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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
[선보상금반환][공2020하,1053]
판시사항

[1]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방법 / 하나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약정이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하였으나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갑 공사는 을 외국법인이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자, 위 지분 중 일부를 국내 회사에 매도하기 위해 ‘참여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입찰 팩터(factor)로 하는 입찰을 시행하여 병 주식회사 등을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그 후 갑 공사가 을 법인과 위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 등의 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이 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되자, 갑 공사와 병 회사 등이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병 회사가 갑 공사에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갑 공사가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공동참여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하면서 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자, 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 등을 주장하면서 보상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보상금은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갑 공사가 기득권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요구한 프리미엄, 즉 분할 불가능한 조합계약의 대가 중 일부로 보아야 하므로 공동참여계약을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고, 병 회사가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할 때 한 석유광구의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데도, 공동참여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전제한 다음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률행위의 성립 및 의사표시의 착오로 인한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경우 및 여기서 말하는 ‘사정’의 의미 /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계약은 둘 이상의 당사자의 합치하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하나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약정이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이러한 약정을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는지, 이러한 약정이 객관적으로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민법 제109조 에 따라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

[3] 갑 공사는 을 외국법인이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자, 위 지분 중 일부를 국내 회사에 매도하기 위해 ‘참여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입찰 팩터(factor)로 하는 입찰을 시행하여 병 주식회사 등을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그 후 갑 공사가 을 법인과 위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 등의 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이 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되자, 갑 공사와 병 회사 등이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병 회사가 갑 공사에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갑 공사가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공동참여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하면서 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자, 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 등을 주장하면서 보상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공동참여계약 중 보상금에 관한 부분은 보상금의 수액을 정한 조항이 전부인데, 위 조항은 ‘지분매입비 보상’의 일부로서 지분매입대금에 관한 조항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의 것인 점, 입찰과정에서도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의 합계액에 해당하는 보상비율만이 기재되었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보상금은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갑 공사가 기득권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요구한 프리미엄, 즉 분할 불가능한 조합계약의 대가 중 일부로 보아야 하므로 공동참여계약을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고, 석유개발·탐사 사업은 고위험·고소득 사업으로 석유의 부존 여부와 부존량, 회수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 등 많은 요소에 불확실성이 내재하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 회사가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할 때 한 석유광구의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데도, 공동참여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전제한 다음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률행위의 성립 및 의사표시의 착오로 인한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가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주식회사 한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능환 외 5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한국석유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동욱 외 6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예멘공화국(Republic of Yemen, 이하 ‘예멘’이라 한다)의 국영기업인 예멘석유광물투자회사(Yemen Company for Investment in Oil and Minerals, 이하 ‘YICOM’이라 한다)가 예멘 남동부의 사바타인(Sabatayn) 분지에 있는 약 2,000㎢의 예멘4광구(이하 ‘이 사건 광구’라 한다)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가하여 2005. 9. 7.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나. 피고는 2006. 7. 11.경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 중 최대 20% 지분을 2개 이하의 국내 회사에 매도하는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을 시행하였다. 피고는 참여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입찰 팩터(factor)로 하여,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한 회사가 3개 이상일 경우 가장 높은 보상비율을 제시한 1위 회사를 1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고, 2위 회사에 나머지 5% 지분을 1위 회사와 같은 보상비율로 매수할 것을 권유하여 이를 승낙하면 2위 회사를 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다. 원고,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현대중공업’이라 한다) 등 4개 회사가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였는데, 현대중공업이 가장 높은 보상비율 205%(= 지분매입대금 100% + 보상금 105%)를 제시하였고, 원고가 다음으로 높은 보상비율 120.99%(= 지분매입대금 100% + 보상금 20.99%)를 제시하였다. 피고는 2006. 10. 2. 현대중공업을 1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원고가 현대중공업과 같은 보상비율로 매수할 것을 승낙하자 2006. 10. 19. 원고를 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였다.

라. 피고는 2007. 5. 30.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YICOM으로부터 미화 55,100,000달러에 매입하는 등의 ‘기본계약’(Farmout Agreement)과 ‘공동운영계약’(Joint Operating Agreement, JOA) 등(이하 위 계약들을 아울러 ‘이 사건 지분매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지분매입계약은 예멘 의회의 승인을 거쳐 2008. 5. 26. 발효되었다.

마. 피고는 2007. 7. 11. 15% 지분의 낙찰자인 현대중공업, 5% 지분의 낙찰자인 원고와 ‘공동참여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피고에게 지분매입대금 미화 5,510,000달러를 지급하는 한편, 2008. 6. 24. 피고에게 이 사건 보상금 미화 5,785,500달러를 별도로 지급하였다.

바. 피고가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입하여 이 사건 광구를 인수한 다음 운영을 계속할수록 손실이 누적되었다. 피고는 2009. 5.경부터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각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무산되었고, 2012. 10.경부터 원고, 현대중공업과 이 사건 광구에서의 사업 철수 문제에 대해 협의하였으나, 원고의 반대 등으로 철수가 결정되지 않았다. 피고는 2013. 9. 26.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함과 아울러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 예멘과 YICOM에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지분을 반납하고 이 사건 광구에서 철수할 것을 통보하였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조합계약과 별도의 보상금계약이 성립·존재하는지 여부(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1)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별도로 보상금의 지급에 관한 계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가) 이 사건 계약 제5조 제3항 제3호에서는 ‘보상금(프리미엄)’이라는 별도의 조항을 두어, 원고와 현대중공업이 피고에게 지분매입대금 상당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출자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사건 계약 제5조 제3항 제1호, 제2호)과는 별도로 지분매입대금의 105%에 이르는 이 사건 보상금을 피고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금액도 별도로 산정되어 명시되었다.

(나) 원고는 지분매입대금 미화 5,510,000달러와는 별도로 피고에게 이 사건 보상금 미화 5,785,500달러를 지급하였고, 원고와 현대중공업이 피고에게 지급한 이 사건 보상금은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회계에 편입된 것이 아니라 무형자산처분이라는 명목으로 피고에게 별도의 이익으로서 직접 귀속되었다.

(다) 피고는 2009. 8. 20.자 6차 운영위원회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지분 매각 협의 시 원고와 현대중공업의 이 사건 보상금 보상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2011. 10. 31. 피고가 조합 지분 중 60%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현대중공업 측에 원고, 피고, 현대중공업이 보유하는 이 사건 광구에 관한 지분을 매각하되, 매각대금이 1,0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이 사건 보상금의 반환을 거론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 매각대금을 피고를 제외한 원고와 현대중공업에만 분배하는 지분매각방안을 제시하였으며, 2012. 11. 30. 원고 측에 원고가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 철수에 동의하고 향후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이 사건 보상금 중 50%를 반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지분매입비용 또는 출자금과는 별개로 이 사건 보상금 반환과 관련하여 원고와 협상을 해왔다.

(2)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등 참조).

계약은 둘 이상의 당사자의 합치하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하나의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약정이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이러한 약정을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는지, 이러한 약정이 객관적으로 다수의 법률행위로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보상금 지급은 유상임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계약의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이 별도의 법률행위로 구분된다고 하려면 보상금의 대상이 조합계약의 주된 부분과 객관적으로 분리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 중 보상금에 관한 부분은 보상금의 수액을 정한 제5조 제3항 제3호가 전부이고, 위 조항은 ‘지분매입비 보상’의 일부로서 지분매입대금에 관한 조항(제1호, 제2호)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의 것이며, 입찰과정에서도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의 합계액에 해당하는 보상비율만이 기재되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 중 보상금 지급 부분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도 없다.

위 보상금은 이 사건 광구 관련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에 불과하고, 이 사건 계약의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은 별도의 법률행위로 구분될 수 없는 하나의 법률행위로 보아야 한다. 보상금은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피고가 그 기득권의 일부를 처분하면서 요구한 프리미엄, 즉 분할 불가능한 조합계약의 대가 중 일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을 조합계약 부분과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해제나 취소를 검토할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별도로 보상금의 지급에 관한 계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전제로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만의 취소를 인정한 것은 법률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될 수 있는지 여부(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

(1) 원심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조합계약을 구성하는 부분과 별도로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전제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로 적법하게 취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가) 원고는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당시 이 사건 광구 중 개발광구에 대한 증산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에 최소한의 경제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증산 가능성이 낮아 결과적으로 그 경제성이 저하되었다. 이는 단순히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 또는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광구 중 개발광구에 대한 사실상 증산 가능성이라는 실제로는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인식한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

(나) 원고가 착오를 일으키게 된 계기를 제공한 원인이 피고 측에 있으므로 피고가 이를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지분매입대금의 105%에 이르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는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표시하였거나 적어도 의사표시의 해석상 그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고로서는 개발광구에 대한 증산 가능성이 낮아 결과적으로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사건 광구의 지분매입대금 외에 그 지분매입대금의 105%에 해당하는 이 사건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고, 보통의 일반인도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위와 같은 착오는 이 사건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2) 대법원 판단

(가) 민법 제109조 에 따라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 대법원 1972. 3. 28. 선고 71다2193 판결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등 참조).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 .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석유탐사·개발사업은 고위험·고소득 사업이고, 석유의 부존 여부와 그 부존량, 회수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 등 많은 요소에 불확실성이 내재한다. 광구의 매장량, 자원의 성분과 비중, 저류층 특성, 적용 가능한 회수기술, 예측생산량, 증산을 위한 기술적 용역비용 등 석유탐사·개발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변수들은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그 자체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요소들이다.

② 이 사건 광구는 1987년경 원유가 발견되어 1991년경부터 원유 생산이 시작된 노후광구로, 1일 평균 생산량은 1992. 11.경 8,600배럴이었다가 1994년경 1,000배럴로 감소하고, 2000년경 694배럴로 감소하였으며, 2005. 5.경에는 166배럴로 감소하였다.

③ 피고는 국제입찰 참가에 앞서 ‘Gaffney, Cline & Associates’(이하 ‘GCA’라 한다)를 자문사로 선정하여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를 의뢰하였다. GCA가 작성한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에 관한 보고서(이하 ‘GCA 보고서’라 한다)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기초자료가 불충분하므로 매장량은 검증된 매장량을 의미하지 않고, 작업계획과 예산은 잠정적이며 현 단계에서 확정적인 작업계획은 수립되기 어렵다. 이 사건 광구의 생산성은 변동 가능하다. 저류층의 기술적 분석이 세부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저류층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회수증진법 결정에 앞서 추가적 기술분석과 저류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④ 피고는 2006. 7. 21. 원고 등 30여 회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 사건 광구 등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교부된 이 사건 광구에 관한 설명 자료에는 이 사건 광구의 확인매장량이나 최저매장량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⑤ 피고는 2006. 8. 9. 이 사건 광구에 관심을 표명한 원고 등 9개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광구에 관한 입찰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교부된 이 사건 광구에 관한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이 사건 광구의 생산성이 감소해왔다는 내용과 ‘이 사건 광구의 생산성 변화의 원인은 저류암의 균열(Fractures)과 돌로마이트화(Dolomitization)이고, 자세한 분석을 위하여 기존 2D 물리탐사자료의 전산 재처리, 3D 탄성파탐사자료의 취득을 통한 저류층 모델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⑥ 피고는 위 설명회 후 원고에게 자료실을 개방하여 GCA 보고서와 YICOM으로부터 받은 이 사건 광구에 관한 기술자료 등을 제공하였다. 피고가 YICOM으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들은 GCA 보고서의 기초자료이기도 한데, 위 기술자료들은 대부분 1995년 이전 자료이다.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인 2006. 8. 14. 원고와 피고는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였다. 이 약정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정보와 자료의 품질, 수준, 정확성, 완전성 등에 관하여 어떠한 명시적 또는 암시적 진술과 보증을 하지 않고, 피고는 원고가 비밀유지약정에 따라 제공받은 정보 또는 자료를 사용하거나 그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였다.

⑦ 원고는 2006. 8. 4. 경북대학교 지질학 교수인 소외인과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에 관한 자문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인은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작업을 거쳐 2006. 8. 18. 원고에게 ‘개발광구의 저류층 특성 연구를 통해 기본 계획을 세운 후에 수공법 등의 방법을 통해 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기술적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였다.

⑧ 피고는 위 기본계약이 발효되고 이 사건 광구를 인수한 후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사에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Pre-Engineering Study)를 의뢰하였다. 베이커 휴즈사는 2008. 7.경부터 2009. 4.경까지 탐사와 평가작업을 거쳐 평가보고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는 위 평가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에 관하여 평가한 결과 2009. 7.경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이 당초 예상보다 매우 낮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러한 결론에 이른 근거는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특성상 압력 상승과 유지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저류층 압력 저하의 문제를 수공법 등 단기적이고 적은 비용이 드는 방법으로는 극복할 수 없고,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나 많은 비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때 한 이 사건 광구의 증산 가능성이나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특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적용 가능 회수기술, 회수 가능성에 관한 예측, 그 밖에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변수들은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불확실한 요소로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 상황의 인식이라고 볼 수 없다.

② 원고는 GCA 보고서를 비롯하여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들을 통해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특성이 불확실하고 회수증진법 적용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 가능하며, 이 사건 광구의 수익성에 대한 평가가 제한된 자료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졌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자체적으로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를 거치기도 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익성과 위험성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③ 이처럼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익성과 위험성을 모두 인식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광구의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에 관한 피고의 긍정적인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게 GCA 보고서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생산량 예측의 불확실성을 알림으로써 이 사건 석유개발사업의 기본적 위험성을 고지하였다고 볼 수 있고,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닉하는 등 적극적으로 착오를 유발한 사정이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는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④ 설령 원고가 피고의 긍정적인 전망을 확신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증산 가능성을 믿고 석유탐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고도의 투자위험을 동반하고,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에 대한 정보 수집과 평가는 궁극적으로 원고가 그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므로 원고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증산 가능성과 경제성에 대한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착오로 의율할 수는 없다. 즉, 원고는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에 대하여 잘못 안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증산 가능성에 기대어 최소한의 경제성을 기대 또는 예상하면서 사업에 참여하였으므로 그 기대와 예상이 어긋나는 데서 오는 손해발생 위험도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⑤ 이러한 사정은 원고가 지분매입대금의 105%에 해당하는 고율의 보상비율에 따른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였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의사표시의 착오로 인한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의 해제 여부(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

(1)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가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경과와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다거나 원고와 피고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에 관한 긍정적 평가 또는 그 평가의 근거가 된 요소들을 불확실한 것으로 인식하였으므로 위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전문가 등의 전망이 이 사건 계약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 석유탐사·개발사업의 높은 위험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으로 말미암은 손해나 전문가 분석 보고서에 따른 경제성 전망의 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입찰 당시 피고가 원고 등 입찰참가자에게 보상비율의 최저한도를 제시하지 않았고, 피고 스스로도 낙찰을 승인할 수 있는 최저한도의 보상비율을 106%로 정하였으며, 원고는 보상비율 120.99%로 입찰에 참가하였으나, 가장 높은 보상비율을 제시한 현대중공업의 보상비율 205%로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되었다(위 1.다. 참조).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가 위 계약을 통하여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 하락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이 원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폭으로 하회한 것은 이 사건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된 경우로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이 예상보다 하회할 경우 이 사건 광구 운영권 5% 지분에 상당하는 위험은 원고가 인수한 것이다.

(3) 원심판결 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고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이 사건 보상금 계약 해제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선보상계약에 따른 의무와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해제권 인정 여부(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

(1) 원고는 피고가 선보상계약상의 의무, 즉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광구의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여 원고와 현대중공업에 이익을 분배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피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이행불능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입찰 당시 피고가 제시한 최저 보상비율, 원고가 205%의 보상비율로 낙찰자로 선정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상금 액수가 거액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 주장과 같은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으로 구성되는 컨소시엄의 대표자 지위를 가지고 그 운영에 관한 제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고, 이 사건 광구의 운영 과정에서 컨소시엄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참여지분비율대로 원고와 현대중공업에 분배해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당연히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 계약 중 조합계약 부분에 적용되는 내용이므로, 위와 같은 피고의 의무가 이 사건 보상금의 지급에 대한 대가로서 피고가 별도로 부담하는 의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계약 중에는 원고와 현대중공업의 이 사건 보상금 지급의무에 대응하는 피고의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없고, 이 사건 계약의 문언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피고의 의무 부담을 추단할 만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문언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선보상계약상의 의무를 도출하기 어렵다.

(라) 두 차례 설명회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교부한 자료에는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광구에는 35,700,000배럴의 ‘확인’매장량이 매장되어 있고 이를 생산·판매하여 이익을 분배해 주겠다고 확약하였다.”라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피고가 이 사건 계약상 인정되는 의무와는 별개로 구두로만 원고 주장과 같은 선보상계약상의 의무를 약정하였다고 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선보상계약의 법적 성질과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부당이득반환 범위 등(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원고의 상고이유 제2, 3, 4, 6점은 이 사건 보상금 지급 부분이 원고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어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원심의 부당이득반환 범위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원고의 상고이유 제5점은 원고의 취소나 해제 주장 중 하나가 인정됨을 전제로, 원심이 원고에게 청구취지를 확장할 의사가 있는지에 관한 석명권 또는 구문권을 행사하지 않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착오 취소와 해제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

4. 결론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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