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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2. 6. 선고 2018도9809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사기·업무상횡령·공무상비밀누설·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의 의미와 내용 /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으나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강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허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피고인 1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공무원이 아닌 비신분자인 피고인 1이 같은 비신분자인 공소외 1을 통해 신분자인 공소외 2 전 대통령(이하 ‘전 대통령’이라 한다)과 순차적으로 공모하였더라도 피고인 1에게 ○○그룹의 공소외 3 사단법인(이하 ‘공소외 3 센터’라 한다) 지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분과 공범,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리고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의 공소외 3 센터 지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신분과 공범,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 1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원심은 피고인 2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무상비밀누설, 공소외 4 회사의 공소외 3 센터 지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원심의 양형판단에 죄형균형 또는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 2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인 1에 대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부분

원심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각 보조금 지원신청 당시부터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대로 자부담금을 집행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마치 그 기재대로 정상 집행할 것처럼 가장하여 이 사건 각 보조금을 편취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 1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담당 공무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각 보조금을 편취하였다거나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보조금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기망행위와 보조금 교부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에 대한 ○○그룹의 공소외 3 센터 지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부분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공소외 1, 전 대통령과 이 부분 각 범행을 공모하였다거나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관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수 없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나 뇌물 요구 등이 될 수는 있어도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 (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① 피고인 1이 공소외 1, 전 대통령과 순차로 공모하여 ○○그룹 부회장 공소외 5 등에게 공소외 3 센터 지원을 요구한 행위와 ② 피고인들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공소외 4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6 등에게 공소외 3 센터 지원을 요구한 행위 및 ③ 피고인 2가 공소외 1, 공소외 7, 전 대통령과 순차로 공모하여 위 공소외 6 등에게 스포츠단을 창단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강요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각 요구가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대통령과 문체부 제2차관이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 등에 대하여 그 지위에 기초하여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는 없고,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 각 요구 당시 상대방에게 그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관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1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 즉 문체부 제2차관이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감독 업무를 총괄하고 공소외 4 회사 사회공헌재단 역시 문체부 제2차관 산하 관광정책실의 감독을 받으며, 위 사회공헌재단 이사장 공소외 8이 공소외 4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6이 수사기관과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 2의 요구에 부담감을 가졌다거나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내용을 진술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위 요구를 해악의 고지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부족한 사정만으로 위 각 요구가 해악의 고지라고 전제하여 이 부분 강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강요 부분,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외 4 회사 등 관련 강요 부분은 위 2.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부분 및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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