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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527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상,202]
판시사항

[1]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치과의사의 일실수입 산정에서 망인이 치과의사로서 65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고 그 소득액의 1/3이 생계비로 소요될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2] 항공기 사고에 대한 위자료 산정의 특수한 참작요소

[3] 항공기 사고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에 항공기 사고의 특수한 사정을 제대로 참작하지 않음으로써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치과의사의 일실수입 산정에서 망인이 치과의사로서 65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고 그 소득액의 1/3이 생계비로 소요될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2] 항공기 사고의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일반적인 위자료 참작 요소 외에 피해자의 극심한 공포와 고통, 결과의 처참성, 사고수습 및 손해배상의 지연, 가해자측의 과실 정도와 사고 후의 태도, 항공보험을 통한 위험의 분담, 사고발생에 대한 제재와 예방의 필요 등 항공기 사고의 특수한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

[3] 항공기 사고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에 항공기 사고의 특수한 사정을 제대로 참작하지 않음으로써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양삼승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중국국제항공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재환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위자료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이후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치과의사로서 병원을 개업·운영해 오다가 2002. 4. 15.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소외 1의 사고 당시 월 소득은 2001년도 소득을 토대로 산정되는 판시 금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증거들 중 갑 제4, 6호증의 일부 기재는 망 소외 1의 사망 후 그 유족인 원고가 세무서에 신고한 2001년도 소득에 관한 자료로서 그 소득액은 망 소외 1이 그 사망 전 신고하였던 소득액에 비추어 실제보다 높게 신고된 것으로 보이고, 갑 제26호증의 1, 2, 3의 기재는 망 소외 1이 작성한 상업장부, 진료차트 등을 토대로 한 자료이나 그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금수입 내역의 신빙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그 필요경비 또한 세무서 신고 내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제1심 감정인 소외 2의 일부 소득감정 결과는 감정대상인 회계기록과 증빙자료 간의 차이, 회계기록의 불일치, 증빙자료의 부실, 금융자료와의 대사 불가능 등의 감정상 한계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 부합 증거들을 모두 배척한 다음, 망 소외 1이 사망하기 전에 신고한 2000년 소득액을 기초로 그 투하자본의 기여액을 공제하는 방법에 의하여 산정한 판시 금액을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월 소득액으로 인정하였는바, 관련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일실수입 손해액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 등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나타난 망 소외 1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에 비추어, 망 소외 1이 치과의사로서 65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그 가동기간을 70세까지로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망 소외 1의 월 소득 수준과 경험칙에 비추어 그 소득액의 1/3이 생계비로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생계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항공기 추락과 함께 그에 탑승하였던 소외 1과 그 아들 소외 3, 소외 4가 사망하게 된 이 사건 사고로 망 소외 1, 소외 3, 소외 4(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와 망 소외 1의 모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항공사인 피고의 위자료지급의무를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로 가족들 전원이 사망함으로써 망인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 점, 대형참사를 수반한 항공기사고에 대하여는 항공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다른 교통사고와는 달리 엄격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는 점, 피고는 대형항공사로서 영국 로이드사에 보험가입이 되어 있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아니한 점, 다른 항공기사고의 경우 사망자에 대하여 1인당 9억 원 정도의 위자료가 지급된 전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망 소외 1에 대한 위자료를 3억 원, 망 소외 3, 소외 4에 대한 위자료를 각 2억 원,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1억 원으로 정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망인들과 원고의 나이,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망인들의 위자료는 각 8,000만 원, 원고의 위자료는 2,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므로, 위 인정 범위를 초과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른바 항공기사고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통상의 교통사고와 달리 위자료 산정에 있어 참작되어야 할 다음과 같은 특수한 사정이 있다. 우선 항공기사고는 대개 승객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되는 대형참사로 이어지므로 그 추락·충돌 과정에서 승객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되고, 사고로 인하여 승객의 사체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시신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는 처참한 결과가 많이 발생한다. 또 사고수습·원인규명·손해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으로써 손해배상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따른 피해자측의 고통이 적지 아니하고 항공사측의 사고수습의 방식이나 태도에 따라 그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한편 통상 항공기사고는 피해자측에게 아무런 과실 없이 발생하므로 가해자측의 과실 정도만이 그 위자료 산정에 영향을 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는 항공보험에 가입하여 항공기사고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데, 항공보험은 사고발생지, 피해자의 거주지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동일한 사고에 대하여는 같은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한다는 전제 아래 보험요율과 보험료를 정하고 재보험을 통하여 그 위험을 다시 분산시키고 있으며, 그 보험료는 항공운임에 포함되어 승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항공보험 및 재보험제도는 동일한 항공기사고의 피해자들에 대하여는 항공사가 항공보험으로 담보하고자 예정한 손해배상의 범위와 액수를 감안하여 유사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나아가 항공사측의 중대하고 전적인 과실로 대형참사를 초래한 항공기사고에 대하여는 고액의 위자료를 부과함으로써 가해자를 제재하고 유사한 사고발생을 억제·예방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사실심 법원은 항공기사고의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일반적인 위자료 참작 요소 외에 앞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의 극심한 공포와 고통, 결과의 처참성, 사고수습 및 손해배상의 지연, 가해자측의 과실 정도와 사고 후의 태도, 항공보험을 통한 위험의 분담, 사고발생에 대한 제재와 예방의 필요 등 변론에 나타난 항공기사고의 특수한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항공기 승무원들의 중대하고 전적인 과실로 발생하였고 그 승객들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었던 점, 이 사건 사고 과정에서 발생한 항공기의 충돌·폭발·화재로 승객 대다수가 사망하고 사체가 대부분 심하게 손상되는 등 사고의 결과가 참혹하였고, 이에 따른 승객들의 공포와 고통 또한 극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들뿐 아니라 함께 탑승하였던 그 가족들 3명도 일시에 사망한 점, 피고는 항공보험을 통하여 항공기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의 위험을 충분히 담보해 둔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도 망인들과 원고의 손해는 장기간 전혀 전보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항공기사고로서의 특수한 사정들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위자료 산정에 있어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항공기사고의 특수한 사정을 제대로 참작하지 아니함으로써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자료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영란(주심) 이홍훈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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