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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0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1997.1.15.(26),275]
판시사항

[2] 가해자가 상해를 입은 피해자를 보고도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가 버렸다가 약 20분 후 구호를 위하여 제3자와 함께 현장으로 되돌아 온 경우, 도주의 범의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2] 피고인이 사고를 일으킨 직후 차를 되돌려 현장에 접근하여 두 피해자들이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바, 비록 피고인이 체격이 작은 여자인 데 비하여 피해자들은 건장한 청년들이고 사고 일시 및 장소는 심야에 차량이나 인적의 통행이 드문 산속이라 혼자의 힘으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에게 고지한 후 현장을 떠나 즉시 경찰관서나 병원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승용차에서 하차하지도 아니한 채 그대로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 버렸다면, 설사 약 20분 후 피해자들을 구호하기 위하여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 왔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에 대한 범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공재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함이 당원의 견해이다( 당원 1996. 8. 20. 선고 96도1415 판결 , 당원 1996. 4. 9. 선고 96도25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5. 9. 12. 01:20경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바, 이 사건 사고장소는 주위에 인가가 없는 산속이고 사고 당시에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이 없었으며, 피고인은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낸 27세의 체중 43㎏의 비교적 체구가 작은 여자인 사실, 피고인은 사고 직후 차를 도로변 옆 풀밭으로 진입시켜서 되돌린 뒤 현장에 접근하여 건장한 두 청년인 피해자들이 가드레일 밑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후 피고인의 집과는 반대편인 고흥읍 방향으로 차량을 운전하여 현장을 이탈한 사실, 당시 피고인의 차량은 운전석 앞바퀴가 펑크가 난 사실, 피고인은 고흥읍에 있는 금탑회관 앞의 공중전화에서 승용차 구입문제로 알게 된 자동차 외판원인 김진성에게 연락하여 사고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사고현장과 위 금탑회관까지의 거리는 약 3㎞ 정도로 자동차로 약 3분 내지 4분 정도 걸리는 사실, 위 김진성은 즉시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나와 피고인과 함께 사고현장으로 갔으며 현장에는 01:40경 도착하였으나 피해자들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 이미 피해자들은 때마침 이 곳을 운행하던 박열에게 발견되었고 위 박열은 01:25경 핸드폰으로 119 신고를 하였으며 이를 접한 순천소방서 고흥소방파출소 소방교 박규수는 01:26경에 위 소방파출소를 출발, 01:31경에 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들을 구조한 뒤 01:40경에 고흥읍 소재의 제일병원에 후송한 사실, 피고인은 02:00경 피고인과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였던 관계로 알고 지내던 고흥읍내 파출소 소속 홍기남 순경에게 전화로 연락한 뒤 위 파출소에 찾아가 사고사실을 알렸으며, 위 홍기남 순경은 경비전화로 포두파출소 임상춘 순경에게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냈으니 사고처리하라고 통보한 사실, 피고인은 위 읍내파출소에서 나와 바로 피해자들이 후송되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가해 운전자임을 알린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낸 체격이 작은 여자인 데다가 피해자들은 건장한 2명의 청년이고 이 사건 사고 일시 및 장소는 심야에 차량이나 인적의 통행이 드문 산속인 사정 등으로 당황하여 혼자의 힘으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또한 바로 그 사람과 같이 현장으로 돌아왔으나 피해자들이 이미 구조되어 현장에 없자 파출소에 사고사실과 자신이 가해 운전사임을 알린 뒤에 병원으로 피해자들을 찾아가 자신의 신분을 밝힌 사정과 사고현장에서 위 금탑회관까지의 거리 및 사고발생 후 경찰에 사고신고를 할 때까지 불과 30분 정도가 경과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고현장 이탈이 도주의사에 기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인이 도주의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파기하고 위 공소사실 부분과 1죄의 관계에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만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승용차를 운전하여 중앙선을 침범하여 진행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후 그 직후 차를 도로변 옆 풀밭으로 진입시켜서 되돌린 뒤 현장에 접근하여 두 피해자들이 가드레일 밑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바, 가사 피고인의 변소대로 피해자들은 건장한 청년들이고 이 사건 사고 일시 및 장소는 심야에 차량이나 인적의 통행이 드문 산속이라 혼자의 힘으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승용차에서 하차하여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하고(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5년 경력을 가진 보건진료원인 사실을 알 수 있다) 피해자들을 부축하여 위 승용차에 실어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시도하여 본 후 그것이 불가능하였다면 위 도로 상을 지나가는 차량을 기다려 그 차량 운전사 등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하였어야 하고, 그 곳을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 그조차 불가능하였다면 피해자들에게 경찰 등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연락을 취하고자 현장을 떠난다는 취지를 고지한 후 현장을 떠나 연락 가능한 장소에서 즉시 경찰관서나 병원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고 위 승용차에서 하차하지도 아니한 채 그대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진행하여 온 방향인 고흥읍 방향으로 되돌아 가 버린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에 대한 범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한 이후, 고흥읍에 도착하여 평소 알고 지내던 자동차 외판원에게 연락하여 사고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여 그와 함께 사고발생 약 20분 뒤에 사고현장으로 되돌아 갔으나 피해자들이 이미 구조된 뒤이어서 피해자들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사고발생 약 40분 뒤 평소 알고 지내던 고흥읍내 파출소 소속 순경에게 전화로 연락한 뒤 위 파출소에 찾아가 사고사실을 신고하였으며, 곧바로 피해자들이 후송되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가해 운전자임을 알렸다고 하는 원심 인정의 사정들은 피고인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의 범죄 완성 후의 정황에 불과할 뿐 그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도주차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의 죄에 대한 무죄 부분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는 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이 정한 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므로 원심판결의 위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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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지방법원 1996.8.23.선고 96노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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