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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6. 21. 선고 2008나1967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목홍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한화케미칼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한진수 외 1인)

변론종결

2012. 4. 17.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2,281,954,752원 및 그 중 2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01. 1. 2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최후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 746,843,14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최후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 31,335,111,612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 :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1,454,654,752원 및 그 중 99,543,14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 31,355,111,612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들 : 주문 제1항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3호증, 갑30, 31, 33호증, 을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주식양수도계약의 체결

1) 원고는 1999. 4. 2. 한화에너지 주식회사(이하 ‘한화에너지’라고 한다)의 주주들인 피고들과 한화에너지프라자 주식회사(이하 ‘한화프라자’라고 한다)의 주주들인 피고 한화석유화학 주식회사, 소외 주식회사 한화, 한화개발 주식회사, 소외 1(이하 ‘프라자 주주들’이라고 한다)와 사이에서 피고들이 소유하고 있던 한화에너지 발행주식 9,463,495주와 프라자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던 한화프라자 발행주식 4,000,000주를 양수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1999. 8. 31. 위 계약에 따라 피고들 및 프라자 주주들에게 주식양수대금을 지급하고 그들로부터 위 주식을 교부받았다.

2) 이후 한화에너지는 인천정유 주식회사(이하 한화에너지와 인천정유 주식회사를 통틀어 ‘인천정유’라고 한다)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한화프라자는 원고에게 흡수합병되었다.

3)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주식양도인인 피고들 및 프라자 주주들은 주식양수인인 원고에 대하여 진술과 보증을 하였는데, 위 주식양수도계약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은 피고들 및 프라자 주주들이고, 을은 원고이다).

제2조 (양수도 당사자)

(2) 별지 제1목록에 기재된 에너지주주 및 프라자주주는 본 계약상의 갑의 의무로 규정된 사항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단, 주식양수도 실행일 이후에 발견된 갑의 진술 및 보증위반사항에 대하여는 에너지에 관한 사항은 에너지주주가 연대하여, 프라자에 관한 사항은 프라자주주가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

제9조 (진술과 보증사항)

(1) 갑은 본 계약체결일 현재 갑 및 에너지 및 프라자에 대하여 다음 사항을 보증한다. 아래의 진술과 보증은 양수도실행일에 재차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단, 양수도실행일로 특정하여 명시된 부분에 한하여 양수도실행일로부터 보증한 것으로 본다.

(거) 에너지 및 프라자는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

제11조 (손해배상)

(1) 양수도 실행일 이후 제9조의 보증의 위반사항(순자산가치의 부족이나 숨은채무 또는 우발채무가 새로이 발견되는 경우도 포함한다)이 발견된 경우 또는 기타 본 계약상의 약속사항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에너지 및 프라자 또는 을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을은 즉시 갑에게 통보하고, 갑은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시정하거나(시정 가능한 경우), 현금으로 을에게 배상한다. 단, 제9조 제1항 (가)의 전단부분과 (나)(라)(마)(아)(너)(머) 기재 진술 및 보증위반사항에 대하여는 양수도실행일로부터 5년, 나머지 보증 및 약속사항에 대하여는 양수도실행일로부터 3년간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한다. 단, 갑이 본건 주식의 완전하고 아무런 부담이나 제한 없는 소유권을 갖지 못하였거나 에너지 및 프라자가 소유하는 것으로 진술 및 보증한 자산의 소유권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갑은 기간의 제한 없이 진술 및 보증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2) 제1항의 손해배상 총액은 금 50,000,000,000원을 초과할 수 없으며 그러한 손해배상은 위 보증 및 약속의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것으로 제한된다.

나. 원고 등의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1)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천정유가 다른 정유사들(원고, 에스케이 주식회사, 엘지칼텍스정유 주식회사,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예정업체의 투찰가격 및 들러리 업체의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고 낙찰을 받아 그에 따라 군용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라고 한다)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 를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00. 10. 17. 의결 제2000-158호로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 및 과징금 47,522,000,000원 납부명령을 내렸다.

2) 인천정유는 위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한 이의신청 및 일련의 과징금납부명령취소소송( 서울고등법원 2000누15028호 및 이에 대한 상고심 대법원 2002두6842호 )을 제기하였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04. 12. 29. 의결 제2004-358호로 인천정유에 대한 위 과징금처분 일부 직권취소를 통해 17,783,000,000원으로 과징금을 감축하였으나, 위 감액되고 남은 과징금처분도 이에 대한 취소소송 확정판결( 서울고등법원 2004누24457호 및 이에 대한 상고심 대법원 2006두675호 )에 의하여 취소되자, 2009. 1. 14. 의결 제2009-021호로 과징금을 재산정하여 인천정유를 합병한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에 대하여 과징금 14,511,000,000원 납부명령을 내렸다.

다. 원고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대한민국은 2001. 2. 14.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군용유류 구매입찰에서 적정가격보다 고가로 유류를 공급받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천정유를 포함한 위 5개 정유회사를 상대로 158,419,669,721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가합10682호 )을 제기하였는데, 그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7나25157호 )과 상고심( 대법원 2010다18850호 )를 거쳐 현재 환송 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1나62825호 )이 계속 중이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과 보증을 하였음에도 그와 달리 인천정유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가담하여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으며, 대한민국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당하고, 벌금형을 받았으며,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주식양수인인 원고에게 피고들의 위와 같은 진술과 보증 위반으로 인하여 인천정유가 입은 손해 또는 원고가 위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여 피고들에게 과다하게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 손해배상으로서 32,281,954,752원(= 벌금 200,000,000원 + 소송비용 등 726,843,140원 + 과징금 17,783,000,000원 중 1998년 및 1999년도 해당분 13,165,000,000원 +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청구금 중 인천정유 해당분 18,190,111,612원)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피고들의 진술·보증 조항 위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 제9조 제1항 (거)호(이하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이라고 한다)에는 “에너지 및 프라자는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고, 제11조 제1항에서는 양수도 실행일 이후 제9조의 보증의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또는 기타 본 계약상의 약속사항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에너지 및 프라자 또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고에게 배상하도록 기재되어 있는 사실, 한편 인천정유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실행일 이전인 1998년 및 1999년도 군용유류 구매입찰과 관련하여 다른 정유사와 함께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들은 인천정유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실행일 이전에 위와 같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보증하여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을 위반하였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 제11조에 따라 원고에게 위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하여 인천정유 또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들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 제9조 제1항 (거)호에서 말하는 ‘행정법규’의 의미는 인천정유가 위 계약 당시 운영하던 정유사업과 관련된 공장의 설치 및 운용 등에 관한 제반 법규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은 위 ‘행정법규’에 포함되지 아니하여 피고들이 진술과 보증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 제9조 제1항 각 호상의 환경관련법규, 조세관련법령, 노동관계법령에 관한 진술·보증 조항들은 그 진술·보증 대상을 각 개별분야로 한정하여 명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에서는 ‘일체의 행정법규’라고 기재되어 있어 문언상 그 적용범위에 대하여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같은 항 (가)호는 “에너지, 프라자 및 갑(법인에 한한다)은 적법하게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으며, 정관상의 사업을 영위할 모든 법률상, 행정상의 인허가, 신고수리, 등록 등을 거쳤고 무효 또는 취소로 될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어 피고들이 주장하는 ‘인천정유가 영위하고 있는 정유사업과 관련된 공장의 설치 및 운용 등에 관한 제반 법규’에 대한 진술·보증은 이미 위 (가)호를 통해 별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상의 ‘일체의 행정법규’를 다시 피고들 주장과 같이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도 없는 점,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1년이 넘는 장시간에 걸쳐 그 문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법률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수차례의 협의와 조정을 거치는 등 신중을 기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기재된 ‘일체의 행정법규’라는 명시적 문구에도 불구하고 위 계약서 작성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는 정유사업과 관련된 공장의 설치 및 운용 등에 관한 법규로만 제한하려던 것이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점, 기업지배권 내지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M&A 거래에 있어서 매도인이 거래목적물인 대상기업의 모든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점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조항이므로 일체의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매도인의 책임을 묻는 포괄적인 진술 및 보장 조항을 두어야 할 필요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에서 말하는 ‘행정법규'는 위반시 인천정유에 손해가 발생하거나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반 행정법규 전체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공정거래법 위반사실은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상의 ‘행정법규 위반’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들은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은 민법상의 하자담보책임과 관련하여 그 하자의 의미와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으로서 민법 제580조 에 따라 악의 또는 과실로 하자를 알지 못한 매수인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 원고는 이 사건 담합행위자 중 하나로서 인천정유의 공정거래법 위반사실을 알고 있었던 악의의 매수인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은 민법상의 하자담보책임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제도로서 매수인의 위반사실에 대한 인식 여부와는 관계없이 매도인에 대하여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과 같이 대규모 주식거래를 통한 기업지배권 내지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M&A 계약에서 활용되고 있는 진술 및 보증 조항(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은 기업을 매매목적물로 하는 매매계약에 있어서 당사자 자신(주로 매도인)과 그 매매목적물인 대상기업에 대한 일정한 사항 내지 정보를 상대방(주로 매수인)에게 진술하여 확인하고 이를 보증하는 제도로서, 계약체결 및 이행 과정을 통하여 ① 인수대상에 대한 정보의 제공, ② 거래종결의 선행조건 또는 해제의 사유, ③ 거래종결 이후의 면책 또는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근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 중 M&A 계약이 실행된 이후에 있어서는 매매목적물인 대상기업에 진술과 보증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매도인과 매수인 중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정하고 손해배상 내지 면책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매매가격이 사후 조정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 및 보증 조항은 기본적으로 영미법계 국가인 미국, 영국에서의 M&A 계약에서 통상적으로 이용되어 오던 것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외국기업들이 우리 기업들을 인수하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국내에도 도입되기 시작하여 현재 이 사건에서와 같이 국내 기업간의 M&A 계약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진술 및 보증 조항은 그 연혁적·이론적 배경이 영미법계 국가에 있고, 그 적용 범위 등에 있어서 진술과 보증의 대상이 되는 사항의 범위가 계약의 목적물에만 그치지 않고 계약 당사자 자신에 대한 사항과 같이 당해 계약에 관한 사항 전반에 대해 미치는 등 일반적인 하자담보책임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경우 매도인이 그 위반사실에 대하여 선의·무과실인 경우에도 그 위반 책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하자에 대하여 선의·무과실인 매도인에게도 담보책임을 인정하는 하자담보책임과 유사한 반면 채무자의 고의·과실을 요하는 채무불이행 책임과는 차이가 있는 점,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성격이나 역할도 결국 M&A 계약(매매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간에 고려하지 않았던 대상기업(매매목적물)의 하자에 대한 사후 보상이라는 점, 즉 M&A 계약상의 매도인이 진술 및 보증한 대상기업 등에 관한 정보에 매매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던 문제가 있거나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수인으로서는 매매목적물인 대상기업의 성상 내지는 가치가 원래 예상했었던 상태와 차이가 나는 손해를 입게 되고, 이러한 경우 진술 및 보증 조항은 그러한 차이를 손해배상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점 등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은 우리 민·상법상의 하자담보책임과 유사한 제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하여 민·상법상의 하자담보책임의 범위 및 내용을 개별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이와 유사한 제도인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적용에 있어서도 당사자간의 구체적인 약정이 있다면 이러한 개별약정을 우선하여 적용하여야 하고, 이러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어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하여는 앞서 본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기능,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 공평의 이념 등 우리 법제의 기본적인 원칙을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 제11조에 따라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매수인인 원고가 그 위반사항에 대하여 선의이거나 알지 못한 것에 과실이 없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는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당시 이에 대한 당사자간의 합의가 별도로 있었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하여는 신의성실의 원칙, 공평의 이념 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기능, 목적 및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와 신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근본적인 목적 및 역할은 매도인이 대상기업의 모든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매수인은 단기간의 실사를 통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매도인에게 정보의 공개 및 진술·보장을 요구함과 동시에 그 위반에 따른 보상책임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정보의 편중에 따른 계약 당사자간의 불균형을 제거하는 것에 있을 뿐 매수인에게 어떠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실에 대한 악의의 매수인에게도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게 되면 매도인은 자신의 귀책사유 유무와는 상관없이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도 그 책임을 부담하는 반면 매수인은 그 위반사실을 알고 이를 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반영하였거나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체결 이후 동일한 위반사실을 이유로 매도인에 대하여 이에 상응하는 손해배상 내지 보전을 다시 요구할 수 있게 되어 앞서 본 당사자간의 대등·균형 유지라는 진술 및 보증 조항의 목적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평의 이념에도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기능 및 역할 중의 하나인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 모두 고려하지 않았던 사정이 존재하거나 발생함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위험분배 및 가격조정의 문제’는 이에 대한 인식이나 귀책사유가 없는 매도인에게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에 따른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충분히 달성되는 것이고 나아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매수인에게까지 이에 대한 청구를 허용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점, 진술 및 보증 조항이 오래전부터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악의의 매수인에게도 당연히 손해배상 내지 보상청구가 허용되는지에 대하여는 학설이나 판례가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고, 현재 거래실무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매수인의 인식 여부와는 무관하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별도로 추가함으로써 이를 명확히 하는 경우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거래의 신속성 및 사후 분쟁의 최소화가 요구되는 M&A 계약 자체의 특수성이나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연혁적 배경, 그리고 위험분배 및 가격조정이라는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기능 및 역할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진술 및 보증 위반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악의의 매수인이 계약협상 및 가격산정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를 반영하였거나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하였다가 이후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들어 뒤늦게 매도인에게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악의의 매수인이 가격산정시 이를 반영하였는지 여부는 명시적인 경우 외에는 그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에 관한 것이어서 이를 객관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할 뿐만 아니라 매수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 매도인이 이를 반박하기가 어려우므로, 악의의 매수인이 매도인과의 합의에 따라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위반사실 문제를 유보하여 두지 않은 이상 매수인으로서는 위반사실을 인식하였지만 이를 가격산정시 반영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대금을 결정할 당시 원고와 피고들 모두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천정유에게 과징금이나 벌금이 부과되고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다는 사정에 대하여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거나 주식양도계약서의 정보공개목록에도 그러한 점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악의의 매수인인 원고가 스스로 위반사실에 대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원고가 계약체결 당시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인천정유의 책임 가능성을 문제 삼았더라면 피고들로서는 이를 고려하여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피고들의 보상한도를 달리 정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데, 원고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뒤늦게 피고들에게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을 이유로 보상청구를 하는 것은 피고들이 가지는 위와 같은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매도인인 피고들은 이러한 원고에 대하여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덧붙여 매수인이 위반사실을 알지 못한데 과실이 있는 경우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진술 및 보증 조항은 민·상법상의 하자담보책임과 유사한 제도일 뿐 동일한 제도는 아니므로 이에 관한 당사자의 명확한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매수인의 무과실을 요구하는 민법 제580조 가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의칙 및 공평의 이념상 악의의 매수인에게는 보상청구를 허용하여서는 안된다고 하여 당연히 과실 내지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이와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이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기능,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매수인의 과실 내지 중과실 여부는 매수인의 악의 여부와는 달리 그 판단에 다툼이 있을 가능성이 많아서 과실 여부에 따라 보상청구 허용 여부를 달리할 경우 사후 분쟁의 최소화라는 진술 및 보증 조항의 본래 역할에 맞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 대부분의 M&A 계약에서 매수인은 대상기업에 대한 실사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때 제공되는 자료의 양이 방대한 반면 실사 기간은 단기에 그칠 수 밖에 없어 매수인이 제공된 자료를 통하여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과실로 인하여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를 것이어서 이러한 매수인측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두게 된 것인데 다시 매수인의 과실을 이유로 보상청구를 제한한다면 위와 같이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두게 된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매수인이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상 그와 같이 알지 못한데 과실 내지 중과실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에 따른 보상청구는 허용되어야 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매수인이 이미 위반사실을 알고 있어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약체결 과정에서 반영하였거나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와 같이 보상청구를 허용하면 신의성실의 원칙 및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만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진술·보증 위반사실에 대하여 악의의 매수인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인천정유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에스케이 주식회사, 엘지칼텍스정유 주식회사,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위 5개 정유사들의 담당실무자들이 사전에 모여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예정업체의 투찰가격 및 들러리 업체의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고 낙찰을 받아 그에 따라 군용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 당시 원고 등 5개 회사는 국내 정유시장에서 군납유류를 포함한 유류 100%를 공급하는 사업자들이었고, 군납유류는 각 군이 필요로 하는 연간 유류 총 수요량을 일괄하여 매년 상반기 중에 1회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그 낙찰결과에 따라 구매 및 납품이 이루어지는데 그 입찰방식은 전적으로 입찰가격에 따른 경쟁 형태로 이루어지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국내 유류공급량 전부를 공급하고 있는 5개 정유사들의 실무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입찰가격에 따른 경쟁 형태로 이루어지는 군납유류 입찰가격 등에 대하여 위와 같이 사전 합의한 이 사건 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인천정유와 함께 이러한 사전 합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였던 원고로서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당시에 이미 인천정유에 위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는 점과 이에 따라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9조는 사실이 아니어서 피고들이 이 사건 진술·보증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담합행위의 존재로 인한 피고들의 이 사건 진술·보증 위반사실에 대하여는 악의의 매수인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진술·보증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피고들에게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 제11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최상열(재판장) 이호재 김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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