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현대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용호 외 6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둔산 담당변호사 오남성)
변론종결
2016. 3. 1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14. 9. 26. 전원회의 의결 제2014-216호로 한 별지1 기재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인정되는 사실
가. 원고 등의 지위
원고,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대우건설’이라 하며, 편의상 다른 회사의 명칭에서도 ‘주식회사’ 표시를 생략한다),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지에스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이하 통칭하여 ‘7개 대형건설사’라 한다), 코오롱글로벌, 롯데건설, 케이씨씨건설, 한진중공업, 삼환기업, 두산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금호산업, 경남기업, 남광토건, 삼부토건, 삼성중공업, 한라, 계룡건설산업, 고려개발, 극동건설, 두산중공업, 포스코건설, 풍림산업, 한신공영(이하 7개 대형건설사를 포함하여 ‘원고 등 28개 건설사’라 한다)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에서 정한 사업자이다.
나.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개요
1)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의 특성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오송, 공주, 익산, 정읍, 광주송정을 잇는 전체 길이 184.534km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이다. 이는 경부고속철도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양대 기간망으로서 교통 및 생활의 축을 형성하기 위하여 추진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약 8조 3,52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2)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의 입찰
호남고속철도 노반신설공사는 19개의 공구로 구분하여 발주되었다. 그 중 ① 제1-1 공구와 제3-2 공구는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② 제1-2 공구, 제1-4 공구, 제2-3 공구 및 제4-2 공구는 대안입찰 방식으로, ③ 나머지 13개 공구(이하 ‘이 사건 13개 공구’라 한다)는 설계·시공 분리입찰로서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었는데, 위 19개 공구의 낙찰금액은 합계 약 3조 9,564억 원이고, 이 사건 13개 공구의 낙찰금액은 합계 약 2조 4,898억 원이다.
다. 이 사건 13개 공구에 관한 공구분할 합의
1) 7개 대형건설사는 2009. 6.∼7.경 여러 차례 담당 실무자 모임을 갖고 이 사건 13개 공구의 입찰 참여가 예상되는 건설사를 시공 실적 등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이 3개 그룹으로 구분하여 공구를 분할 배정하고, 13개 공구 각각에 대한 낙찰예정자는 각 그룹별로 추첨을 실시하여 선정하도록 하였다.
구분 | 분류기준 | 사업자명 | 배정 공구 | 그룹별 낙찰예정자 결정방법 |
A그룹 | ■상위 7개사 | 원고,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지에스건설, 대우건설 | 제2-2, 제3-3, 제3-4, 제4-1, 제5-3 (5개) | 추첨 |
■13개 공구 전부 참가 가능 | ||||
B그룹 | ■상위 7개사 이외 | 한진중공업, 두산건설, 쌍용건설, 금호산업, 코오롱글로벌 | 제1-3, 제2-4, 제4-4, 제5-1 (4개) | |
■13개 공구 전부 참가 가능 | ||||
C그룹 | ■일부 공구 참가 가능 |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케이씨씨건설, 삼환기업, 동부건설, 경남기업, 남광토건, 삼부토건, 삼성중공업, 한라 | 제2-1, 제3-1, 제4-3, 제5-2(4개) | |
고려개발, 극동건설 | - | - |
2) 2009. 7.경 7개 대형건설사는 위와 같이 공구분할에 관한 합의를 한 후, B그룹과 C그룹에 속한 두산건설 등 17개사에게 자신들의 합의 내용을 유선으로 통보하고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고, B그룹과 C그룹에 속한 17개사 중 고려개발, 극동건설, 포스코건설 등 3개사를 제외한 14개사(이하 ‘이 사건 14개 건설사’라 한다)는 2009. 7. 31.자 1차 입찰 공고일 이전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라. 각 공구별 낙찰예정자, 형식적 참여자 및 투찰가격의 결정 합의 및 합의의 실행
1) 공구분할 계획에 합의한 21개사[= 7개 대형건설사 + 이 사건 14개 건설사(= B그룹 5개사 + C그룹 9개사)]는 2009. 7. 말경 공구별 낙찰예정자 선정을 위한 추첨을 각 그룹별로 주1) 진행하였다.
2) A그룹에 속한 원고를 포함한 7개 대형건설사는 서울역 앞 지에스건설 지하에 있는 ○○○ 레스토랑에서 5개 공구(제2-2, 제3-3, 제3-4, 제4-1, 제5-3)의 낙찰예정자 선정을 위한 추첨을 실시하여 공구별 낙찰예정자를 결정하고, 공구를 배정받지 못한 원고와 대우건설에는 차후에 발주되는 최저가낙찰제 철도 공사에 대한 수주우선권을 주기로 합의하였다.
3) B그룹에 속한 5개사와 C그룹에 속한 9개사 역시 낙찰예정자 추첨을 실시하였다. 위와 같이 공구분할 계획에 합의한 원고 등 21개사의 합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구분 | 배정 공구 | 합의 내용 | |
낙찰예정사 | 공구 | ||
A그룹 | 제2-2, 제3-3, 제3-4, 제4-1, 제5-3 (5개) | 에스케이건설 | 제2-2 |
대림산업 | 제3-3 | ||
현대산업개발 | 제3-4 | ||
삼성물산 | 제4-1 | ||
지에스건설 | 제5-3 | ||
원고 | 다음 사업 우선권 | ||
대우건설 | 다음 사업 우선권 | ||
B그룹 | 제1-3, 제2-4, 제4-4, 제5-1(4개) | 두산건설 | 제1-3 |
쌍용건설 | 제2-4 | ||
한진중공업 | 제4-4 | ||
금호산업 | 제5-1 | ||
코오롱글로벌 | 공동수급체 참여 지분 | ||
C그룹 | 제2-1, 제3-1, 제4-3, 제5-2(4개) | 롯데건설 | 제2-1 |
동부건설 | 제3-1 | ||
케이씨씨건설 | 제4-3 | ||
삼환기업 | 제5-2 | ||
한라 | 공동수급체 참여 지분 | ||
삼성중공업 | 공동수급체 참여 지분 | ||
남광토건 | 공동수급체 참여 지분 | ||
삼부토건 | 공동수급체 참여 지분 | ||
경남기업 | 공동수급체 참여 지분 |
4) 이 사건 13개 공구에 관하여는 2009. 8. 15.까지 입찰참가자격 사전 심사 등록이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앞서 본 공구분할 및 낙찰예정자 합의에 가담하지 않았던 포스코건설, 고려개발, 극동건설, 계룡건설산업, 두산중공업, 풍림산업, 한신공영 등 7개 건설사(이하 ‘이 사건 7개 중소 건설사’라 한다) 역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자 이 사건 13개 공구의 낙찰예정사들은 2009. 8.∼9.경 자신들이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사건 7개 중소 건설사에 형식적인 응찰(이하 ‘들러리 응찰’이라 한다)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 사건 7개 중소 건설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5)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는 원고 등 28개 건설사 사이에 낙찰공구, 낙찰예정사 및 들러리 응찰사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었다. 그 후 공구별 낙찰예정사의 담당자는 입찰일 당일 또는 3∼4일 전에 들러리 응찰사 담당자에게 투찰가격을 유선 등으로 알려 주었고, 들러리 응찰사는 낙찰예정사가 정해 준 투찰가격에 따라 들러리 응찰을 하였다.
6) 이 사건 13개 공구는 5개 공구와 8개 공구로 구분하여 2회에 걸쳐 발주되었는데, 그 낙찰 결과는 아래와 같다.
구분 | 입찰일 | 공구명 | 공동수급체 주간사(지분) | 공동수급체 참여사(지분) | |
일반 | 지역업체 | ||||
1차 | 2009. 9. 22. | 제2-1 | 롯데건설(50%) | 한신공영(30%), 홍화(10%) | 한솔공영(10%) |
제4-1 | 삼성물산(50%) | 롯데건설(20%), 지에스건설(10%), 삼성이엔지(10%) | 금강건설(10%) | ||
제4-3 | 케이씨씨건설(50%) | 쌍용건설(30%), 코오롱글로벌(10%) | 성원산업개발(10%) | ||
제4-4 | 한진중공업(50%) | 두산건설(40%) | 금광기업(10%) | ||
제5-2 | 삼환기업(60%) | 삼성중공업(30%) | 용진종합건설(10%) | ||
2차 | 2009. 11. 11. | 제1-3 | 두산건설(50%) | 두산중공업(20%), 한라(20%) | 태화건설(10%) |
제2-2 | 에스케이건설(50%) | 삼부토건(40%) | 덕청건설(10%) | ||
제2-4 | 쌍용건설(55%) | 임광토건(불상), 성지건설(불상) | 경남기업(25%) | ||
제3-1 | 동부건설(50%) | 삼성중공업(15%), 고려개발(10%), 도원이엔씨(15%) | 혜전건설(10%) | ||
제3-3 | 대림산업(50%) | 동부건설(20%), 지에스건설(10%), 케이씨씨건설(10%) | 성전건설(10%) | ||
제3-4 | 현대산업개발(50%) | 고려개발(20%), 계룡건설산업(20%) | 청운건설(10%) | ||
제5-1 | 금호산업(50%) | 코오롱글로벌(30%), 포스코건설(10%), 벽산건설(10%) | 금호산업이 지역업체 요건 충족 | ||
제5-3 | 지에스건설(60%) | 남광토건(20%), 쌍용건설(10%) | 남양건설(10%) |
마.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2014. 9. 17. 전원회의 의결 제2014-203호로 “원고 등 28개 건설사가 이 사건 13개 공구의 입찰에 관하여 공구별 낙찰사를 미리 정하고 낙찰예정사의 낙찰을 돕기 위해서 낙찰예정사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은 낙찰예정사가 정해준 투찰가격으로 들러리 응찰을 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주2) 및 제8호 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별지2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2)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위 과징금의 산정 내역은 아래와 같다.
가) 관련매출액: 2,265,196,000,000원(원고가 들러리로 입찰한 이 사건 13개 공구의 계약금액 중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 합계, 백만 원 미만은 버림)
나) 부과기준율: 7%(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 들러리 응찰사인 원고에 대해서는 부과기준율 3.5%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기본과징금의 50% 감경
다) 행위자 요소에 의한 조정
○ 원고가 피고의 조사단계부터 심리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사실을 인정하면서 조사에 협력한 사정을 감안하여 1차 주3) 조정과징금 의 20% 감경
라) 추가 조정
○ 낙찰받지 못한 순수 들러리사임을 감안하여 2차 주4) 조정과징금의 30% 감경
○ 경기 악화로 건설 시장이 크게 위축된 사정을 감안하여 2차 조정과징금의 10% 감경
마) 최종 부과과징금: 38,055,000,000원(백만 원 미만은 버림)
3) 원고는 호남고속철도 제2-3공구 건에 관하여 조사에 협조하였으므로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제1항 제2호 에 따른 조사협조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징금 감면신청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4. 9. 26. 전원회의 의결 제2014-216호로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종전 부과과징금의 20%를 감면한 30,444,000,000원으로 하는 감액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
1) 처분 근거법률의 위헌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근거법률인 공정거래법 제22조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헌법에 위배되므로,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 이 사건 조항은 과징금의 상한인 매출액 부분과 과징금 부과기준을 불명확하게 정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조항은 매출액 부분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과징금 부과절차 면에서 적법절차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자나 다른 법률상 과징금 부과 대상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함으로써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사용자인 법인에 관리·감독상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해당 법인에 예외 없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는 아래와 같이 관련 법령 및 비례 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
가) 관련매출액 산정의 위법
(1) 원고는 이 사건 입찰에 들러리로만 참여하였을 뿐이고 낙찰받은 공구가 없어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원고의 관련매출액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제22조 단서에 따라 20억 원의 한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 본문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하여 이 사건 13개 공구에서 낙찰자가 체결한 계약금액의 합계액을 원고에 대한 관련매출액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의 계약금액을 원고와 같이 들러리 행위만을 한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은 상위법에 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공동행위의 내용 및 정도, 원고가 취득한 부당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이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비례 원칙 등에 위배된다.
(2) 이 사건 공동행위와 같이 공구분할 합의와 그 합의에 따른 들러리 입찰행위가 있는 경우, 들러리 입찰행위는 독자적인 부당 공동행위가 아니라 공구분할 합의를 실행하기 위한 사후적 행위에 불과하다. 이에 의하면 공정거래법 제22조 단서에 따라 전체 공구에 대하여 20억 원의 한도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의 들러리 응찰이 공구분할 합의와는 별개의 독립된 위법행위인 것처럼 보고 이 사건 13개 공구의 각 매출액을 합산하여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
나) 부과기준율 결정의 위법
앞서 주장한 여러 사정과 원고가 낙찰가격에 대한 합의 및 공동수급체 참여사의 결정, 지분율 합의 등 후속 합의에 관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낙찰을 받은 다른 건설사와 동일하게 원고의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 것은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기존의 심결례 등에 비추어 비례 원칙 및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부과과징금 결정의 위법
철도시설공단은 이 사건 공동행위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민사소송에서 원고의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라도 인정되는 경우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이득을 취한 바가 없음에도 이중의 경제적 처벌을 받는 셈이 된다. 이는 이중처벌금지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므로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발주자가 원고로부터 회수한 부당이득액 등을 고려하여 감액되어야 한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로 취득한 이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나. 처분 근거법률의 위헌 주장에 관한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관련 규정의 체계와 이 사건 조항의 입법목적, 적용 범위, 규정 형식 및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조항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적법절차 원칙, 책임주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의하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명확성 원칙은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8헌마500 결정 , 헌법재판소 2014. 8. 28. 선고 2011헌바32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법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자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하는 입법목적, 다양한 위반행위를 적용대상으로 하여 행위유형과 위반행위의 정도 등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과다한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고자 과징금 부과한도액을 마련하게 된 입법경위,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적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관련매출액’ 개념을 설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과징금 부과한도액과 과징금 부과기준을 정하게 된 배경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내세우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조항의 규정 방식이 수범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주지 못하거나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정도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관련 공정거래법 조항들을 유기적·체계적인 관점에서 검토하여 볼 때 ‘매출액’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을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을 가리켜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②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하는 ‘관련매출액’은 과징금 산정의 일응의 기초가 되는 것이고, 최종 부과과징금을 정하기까지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자가 취득한 이득액, 개별적 부담능력 등을 고려하여 여러 단계에서 조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서 관련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은 관련매출액의 10%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과징금 부과한도액은 과징금 산정기준에 따라 도출된 과징금의 상한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과징금 상한의 비율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위반행위의 기간과 정도가 매우 중대한 경우를 상정할 때 위반행위 억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과징금 부과를 위하여 불가피한 면이 있다. 또한 입찰 담합 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등의 다른 행정제재를 받거나 발주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각각 다른 제도적 취지와 목적에 따라 이루어지는 절차에 해당하므로 이중적 처벌 내지 제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원고가 내세우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조항에서 관련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 아니라거나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로서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취해지는 규제수단에 대하여 사법적 체계나 요소를 어느 정도로 적용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제도 형성의 문제로서 입법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에서 행정기관인 피고로 하여금 과징금을 부과하여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 공동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불공정 경제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등에 관한 사실수집과 평가는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결단에 입각한 것이라 할 것이고, 과징금의 부과 여부 및 그 액수의 결정권자인 피고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그 구성에 있어 일정한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과징금 부과절차에서는 통지, 의견진술의 기회 부여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가 내세우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과징금 부과 절차가 판단 주체의 독립성·중립성에 대한 보장과 실체적 진실발견 방안에 대한 보장이 미흡하여 헌법상 요구되는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공정거래법의 입법취지 및 목적, 이 사건 조항이 규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 및 규모의 다양성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최종 부과과징금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에서 다른 법률 조항에 비하여 과징금 상한을 높게 정하고 있다거나, 그 구체적 부과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정하고 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자나 다른 법률상 과징금 부과 대상자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함으로써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조항에서 규율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그 행위의 주체 및 결과의 귀속주체가 사용자인 법인이므로 그 법 위반사실에 대한 행정적인 제재인 과징금을 법인에 부과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이 형벌에 관한 양벌 규정과 그 성격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는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위반사업자의 고의·과실 등에 따른 조정을 거쳐 부과과징금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조항에서 법인의 면책 조항을 직접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위반사업자를 차별하였다거나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에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진다. 다만 피고가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판단하였거나 비례·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함에 있어서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비례 원칙 또는 평등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에 의하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관련매출액 산정의 위법 주장에 관하여
(1)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및 제8호 에서 금지하는 공동행위를 한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하여 공정거래법 제22조 본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하여 원고가 들러리로 응찰한 이 사건 13개 공구의 도급계약상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계약금액을 합하는 방법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로서 적법하고, 비례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① 공정거래법 제22조 , 제55조의3 제1항 , 제5항 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의하여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고 이에 더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피고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한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제22조 본문), 매출액이 없는 경우 등에는 20억 원을( 제22조 단서) 한도로 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를 부과함에 있어서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참작하여 과징금의 부과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시행령(2009. 5. 13. 대통령령 제21492호로 개정된 것을 말한다) 제9조 제1항 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이란 위반사업자가 위반 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말한다. 다만 위반행위가 입찰 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9. 8. 20. 피고 고시 제2009-36호로 개정된 것을 말하고, 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 IV.1.다.(1).(마).의 1)항에서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기본과징금 산정 방식을 정하면서 “입찰 담합의 경우 낙찰이 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낙찰은 되었으나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낙찰금액을, 낙찰이 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예정금액(예정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응찰금액)을 당해 입찰 담합에 참여한 각 사업자의 관련매출액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입찰계약이 체결된 경우’란 입찰 담합에 의하여 낙찰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계약을 체결한 당해 사업자뿐만 아니라 담합에 가담한 다른 사업자에 대해서도 그 ‘계약금액’이 관련매출액이 된다(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두5627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위반사업자가 들러리로 응찰하였을 뿐 낙찰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계약금액 전액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위 관련 법규에 근거한 조치로 정당하다.
② 원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 의 ‘매출액’은 당해 위반행위로 발생한 매출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낙찰받은 사업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제22조 본문을 적용하여 관련매출액을 정하되 낙찰을 받지 못한 사업자의 경우는 같은 조 단서에서 정한 매출액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20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정거래법 제22조 의 위임에 따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는 위반행위가 입찰 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위반사업자가 위반행위의 결과 입찰 담합에서 실제 낙찰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관련매출액을 다르게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입찰 담합 등을 포함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행위에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 제재금으로서의 성격과 부당이득 환수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두145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주장과 같이 들러리 응찰자의 경우 매출액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공정거래법 제22조 단서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위반행위의 대상이 된 당해 입찰의 입찰 계약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20억 원 이하만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을 뿐이므로 입찰 담합에 대한 제재로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구체적 타당성을 잃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실제 낙찰을 받은 낙찰자가 있어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위반사업자가 낙찰자인지 들러리 참여자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공정거래법 제22조 본문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③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들러리 참여자에 대하여 계약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보더라도 최종 부과과징금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 제3호 에 따라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여러 단계의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제대로 참작하지 않아 지나치게 균형을 잃은 과중한 액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그 과징금납부명령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관련매출액 산정 단계에서 취득한 이득의 규모를 반영하여 낙찰자와 들러리 응찰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그러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은 그 단서에서 ‘입찰 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관련매출액이 계약금액을 말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의 한 유형인 입찰 담합 등에 대하여는 별도의 과징금 산정기준을 두고 있는데, 앞서 본 관계 법령의 전반적인 체계와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는 공정거래법 제22조 및 제55조의3 제1항 , 제5항 의 위임에 따라 공정거래법 제22조 에서 정한 과징금 부과한도액을 초과하지 않음을 전제로 입찰 담합 등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에 대하여 ‘계약금액’이라는 별도의 과징금 산정기준을 둔 것으로 볼 수 있고, 입찰 담합 등의 구조적인 특수성과 그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탈락한 자에 대해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그 수범자에게 불리하게 과징금 산정기준을 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8193 판결 참조).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 제3호 는 과징금 산정 시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징금 고시 IV.1.다.(1).(마).의 2)항은 ‘응찰하지 아니하였거나 탈락한 자에 대하여는 기본과징금을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낙찰받지 못한 들러리 응찰자로서 취득한 이득이 없다는 사정은 최종 부과과징금 산정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는 사정으로 피고의 임의적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수범자 역시 이러한 사정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의하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가 수범자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결여되었거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들러리 응찰자의 경우에도 당해 담합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7개 대형건설사는 공구를 배정받지 못한 원고와 대우건설에 차후에 발주되는 최저가낙찰제 철도공사에 대한 수주우선권을 주기로 합의하였다. 그 밖에 입찰 담합의 본질상 낙찰자가 아닌 들러리 응찰자도 낙찰자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한 법 위반행위의 공동주체인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들러리 응찰자로서 취득한 이득이 없다는 사정은 최종 과징금 부과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반영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들러리 응찰자의 경우에도 낙찰자와 동일하게 관련매출액을 산정한다고 하여 그 자체가 비례 원칙이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① 이 사건 7개 대형건설사의 공구분할에 관한 기본 합의 → ② 이 사건 14개 건설사의 공구분할 합의 가담 → ③ 이 사건 7개 대형건설사와 14개 건설사의 공구별 낙찰예정자 합의 → ④ 이 사건 7개 중소 건설사의 추가 가담 → ⑤ 원고 등 28개 건설사의 들러리 응찰 및 투찰가격 합의 → ⑥ 합의 실행’의 순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우 비록 그 진행 과정에서 합의에 가담한 구성원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구성원의 일부 변경이 있었으나, 이 사건 13개 공구의 입찰 시장이라는 동일한 시장에서 상호간의 가격 경쟁을 피하여 각 사업자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한다는 단일한 의사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었을 뿐 아니라 합의의 태양 역시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동행위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
그러나 공동행위의 개수는 공동행위의 시기 및 종기,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여부, 관련매출액의 범위 등을 판단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사항일 뿐이고,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가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를 구성하는 일련의 합의 중 공구분할 합의 이후 이루어진 합의들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우 앞서 본 것처럼 단일한 의사와 목적에 기한 ‘공구분할 합의’, ‘낙찰예정자 합의’, ‘들러리 응찰 및 투찰가격 합의’라는 일련의 합의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합의는 이 사건 공동행위의 개수와 무관하게 고유의 위법성을 갖고 있다. 비록 원고는 각 공구별 낙찰예정자 추첨에서 탈락하여 투찰가격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7개 대형건설사 중 하나로서 이 사건 13개 공구 분할 합의를 주도하였고 각 공구별 낙찰예정자들이 알려 준 투찰가격으로 들러리 응찰을 함으로써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에서 금지하는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및 같은 항 제8호 에서 금지하는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있어 투찰가격 합의 등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보고, 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다. 결국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가 들고 있는 입찰 담합 사건의 관련매출액에 관한 피고의 일부 의결 사례들의 경우 공동행위에 이른 구체적 경위, 개별 사건의 특수성 등에서 이 사건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들과 원고를 다르게 취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부과기준율 결정의 위법 주장에 관하여
(1) 공정거래법 제22조 , 제55조의3 에 근거하여 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 [별표2] 제2의 가항에서는, 피고로 하여금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 제1호 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에 따라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에서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 “중대한 위반행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구분한 후 위반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별로 관련매출액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부과기준율을 곱하는 방법으로 기본과징금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과징금 고시에 의하면 위반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는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그 파급 효과, 관련 소비자 및 사업자의 피해 정도, 부당이득의 취득 여부, 기타 위반행위 전후의 사정 및 위반사업자와 다른 사업자 또는 소비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여야 하고(Ⅳ.1.항), 다수의 사업자가 관련된 상황에서 위반행위에 단순 가담하거나 추종적인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명백한 경우, 또는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다른 사업자의 권유나 대리로 참여한 경우 등에는 의무적 조정과징금 또는 1차 조정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Ⅳ.3.다.(2)항].
이러한 관련 규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위반사업자에 대한 기본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적용하는 부과기준율은 위반사업자가 가담한 공동행위 자체의 내용 및 정도에 따라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위반사업자의 공동행위 가담 정도, 역할 분담 내역 등을 감안하여 반드시 위반사업자마다 다르게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원고가 주장하는 공동행위의 가담 정도 등 위반사업자별 특수한 여러 사정은 임의적 조정과징금 또는 2차 조정과징금 등을 산정하는 단계에서 고려되는 것이고, 실제로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을 하면서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과징금을 감경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13개 공구 공사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공구를 분할하고 낙찰예정사, 들러리 응찰사 및 투찰가격을 미리 정한 이른바 경성 공동행위로서 입찰에 참여한 원고 등 28개 사업자 전부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경쟁제한적 효과가 매우 크다.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정한 낙찰예정사가 공구별로 실제로 낙찰을 받았을 뿐 아니라 평균 낙찰률 역시 2009년 전체 공공 부문 최저가낙찰제 공사 평균 낙찰률인 73%보다 높은 78.5%로 나타나는 등 이 사건 공동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의 규모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후 입찰의 특성상 어느 정도 경쟁이 제한될 소지가 있었던 사정을 감안하여 그 부과기준율을 과징금 고시 Ⅳ.1.다.의 (1)항에서 정한 부과기준율(7∼10%)의 하한인 7%로 정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다.
(2)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업자별로 부과기준율을 다르게 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7개 대형건설사의 하나로서 이 사건 13개 공구의 분할 합의를 선도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나머지 21개사를 대상으로 이 사건 13개 공구의 분할 합의 내용을 통보하고 동참 여부를 확인하는 등 이 사건 공동행위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점, 원고가 투찰가격 결정 등 후속 합의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원고가 7개 대형건설사 사이의 추첨에서 탈락하였기 때문인 점, 원고는 추첨에서 탈락한 후에도 각 공구별 낙찰예정자들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이 사건 13개 공구 입찰에 각 낙찰예정자들이 알려 준 투찰가격으로 투찰함으로써 이 사건 공동행위의 완성에 끝까지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하여 반드시 부과기준율 자체를 다르게 정하여야 할 만큼 공동행위에 대한 가담 정도 등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원고가 이 사건 13개 공구 입찰에 모두 들러리로서 응찰한 것이라 해도, 들러리 응찰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정하여진 낙찰예정자가 확실하게 낙찰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원고 등 28개 건설사가 역할을 분담한 결과이며, 이를 통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의 목적이 달성되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13개 공구의 입찰에 응찰함에 있어서 낙찰을 받을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공동행위 자체의 내용 및 정도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 전체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다.
(4) 원고가 들고 있는 입찰 담합 사건의 부과기준율에 관한 피고의 일부 의결 사례들의 경우 공동행위에 이른 구체적 경위, 공동행위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등에서 이 사건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들과 원고를 다르게 취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부과과징금 결정의 위법 주장에 관하여
(1)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한지 여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행하여진 ‘의결일’ 당시의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두36256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장차 발주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사정은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적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2)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원고가 들러리로 이 사건 13개 공구의 입찰에 응찰한 점을 고려하여 부과기준율을 낙찰자의 절반인 3.5%로 적용하는 방법으로 기본과징금의 50%를 감경하여 주었을 뿐 아니라, 순수 들러리사임을 감안하여 2차 조정과징금의 30%를 추가로 감경하였다. 원고가 실제로 공구를 낙찰받은 사업자에 비하여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교 대상 사업자의 개별적 부담능력 등이 참작되어 과징금 조정 단계에서 추가로 감경을 더 받은 주5) 결과이거나 원고가 일부 사업자들에 비하여 낙찰금액이 큰 공구에 더 많이 들러리 응찰을 한 결과일 뿐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3) 원고는 변론종결 후에 제출한 참고서면에서 피고가 낙찰자에 대하여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였다는 이유로 10% 감경을 적용한 반면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던 원고에 대하여는 이를 이유로 감경하지 않았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비록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원고에게 낙찰자와 달리 공동수급체 구성을 이유로 추가적 감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본과징금 산정 단계 및 추가 조정 단계 등에서 원고가 들러리 업체로 참여한 점 등을 반영하여 감경조치를 하였으므로 원고가 취득한 이득이 없다는 사정은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 이미 반영되었다. 따라서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를 차별하였다거나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별지 각 생략]
주1) 7개 대형건설사의 실무자들 중 원고의 소외 1 차장과 대우건설 소외 2 차장이 B그룹 및 C그룹의 추첨을 참관하였다.
주2) 피고는 공구분할 및 낙찰예정자 합의에 가담한 원고 등 21개사에 대해서만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였다.
주3) 관련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산정한 기본과징금에 대하여 위반사업자의 행위 요소에 의한 조정을 거쳐 산정한 과징금을 말한다. 원고의 경우 행위 요소에 의한 조정이 없으므로 기본과징금이 곧 1차 조정과징금이 된다.
주4) 1차 조정과징금에 대하여 위반사업자의 행위자 요소에 의한 조정을 거쳐 산정한 과징금을 말한다.
주5) 이 사건 입찰의 구체적 내역 등을 보면 원고 외에도 많은 건설사들이 10개 이상의 공구에서 들러리 입찰을 하였으며, 그에 따른 관련매출액에 근거하여 개별적인 조정 절차를 거쳐 과징금을 부과받았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