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용구)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8. 10. 29.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7. 2. 12. 원고들에 대하여 한 부당이득금 266,605,680원의 징수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소외 1은 ○○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이름을 빌려 그의 남편 소외 2가 발주한 의정부시 소재 □□빌딩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직접 시공하였는데, 소외 3(이하 ‘망인’이라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 중 철근공사 부분에 관한 계약을 맺고 그 부분 공사를 하도록 하였다.
나. 망인은 2004. 8. 12.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외부 철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던 도중 고압선에 감전되어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은 2004. 8. 23. 피고에게, 망인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자인 소외 회사 소속 근로자임을 전제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유족보상금 123,370,000원, 장의비 9,932,840원 합계 133,302,84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이하 ‘이 사건 지급결정’이라 한다.), 2004. 9. 24. 원고들에게 위 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
라. 그런데, 피고는 2007. 1. 16. ‘망인은 이 사건 공사 중 철근작업 등을 도급받은 자일 뿐 소외 회사의 근로자가 아님에도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는 이유로 구 산재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에 따라 원고들에게 기지급된 보험급여 133,302,840원의 배액인 266,605,680원을 징수하기로 하는 내부 결정을 한 뒤, 2007. 2. 12. 그와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마. 이 사건 처분에 관한 납부고지서 또는 독촉장은 두 차례에 걸쳐 반송되다가 2007. 11. 15. 이후에 납부고지서가 원고들에게 송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2, 을 제2호증의 1,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 을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⑴ 망인은 이 사건 공사 중 철근작업 등에 관하여 도급받은 바 없고, 소외 1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이다. 또한, 원고들은 보험급여신청과 관련한 업무를 노무사에게 맡겨 그 노무사가 업무를 처리하였기 때문에 망인이 소외 회사 소속 근로자로 처리된 경위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
⑵ 설령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것으로 인정되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보험급여액의 2배 상당액을 징수할 수 있는 권리(이하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이라 한다.)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가 보험급여를 지급한 2004. 9. 24.부터 기산하여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2007. 11. 15. 이후에야 이 사건 처분에 관한 통지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⑴ 소외 1은 발주자를 소외 2, 시공자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 공사의 건축허가를 받았고, 소외 회사 명의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였으며, 그 보험료는 자신의 계산으로 직접 납입하였다.
⑵ 소외 1은 건축업에 종사하면서 망인과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서 2004. 3. 10. 망인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 중 철근작업 부분을 평당금액 80,000원(343평)에 망인이 시공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공사비는 공사진행 정도에 따라 2/3 정도씩 결제하고, 공사를 완공한 후에 별다른 하자가 없을 경우 나머지 잔액을 지급하되,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망인이 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⑶ 소외 1은 이 사건 공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철근 등의 작업이 필요한 경우 망인에게 연락을 하였고, 그에 따라 망인은 지정한 일시에 인부들을 데리고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도착하여 소외 1이 준비해 둔 자재를 이용하여 철근 등 작업을 하였다.
⑷ 소외 1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망인이 수행한 작업이 제대로 되었는지 살피면서 망인이 데려온 인부의 수와 숙련도에 관한 작업일보를 작성한 다음, 이를 토대로 2004. 5. 10. 망인에게 10,000,000원{2004. 4. 14.부터 2004. 5. 15.까지 기공(기술자를 뜻함) 60품에 대하여 하루 130,000원, 조공(기술이 부족한 사람을 뜻함) 26품 110,000원, 잔금 660,000원}을, 2004. 6. 18. 13,000,000원(2004. 5. 16.부터 2004. 6. 18.까지 기공 60품에 대하여 하루 130,000원, 조공 48품 110,000원, 잔금 합계 740,000원)을 노임 명목으로 각 지급하였다.
⑸ 소외 2 등은 망인의 사망 직후인 2004년 8월경 그에 관한 변사사건 처리와 관련하여 의정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망인은 근로자가 아니라 철근작업을 도급받은 사람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원고 2는 망인이 약 15년 전부터 건축일에 종사하고 있으며 공사장에서 전문적으로 건축주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철근 작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⑹ 원고 1 등은 2004년 8월 말경 피고 산하 의정부 지사를 방문하여 망인의 사망에 관한 재해발생신고를 하고 그 직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산재보험금 청구절차에 관한 설명을 들은 다음 2004. 9. 21. 유족보상·장의비 청구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그 소명자료로서 망인과 소외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서, 작업일보, 노무비지급명세서, 손해배상합의서 등을 제출하였다{망인은 소외 1과 사이에 위 ⑵항에서 본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소명자료로 제출된 위 근로계약서는 사실과 다른 허위의 것이다.}.
⑺ 한편, 피고 산하 의정부 지사 보상부 직원은 이 사건 지급결정을 하기에 앞서 2004. 9. 7. 소외 회사의 인사·노무관리자라고 주장하는 소외 4에 대한 조사를 하였는데, 당시 소외 4는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설계 및 감리를 맡은 사람이지 소외 회사의 직원이 아닐 뿐만 아니라 망인이 소외 1로부터 철근공사를 의뢰받은 속칭 ‘오야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원고들로부터 망인의 사망과 관련한 산재보험금 청구 업무를 위임받은 노무사의 부탁에 따라 “나는 소외 회사의 인사·노무관리자인데, 망인은 소외 회사에 2004. 4. 12. 입사하여 소외 회사의 철근 및 콘크리트 비계팀장으로서 일당 130,000원을 받고 일한 근로자이다.”라는 취지로 허위진술을 하였고, 그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은 조사결과 및 소외 4 명의의 확인서, 망인이 소외 회사의 근로자로 되어 있는 소외 회사와 망인 사이의 2004. 4. 12.자 근로계약서, 일용 노무비 지급명세서를 토대로 이 사건 지급결정을 하였다.
⑻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는 2004. 10. 6.경 피고로부터 이 사건 지급결정을 통보받은 뒤 망인의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혐의에 관하여 수사를 진행하였는데, 소외 1은 “2004. 12. 15.경 망인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망인이 상시근로자 3명을 고용하여 작업을 수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망인과 체결하였다는 하도급계약서 및 망인 작성의 영수증을 제출하였고, 망인에게 고용되었다는 소외 5 역시 전화통화 등을 통하여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⑼ 피고는 노동부로부터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2006년 11월경 그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여 이 사건 지급결정은 소외 4의 허위 진술 등에 근거한 것으로 망인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원고들 및 소외 4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붙은 증거 포함), 제1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⑴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는지에 대하여
㈎ 먼저 망인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소외 회사와 소외 1의 관계, 소외 1이 소외 회사의 이름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된 동기와 경위, 소외 1과 망인의 관계, 소외 1과 망인 사이에 체결한 계약서의 기재 내용, 대금의 지급 방법, 망인과 그 인부들 사이의 관계, 변사사건 처리절차와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 조사에서의 관련자들 진술 내용 및 소외 1이 현장에 임하여 작업일보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나중에 대금정산을 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점, 망인과 소외 1 사이의 계약에서 용역 제공의 대가만을 계약 내용으로 삼고 있을 뿐 자재비에 관하여 따로 언급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과 소외 1 사이에 상당한 지휘·감독관계에 있었다거나 망인이 소외 1과 사이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 다음으로,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보험급여를 받은 자가 주관적으로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임을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받을 수 없는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는 피고 공단은 그 급여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하는바( 구 산재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및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두9696 판결 참조), 이는 피고 공단의 부당이득 징수가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절차적 특성상 피고가 재해 등을 정확히 밝혀내기 어렵다는 사정을 악용하여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액의 배액을 징수하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산재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가 이 사건 지급 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 원고들이 이 사건 지급결정을 받는 과정에서 허위의 관계서류를 제출한 점, 변사사건 처리과정에서의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지급 결정과정에서 망인이 소외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숨기고 보험급여를 수령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은 주관적으로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임을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고 할 것이다.
㈐ 따라서, 망인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거나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⑵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에 대하여
㈎ 구 산재보험법 제53조 제3항 에 의하여 준용되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1항 에 의하면,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의 소멸시효기간은 3년임을 알 수 있고, 한편, 민법 제166조 제1항 에 의하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원고들이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일에 관하여 피고가 보험급여를 지급한 2004. 9. 24.이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위 보험급여의 지급이 있은 뒤에 원고들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사실관계가 새로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보험급여의 2배 상당액을 징수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2007. 1. 16.까지는 피고가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위 날을 소멸시효의 기산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살피건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두10763 판결 참조),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여야 할 보험급여를 지급함으로써 부당이득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된 2004. 9. 24.부터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위 날부터 3년의 소멸시효기간인 2007. 9. 24.까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이미 소멸하였다.
㈐ 그렇다면, 이 사건 부당이득징수권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