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고인들은 모두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인데, 제1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피고인들에게 한국어로 기재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만을 각각 송달하고 그에 대한 러시아어 번역본은 송달하지 않은 채,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자 그에 따라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사안에서, 제1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들은 모두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인데, 제1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피고인들에게 한국어로 기재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만을 각각 송달하고 그에 대한 러시아어 번역본은 송달하지 않은 채,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자 그에 따라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사안이다.
제1심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의사를 확인하였으나, 당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인 피고인들에게 러시아어로 번역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았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어, 이는 피고인들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위법하고,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나아가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도 없어, 결국 원심판결에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1(영문 이름 생략) 외 2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백상준 외 1인
변호인
변호사 권태섭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각 형(피고인 1: 징역 12년, 피고인 2: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3: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관련 법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법 제1조 )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 법 제3조 제1항 ),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 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 법 제5조 제1항 , 제2항 ).
이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 법 제8조 제1항 ), 이를 위하여 공소장 부본과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절차, 법 제8조 제2항 에 따른 서면의 제출, 법 제8조 제4항 에 따른 의사번복의 제한, 그 밖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여야 한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 또한 법원은 피고인에게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한 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여야 한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충분한 안내를 하고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희망 의사의 번복에 관한 일정한 제한( 법 제8조 제4항 )이 있는 외에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으므로, 제1심법원이 적법하게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더라도,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위와 같은 제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치유되어 제1심 공판절차는 전체로서 적법하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위 권리를 침해한 제1심 공판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법 제8조 제1항 ,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에 준하여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지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1225 판결 , 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8도7036, 2018전도50(병합) 판결 참조].
나.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 1, 피고인 2는 각 러시아 국적자, 피고인 3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자로서 모두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들은 2019. 12. 12. 기소되었고,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의 사용언어에 관한 조사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③ 원심은 한국어로 기재된 공소장 부본,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를 2019. 12. 16. 피고인 1에게, 2019. 12. 19. 피고인 2에게, 2020. 1. 2. 피고인 3에게 각각 송달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공소장의 러시아어 번역본을 2020. 1. 23. 피고인 1에게, 2020. 1. 29.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각각 송달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에 대한 러시아어 번역본은 송달하지 않았다.
④ 피고인들은 2020. 1. 31. 변호인 및 통역인의 조력을 받아 진행된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의사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⑤ 이에 따라 원심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여 위 제1회 공판기일에서 증거조사를 하였고, 2020. 4. 21. 제2회 공판기일을 열어 공판절차를 갱신하였으며, 2020. 4. 28. 제3회 공판기일을 열어 변론을 종결한 다음, 2020. 5. 26. 제4회 공판기일에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항소하였다.
⑥ 이 법원은 2020. 7. 23. 통역인의 참여 아래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하였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에게 ‘원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였지만 그에 대한 러시아어 번역본이 송달되지 않았고, 이와 같이 러시아 번역본을 송달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에 흠결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들에게 한국어로 기재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를 주면서) 추후에 송달되는 위 번역본을 받고 변호인과 충분히 상의한 후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를 다음 기일까지 밝힐 것’을 고지하였다.
⑦ 이 법원은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및 의사확인서의 러시아어 번역본을 2020. 7. 29. 피고인 1, 피고인 3에게, 2020. 8. 10. 피고인 2에게 각각 송달하였다.
⑧ 피고인 1과 그 국선변호인, 피고인 2, 피고인 3과 그 변호인은 2010. 8. 20. 제2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일치하여 진술하였다.
다. 판단
원심은 2020. 1. 31. 제1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의사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그 당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인 피고인들에게 러시아어로 번역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았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상당한 숙고기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이 사건 재판을 진행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인들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위법하고,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소송절차상의 흠은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들은 이 법원에서 이 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그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되, 국민참여재판은 제1심의 관할에 속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6조 를 준용하여 이 사건을 원심법원인 인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