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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두31798 판결
[항공기상정보사용료인상처분취소의소][미간행]
판시사항

[1]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의 결정은 기상청장의 폭넓은 재량과 정책 판단에 맡겨진 사항으로 기상청장의 결정이 가능한 존중되어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기상법령에서 항공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ㆍ징수하는 단계에서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한 취지 및 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할 때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대한항공 외 7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능환 외 4인)

피고,상고인

기상청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국내외 항공운수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항공사들이다. 피고는 기상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기상청( 정부조직법 제39조 제2항 )의 장으로서, 그 소속하에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하급 행정기관(책임운영기관)으로 항공기상청을 두고( 기상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2조 제2항 ), 항공 기상정보를 생산하여 그 정보를 이용하는 자에게 제공하고 그에 따른 사용료를 부과ㆍ징수하고 있다.

2) 피고는 기상법 제37조 제1항 , 제3항 , 기상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 제2항 에 따라 항공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를 이용하는 자에게 부과ㆍ징수할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중 항공기가 대한민국 공항에 착륙하는 경우의 금액을, ① 2014. 2. 21. 기상청 고시 제2014-1호(이하 ‘개정 전 고시’라 한다)에서는 6,170원으로 결정하고 부칙 제2항에서 “향후 사용료 인상협의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2016년에 실시한다.”라고 규정하였으나, ② 2018. 5. 9. 기상청 고시 제2018-6호에서는 이를 11,400원으로 인상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하였다.

나.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여 위법한지 여부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결정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산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개정 전 고시의 부칙 제2항의 취지는 피고로 하여금 향후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산정할 때 개정 전 고시 발령 이후의 물가상승률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데 있다. 2014년도부터 2017년도까지의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9%이다.

나. 기상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에 의하면,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ㆍ징수할 때 국토교통부장관과 반드시 사전에 협의하여야 하는데, 국토교통부장관은 이 사건 결정 전 피고에게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률을 2014년도 대비 약 15% 내외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결정을 통해 항공기 착륙 시 납부하여야 할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개정 전 고시에서 정한 6,170원에서 11,400원으로 85%가량 인상하였다. 그 인상률은 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인 4.9%를 크게 초과할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시한 적정 인상률인 15%와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서는 기속행위의 경우와는 달리,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없고 행정청의 판단에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ㆍ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는 행정청이 재량판단에서 고려한 사유에 관하여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하였는지,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에서 비례ㆍ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관해서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진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6두47567 판결 등 참조).

2) 기상법 제37조 제1항 , 제3항 책임운영기관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에 따라 설치된 책임운영기관으로서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장은 항공 기상정보를 이용하는 자로부터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고,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의 징수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기상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 제2항 은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장은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여 항공기가 대한민국 공항에 착륙하거나 인천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경우 매 운항 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ㆍ징수하고, 기상청장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산정내역 및 그 징수방법을 관보에 고시하고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이처럼 기상법령은 항공기가 대한민국 공항에 착륙하거나 인천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할 때 매 운항 시마다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ㆍ징수할 권한은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장, 즉 하급 행정기관장인 항공기상청장에게 부여한 반면, 그 부과ㆍ징수할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할 권한은 중앙행정기관장인 기상청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기상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 은 기상청장으로 하여금 결정한 사용료의 산정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외에 사용료 산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법을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의 결정은 ‘사용료 부과기준 정립 행위’로서 기상청장의 폭넓은 재량과 정책 판단에 맡겨진 사항이므로, 기상청장의 사용료 산정내역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기상청장의 결정은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

4) 기상법령은 항공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ㆍ징수하는 단계에서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협의’는 미리 항공에 관한 사무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취지이지,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또한 기상법령은 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할 때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이러한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결정을 통해 그동안 ‘정보 생산 원가’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일부 현실화한 것이므로, 그 사용료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다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시한 의견과 차이가 있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비례ㆍ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1) 피고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인상하는 결정을 할 때 ‘물가상승률 이하’로만 하여야 한다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야 한다는 제한을 두는 법령 규정은 없다. 개정 전 고시의 부칙 제2항은 해당 고시일로부터 약 2년 후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사용료를 인상할 예정임을 미리 공표하는 취지로서,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은 사용료 인상 결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를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

2) 2001. 12. 19. 법률 제6527호로 개정되어 2002. 3. 20.부터 시행된 구 기상업무법(2005. 12. 30. 법률 제780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명칭이 ‘기상법’으로 변경되기 전의 것)에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부과ㆍ징수의 근거( 제25조의2 )를 마련한 이래 2005년도부터 국내외 항공사 등 항공 기상정보 사용자들에게 부과ㆍ징수해 온 사용료 총액은 ‘정보 생산 원가’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로 인해 2005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사용료 징수 부족 금액 누적 합계 약 1,300억 원이 항공 기상정보 이용자가 아닌 국가의 재정으로 충당되어 왔다. 이 사건 결정에 따라 인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사용료 징수 예상 금액은 여전히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약 15%에 불과하다.

3)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공항 및 항행서비스 사용료 정책’을 통해 시설운영 및 자본투자비용 등이 포함된 원가 산정을 통해 항행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세계기상기구도 ‘항공기상서비스 비용회수 안내’를 통해 마찬가지로 항공 기상정보 생산비용을 사용자로부터 회수하는 것을 일반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등의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는 모두 정보 생산 원가 대비 95% 이상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고, 미국도 2015년도를 기준으로 항공기 착륙 시마다 납부하여야 하는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미화 약 43.1달러(2015. 12. 3. 환율 기준 약 50,211원)로 정하고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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