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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
[사기][공2017하,2397]
판시사항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 /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판결요지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 대상 행위의 이행가능성 및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 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므로,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을 하면서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지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 대상 행위의 이행가능성 및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1995. 4. 25. 선고 95도424 판결 참조).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91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해자는 2006. 11.경 제천시에 있는 ○○사를 다니며 승려 공소외 1에게 피해자의 처 공소외 2의 정신분열병에 대하여 상의를 하였고, 당시 그곳에 있던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자신이 기도와 기치료를 하여 낫게 해줄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그 무렵부터 2007. 2.경까지 공소외 2를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고인과 함께 생활하게 하였으나 공소외 2는 별다른 호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나. (1) 피고인은 2007. 7.경 피해자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공소외 2를 자신에게 보내라고 말하여 다시 공소외 2를 맡은 후 피해자에게 공소외 2의 몸에 있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하여 기도비 2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말하였고, 피해자는 2007. 8. 21. 피고인에게 200만 원을 송금하였다.

(2) 공소외 2는 2007. 11.경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피고인은 2008. 9. 24. 피해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귀신을 쫓아내기 위하여 기도를 계속 하여야 한다며 150만 원을 보내라고 말하였으며, 2009. 2. 9.에도 같은 취지로 말하며 50만 원을 보내라고 하였고, 피해자는 그 무렵 피고인에게 위 각 돈을 송금하였다.

다. 피해자는 2011. 9.경 공소외 1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사를 찾아가 피고인을 만났고, 피고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 피해자의 아들 이야기를 하자 피고인이 “아들에게 액운이 있으니 골프공에 아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재하여 골프채로 쳐서 액운을 쫓아내야 한다. 처의 몸에 붙은 귀신이 가족들에게도 돌아다닌다.”라고 말하며 99만 원을 요구하였으며, 피해자는 2011. 9. 26. 피고인에게 99만 원을 송금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1. 9.경 피해자에게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라고 말하였고, 피해자가 2011. 11.경 피고인을 찾아갔을 때 딸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피고인이 “너의 작은 딸도 귀신이 씌어서 힘들다. 취직도 되지 않고 많이 휘둘린다. 딸의 액운이 워낙 세서 3,000일 기도를 해야 한다. 위에서 5,000만 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다는 못 받겠고, 딸 시집보낸다고 생각하고 3,000만 원을 만들어서 내게 줘라. 그래야 딸의 취직도 잘 될 것이고 너의 처 또한 귀신에 휘둘리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2011. 11. 1. 100만 원, 2011. 11. 11. 2,900만 원을 각 송금하였다.

마. 피고인은 2011. 12.경 자신을 찾아온 피해자에게 “너의 집안 전체적으로 씌어 있는 귀신을 몰아내야 한다. 그 기도를 하는데 기도비가 필요하다. 위에서 390만 원을 받으라고 한다.”라고 말하였고, 피해자는 2011. 12. 30. 피고인에게 390만 원을 송금하였다.

바. 피해자는 지인에게 6,000만 원을 빌려주었다가 2011. 12.경 그중 5,000만 원을 돌려받은 일이 있었고 그 무렵 피고인을 찾아가 이야기를 하던 중 위 사실을 말하게 되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그 돈은 귀신이 가지고 논 돈이라 네가 쓰면 처와 자식들이 귀신에 휘둘리고 집안 전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그 돈을 나에게 보내라.”라고 말하였고, 피해자가 2012. 1. 16. 피고인에게 5,000만 원을 송금하였으며 피고인은 위 돈을 모두 사용하였다.

3.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각 돈을 편취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1) 5,000만 원 부분은 피고인이 이를 기도비 명목으로 교부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2) 나머지 부분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궁박한 상황을 알고 기도나 제 등을 할 의사가 없이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이혼 등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어 2005년부터 ○○사를 다니며 기도하는 생활을 하였고, 간호조무사로 일을 하다가 마사지 업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을 뿐,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니며 피해자를 만나기 전에 기치료를 해 본 경험도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가족에 귀신이 씌어 있고 자신이 기도를 하여 그 귀신을 쫓아내어 불행을 막고 공소외 2의 병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그 대가를 요구하였으며,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신의 세계를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말하였다.

나.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기도는 특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한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염원을 하는 것이 자신만의 기도 방식이며, 자신이 기도비를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도 신의 계시에 따른 것이므로 기도비와 생활비를 구별할 수 없고 모두 제를 지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은 실제로 ○○사 부지 내에 있는 실외 골프연습장에서 피해자의 아들 공소외 3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골프공에 적고 골프채로 그 공을 침으로써 액운을 쫓아내는 행위를 하였다고 변소하였다. 그러나 ○○사 부지 내에 있는 실외 골프연습장은 피고인과 사실혼관계에 있던 공소외 4가 ○○사 부지 내에 불교무술 연수원을 조성하겠다며 그 체육시설의 일부로서 설치한 것이지 종교의식을 위한 시설이 아니고, 피고인은 평소 위 골프연습장에서 공소외 4로부터 골프를 배우고 연습을 하는 등 체육행위로서 골프를 하였다.

(3)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행위들은 경험칙상 전통적 관습에 의한 무속행위나 통상적인 종교행위의 형태라고 볼 수 없다.

다. 피고인은 2011. 9.부터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을 하여 피해자가 그 말에 따라서 자신을 찾아왔을 때 대화를 나누면서 피해자의 가족이나 금전관계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자 피해자에게 그와 관련한 귀신이 있다며 귀신을 쫓기 위한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앞에서 본 것과 같이 피해자로부터 각 돈을 송금받았다.

라. (1) 원심은 2012. 1. 16. 피고인이 교부받은 5,000만 원에 관하여 피고인이 차용금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기도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 5,000만 원을 요구할 당시 “그 돈은 귀신이 가지고 논 돈이라 네가 쓰면 처와 자식들이 귀신에 휘둘리고 집안 전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그 돈을 나에게 보내라.”라고 말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겠다.”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도 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들과 앞에서 본 것과 같이 피해자가 이미 피고인에게 수차례 돈을 보낸 경위 및 피고인이 주장하는 기도 방식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5,000만 원을 보내어 피고인이 그 돈을 사용하고 피해자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여야만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발생할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위 돈을 피고인에게 송금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이러한 이유로 피고인에게 위 5,000만 원을 송금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하게 한 이상, 추후 그 돈을 반환하기로 하였는지 여부는 기망행위 내지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마.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각 돈을 송금받을 당시 사실혼관계에 있던 공소외 4와 함께 ○○사 부지에 각종 건물 신축 및 시설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공사비용 등 자금이 필요한 상태였고, 한편 피고인이 위 각 돈을 피해자를 위한 기도 등의 비용으로 지출하였음에 관한 자료는 전혀 없다.

바.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2의 병이 귀신에 의한 것이고 피고인이 기도를 하여 귀신을 쫓아내고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그와 관련된 피고인의 말과 요구에 따라서 피고인에게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을 포함하여 합계 1억 889만 원을 송금하였으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은행에서 대출까지 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공소외 2를 피고인에게 맡겼을 때에는 피고인을 방문할 때마다 피고인에게 현금으로 수십만 원 또는 백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였다.

사. 피고인은 2014. 1. 3.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2,0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받을 무렵 피해자에게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공소외 2의 퇴원일이 2014. 1. 17.로 정해졌다는 계시를 받았다며 공소외 2를 퇴원시켜서 피고인에게 보내라고 말하였고, 피해자는 그에 따라 공소외 2를 퇴원시킨 후 피고인에게 보내어 피고인과 함께 생활하게 하였는데, 공소외 2는 2014. 9. 19. 혼자 도로 위를 걷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5. 위와 같은 피고인의 자격 및 경력,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 돈들을 지급받은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예고한 불행이나 약속한 내용,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실제로 한 행위의 특이성, 장기간 피고인이 지급받은 위 돈들의 총 액수 및 그 실제 용도, 치료불가능한 처의 병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처해 있었던 불안한 심리상태 및 대출을 받아야만 했던 피해자의 재산상태 등에 관한 여러 사정을 앞에서 본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말을 하고 피해자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합계 1억 889만 원을 송금받은 행위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피해자가 공소외 2의 병 치료 등을 위하여 피고인의 기도라는 말에 의존하면서 그 비용 등으로 위 돈들을 지급하였고 이를 통하여 정신적인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는 피고인이 위 돈들을 지급받기 위하여 내세운 명목에 현혹되거나 기망당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 이상, 이 부분과 포괄일죄로 기소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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