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상곤)
피고, 피항소인
충청북도옥천교육청교육장
변론종결
2009. 7. 7.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8. 8. 21. 원고에 대하여 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해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옥천죽향초등학교(이하 ‘죽향초교’라 한다) 인근인 충북 옥천군 옥천읍 죽향리 산 12, 같은 읍 문정리 126-1, 같은 리 126-5, 같은 리 127-8(이하 ‘이 사건 신청지’라 한다) 지상에 부지면적 1,451㎡, 건축연면적 109㎡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여 저장용량 20톤 규모의 액화석유가스 충전소(이하 ‘이 사건 충전소’라 한다)를 운영하기로 하여, 2008. 8. 7. 피고에게 이 사건 충전소에 관하여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해제신청을 하였다.
나. 이에 2008. 8. 20. 개최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는 재적위원 15명 중 9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심의한 결과 참석위원 전원이 위 해제에 부동의하여 이 사건 충전소를 금지한다는 의결을 하였고, 피고는 같은 달 21. 원고에게 ‘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을 금지함’이라는 통보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신청지는 죽향초교와 인접하여 있고, 이 사건 신청지와 죽향초교 학교경계선 사이의 거리가 114m밖에 되지 않아 이 사건 충전소가 설치될 경우 가스폭발 등의 안전사고, 소음 등으로 인해 죽향초교 학생들의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해제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신청지는 죽향초교 학생들의 통학로와는 무관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죽향초교와 이 사건 신청지 사이에는 국도와 하천, 임야가 있으며 이 사건 신청지에 설치될 저장탱크는 20톤 규모의 작은 것이어서 이 사건 충전소가 죽향초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점, 원고는 이미 이 사건 신청지를 매수하고, 설계용역을 의뢰하는 등 이 사건 충전소를 신축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인 점, 이 사건 신청지가 죽향초교의 상대정화구역 내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이 정하는 안전거리는 모두 준수하고 있는 점, 옥천에는 가스충전소가 없어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점, 금지가 해제된 인근지역의 액화석유가스 충전소의 예에 비추어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재량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신청지는 죽향초교 후문에서부터 151.2m, 학교경계선으로부터 114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2) 이 사건 신청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죽향초교와 마주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는 작은 실개천과 방음림용 나무 몇 그루 외에 건물 등 다른 시설물은 전혀 없다.
(3) 죽향초교의 학생수는 약 770명이고 교사는 학교담장에서 안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으나 죽향초교 부설 유치원 건물은 담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4) 죽향초교의 학교장은 원고의 신청에 대하여 ‘자동차매연, 냄새, 소음 등으로 학습장애 및 학생건강에 지장을 주고 폭발위험의 불안감 조성으로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며 안전사고도 우려된다’는 의견을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죽향초교 학생들 및 부설유치원 원생들의 학부모는 상당수가 이 사건 충전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5) 이 사건 충전소에는 저장능력 19.96톤 규모의 액화석유가스 저장탱크가 지하에 설치될 예정인데,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이 사건 충전소 시설에 대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른 기술검토 결과는 ‘적합’인 것으로 나타났다.
(6) 액화석유가스는 부탄과 프로판이 주성분인 가연성 가스인데, 일반적으로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곧바로 기화되지만, 폭발성 및 인화성이 강하고, 공기보다 약 2배 정도 무겁기 때문에 낮게 체류하면서 화재나 폭발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또 전기절연성이 높고, 유동, 여과, 분무시에 정전기를 발생하는 성질이 있어서 방전스파크에 의한 폭발의 위험성도 있다.
(7) 액화석유가스 충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폭발사고로는 증기운 폭발(Vapor Cloud Explosion), BLEVE(Boiling Liquid Expanding Vapor Explosion) 폭발 등이 있다. 액화석유가스가 누출된 때 주위에 점화원이 없는 경우 기상성분은 대기 중으로 확산을 하게 되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된 후 확산된 가스성분의 폭발한계 농도의 확산범위에 점화원이 있으면 증기운 폭발이 되고 폭발과압(Blast Overpressure)에 의해 인명 및 재산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증기운 폭발이 발생한 경우의 피해의 정도를 ‘홈킨슨의 삼승근 법칙’을 이용하여 측정하고 이 측정된 수치를 가지고 액화석유가스 1톤이 폭발하였을 경우의 피해범위를 산출하면 유개화학차의 완전파손은 10m, 주택의 완전파손은 12m, 전신주 등의 파손은 14m, 고막파손은 23m,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주택파손은 46m, 유리창 파손은 190m, 폭음(137dB)은 765m이다. 그러나 이 사건 충전소와 같은 자동차 충전소의 기상배관으로부터 지속 누출된 가스가 확산되어 증기운 폭발이 발생할 경우의 최대 피해거리는 약 100m 정도(증기운 폭발이나 BLEVE 폭발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가벼운,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의 최대 피해범위는 55m 이내)이다.
(8) BLEVE 폭발이란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의 화염이 탱크로리를 가열할 경우 탱크 속의 액화석유가스는 가열되고 높은 증기압으로 인하여 탱크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부터 개방되어 일시에 많은 양의 액화석유가스가 화구(Fire Ball)를 이루며 폭발하는 것을 말하며, 폭발압력보다 화구에 의한 복사열량에 의한 피해가 현저히 크다. 이 사건 충전소와 같은 자동차 충전소의 기상배관으로부터 지속 누출된 가스가 확산되어 BLEVE 폭발이 발생할 경우 최대 피해거리(18톤 탱크로리 기준)는 화염이 미치는 범위는 70m, 복사열이 미치는 범위는 237m이다.
(9) 액화석유가스 충전소의 가스폭발사고는 실제로 종종 발생하여, 1998. 9. 11. 부천시 오정구 내동 소재 가스충전소(지하매몰형 39.9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1명이 사망하고, 83명이 부상하였고, 1998. 10. 6. 익산시 소재 가스충전소(지하매몰 15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하였으며, 2003. 12. 16. 충북 옥천군 옥천읍 금구리 소재 가스충전소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여 1명이 부상하였고, 2006. 3. 14. 대전시 대덕구 소재 가스충전소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위 부천시 소재 가스충전소 폭발사고 이후 액화석유가스충전시설에 대하여 저장·충전설비의 외면과 사업소 경계 사이의 이격거리기준이 강화되고 살수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졌다. 또한, BLEVE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는 매우 낮은 편이어서 1998. 9.경 일어난 위 부천시 소재 가스충전소 폭발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BLEVE 폭발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
(10) 2008. 12.경 현재 학교보건법상 상대정화구역 내에 설치되어 있는 고압가스, 천연가스, 액화석유가스 제조소 및 저장소의 수는 전국적으로 229개소(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 후 설치된 업소의 수)에 이른다.
(11) 학교보건법상 상대정화구역 내 설치되어 운영 중이거나 금지가 해제된 다른 지역의 액화석유가스 충전소 중 일부는 앞서 본 이 사건 충전소의 경우보다, 학교출입문 또는 경계선과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12) 이 사건 신청지가 속한 충북 옥천군 옥천읍 관내에는 현재 1곳(또 다른 한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위치하고 있다)의 액화석유가스 저장소가 운영 중이며 이 사건 신청지와는 800m가량 떨어져 있다.
[인정근거]
경험칙, 갑 제6, 10, 13호증, 을 제1, 2, 3, 6, 7, 8, 9, 14, 1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위임하는 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의 금지행위 및 시설의 해제신청에 대하여 그 행위 및 시설이 학습과 학교보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 그 금지행위 및 시설을 해제하거나 계속하여 금지(해제거부)하는 조치는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위임하는 자의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 행위 및 시설의 종류나 규모, 학교에서의 거리와 위치는 물론이고, 학교의 종류와 학생수, 학교주변의 환경, 그리고 위 행위 및 시설이 주변의 다른 행위나 시설 등과 합하여 학습과 학교보건위생 등에 미칠 영향 등의 사정과 그 행위나 시설이 금지됨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게 될 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불이익 등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합리적으로 비교·교량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10. 29. 선고 96누8253 판결 참조).
(2)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BLEVE 폭발의 발생 가능성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충전소의 구조, 시설 및 규모 등에 비추어 BLEVE 폭발의 발생 및 그로 인한 피해가 죽향초교에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 점, ② BLEVE 폭발을 제외한 나머지 사고발생으로 인한 피해의 경우 학교경계선을 기준으로 보아도 그 피해가 죽향초교에는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신청지와 죽향초교 사이에는 도로를 제외한 다른 시설물이 없어 죽향초교의 학생 및 교직원이 이 사건 신청지 방향으로 통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점, ④ 한국가스안정공사의 기술검토 결과 이 사건 충전소의 시설이 적합 판정을 받은 점, ⑤ 이 사건 충전소의 설치는 생업 등을 위해 가스 충전을 필요로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이 사건 충전소가 설치되지 못함으로써 이를 준비하여 온 원고 역시 적지 않은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되는 점, ⑥ 이 사건 충전소의 설치 자체로 인해 죽향초교 학생들의 학습권 등이 침해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⑦ 다른 지역의 학교보건법상 상대정화구역 내에 이미 상당수의 액화석유가스 충전소가 설치되거나 금지해제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그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에 비하여 그로 인한 원고의 사유재산권 등에 대한 침해가 커서 결과적으로 이익형량에 있어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충전소를 이용할 소비자의 편의라는 공익적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충전소를 설치할 경우 그 인근에 있는 죽향초교의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원고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해제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