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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2021.7.6. 선고 2020노440 판결
살인
사건

2020노440 살인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하보람(기소), 박소영(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맥

담당변호사 신광섭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0. 11. 26. 선고 2020고합127 판결

판결선고

2021. 7. 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을 징역 10년으로 정한다.

압수된 식칼 1개(증 제1호), 식칼포장지 1개(증 제2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1. 피고인 항소이유의 요지

가. 심신장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지속적인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되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심신장애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주요우울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어도, 그러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심신장애의 주장은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1)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 AC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당시나 현재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피고인은 둘째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우울한 기분, 반복되는 자살 충동 및 자살사고, 환청 및 환시, 불면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 사건 범행 당시의 피고인의 정신상태는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주요우울장애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이 동반된 환청과 환시 등의 정신병적 증상과 지속되는 심한 우울감, 자살충동, 자살사고로 인해 망상 수준에 준하는 사고장애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범행 당시 현실검증력과 판단력에 장애를 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되고, 여기서 현실검증력과 판단력에 장애를 보였다는 의미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 동일한 의미이다."라는 내용의 감정결과를 회신하였다.

2) 또한, 위 감정의는 피고인의 병명과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피고인의 동반된 정신병적 증상과 2차례의 자살시도를 고려할 때 피고인의 상태는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주요우울장애로 판단되고 그 정도는 고도라고 생각된다.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주요우울장애가 피해자를 살인하겠다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한 것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라고 하였다.

3) 피고인은 2016. 8.경 둘째 아이의 교통사고 사망 이후로 우울증, 불면증 등을 겪게 되어 2016. 10. 18.부터 이 사건 범행 발생일 약 3개월 전인 2020. 5. 18.까지 U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다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였다.

4) 피고인은 2020. 5. 18. 위 의원을 방문했을 당시에 "약을 끊어보기로 생각했다."라고 하였는바, 그때부터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20. 8. 25.까지 약 3개월 동안 피고인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5) 피고인은 위 정신과 진료 마지막 날인 2020. 5. 18. 이후로 약 3개월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범행 전인 2020. 7. 9.경 몽롱한 상태에서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추돌하여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2020. 7. 11.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6) 2016. 10. 18.부터 2020. 5. 18.까지 피고인에 대하여 정신과 치료를 담당하였던 의사 V은 탄원서에서 '피고인은 둘째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자살사고에 시달려왔다. 피고인은 치료 중 극심한 감정기복과 활동량 변화 등 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하였고 통상적인 우울증 약물, 신경안정제, 수면제와 더불어 감정 기복을 줄이기 위해 향정신병약물도 같이 처방하였다. 일반적으로 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의 더욱 심한 상태로 간주되는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불안정한 애착관계로 인하여 피고인의 자살사고가 피해자를 데리고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확장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기재하였다(피고인의 제1심 변호인이 2020. 10. 27. 제출한 참고자료 참조).

7)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구금된 후에도 정신과 진료를 계속 받고 있는데, 위 정신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는 2021. 3. 30.자, 2021. 5. 11.자 각 의사소견서에 피고인의 병명을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의증)"으로, 피고인의 상태 및 진료소견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이전 의무기록상 자살 충동, 우울감, 죄책감 등을 주소로 2021. 1. 28. 본원 정신건강의학과 화상 진료(초진) 시행하였고, 이후 2021. 5. 6.까지 화상 진료로 추시 및 약물치료 지속되었음. 최근 경과에서 환자 보고상 우울, 죄책감, 자살사고 등의 기분 증상과 환청, 환시 등의 정신증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음"이라고 기재하였다.

3. 결론

피고인의 심신미약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이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원심판결문 제2면 제4, 5행의 "불가능하다고 비관하여" 부분을 "불가능하다고 비관하여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주요우울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로 변경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증거의 요지는 "1. 진료기록 감정 촉탁회신"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유기징역형 선택

1. 법률상 감경

1. 몰수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2년 6개월~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1유형] 참작 동기 살인1)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심신미약(본인 책임 없음), 자수, 처벌불원

가중요소: 계획적 살인 범행,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행위인자를 중하게 고려), 징역 5년~8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0년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먼저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친자식인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경위에 대해 살펴본다. 피고인은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가출하는 등 평범치 못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후 피해자의 친부인 첫 번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여 피해자를 낳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사고로 어린 피해자가 두 차례의 커다란 수술을 겪었으며, 이 일을 계기로 피고인은 시댁과의 마찰이 생겨 이혼에 이르렀다. 그 후 피고인은 피해자를 홀로 키우며 양육하기 위해 28살에 간호대학에 입학하여 간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였다. 피고인은 두 번째 남편을 만나 재혼하게 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꿈꾸며 둘째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 차에 깔려 처참하게 사망하는 사건을 겪게 되었고, 이후부터 피고인은 자신이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냈기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또한, 피고인은 둘째 아이의 사망으로 두 번째 남편과도 이혼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간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피고인은 또다시 피해자와 단둘이 생활하면서 둘째 아이의 사망 보험금으로 생계를 유지하였고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자식의 생명 값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많은 자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 특히 둘째 아이의 죽음을 겪으면서 피고인은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 정신병적인 증세를 겪게 되었고, 계속적으로 병원 치료를 진행하였음에도 위 증세들이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하였고, 자살 시도 후 피해자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혼자 두고 세상을 떠나려고 할 수 있나'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주요우울장애로 인해 피해자를 홀로 남겨두고 자신이 떠났을 때 피해자의 장래가 잘못될 것을 걱정한 나머지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통제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주요우울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그러한 증상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힘든 상황에서도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피해자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홀로 정성껏 양육하여 왔다. 피고인은 둘째 아이의 교통사고 사망 이후에 계속적인 자살 충동 등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지속적인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아왔고, 치료 과정에서도 약을 복용하며 술을 끊으려 노력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삶을 살아내고자 애써왔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약 3개월 전부터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피고인이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 기억력 감퇴 등의 부작용이 생겼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탁으로 약을 끊으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전에 여수시 미평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AD과 AE에 가입해둔 피고인과 피해자의 보험들을 모두 해약하기도 하였고, 범행을 준비하면서 자살할 장소를 알아보았으며, 범행 직후에 아파트와 바닷가에 가서 자살을 시도하는 등 피고인 또한 피해자를 살해한 이후에 실제로 자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교도소 수감 중에 자살 기도를 하는 등 이 사건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한 상황이고, 남은 인생 또한 거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 피해자의 사체가 보관된 승용차를 운전하여 여수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하였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피고인의 가족들과 지인들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친부인 피고인의 첫 번째 남편 또한 선처를 바라고 있고, 피고인은 이종의 범행으로 1회의 형사처벌을 받은 이외에 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친모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음에도 피해자를 성인이 될 때까지 정상적으로 양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비관하여,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건강하게 양육해야 할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채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질렀고,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녀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피해자는 만 15세의 평범한 청소년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급에서 반장을 맡기도 하였고, 이 사건 직전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성적도 우수한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서울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가지고 씩씩하게 살아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어머니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고, 죽는 순간에 어머니를 마주 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배신감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사회적 공분과 비난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상한 범위를 벗어나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위광하

판사 박정훈

판사 성충용

주석

1)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의 가족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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