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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7. 26. 선고 96도1144 판결
[살인·현주건조물방화][공1996.9.15.(18),2734]
판시사항

살인 및 현주건조물방화죄에 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4세의 중학생에 대한 살인 및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내지는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사

변호사 안상수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변호인 변호사 김창국, 조용환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1) 피고인은 친구인 공소외 1(남, 14세)의 여동생으로서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여, 11세)이 혼자 집에 있는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1993. 12. 23. 12:05경 길이 약 23㎝의 과도와 청색 테이프(증 제6호)를 숨긴채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 소재 동신아파트 10동 소재피해자의 집에 전날 빌린 쥬라기공원 C.D.를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찾아가서 강간할 기회를 엿보다가 피해자에게 "다른 C.D. 2개를 빌려 달라."고 하였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빌려주지는 아니하고 매일 빌려만 달라느냐."고 핀잔을 하자 이에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피해자를 강간한 다음 살해하기로 결심을 굳히고, 피해자에게 다가가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1회 때리고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양손을 내밀게 하여 위 청색 테이프(증 제6호)로 팔목을 묶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등 뒤에서 피해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하여 피해자를 피해자의 방으로 끌고간 다음,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입에 청색 테이프(증 제6호)를 붙여 반항을 억압한 후 옷을 벗기고 강간하려 할 때 피해자가 양손을 비틀며 손목에 붙인 테이프를 뜯어내려 하자,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 올린 다음 위 칼로 좌측 가슴 부위를 1회 찌르고, 피해자가 방바닥으로 쓰러져 신음하자 다시 칼로 좌측 옆구리 부위를 2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심장 자창상으로 사망케 하여 그를 살해하고, (2) 위 일시, 장소에서 위 범행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 거실 진열장 위에 있는 남성용 스킨로션과 라이터를 가지고 피해자의 방으로 가서 침대 및 책상 위 등에 위 스킨로션을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여 피해자 김광이 주거에 사용하는 아파트 1채 및 그 소유의 가재도구 등 시가 금 46,387,000원 상당을 소훼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경찰에서 단 1번 자백을 하였을 뿐(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제1회 피의자 신문조서, 수사기록 제281쪽 내지 제293쪽), 그 이후 원심 변론 종결시까지 범행사실을 극구 부인하였으나, 제1심은 그 명시한 증거에 의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 중 제1심 증인 임석주의 진술 등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이 이를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은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위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면, 이 사건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그러나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하 피고인이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되게 된 경위와 과연 원심이 명시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3. 경찰의 수사경위

①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현장감식을 한 결과 피해자 손톱에서 머리카락 5개를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다.

② 당일 오후 형사 10수명이 2인 일조가 되어 현장 주변을 수색하였으나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방화에 사용된 라이터 등을 찾지 못하였고, 피고인도 오후 형사들로부터 2차례에 걸쳐 옷과 손톱 등을 비롯하여 심지어 성기까지 조사받았으나 아무런 혐의점이 발견된 바가 없었다.

③ 경찰은 사건 당일의 피고인의 행적에 관하여 수사를 하던 중 피고인이 이 사건 C.D.를 반환하였다는 시각에 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베란다를 통하여 이를 피해자에게 반환하였다는 점이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하며,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시간대에 피고인은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였다고 하나, 이 시간에 오락실에 있던 사람들 중 피고인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④ 경찰은 사건 발생 3일 후인 1993. 12. 26. 09:00부터 10:20까지 사이에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피고인 집을 수색하고, 이 사건 청색 테이프 1개(증 제6호, 압수번호 제9호), 사건 당일부터 피고인이 입고 있던 상의 3벌, 하의 1벌, 양말 1켤레, 시계 1개와 피고인의 협조로 피고인의 모발 27개를 압수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고, 위 청색 테이프는 피고인의 어머니가 장소를 알려주어 경찰이 피고인 집 거실 찬장 하단 서랍에 있던 것을 압수하였다.

⑤ 그 무렵부터 피고인은 사실상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고, 피고인은 1993. 12. 27. 경찰에서 자백하였으며, 경찰은 이를 토대로 현장검증을 실시하였다.

4. 피고인도 다투지 아니하고, 기록에 의하여 합리적인 의심 없이 인정되는 사실

① 이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집에서 1993. 12. 23. 12:00경부터 같은 날 12:30경 사이에 강간(부검 및 질반응 검사 결과 정액 양성반응, 정자는 발견되지 아니함)을 당하고, 손이 청색 테이프에 묶이고, 입과 눈에 청색 테이프가 붙여진 상태에서 예리한 흉기(칼)로 가슴과 좌측 옆구리를 각 1회 찔린 채 사망하였고, 그 시경 가재도구 등 피해자의 집이 소훼되었다.

②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좌측유두 내측의 심장자창에 의한 것이고 그 자창은 길이 2.2㎝, 깊이 7.5㎝ 정도가 된다.

③ 범죄발생 당시 피해자의 집에는 피해자 외에는 가족이 없었다.

④ 피해자는 범죄발생 당시 동곡국민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11세의 학생이고, 피고인은 1979. 9. 5.생으로 서울 구로구 소재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4세의 학생이며, 피고인의 집은 위 동신아파트 11동이다. 피해자의 집이 있는 아파트 10동은 피고인의 집이 있는 아파트 11동 뒤에 위치하고 있고 피해자의 집 바로 뒷편에 경비초소가 있으며,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의 집까지는 걸어서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⑤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 같이 그 혈액형이 O형이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오빠인 공소외 1(1979. 9. 12.생, 당시 부천 남중학교 2학년에 재학)은 동네친구 사이로서 평소 피고인, 위 공소외 1 및 피해자는 스스럼 없이 함께 어울려 놀았다.

⑥ 피고인은 사건 발생 전인 1993. 12. 22. 오후 피해자의 집에서 놀다가 귀가하면서 다음 날 반환하기로 하고 피해자의 집에 있던 쥬라기공원 C.D. 1개를 빌렸고, 화재진압 후에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C.D.는 피해자의 집 거실에 있는 C.D. 진열대에 꽂혀 있었다.

⑦ 이 사건 발생 이후 원심변론 종결시까지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칼이나 스킨로션병, 라이터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거나 증거로 제출된 바는 없다.

⑧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범행 당일 피고인이 입고 있던 옷이나 양말 등에서 혈흔이 검출되지 아니하였다.

5.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유 및 그 증거 관계

원심은 주로 다음에서 열거하는 증거와 정황 등에 의하여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인정하였다(원심이 명시한 나머지 증거는 아래의 증거와 정황 등이 신빙성이 있음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여 여기에서는 그 모두를 설시하지는 않는다.).

① 범행에 사용된 청색 테이프와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증 제6호)가 동일한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②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증 제6호)에 묻어 있던 모발이 피해자의 모발과 동일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③ 피고인은 이 사건 C.D.를 아파트 베란다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반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반환 시각에 관하여 진술시마다 차이가 있어 신빙성이 없을 뿐 아니라, 현장검증 결과 베란다를 통하여 C.D.를 반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하고, 범행 시간대에 피고인은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였다고 하나 당시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고 있던 사람들 중 피고인을 보았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④ 피해자의 오빠이자 피고인의 친구인 공소외 1(당시 14살)은 1993년 여름경 피고인과 함께 밖에서 놀던 중 피고인이 주웠다고 하면서 칼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의 몸에 생긴 자창은 공소외 1이 보았다는 칼에 의하여도 가능하다.

⑤ 화재현장을 지휘한 원심 증인 김응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죽었다고 보고를 받은 것이 13:30경이고, 당시 현관을 차단하여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다는 것이므로 13:30경까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13:20경 같은 아파트 3동 303호 최정윤의 집으로 달려가 피해자의 오빠인 공소외 1(당시 공소외 1은 13:00경에 학원을 마치고 최정윤의 집에서 놀고 있었다)에게 피해자가 죽은 것 같다는 말을 전하고, 함께 현장에 온 다음 "미안하다"는 말을 수차례 하였다.

6. 증거의 신빙성 및 의문점

(1)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자백

피고인이 자백한 내용이 담긴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여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원심도 이를 증거로 사용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실상 위 자백을 기초로 하였고, 그 동안의 수사도 모두 위 자백에 맞추어 진행된 점을 고려하여 과연 위 자백이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자백 내용의 요지]

사건 당일 11:40경 아파트 입구에서 친구 양재열로부터 빌린 자전거의 기어를 고치다가 문득 피해자의 벗은 몸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나서, 여름방학 때 아파트 뒷편 놀이터에서 주운 과도를 꺼내고 집에 있던 청색 테이프를 가지고 갔다. 피해자 집 거실에서 빌린 C.D.를 반환하고 피해자에게 "다른 C.D. 2개를 빌려 달라."고 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빌려주지는 아니하고 매일 빌려만 달라느냐."고 핀잔을 하여 이에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처음부터 강간을 하려고 간 것은 아니고 테이프로 묶고, 칼로 위협하여 옷을 벗겨 피해자의 알몸을 보고싶어 갔다. 그 뒤의 문제는 생각하여 보지 아니하였다). 좌측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너 움직이면 죽어"라고 하니 가만히 있어 청색 테이프를 꺼내 묶고, 좌측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피해자의 방으로 끌고 가서 침대에 앉힌 다음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피해자를 일으켜 세운 뒤 하의를 벗기고 다시 침대에 앉히자 피해자가 묶여 있던 손을 비틀어 테이프를 뜯으려고 하여 상의를 걷어 가슴을 1회 찌르자 뒤로 넘어져 과도를 잡아 당겼더니 피가 옷에 흥건히 묻어 나왔고, 그 피가 피해자의 옷에도 묻었다. 다시 하의를 입히고 얼굴을 보기가 무서워 칼로 테이프를 잘라 눈에 붙힌 다음 과도로 옆구리를 1회 찔렀으나 잘 들어가지 아니하여 재차 1회 더 찔렀다. 피해자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서 불을 질러 죽여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방 등을 뒤지다가 거실 진열장으로 와 보니 라이터와 스킨로션이 있어 진열장 다이에 스킨로션을 조금 뿌린 후 불을 붙여 보니 잘 붙어 손으로 불을 끈 다음 방으로 와서 침대와 책상 등에 스킨로션을 뿌린 후 불을 붙이고 방을 빠져 나왔다. 스킨로션을 뿌리면 불이 잘 붙는다는 것은 평소에 어디서 배워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순간 갑자기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범행 후 과도와 라이터는 바지 우측 주머니에 넣고, 스킨로션병은 바지 혁대 속에, 청색 테이프는 잠바 속에 넣어 밖으로 나와 집으로 뛰어 가면서 스킨로션병은 아파트 11동 화단에 버렸고, 과도와 라이터는 피고인 집(11동) 입구 쓰레기통에 버렸다.

[의문점]

① 동기부분 : 피해자의 어머니인 공소외 2와 피해자의 오빠인 위 공소외 1의 진술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피해자는 앞가슴도 나오지 아니하는 등 신체적으로 그리 발달된 상태가 아니었고,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를 친구 동생으로, 피해자는 피고인을 오빠의 친구로 알고 지냈을 뿐, 서로 이성으로 대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면박을 당하거나 피해자에게 나쁜 감정을 품을 만한 사건은 없었고, 피해자는 성격이 활달하고 머리가 영리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나 피해자 모두 부모 형제가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 왔다. 피고인은 지능지수가 108정도이고, 체력이 약해 성적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여 학업성적은 중간 이하이지만, 개근을 할 정도로 성실하였고 교사들로부터도 내성적이지만 성품이 온화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수사기록 제729쪽 이하, 생활기록부), 형인 공소외 3(1972. 3. 23.생, 당시 방위병으로 근무)과는 나이 차이가 있어 평소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리는 등 막내티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따라서, 별다른 동기가 엿보이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를 위협하여 옷을 벗기고, 그의 알몸을 보기 위하여 대낮에 피해자를 찾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여지고, 만일 위와 같은 목적으로 피해자를 찾아간 것이라면 피고인이 그 목적을 달성한 뒤 발생할 문제에 대하여는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이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빌려주지는 아니하고 매일 빌려만 달라느냐."고 핀잔을 받고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부분도 경험칙상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부검감정의뢰추가회보서(수사기록 제541정)의 기재에 의하면 범인은 피해자를 강간하고 사정까지 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위 자백에는 강간 부분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검사도 피고인을 살인죄 및 현주건조물방화죄로만 기소하였다.

② 범행과정 : 피고인은 당시 키가 153㎝, 몸무게 43㎏ 정도에 불과하였다. 피해자는 발이 묶이지 아니한 상태였고,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자백 내용에 의하면 범행 당시 아파트 현관문을 잠그지는 아니하였다는 것인데, 피해자의 집은 아파트 1층이므로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는 등 구원을 요청하거나 현관문을 통하여 밖으로 도망 나오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어떠한 반항을 한 흔적조차 엿볼 수 없다.

부검 결과는 칼이 일직선으로 들어가 단 1번에 늑골을 파괴하고 7.5㎝ 정도 깊이의 심장을 찔렀다는 것인데, 피해자와 피고인이 침대에 앉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칼로 찔렀다면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가 어렵다고 보여지고, 피고인이 왜 굳이 피해자의 상의를 올린 후 가슴을 찔렀는지도 의문이다.

피고인은 가슴을 1회, 옆구리를 2회 찔렀고, 당시 피해자의 피가 피고인이 입고 있는 옷에 묻었다고 자백하였으나, 부검 결과는 가슴 1회, 옆구리 1회로 밝혀졌고, 감정 결과 피고인이 입고 있던 옷이나 양말 등에서 혈흔이 검출되지 아니하였다.

스킨로션이 불에 붙는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도 잘 알 수가 없다고 보여지는데, 평소 스킨로션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피고인이 범행현장에서 갑자기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아니한다.

경찰은 사건 당일뿐만 아니라 수차에 걸쳐 아파트 부근을 수색하였으나 칼이나 라이터, 스킨로션병을 찾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자백은 그 범행동기가 납득이 가지 아니할 뿐 아니라, 범행과정도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는 부분이 많아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보여지지 아니한다.

(2) 범행에 사용된 청색 테이프와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증 제6호)가 동일한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기록에 의하면, 압수된 위 청색 테이프(증 제6호)는 주식회사 덕성테이프에서 1988. 7. 15. 제조되어 유효기간 10개월로 하여 조달청에 납품된 것으로, 위 테이프는 군무원인 피고인의 아버지 공소외 4가 1990년경 직장에서 갖다 놓은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

외관검사에서 위 두 개의 테이프는 표면의 섬유사이에 일정한 간격과 모양의 홈이 유사하고 섬유의 직조상태가 유사하였으며, 색상은 녹색, 두께 0.295㎜, 너비 50.56㎜, 너비의 섬유올수에서 87개로 각 일치하였다. 적외선 분광광도계에 의한 수지성분 및 접착제류 확인시험에서 위 양 테이프의 청색층은 폴리에틸렌, 접착제는 폴리이소프렌계로 동일하였고,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라피에 의한 성분비교 시험 결과 청색층과 접착제의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람의 양상이 각 유사하게 나왔으며 부르필드 정색반응에서는 동일 색상의 반응이 나왔다. 이와 같은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감정인 김은호와 박하선은 위 양 테이프는 동일한 제품의 면섬유 청색 테이프로 감정하였다.

그러나, 위 감정인들의 제1심과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두께와 너비의 수치는 모두 양 테이프를 여러 번 측정하여 이를 산술평균한 값에 불과할 뿐, 위 양 테이프의 절대수치는 아니라는 것이고, 적외선 분광광도계에 의한 수지성분 및 접착제류 확인 시험에서 위 양 테이프의 청색층은 폴리에틸렌, 접착제는 폴리이소프렌계로 동일하였고,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라피에 의한 성분비교 시험 결과 청색층과 접착제의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람의 양상이 각 유사하게 나왔으며, 부르필드 정색반응에서는 동일 색상의 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양 테이프가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같은 공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의미일 뿐, 위 감정결과에 의하여 범행에 사용되었던 테이프가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라는 것까지 감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범행에 사용되었던 테이프가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라고 단정하기 위하여는 위 양 테이프의 절단면을 검사하여 그 절단면이 일치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범행에 사용되었던 테이프가 탄화되어 그 절단면 검사를 시행할 수가 없어 범행에 사용되었던 테이프가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므로, 위 감정 결과로는 위 양 테이프가 동일한 재료와 동일한 과정으로 제조되었다는 사실만 일정할 수 있을 뿐이고,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가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위 자백에 의하면, 피고인은 칼로 피해자를 찌른 다음, 테이프로 피해자의 눈을 가리고 가지고 있던 칼로 잘랐다는 것이므로, 만일 증 제6호 테이프가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면, 칼에 묻어 있던 피해자의 피가 테이프에 묻어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하다고 할 것인데, 경찰이 압수한 증 제6호 테이프에는 아무런 혈흔도 나타나지 아니하는 점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증 제6호 테이프가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면, 피고인이 이를 칼로 잘랐다는 것이므로 그 절단면이 반듯하게 나타나야 할 것인데, 증 제6호 테이프의 압수수색에 참여한 경찰관인 권기섭과 심상덕은 제1심 법정에서 압수할 당시 증 제6호 테이프의 끝 부분이 폭 방향(가로)으로 반듯하게 잘려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끝 부분이 중앙 부분에서 길이방향(세로)으로 잘려져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이는 위 테이프를 세로방향으로 일부 잘라서 사용하였다는 피고인의 어머니인 조용희의 진술과도 일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수사기록 제194쪽 하단의 사진에 의하여 압수 당시 증 제6호 테이프의 끝 부분이 가로방향으로 반듯하게 잘려져 있었다고 단정하여 이에 반하는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으나, 위 사진은 경찰이 피고인 집에서 증 제6호 테이프를 압수할 당시에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의 배경으로 보아 경찰이 피고인 집에서 이를 압수하여 경찰서로 가지고 온 다음 찍은 사진임이 명백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 전제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경찰은 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993. 12. 24. "청색 테이프는 이 사건 범인이 외부에서 미리 준비하여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집에 있던 청색 테이프로 판명되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수사기록 제79쪽)까지 하였고,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하였던 경찰관인 박시창은 원심 법정에서 증언을 함에 있어 "피해자 집에서 청색 테이프를 가져와 경찰에서 보관하였는데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사정이 이러함에도 원심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2년 4개월 가량이 지난 1996. 3. 26. 피해자측으로부터 6개의 청색 테이프를 제출받아 이들 테이프가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 집에 있었던 것임을 전제로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테이프와는 육안으로도 다른 것임이 명백하다고 한 판단도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3)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청색 테이프(증 제6호)에 묻어 있던 모발이 피해자의 모발과 동일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압수에 관한 의문점]

경찰은 피고인 집에서 위 증 제6호 테이프를 압수한 뒤 이를 경찰서로 가지고 와서 자세히 보니 위 테이프에 머리카락이 묻어 있어 이를 압수하고, 이 부분의 테이프를 잘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가족은 아무도 테이프에 붙어 있었다는 머리카락을 본 사람이 없고, 경찰도 이를 압수한 사실을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알려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사진으로나마 그 영상이 남아 있지도 아니하고, 법정에 현출된 바도 없다.

또한, 이 사건 압수목록(수사기록 제206쪽)의 기재에 의하면, 증 제6호 테이프에는 머리카락 1개만이 붙어 있어 이를 압수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압수에 참여한 경찰관인 박시창은 법정에서 당시 머리카락의 길이가 10㎝ 정도는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음에 반하여, 감정인 강필원의 진술이나 그가 작성한 감정서에는 머리카락이 3개이고, 그 길이도 3.4㎝에서 5.2㎝라는 것이다(수사기록 제468쪽, 제1015쪽). 그렇다면 나머지 머리카락은 어디에서 난 것이며, 경찰이 압수한 증 제6호 테이프에 머리카락이 과연 붙어 있었느냐 하는 점부터 의심이 갈 뿐 아니라, 가사 테이프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어진 머리카락이 테이프에 붙어 있던 그 머리카락이었는지 하는 점도 의문이 간다.

[감정 결과에 대한 의문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감정물인 머리카락에 모근이 없어 유전자 검사는 하지 못하고, 단순히 길이와 폭, 머리카락의 성분만을 검사한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손톱에서 수거된 모발 5개와 증 제6호 테이프에 붙어 있었다는 모발이 모두 피해자의 모발과 동일한 것으로 감정하였다.

[감정결과]

1. 피해자의 모발 : 길이 ?­32㎝, 전폭 0.06­ 0.07㎜

2. 피고인의 모발 : 길이 4.3­4.7㎝, 전폭 0.06­0.08㎜

3. 피해자 손톱에서 수거된 모발 5개 : 길이 5.2­9.2㎝, 전폭 0.09­0.1㎜

4. 청색 테이프에 붙어 있었다는 모발 3개 : 길이 3.4㎝­5.2㎝, 전폭 0.04­0.07㎜

그러나, ① 기록에 첨부된 '법의검시학'(공판기록 제1028쪽 이하)의 기재에 의하면, 우리 나라 여성의 머리카락의 경우 그 전폭의 최대치는 0.09㎜, 최소치는 0.08㎜로서 그 차이는 0.01㎜에 불과하고,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은 수질 부분이 발달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것이므로, 이를 토대로 수질 부분을 빼면 여자아이의 경우 최대치는 0.07㎜ 최소치는 0.06㎜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그런데 감정 결과에 의하면, 위 3, 4 모발 모두 피해자의 것이라는 것이므로 이에 의하면 피해자의 모발은 전폭이 0.04㎜­0.1㎜가 되어 그 최대치와 최소치의 차이가 일반인에 비하여 너무 클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모발 중 그 전폭이 큰 위 3의 모발은 오로지 피해자의 손톱에서만 발견되고 그것들은 모두 길이와 전폭이 피해자나 피고인의 모발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어 성인 남자의 보통의 머리털이 아닌지 의심되며, 그 전폭이 작은 모발은 증 제6호에만 묻어 있게 되었는지에 대하여도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② 감정인의 진술에 의하면, 성분분석 결과 40% 오차 이내이면 동일인의 모발로 감정을 한다는 것이나, 위 40%의 오차에 관하여는 경험상 그렇다는 진술뿐,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의문점이 규명되거나, 다른 합리적인 증거의 뒷받침이 없는 한, 위 감정 결과를 가지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13:20경 같은 아파트 3동 303호 최정윤의 집으로 달려가 피해자의 오빠인 공소외 1에게 피해자가 죽은 것 같다는 말을 전하고, 함께 현장에 온 다음 "미안하다"는 말을 수차례 하였다는 부분

기록에 의하면, 당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하여 소방관 31명과 경찰관 5명이 출동하였고, 아파트 경비원들과 다수의 주민이 화재현장에 뒤섞여 있었다.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12:57, 초진 시각은 13:05경, 완진은 13:20경이다.

당시 현장을 지휘하였던 김응규는 원심 법정에서 자신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13:30에야 비로소 보고를 받았고, 현장을 통제하여 위 시각 전까지는 민간인이 이를 알 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원심 증인인 박용묵(당시 아파트 관리소장)은 불은 소방관이 도착하여 10분도 안 되어 꺼졌고, 피해자 집 안으로 들어간 소방관이 나와 아이가 죽었다고 하여 아파트 경비반장인 공소외 전형준이 소방관과 함께 들어가 확인을 하고 나와, 위 증인에게 "여자아이가 묶이고 시커멓게 되어 있다."는 말을 하여 위 증인이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그 때부터 현장을 통제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 위 증인은 들어갈 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당시의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13:20경 위 최정윤의 집으로 가기 전에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오빠인 위 공소외 1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몇 차례 한 점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당시 친구집에 불이 났는데, 별 도움은 못 주고 불구경만 한 것에 대하여 미안한 감정에서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는 것인바, 기록에 나타난 평소 피고인과 공소외 1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가 설득력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보여진다.

(5)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칼에 관한 부분

원심은 피해자의 오빠인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3년 여름방학부터 1993. 10.초 사이에 아파트 근처에서 주워서 보관하고 있던 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위 공소외 1은 당초 피고인이 칼을 꺼내 보여준 것이 피고인의 위 자백과 같이 여름방학 때라고 진술하였으나, 그 다음에는 여름방학 때인지 아니면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가 열린 때인지 확실한 기억이 없다고 하였다가, 검찰과 제1심 법정에서는 삼성과 엘지 사이의 준플레이오프전이 열리던 1993. 10. 9.에 피고인과 농구를 하러 가던 도중 피고인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보여준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는 다시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하는 등 그가 칼을 보았다는 시점과 당시의 상황에 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단 1번 본 후에는 다시 본 적이 없다는 것이어서 과연 위 공소외 1이 칼을 보았는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가사 공소외 1의 진술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1이 보았다는 칼을 가지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6) 그 밖의 여러 가지 의문점

① 전과도 없고, 별다른 범행동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시 성경험이 있어 보이지 아니하는 자그마한 체구의 피고인이 약 30분만에 피해자를 강간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후 방화까지 하면서도 범행현장에는 물론 자신의 옷가지 등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가 어렵다.

②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집 베란다를 통하여 이 사건 C.D.를 반환하였고, 이 사건 범행시간대에 전자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고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C.D.를 반환하였다는 시간에 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베란다를 통하여 C.D.를 반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하며, 위 오락실에서 피고인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아파트 베란다를 통하여 C.D.를 반환하는 것이 현관을 통하는 것보다는 용이하지 아니한 점은 엿보이나, 반드시 그와 같은 방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또한 위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가족이 같은 아파트 12동에 살고 있을 때(1993. 9.경 현재의 집으로 이사)에도 피고인이 밖에서 베란다를 통해 부른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소외 박세호는 제1심 법정에서 자신은 이 사건 발생 당시 우주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은 박세호가 당시 입고 있던 옷의 색깔과 박세호가 앉아 있던 위치도 정확히 지적하였다.

③ 사건 발생 다음 날 경찰이 주민의 협조를 받기 위하여 주민회의를 개최하였는데, 그 회의에서 사건 전날과 당일 아침 스포츠형 머리를 한 20대 청년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았다는 주민의 제보가 있었으나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④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범행에 사용한 칼과 라이터 등은 모두 버리고 유독 청색 테이프만을 집으로 다시 가져온다는 점이 수긍이 가지 아니하고, 범행 직후 어머니로부터 돈을 받아 슈퍼에 가서 라면을 사가지고 왔다는 점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아니한다.

7. 따라서,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기록상 엿보이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 명시의 증거만으로 이 사건 범죄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필경 심리미진 내지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할 것이다.

8.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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