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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9.10.29. 선고 2019노1404 판결
준강간,무고,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비밀준수등)
사건

2019노1404 준강간, 무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비밀준수등)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최종필(기소), 강길주(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동희(국선)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30. 선고 2018고합511 판결

판결선고

2019. 10.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가, 피고인

1) 다음과 같이 원심판결(유죄 부분)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준강간 범행의 고의도 없었다(준강간의 점),

나) 피고인이 준강간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으므로, 고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무고의 점).

2) 원심의 형(징역 2년 등)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3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실제거주지'를 원심과 같이 좁게 해석할 이유가 없다.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거소 변경은 같은 법 제43조 제3항에서 정한 '기본신상정보가 변경된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피고인이 실제거주지를 변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등)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무죄 부분)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다음과 같이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다.

가. 관련 법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법 제1조)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법 제3조 제1항), 법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 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법 제5조 제1항, 제2항).

이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법 제8조 제1항), 이를 위하여 공소장 부본과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절차, 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서면의 제출, 법 제8조 제4항에 따른 의사번복의 제한, 그 밖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여야 한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참조).

비록 공판기일에서 피고인한테서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확인 하였더라도 국민 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를 충분히 안내하거나 희망 여부를 숙고할 상당한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8도703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원심법원은 2018. 11. 5., 같은 달 27일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과 국민참여재판의사 확인서, 안내서 등을 발송하였다. 위 서류는 수취인불명, 이사불명으로 송달되지 않았다.

2) 원심법원은 2019. 2. 28.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과 함께 국민참여재판의사 확인서와 안내서 등을 교부하였다. 원심법원은 같은 날 열린 제2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의사를 구두로 확인한 다음,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 이후 원심법원이 피고인에게 재차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확인한 적이 없고, 피고인이 '충분한 숙고시간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다.

3) 원심법원은 2019. 5. 30. 준강간의 점에 대해서는 유죄(징역 2년)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등)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였다.

4) 당심법원은 2019. 10. 17.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원심법원의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 숙고시간 등과 관련한 의견이 있는 경우, 당심판결 선고 전날까지 제출할 수 있음'을 안내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같은 달 23일, 피고인의 변호인은 같은 달 25일 당심법원에 '원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의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채 의사확인절차를 진행하였다'면서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피고인과 변호인은 2019. 10. 29. 당심 공판기일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판단

1) 피고인은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관한 종전의 의사를 바꿀 수 없으므로(법 제8조 제4항), 법원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와 안내서를 교부하는 경우에도 법 취지에 맞게 피고인에게 상당한 숙고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① 원심법원이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와 안내서를 교부하자마자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였던 점, ② '당시 별도의 숙고시간이 부여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사전에 하거나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상당한 숙고시간을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심법원이 국민 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관하여 적법한 의사확인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법원이 바로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위와 같은 의사확인절차 진행 이후 피고인이 상당한 숙고시간을 부여받은 다음 원심법원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이 당심법원에 이를 문제 삼으면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원심법원의 위와 같은 공판절차상 하자는 치유되지 않는다.

3) 결국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공판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파기한다.

국민참여재판은 제1심법원의 전속관할이므로, 항소심인 당심이 국민참여재판 배제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법 제9조에 따라 배제결정할 사유가 있더라도, 항소심이 재량으로 환송하지 아니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6조를 준용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1)

판사

재판장 판사 윤종구

판사 오현규

판사 조찬영

주석

1) 원심법원은 '준강간죄와 무고죄 모두 판시 절도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①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관련 사건의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절도죄)'은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지 않아 2018. 3. 29. 분리 · 확정되었다는 점, ② 2018. 9. 21. 벌금형으로 확정된 '관련 사건의 제2심판결 중 유죄 부분(주거침입죄)'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전과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준강간(범행일시: 2016. 12. 25.)은 판시 절도죄에 대한 판결 확정 전(판결 확정일: 2018. 3. 29.)에 저질렀으므로, 판시 절도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 그러나 무고(범행일시: 2018. 7. 2.경)는 판시 절도죄에 대한 판결 확정 후에 저질러졌으므로 위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고, 금고 이상의 전과에 해당하지 않은 판시 주거침입죄와도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다. 따라서 '판시 절도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준강간'과 '그렇지 않은 무고'는 동시에 판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원심이 이를 간과하고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고, 판시 무고죄에 대해서도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이 점도 함께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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