직접 피해자를 보살피거나 대신 보살펴줄 만한 다른 보호자를 두어야 하며, 또한 피해자의 기저귀 등을 자주 갈아주고 애완견들이 배설한 오물 등을 제때 치우고 주변을 청소하는 등 피해자가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보호의무와 부양의무를 부담하였다( 민법 제913조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의심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부양 의무를 피고인 1에게 떠넘기고, 피고인 1은 이러한 피고인 2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를 내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부양 의무를 피고인 2에게 떠넘겼다. 이처럼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애완견 2마리가 있는 집에 홀로 내버려 둔 채 어느 한 사람 귀가하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애완견 2마리가 안방과 집 안 곳곳에 똥오줌을 싸고 배설물을 밟은 발로 방안을 돌아다니고, 100ℓ 용량 쓰레기봉투에 담겨있던 쓰레기나 다른 잡동사니를 안방으로 물어다 놓아, 피해자가 있던 안방은 피고인들조차 선뜻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지저분하고 불결한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는 2019. 5. 23. 저녁, 같은 달 24. 저녁 및 같은 달 25. 오후에 짐을 챙기러 집에 잠시 들러 약 1시간 동안 머물면서, 피해자에게 분유만 먹이고 나오고, 피고인 1은 2019. 5. 23. 02:00경, 같은 날 22:00경, 같은 달 24. 18:00경 및 같은 달 25. 07:00경 잠시 집에 들러, 피해자에게 분유만 먹이고 나왔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지저분하고 불결한 집에 방치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 1은 2019. 5. 26. 17:00경 집에 들어갔다가 애완견들이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팔, 다리 등을 긁어 심하게 상처를 입힌 것을 보고 피고인 2에게 전화하여 그와 같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피해자를 어떻게 할 거냐. 빨리 시베리안 허스키를 처분하라.’고 하였다. 이에 피고인 2가 건성으로 ‘내 알 바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무책임하게 대답하자 피고인 1은 극도로 분노하였고, 피고인 2가 집을 나가 피해자를 돌보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이제는 모르겠다. 앞으로 피해자가 어떻게 되더라도 더이상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집을 나간 뒤, 인천 등지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거나 놀러 다니면서 친구 집이나 모텔 등에서 잠을 자고 2019. 5. 31.경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2019. 5. 26. 저녁 무렵 피고인 1로부터 피해자가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얼굴과 팔다리를 긁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2019. 5. 27. 오후 무렵에는 피고인 1의 문자메시지, 페이스북,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고인 1이 2019. 5. 26. 이후부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다니면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으며 더이상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는 2019. 5. 27. 21:30경 주거지에 있던 냉장고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주거지에 들어간 뒤, 냉장고 사진을 찍고, 배가 고파 토마토를 썰어 먹고, 화장실에 갇혀 있던 시베리안 허스키를 꺼내어 준 뒤, 피해자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피해자를 살펴보지 않고, 시베리안 허스키를 피해자와 격리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채 집을 나왔다. 이어서 피고인 2는 2019. 5. 29. 오후부터 같은 달 30. 새벽까지 피고인 1로부터 ‘5월 26일 이후 3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피해자가 죽었을지도 모르니 집에 가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2019. 5. 31. 16:12경까지 주거지에 들어가지 않고 피해자를 홀로 방치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2019. 5. 26. 이후 두 사람 중 누구 하나 귀가하여 피해자를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였음에도, 그때로부터 약 5일간 피해자를 애완견 2마리가 있는 집에 완전히 홀로 방치함으로써, 2019. 5. 30. 오후 무렵부터 2019. 5. 31. 16:12경까지 사이 어느 시점에 고도의 탈수 및 기아를 원인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사체유기
피고인 2는 2019. 5. 31. 16:12경 위 주거지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그 사체를 그대로 두고, 피고인 1은 같은 날 22:00경 그곳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피고인 2는 2019. 6. 1. 18:00경 피고인 1이 피해자의 사체를 보기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안방에 있던 사체를 옷가지, 이불 등과 함께 종이상자 안에 옮겨 담은 다음 그 상자를 집 안 현관 앞쪽에 놓아두었다. 피고인 1은 같은 날 21:00경 피고인 2와 함께 집에 들어가 상자 안에 피해자의 사체가 담겨있다는 말을 듣고도, 집 안에 있던 ‘고데기’ 등 자신의 물건만을 챙긴 채 피고인 2와 함께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의 부모로서 피해자의 사체를 적절한 장례 절차에 따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의 사체를 방치하여 유기하였다.
증거의 요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의 점]
1. 피고인 2의 법정진술
1. 피고인 1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125)
1. 공소외 4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35)
1. 내사보고(이웃주민의 현장 진술), 112신고처리 사진 및 처리표(증거목록 순번 13 내지 15)
[살인 및 사체유기의 점]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5, 공소외 6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124, 125, 132, 133, 160, 170, 174, 177)
1. 공소외 7, 공소외 8에 대한 각 검찰 참고인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142, 143)
1.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16, 83-85)
1. 공소외 2의 진술서(증거목록 순번 179)
1. 내사보고(○○아파트 CCTV 녹화영상 분석), 5. 31. ○○아파트 CCTV 녹화영상, 6. 1. ○○아파트 CCTV 녹화영상(증거목록 순번 43 내지 45)
1. 내사보고(참고인 공소외 5 상대 할퀸 상처가 있는 피해자 사진 확인), 변사자 상처 부위 사진(증거목록 순번 48, 49)
1. 수사보고(피의자 1 페이스북 게시물 첨부, 피의자 2의 냉장고 판매 시도 및 2019. 5. 27. ○○아파트 출입 확인)[증거목록 순번 131, 168]
1. 각 디지털증거 분석의뢰 회보, 내사보고(피혐의자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 확인), 수사보고(복원 휴대전화 피의자 간 메시지 정리) 및 피의자들 간의 메시지 내용[증거목록 순번 56, 58, 60, 91, 93, 94]
1. 변사현장 사진(증거목록 순번 8)
1. 법의학 감정서, 감정의회회보(유전자감정서)[각 추가증거기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1 : 형법 제250조 제1항 , 제30조 (살인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61조 제1항 , 제30조 (사체유기의 점)
나. 피고인 2 :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 제17조 제6호 (아동 유기 및 방임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 제30조 (살인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61조 제1항 , 제30조 (사체유기의 점)
1. 경합범 가중
가. 피고인 1 : 형법 제37조 전단 ,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나. 피고인 2 : 형법 제37조 전단 ,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위 세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1. 부정기형
피고인 1 : 소년법 제2조 , 제60조 제1항 ,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항 , 제2조 제1항 제1호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살인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방치한 사실,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사망을 의도하지 않았으므로, 살인의 고의가 없다.
나. 사체유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은 2019. 5. 31.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알고 매우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장례 절차가 지연된 것일 뿐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사체를 야산에 매장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2. 법리
가. 부작위 살인 관련
범죄는 보통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실행되지만 때로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다. 형법 제18조 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하여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살인죄와 같이 일반적으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그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그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그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그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충분하다.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 또는 인식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는 작위의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위의무의 발생 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 사태에 대한 지배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그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사체유기 관련
사체유기죄는 사자(사자)에 대한 사회적 풍속인 종교적 감정 또는 종교적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법률, 계약 또는 조리상 사체에 대한 장제 또는 감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방치하거나 그 의무 없는 자가 그 장소적 이전을 하면서 종교적, 사회적 풍습에 따른 의례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방치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도51 판결 참조).
3. 판단
가. 살인의 점 관련 주장에 관하여
고의 유무를 따지기 전에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방치한 것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평가되는지 먼저 살펴본다. 피해자는 사망 당시 불과 생후 7개월의 젖먹이 아기로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친권자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어야 할 조치는 어린 자식인 피해자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행위로 부모로서 수고스러울 수는 있을지언정 특별한 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망이라는 결과는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부모나 지인 등에게 조금씩 도움을 청하기라도 하였더라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피고인 1의 친구인 공소외 8은 검찰에서, 피고인 1이 피해자를 돌보지 않는다고 말해줬더라면 자신이라도 피해자에게 가서 잠깐씩이라도 돌보아 주었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365면).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사람이 물과 음식 없이 3일을 버틸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진술하였고, 굶주림과 목마름은 생명체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은 성인의 몸으로 한 두 끼를 걸러 본 적이 있는 피고인들도 경험해 본 바여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이지 않은 행위에 의한 법익침해는 그들 손으로 직접 피해자를 죽이는 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방치행위는 살인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그들에 대한 살인죄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부작위 살인죄에 있어서 살인의 고의는 앞서 본 법리와 같이, 반드시 결과 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작위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충분하고, 이러한 인식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에도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불확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피해자를 홀로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인다.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에 대한 확정적인 예견가능성이나 의도적으로 피해자가 죽도록 내버려 두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나. 사체유기의 점 관련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체를 야산에 매장하려고 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2019. 5. 31.경 순차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계속하여 그 사체를 집 안에 방치한 이상, 피해자의 장례를 치러주거나 그 사체를 감호할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사체유기죄가 성립함이 분명하다.
피고인들은 2019. 5. 31.이 금요일이고, 2019. 6. 1.과 그 다음날이 주말이어서 평일에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 시간을 가졌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자식인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도 그 사체마저 며칠간 홀로 집 안에 두고, 계속하여 박스에 사체를 옮겨 담아 부패하도록 하거나 또는 부패한 사체를 방치해 두었으므로, 사자(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풍속으로서 종교적 감정은 돌이킬 수 없게 훼손되었다.
피고인 1의 어머니인 공소외 9가 2019. 6. 2. 19:40경 피고인 1의 친구인 공소외 5로부터 피해자가 사망하였을지 모른다는 연락을 받고 피고인 1에게 현관문 비밀번호 등을 추궁하여 피고인들의 주거지 안에 들어가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할 때까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숨기려고 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장례를 치르려고 하였으나 단지 경황이 없어 그 절차가 지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가. 피고인 1 : 징역 5년∼15년(경합범 가중한 결과 상한이 징역 37년이나, 피고인이 특정강력범죄인 살인죄를 저지른 소년이므로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나. 피고인 2 : 징역 5년∼42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피고인 1
만 19세 미만의 소년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 2
1) 제1범죄 주2) (살인)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5년∼무기 이상
2) 제2범죄[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 > 02. 유기·학대 > 가. 일반적 기준 > [제2유형] 중한유기·학대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유기.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위험한 장소에 피해자를 유기한 경우(피해자가 생후 7개월 정도의 유아라는 사정을 감안함)]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년∼2년
3)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무기 이상(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4)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42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가. 피고인 1 :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
나. 피고인 2 : 징역 20년
피고인들에 관해 함께 살펴본다.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도록 굶다가 사망에 이르는 고통은 그 강도와 시간적 계속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이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들의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고통받을 당시 해수욕장에 놀러 가거나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도, 피고인들 사이에 간간이 주고받는 연락을 통해 서로에게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을 떠넘겼다. 나아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분명히 알고 난 뒤에도 그 사체를 빈집에 그대로 두고 자신들은 모텔 등에서 생활하였으며, 피해자의 조부모, 즉 피고인들의 부모가 마련한 피해자를 위한 장례식에도 술을 먹은 후 늦잠을 자느라 참석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피고인들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기에도 벅찬 나이에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리게 되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피고인들 역시 그 부모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온전히 다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닌지 의심할만한 사정도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게 된 것은 피고인들의 만남과 결합이라는 피고인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피고인들이 그들의 부모 품에서 벗어나 힘겹게 피해자를 키우게 되면서부터 피고인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서로에게 크게 실망하여 결국은 이 사건 범행에까지 이르렀으나,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힘없고 연약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돌리고 말았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경찰이 피고인 2로부터 압수하여 분석한 그 휴대전화 사용 내역 중 브라우저 기록을 보면, 피고인 2는 피해자의 사체를 종이상자에 옮겨 담은 직후인 2019. 6. 1. 19:47~19:48경 음란동영상(일명 ‘야동’)과 만화(‘웹툰’)를 시청할 수 있는 브라우저에 접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371면). 피고인 2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부터 피고인 1이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갔다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자신은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또한 수사관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서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다가 2019. 5. 27. 냉장고를 촬영하기 위해 집에 들어간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로 밝혀지자 냉장고 사진을 촬영하여 문자로 전송한 사실은 인정하였지만, 화장실에 가둬두었던 강아지를 풀어놓았는지 또는 피해자를 살펴보기는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범행 직후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2가 보이는 태도로는 범행 당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심리로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인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죄책감 또는 진지한 반성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밖에 피고인 2가 이미 수차례 절도나 폭력 범행으로 소년보호사건 처분을 받고, 2017년과 2018년에는 폭력 범행과 특수절도죄 등으로 벌금형을 1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2회 각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정, 피고인 1은 처벌 전력이 없는 소년이라는 사정과 함께 피고인들의 각 나이, 성행,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주1)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의 일부를 적절히 수정하였다.
주2) 살인죄에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체유기죄 등은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르지 아니하고, 살인죄의 양형기준에 있어 하나의 양형인자(일반양형인자)로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