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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서울고법 1996. 10. 17. 선고 96나10449 판결 : 확정
[손해배상(의) ][하집1996-2, 73]
판시사항

불임수술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치 않은 아이를 출산한 경우, 분만비 및 위자료 외의 양육비·교육비에 대해서는 생명권 존중과 친권자의 자녀부양의무에 비추어 손해가 아니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불임수술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치 않은 아이를 출산한 경우, 분만비 및 위자료 외의 양육비·교육비에 대해서는 생명권 존중과 친권자의 자녀부양의무에 비추어 손해가 아니라고 본 사례.

원고(선정당사자), 항소인 겸 피항소인

민경범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학교법인 고황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태류외 1인)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 차미자에게 각 금 10,305,41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95. 5. 21.부터 1996. 10. 17.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 차미자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원고(선정당사자)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5분하여 그 4는 원고(선정당사자)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및 선정자 차미자에게 금 124,630,000원, 원고에게 금 30,300,000원, 선정자 차미자에게 금 5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95. 5. 21.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고:원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구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및 선정자 차미자의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및 선정자 차미자에게 각 금 11,858,104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95. 5. 21.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및 선정자 차미자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책임의 근거

갑 제1, 4 내지 6, 10호증, 을 제2, 5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원심 공동피고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및 선정자 차미자는 1989. 7. 5.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위 차미자는 1993. 7. 21. 둘째 아이의 임신 21주 상태에서 피고 법인이 경영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산부인과에서 위 대학교수인 원심 공동피고 허주엽에게 산전진찰을 받은 결과 제왕절개 분만술이 필요한 태위이상(둔위)으로 판단되었으므로 1994. 1. 13. 13:00경 분만을 위하여 위 허주엽 교수의 특진신청을 하고 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위 차미자와 원고(이하 '원고 부부'라 한다)는 위 대학병원측에 수술승낙서를 제출하면서 이미 2자녀를 가지게 된 상태여서 가족계획상 불임수술도 해 달라고 청약하였고, 위 대학병원측은 이를 이의 없이 받아들였으며, 담당의사인 위 허주엽은 다음날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하였는데, 위 차미자의 진통이 예정보다 빨리 시작되는 바람에 같은 날 18:11경 이미 퇴근한 위 허주엽을 대신하여 위 대학병원 전공의 3년차인 원심 공동피고 인이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여 남아(소외 민지홍)를 출산하게 한 사실, 위 대학병 원측은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위 차미자에 대하여 불임수술을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그러한 사정을 원고 부부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은 사실, 불임수술이 된 것으로 알고 있던 위 차미자는 그 후 셋째 아이를 임신하여 1995. 7. 12. 서울 중랑구 중화동 소재 박진배 산부인과의원에서 남아(이하 '사건 본인'이라 한다)를 출산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법인이 원고 부부의 불임수술의 청약을 이의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원고 부부와 피고 사이에 불임수술에 관한 의료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법인은 동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 부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피고는, 위 차미자에 대한 제왕절개수술이 예정보다 앞당겨져서 주치의가 퇴근한 후 전공의가 갑자기 시행하게 된 응급상황이었으므로 위 차미자로서는 수술 전에 미리 전공의에게 불임수술을 시행하도록 주의를 촉구하거나 수술 후에도 불임수술의 시행 여부를 확인하여 보아야 함에도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과실이 있고, 이러한 위 차미자의 과실은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원고측의 과실도 참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차미자에 대한 이 사건 전공의에 의한 제왕절개수술이 응급수술이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응급수술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료계약에 의하여 명백히 불임수술을 청약해 놓은 위 차미자에게 분만 전후의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별도로 담당의사에게 불임수술의 시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주의를 촉구시킬 의무까지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의무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 부부는, 피고의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위 차미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여 사건 본인을 낳게 됨으로써 사건 본인의 분만비, 향후 성년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 및 유치원부터 대학졸업시까지의 교육비 등을 지출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울러 심한 정식적인 고통을 입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부부에게 위 각 재산상 손해 및 위자료를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므로 순차 살펴보기로 한다.

가. 분만비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위 차미자가 사건 본인을 출산하게 되어 원고 부부는 사건 본인의 분만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이는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재산상 손해라고 할 것인바, 나아가 그 액수에 관하여 보면,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차미자가 위 대학병원에서 소외 민지홍을 출산하면서 분만비로 금 610,824원(의료보험수가 중 본인부담금)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다른 자료가 없으므로 사건 본인의 분만비도 같은 액수일 것으로 추인된다.

나. 위자료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위 차미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건 본인을 임신·출산하게 되어 위 임신기간 및 출산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었고, 원고 역시 가족계획에 반한 위 차미자의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음을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원고 부부의 나이, 가족관계, 재산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 부부에게 각 금 1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다. 양육비 및 교육비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 부부의 이 사건 양육비 및 교육비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원고 부부가 사건 본인의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이 사건 양육비 및 교육비 등의 청구를 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동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내지 5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게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원고 부부의 경우가 위 예외 조항의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아니함은 명백하므로 원고 부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아니하였음을 부당하다고 다툴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나아가 위 차미자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하여 사건 본인을 출산하게 되어 향후 그를 양육하고, 교육을 시키게 됨으로써 원고 부부가 양육비 등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 과연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고 부부의 '손해'에 해당하는가의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불임시술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계약은 다른 일반계약과는 달리 그 이행으로서의 수술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인간의 생명 및 그 탄생에 반하는 것이고, 오히려 그 불이행은 인간 생명의 탄생으로 직결되는 것이며, 또한 위 불이행으로 인한 원치 않은 아이의 임신 및 그 탄생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로 하여금 그 자(자)에 대한 부양의무 등을 지게 한다는 점에서 일응 경제적 손해를 가져온다고도 볼 수 있으나 태어난 자(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유일한 생명을 구해준 은혜로운 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그 법적 특수성이 있으므로, 과연 그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부모가 '손해'를 입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부모의 재산상 이익과 자(자)의 생명권 중 어디에 우월적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볼 것인데, 우리 헌법 제10조 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생명권 존중 및 기본적 인권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이를 받아 민법 제752조 에서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형법 제250조 내지 제256조 (살인 등의 죄), 제262조 (폭행치사죄),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 등에서 사람의 생명을 해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비록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하여 출생한 자(자)라 할지라도 그 자의 생명권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로서 부모의 재산상 이익에 우선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만일 반대로 해석하여 제3자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아이의 생명을 탄생시키게 함을 법적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의 형식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민법 제913조 에서는 "친권자는 자(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부모의 친권에 기한 미성년의 자(자)에 대한 부양의무는 원칙적으로 이를 면제받거나 제3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비록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하여 출생한 자(자)라고 할지라도 부모는 일단 출생한 자에 대하여는 부양의무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자의 출생 및 그로 인한 부양의무를 '손해'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하여 사건 본인의 출생으로 원고 부부가 자(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양육비 등을 지출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 부부의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비용이 손해임을 전제로 한 원고 부부의 이 부분 양육비 및 교육비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및 선정자 차미자에게 각 금 10,305,412원(위자료 금 10,000,000원+분만비 금 610,824원/2)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5. 5. 2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1996. 10. 17.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 및 위 차미자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정당하여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원심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에서 인용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및 위 차미자의 청구를 각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 및 원고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조중한(재판장) 임성규 조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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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북부지원 1996.2.2.선고 95가합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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