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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14.8.21.선고 2013노461 판결
업무상배임
사건

2013노461 업무상배임

피고인

1. A

2. B

항소인

쌍방

검사

최우혁(기소), 김준선(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U 담당변호사 E(피고인들을 위하여)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3. 2. 1. 선고 2012고단745 판결

판결선고

2014, 8. 21.

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1) 이 사건 본드대장, 소결조건, 작업지시서, 거래처 현황 등(이하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이라 한다)은 피해자 회사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은 이와 무관하게 새로운 본드 및 소결조건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였으므로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을 반출한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본드대장 등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업무상 배임죄는 성립할 수 없다.

3)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은 피해자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지 않았고 생산에 관여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이 위 자료를 기밀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B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면서 위 자료들과 개인적인 자료들이 함께 보관되어 있던 USB 메모리 장치를 무심코 들고 나온 것으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배임에 대한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이 416,896,743원이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충분함에도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을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A: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 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도946 판결 참조). 또한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를 업무상배임죄로 의율함에 있어서는,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자료의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할 것을 요한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3915 판결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들이 이를 반출한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해자 회사에서 제작하는 다이아몬드 공구 제품은 원료금속과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배합하여 만드는데, 본드(BOND)는 이러한 원료금속의 배합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다이아몬드 공구를 제조하는데 있어서 핵심기술이다.

나)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업체는 거래처로부터 특정 용도에 사용할 공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그 용도에 맞는 공구를 만들기 위해 본드 개발을 하게 되는 데(다이아몬드 공구의 용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강도가 달라진다), 어떤 용도의 공구에 어떤 금속들이 대체로 어느 정도의 비율로 들어가는지는 다이아몬드 공구 업체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기본적인 지식이나, 각 업체에서 특정한 공구를 만들면서 그 비율들을 구체적으로 조정하고 특수한 금속을 첨가하여 공구를 만들게 되며, 그 과정에서 적절한 성형, 소결조건을 찾으면 본드가 완성된다.

다)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본드 설계와 개발 업무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 당심 증인 V은 당심 법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 하나의 본드를 완성시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 증인이 종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본드를 만들기까지 짧게는 3~4개월 정도, 길게는 1년 정도 걸려 본드를 개발하였다. 증인의 경우 충분히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빨리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 설계업무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본드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이 단시간 내에 제품을 생산해낸다는 것은 증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 다른 사람들이 증인의 회사 제품을 통해서 본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증인의 회사에서는 본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믿을 만한 담당자 외에는 사용하는 컴퓨터에 접근할 수 없게 패스워드를 만들고 독립된 공간에 그 사람 외에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하였다.

라) 피고인들은 완성된 제품의 세그먼트 부분을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분석하게하면 약 90% 이상의 정확도로 원료금속의 배합비율, 즉 본드가 파악된다고 주장하나, 당심의 대구테크노파크나노융합실용화센터에 대한 감정촉탁 회신서에 의하면 실제의 본드 조성과 전자현미경 분석방법에 의한 금속 배합비율의 분석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여 피고인들의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 성형, 소결조건도 공구의 생산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기술로서 회사 고유의 생산 기술에 해당하는데, 이미 완성된 제품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소결조건이 어떠한지를 알아낼 수 없다.

바) 피고인들은 2008. 10. 말경에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메탈 제품의 일종인 Hard concrete용 시제품을 생산해서 미국의 세이스(SASE)사로 샘플로 발송한 사실과 위 샘플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연락을 받고 2009. 1. 초순경 필드 테스트용 제품을 보내주어 사실상 이 무렵부터 납품을 시작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시제품을 생산한 시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를 퇴사한 시점(피고인 A는

2008. 7. 4. 퇴사하였고, 피고인 B은 2008. 7. 30. 퇴사하였음)으로부터 3개월, 세이스사에 납품을 시작한 시점은 5개월 정도 지난 후에 불과하다.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본드의 설계나 개발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본드대장 등을 반출하여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이 단시간 내에 세이스사에 납품을 시작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반출한 피해자 회사의 본드 대장 등은 그 보유자인 피해자 회사가 그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본드 대장 등을 참고함으로써 적어도 자신들의 고유한 본드를 개발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이익은 얻었던 것이므로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은 이를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들에게 비밀유지의무가 있는지 여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B이 퇴사하기 직전인 2008, 7. 21.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는 "회사의 업무상 지득한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 퇴직 후라도 같다." "허가 없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자기의 영리행위를 하거나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이 기재된 취업규칙에 동의한 사실이 인정되어 피고인 B은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을 반출하여 자신의 영리행위에 이용하여서는 안 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피고인 A는 이러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고인B과 공모하여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을 반출하여 이용한 것이므로 업무상 배임죄의 공범으로서 죄책을 부담한다).

3) 업무상 배임죄의 범의 유무

앞서 살펴본 사정들에다 피고인 B은 자신의 USB 메모리에 피해자 회사의 본드대장 등을 저장하게 된 경위에 대해 '2007. 10.경 M 기술이사가 유럽에 출장가면서 USB에 담아 준 것 같다'고 진술하다가(수사기록 1387쪽) 자신이 퇴사하기 3~4개월 전에 공유하고 있던 본드 대장 등을 USB에 저장하였다고 진술하는 등(수사기록 1391쪽) 유출 경위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퇴사 3~4개월 전에 USB에 본드대장 등을 저장한 이유에 대해 별다른 의도 없이 저장했다고 진술하면서도(위 같은 쪽), 피고인이 설립한 I에서 초기에 제품을 만들 때 USB 메모리에 저장된 본드 내용 등을 참고한 사실은 인정하고 금속혼합 비율을 조금씩 달리하여 제품을 만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1235쪽, 1390쪽)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비밀유지의무에 위반하여 피해자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이 사건 본드대장 등을 반출하여 이용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업무상 배임죄의 범의를 인정하기에도 충분하므로 이 부분 피고인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나,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공소사실에 배임액으로 기재된 416,896,743원에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제품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태동연마와 이재테크 등 다른 회사로부터 구매한 제품을 세이스사에 납품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포함되어 있는 점, 피고인들이 세이스사에 이 사건 메탈제품을 납품하여 얻은 이익의 경우에도 그 이익에는 피고인들의 영업적 노력에 대한 대가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 이익 전부가 피고인들의 업무상 배임행위로 인하여 얻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하여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이 자신들이 재직하던 피해자 회사의 기술을 이용하여 동종 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설립한 다음 피해자와 거래하던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여 이익을 취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은 그 죄질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피고인 A는 초범이고 피고인 B은 동종의 전과나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들이 설립한 회사가 피해자 회사가 거래하던 세이스사와 거래하게 된 것에는 피고인들 스스로의 노력이나 기술개발, 영업력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고 오로지 반출한 피해자 회사의 기술만으로 세이스사와의 거래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정상과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원심판결 중 증거의 요지란의 "1. 증인 J, K, L의 각 법정진술"은 "1. 증인 J. K, M의 각 법정진술'의 오기임이 분명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에 따라 직권으로 이를 경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성수

판사김동혁

판사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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