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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4.26.선고 2016두4381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6두43817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상고인

A

피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6. 14. 선고 2016누31687 판결

판결선고

2017. 4.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남편인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1991. 3. 1. 주식회사 D(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경 관리이사로 승진하여 주로 렌터카 배차업무 지원, 직원관리, 회계전표 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고, 2012년 1월경 근무연수 등을 감안하여 새로 만들어진 직책인 상무로 승진한 후에도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소외 회사의 직원은 14명 가량으로 망인은 평소 08:30경 출근하여 19:00경 퇴근하고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근무하였으며, 월 4-5회 정도 직원 1~2명과 함께 당직근무(19:00 ~ 22:00까지 근무하고, 익일 07:30까지 출근)를 하였다.다. 망인은 상무로 승진한 2012년 1월경부터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성격이 급해지는 모습을 보였고, 성수기로 업무량이 늘어나는 같은 해 5월경에는 직원 한명이 사직하여 신규직원을 채용하느라 신경을 썼으며, 소외 회사의 차고지가 무단형질변경으로 단속되고, 차고지 임대인이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등 여러 문제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안증,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라. 이에 망인은 정신과 병원을 방문하여 '경도의 우울병 에피소드, 기타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비기질성 불면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2012. 6. 27.부터 2012. 7. 9.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마. 이후 망인은 자택에서 자살을 시도하여 2012. 7. 13.부터 2012. 8. 9.까지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심각한 우울병 에피소드'라는 진단 하에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위 입원기간 중에도 대표이사와의 갈등, 대표이사와 직원들 사이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 등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면서, 회사 생각을 하면 불안과 긴장이 커진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망인은 차고지 단속 및 불법 형질변경, 대표이사와 상의 없이 차고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문제 등으로 인해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고, 자신을 질책할 대표이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족들에게 수차 표현하였다.

바. 망인은 2012. 8. 13. 소외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도 업무 인계 및 장부에 누락된 자동차할부금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계속 출근하다가 2012. 9. 11. 다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제주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같은 달 21.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당시 망인은 장부에 누락된 비용을 상환하고 소외 회사를 퇴직해야 하는 문제에 관해 수회 언급하였다. 이 문제는 결국 망인이 퇴원 후 2012. 10. 15. 자택에서 자살할 때까지 해결되지 못하였다.

사. 망인은 2012년 이전에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 망인의 직장 동료는 망인에게 별다른 가정문제나 금전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망인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08:30경 출근하여 19:00경 퇴근하였고, 월 4-5회 당직근무를 하는 등 월 초과근무시간이 90시간에 달하여 업무량이 객관적으로 과중하였다. 또한 망인은 2012년 5월경 업무가 늘어남과 동시에 회사 차고지가 불법형질변경으로 단속되자 영업정지나 벌금 부과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었고, 차고지 재계약과 관련한 임대차계약서 작성 문제로 대표이사에게 질책을 당하거나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망인은 이러한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로 우울감과 불면증을 호소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그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망인은 2012. 8. 13.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나 장부상 누락된 할부금이 문제가 되어 자료를 찾기 위해 부득이하게 계속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우울증세가 급격히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과중한 업무 및 그와 관련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유발되었고, 이러한 우울증은 업무상 부담감으로 인하여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망인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입원치료를 받는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으나 2차례의 자살시도 후에 결국 자살에 이른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 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망인의 우울증이 심화된 경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적 상황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에게 노출된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재형

대법관박병대

주심대법관박보영

대법관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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