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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7다220058 판결
[부당이득금][미간행]
판시사항

[1]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하였으나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갑 공사는 을 외국법인이 석유광구 운영권의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자, 위 지분 중 일부를 국내 회사에 매도하는 입찰을 시행하여 병 주식회사 등을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갑 공사와 병 회사 등이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에 따라 병 회사가 갑 공사에 지분매입대금과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갑 공사가 손실 누적 등을 이유로 공동참여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하면서 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자, 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고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병 회사가 공동참여계약을 체결할 때 가졌던 석유광구의 증산가능성과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경우 및 여기서 말하는 ‘사정’의 의미 /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의하여 집행이 이루어졌으나 추후 상소심에서 본안판결이 바뀐 경우, 가집행채권자는 가집행의 실효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가집행선고에 따라 지급받은 물건을 돌려줄 의무와 가집행으로 인한 손해 또는 그 면제를 위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및 가집행으로 지급된 것이 금전인 경우, 가집행채권자는 지급된 금원과 그 금원에 대하여 지급된 날 이후부터 민사법정이율을 적용한 지연손해금을 채무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 에서 정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의 의미

원고,상고인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상 외 2인)

피고,피상고인

한국석유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외 1인)

주문

1.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원고에 대하여 피고에게 25,682,219,512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8. 4.부터 2020. 5. 1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가지급물 반환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의 가지급물 반환신청을 기각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가지급물 반환신청비용 포함)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예멘공화국(Republic of Yemen, 이하 ‘예멘’이라고 한다)의 국영기업인 예멘석유광물투자회사(Yemen Company for Investment in Oil and Minerals, 이하 ‘YICOM’이라고 한다)가 예멘 남동부의 사바타인(Sabatayn) 분지에 있는 약 2,000㎢의 예멘4광구(이하 ‘이 사건 광구’라고 한다)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도하는 국제입찰에 참가하여 2005. 9. 7.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나. 피고는 2006. 7. 11.경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 중 최대 20% 지분을 2개 이하의 국내 회사에 매도하는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고 한다)을 시행하였다. 피고는 참여지분비율에 상응하는 지분매입대금에 보상금을 더한 보상비율을 입찰 팩터(factor)로 하여,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한 회사가 3개 이상일 경우 가장 높은 보상비율을 제시한 1위 회사를 1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고, 2위 회사에 나머지 5% 지분을 1위 회사와 같은 보상비율로 매수할 것을 권유하여 이를 승낙하면 2위 회사를 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다. 원고, 주식회사 한화(이하 ‘한화’라고 한다) 등 4개 회사가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였는데, 원고가 가장 높은 보상비율 205%(= 지분매입대금 100% + 보상금 105%)를 제시하였고, 한화가 다음으로 높은 보상비율 120.99%(= 지분매입대금 100% + 보상금 20.99%)를 제시하였다. 피고는 2006. 10. 2. 원고를 1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였고, 한화가 원고와 같은 보상비율로 매수할 것을 승낙하자 2006. 10. 19. 한화를 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하였다.

라. 피고는 2007. 5. 30.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YICOM으로부터 미화 55,100,000달러에 매입하는 등의 ‘기본계약’(Farmout Agreement) 및 ‘공동운영계약’(Joint Operating Agreement, JOA) 등(이하 위 계약들을 아울러 ‘이 사건 지분매입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지분매입계약은 예멘 의회의 승인을 거쳐 2008. 5. 26. 발효되었다.

마. 피고는 2007. 7. 11. 15% 지분의 낙찰자인 원고, 5% 지분의 낙찰자인 한화와 ‘공동참여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2007. 7. 11.부터 2013. 4. 5.까지 사이에 지분매입대금 미화 16,530,000달러를 지급하고, 2008. 6. 24. 보상금 미화 17,356,500달러를 별도로 지급하였다.

바. 피고가 당초 예상하였던 것과 달리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입하여 이 사건 광구를 인수한 후 운영을 계속할수록 손실이 누적되었다. 피고는 2009. 5.경부터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50% 지분을 매각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무산되었고, 2012. 10.경부터 원고, 한화와 이 사건 광구에서의 사업 철수 문제에 대해 협의하였으나, 한화의 반대 등으로 철수가 결정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2013. 9. 26.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조합의 해산을 청구함과 아울러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 예멘과 YICOM에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지분을 반납하고 이 사건 광구에서 철수할 것을 통보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민법 제109조 에 의해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따라서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 대법원 1972. 3. 28. 선고 71다2193 판결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등 참조).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는 없다 .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면, 앞서 본 사건 경위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석유탐사·개발 사업은 고위험·고소득 사업이고, 석유의 부존 여부와 그 부존량, 회수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 등 많은 요소에 불확실성이 내재한다. 그리고 광구의 매장량, 자원의 성분과 비중, 저류층 특성, 적용 가능한 회수기술, 예측생산량, 증산을 위한 기술적 용역비용 등 석유탐사·개발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변수들은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그 자체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요소들이다.

(2) 이 사건 광구는 1987년경 원유가 발견되어 1991년경부터 원유 생산이 시작된 노후광구로, 1일 평균 생산량은 1992. 11.경 8,600배럴이었다가 1994년경 1,000배럴로 감소하고, 2000년경 694배럴로 감소하였으며, 2005. 5.경에는 166배럴로 감소하였다.

(3) 피고는 국제입찰 참가에 앞서 ‘Gaffney, Cline & Associates’(이하 ‘GCA’라고 한다)를 자문사로 선정하여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를 의뢰하였다. GCA가 작성한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에 관한 보고서(이하 ‘GCA 보고서’라고 한다)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① 기초자료가 불충분하므로 매장량은 검증된 매장량을 의미하지 않고, 작업계획과 예산은 잠정적이며 현 단계에서 확정적인 작업계획은 수립되기 어렵다.

② 이 사건 광구의 생산성은 변동 가능하다.

③ 저류층의 기술적 분석이 세부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저류층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회수증진법 결정에 앞서 추가적 기술분석과 저류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4) 피고는 2006. 7. 21. 원고 등 30여 회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 사건 광구 등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교부된 이 사건 광구에 관한 설명 자료에는 이 사건 광구의 확인매장량이나 최저매장량에 관한 기재는 없다.

(5) 피고는 2006. 8. 9. 이 사건 광구에 관심을 표명한 원고 등 9개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광구에 관한 입찰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교부된 이 사건 광구에 관한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이 사건 광구의 생산성이 감소해왔다는 내용과 ‘이 사건 광구의 생산성 변화의 원인은 저류암의 균열(Fractures)과 돌로마이트화(Dolomitization)이고, 자세한 분석을 위하여 기존 2D 탄성파 탐사자료의 전산 재처리, 3D 탄성파 탐사자료의 취득을 통한 저류층 모델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6) 피고는 위 설명회 후 원고에게 자료실을 개방하여 GCA 보고서와 YICOM으로부터 받은 이 사건 광구에 관한 기술자료 등을 제공하였다. 피고가 YICOM으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들은 GCA 보고서의 기초자료이기도 한데, 위 기술자료들은 대부분 1995년 이전 자료이다.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인 2006. 8. 9. 원고와 피고는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정보 및 자료의 품질, 수준, 정확성, 완전성 등에 관하여 어떠한 명시적 또는 암시적 진술 및 보증을 하지 않고, 피고는 원고가 비밀유지약정에 의거하여 제공받은 정보 또는 자료를 사용하거나 그에 의존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7) 피고는 위 기본계약이 발효되고 이 사건 광구를 인수한 후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사에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Pre-Engineering Study)를 의뢰하였다. 베이커 휴즈사는 2008. 7.경부터 2009. 4.경까지 탐사와 평가 작업을 거쳐 평가보고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는 위 평가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에 관하여 평가한 결과 2009. 7.경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이 당초 예상보다 매우 낮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한 결론에 이른 근거는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특성상 압력 상승과 유지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저류층 압력 저하의 문제를 수공법 등 단기적이고 적은 비용이 드는 방법으로는 극복할 수 없고,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나 많은 비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때 가졌던 이 사건 광구의 증산가능성이나 경제성이라는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특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적용 가능 회수기술, 회수가능성에 관한 예측, 그밖에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변수들은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불확실한 요소로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 상황의 인식이라고 볼 수 없다.

(2) 원고는 GCA 보고서를 비롯하여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들을 통해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특성이 불확실하고 회수증진법 적용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 가능하며, 이 사건 광구의 수익성에 대한 평가가 제한된 자료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졌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이 사건 광구의 기술적 평가를 거치기도 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익성과 위험성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3) 이처럼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익성과 위험을 모두 인식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광구의 증산가능성과 경제성에 관한 피고의 긍정적인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게 GCA 보고서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생산량 예측의 불확실성을 알림으로서 이 사건 석유개발사업의 기본적 위험성을 고지하였다고 볼 수 있고,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닉하는 등 적극적으로 착오를 유발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원고와 피고는 투자위험을 감수하고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설령 원고가 피고의 긍정적인 전망을 확신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증산가능성을 믿고 석유탐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고도의 투자위험을 동반하는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에 대한 정보 수집과 평가는 궁극적으로 원고가 그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므로 원고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증산가능성과 경제성에 대한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착오로 의율할 수는 없다. 즉, 원고는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에 대하여 잘못 안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증산가능성에 기대어 최소한의 경제성을 기대 또는 예상하면서 사업에 참여하였으므로 그 기대와 예상이 어긋남으로 인한 손해발생 위험도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5) 이러한 사정은 원고가 지분매입대금의 105%에 해당하는 고율의 보상비율에 따른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 이와 같은 취지인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착오를 이유로 한 법률행위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과와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다거나 원고와 피고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에 관한 긍정적 평가 또는 그 평가의 근거가 된 요소들을 불확실한 것으로 인식하였으므로 위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전문가 등의 전망이 이 사건 계약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 석유탐사·개발 사업의 높은 위험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으로 말미암은 손해나 전문가 분석 보고서에 따른 경제성 전망의 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입찰 당시 피고가 원고 등 입찰참가자에게 보상비율의 최저한도를 제시하지 않았고, 피고 스스로도 낙찰을 승인할 수 있는 최저한도의 보상비율을 106%로 정하였으며, 원고는 보상비율 205%로 입찰에 참가하여 이 사건 광구의 운영권 15% 지분의 낙찰자로 선정되었다(위 1.다. 참조).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가 위 계약을 통하여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 하락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광구의 경제성이 원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폭으로 하회한 것은 이 사건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된 경우로 볼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이 사건 광구 운영사업의 경제성이 예상보다 하회할 경우 이 사건 광구 운영권 15% 지분에 상당하는 위험은 원고가 인수한 것이다.

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정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사업 수익성을 정밀하고 성실하게 분석하여 원고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불법행위에 관한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1) 이 사건 광구의 저류층 압력 저하를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유가 상승 및 기술용역비용 상승으로 그에 따른 예상비용이 너무 커져서 경제성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다. 피고가 위와 같은 유가 상승 및 기술용역비용 상승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피고의 직원 3명이 2006. 12.경 이 사건 광구 현장에 출장을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니미르 에너지 서비스 리미티드(Nimir Energy Services Limited, 이하 ‘니미르’라 한다)가 이 사건 광구에서 물주입을 시도하였으나 포기한 경험 등의 문제점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위 보고서 내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짧은 기간 현장을 방문한 뒤 기재한 문제점을 당시의 확정적 결론으로 보기 어렵다.

(나) 니미르가 약 10년 전의 기술 수준으로 저류층 모델링 후 수공법 사용에 실패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도 반드시 같은 결과에 이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 직원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 GCA 보고서를 제공받은 원고도 회수증진법 적용의 성공 여부에 따른 생산량 변동 가능성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5.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가.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한 집행의 효력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후일 상소심에서 본안판결 또는 가집행선고가 취소·변경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즉 가집행선고에 의하여 집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후일 본안판결의 일부 또는 전부가 실효되면 이전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하여는 집행을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된다 (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다25145 판결 참조). 그리고 추후 상소심에서 본안판결이 바뀌게 되면 가집행채권자는 가집행의 선고에 따라 지급받은 물건을 돌려줄 것과 가집행으로 말미암은 손해 또는 그 면제를 받기 위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의무는 본래부터 가집행이 없었던 것과 같은 원상으로 회복시키려는 공평의 관념에서 나온 것으로서 가집행으로 인하여 지급된 것이 금전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집행채권자는 지급된 금원과 지급된 금원에 대하여 지급된 날 이후부터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79. 9. 11. 선고 79다1203 판결 ,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294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가집행선고의 실효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는 상행위로 인한 채무 또는 그에 준하는 채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민법이 정한 법정이율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고 상법이 정한 법정이율을 적용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2944 판결 참조).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2항 은 “채무자에게 그 이행의무가 있음을 선언하는 사실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타당한 범위에서 제1항 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의 특례를 규정한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 소정의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때’라 함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에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가리킨다 (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다13838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제1심은 이 사건 계약 중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부분에 관한 원고의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제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피고에 대하여 17,937,942,75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면서 가집행할 수 있음을 선고하였다.

(2) 원고는 제1심판결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2015. 8. 3. 피고로부터 25,682,219,512원(= 원금 17,937,942,750원 + 이자 7,744,276,762원)을 지급받았다.

(3) 그러나 원심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여 원심에서 확장된 청구를 포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 이와 같이 원고의 주장이 제1심에서 받아들여진 적이 있을 정도라면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는 원고가 제1심에서 받아들여진 원고의 주장이 이유 없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가지급물 반환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에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제1심판결의 가집행선고 실효에 따라 가지급금의 반환을 명할 때 가지급금을 지급받은 다음 날부터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는 민법이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법이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가지급물 반환신청에 대하여, 원고는 제1심 가집행선고에 기초하여 지급받은 25,682,219,512원과 이에 대하여 위 돈을 지급받은 날인 2015. 8. 3.부터 이 사건 가지급물 반환신청서 송달일인 2016. 3. 30.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법이 정한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리고 이 법원에서 원심 가지급물 반환 부분이 파기되기 전까지는 원고가 가지급물 반환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에 타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라.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가지급금은 25,682,219,512원 및 이에 대하여 가지급금을 지급받은 다음 날인 2015. 8. 4.부터 원고가 가지급물 반환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5.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의 가지급물 반환신청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 중 위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파기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위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에 대하여는 대법원이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 에 따라 자판하기로 한다. 피고의 가지급물 반환신청과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25,682,219,512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8. 4.부터 2020. 5. 1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초과한 피고의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총비용(가지급물 반환신청비용 포함)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05조 , 제98조 , 제101조 단서를 적용하여 그 전부를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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