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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6. 선고 2005가합53441 판결
[신용장대금지급][미간행]
원고

비엔피 파리바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철만 외 1인)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용현 외 1인)

변론종결

2006. 11. 17.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25,952,232.02 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5. 3. 31.부터 2005. 7. 13.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 내지 3호증의 1 내지 1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되어 은행업 등에 종사하는 법인으로서 아래 13건의 신용장(이하 이 사건 신용장이라 한다)의 개설은행이고, 원고는 프랑스에 본점을 둔 은행으로서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매입한 매입은행이다.

나. 피고의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

피고의 전북 함열지점(이하 함열농협이라 한다)은 바울석유 주식회사(이하 바울석유라 한다)의 신청을 받아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별지 1 목록 기재 13건의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하였다.

⑴ 화환신용장 형태: 취소불능

⑵ 개설의뢰인: 바울석유주식회사(PAUL OIL CO, LTD), 대한민국 전북 익산시 함열읍 다송리 693-28

⑶ 수익자: 보레알리스 엔. 비.(BOREALIS N. V.) KAYA, W.F.G.(JOMBI) MENSING 36, CURACAO NETHERLANDS, ANTILLES

⑷ 지급: 어느 은행이든 매입 가능

⑸ 환어음: 일람지급

⑹ 요구서류

1. 상업송장 3부(텔렉스 송장 가능)

2. 한국 농협의 지시에 따라 발행하거나 배서한 무사고본선적재 선적선하증권 3통

⑺ 부가조건: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업송장 및 수익자가 자신의 형식으로 발급한 ‘LOI(Letter of Indemnity)’와 상환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음 주1) .

⑻ 지급/인수/매입은행에 대한 지시사항: 모든 서류들은 대한민국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75 농협, 국제금융부로 등기항공우편이나 항공꾸리에(courrier)로 연속하는 2벌로 발송. 수익자 발행의 일람불환어음을 상환은행에 송부하여 상환 청구하여 주십시오.

다. 원고의 환어음 및 선적서류의 매입

원고는 2005. 3. 18. 수익자인 보레알리스 엔. 비.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과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 및 LOI 등의 선적서류(별지 2 기재와 같다)를 매입하였다.

라. 피고의 상환 거절

⑴ 원고는 2005. 3. 18. 피고에게 환어음을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관련서류를 발송하여, 위 서류는 같은 달 21.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⑵ 피고는 2005. 3. 28. 원고에게 위 신용장 관련서류에 신용장 조건과 다음과 같은 불일치가 있다는 이유로 지급 거절의 통지를 발송하였다.

① 선하증권 원본 전통이 제시되지 않았다.

② 원본 서류가 제시되지 않았다.

③ 표지에 기재된 수익자의 주소와 상업송장에 기재된 수익자의 주소가 서로 다르다.

④ 상업송장에 나타난 수익자의 서명과 LOI의 그것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⑤ 상업송장의 단위와 이 사건 신용장의 단위가 상이하다.(별지 1 목록 기재 3, 4, 5, 7, 8, 10, 12, 13번 신용장에 대하여)

⑥ 관련서류가 연속된 2개의 꾸러미로 송부된 것이 아니라 1세트로 제시되었다.

⑦ 선하증권의 수하인이 피고가 아닌 제3자이다.

⑧ 환어음에 ‘환어음’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⑨ 가격조건에 관한 입증서류가 제시되지 않았다.(별지 1 목록 기재 2, 5, 6, 9, 10, 12, 13번 신용장에 대하여)

⑩ 신용장 금액을 초과하였다(별지 1 목록 기재 11번 신용장에 대하여)

마. 이 사건 신용장에는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Commercial Documentary Credits, 1993 Revision, ICC Publication No. 500, 이하 신용장통일규칙이라 한다)이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2. 피고의 지급거절 사유에 대한 판단

가. 선하증권 원본 전통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신용장의 부가조건 중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업송장과 수익자가 자신의 형식으로 발급한 LOI와 상환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은 피고가 2005. 3. 10. 원고에게 개설은행의 매입은행에 대한 은행간 지시사항으로서 삭제를 요구하였으므로, 수익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유효하게 삭제되었다 할 것인데, 원고는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한 선하증권에 갈음하여 LOI와 상환으로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이는 유효한 매입이라 할 수 없고, 가사 피고의 위 부가조건 삭제 요구가 신용장 조건의 변경에 해당하여 수익자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 하더라도, 수익자의 개설은행에 대한 청구는 개설은행의 확약으로서 신용장 자체에 기한 청구인데 반하여, 매입은행의 개설은행에 대한 청구는 신용장 자체에 기한 청구가 아니라 별도의 수권 및 서면 또는 관습적 양해에서 비롯한 상환의 약정에 기한 청구로서 구별되어지고, 수익자의 신용장대금 청구의 당부는 오로지 수익자가 제시하는 서류들이 신용장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는 것과는 달리, 개설은행과 매입은행 사이의 상환관계는 개설은행의 매입은행에 대한 수권과 그에 따른 매입은행의 지시의 준수 여부에 따라 판단되므로, 개설은행인 피고의 지시에 위반하여 LOI를 매입한 원고는 피고에게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⑵ 판단

㈎ 부가조건 삭제 요구의 효력에 대한 판단

피고가 2005. 3. 10. 원고에게 이 사건 신용장의 부가조건 중 수익자가 선하증권에 갈음하여 LOI의 제출로서 신용장의 매입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삭제하도록 요구하며 이를 ‘개설은행의 매입은행에 대한 지시의 변경’으로 표시한 사실,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보레알리스 엔. 비.가 원고로부터 피고의 위 신용장 수정 요청을 통보받고 이를 거절한 사실, 원고는 수익자의 위 부가조건 수정 거절 통지를 피고에게 전달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살피건대, 선하증권은 해상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것을 증명하고 양륙항에서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는 유가증권으로서, 운송인과 그 증권소지인 사이에는 증권 기재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채권적 효력이 발생하고, 운송물을 처분하는 당사자 사이에는 운송물에 관한 처분은 증권으로서 하여야 하며 운송물을 받을 수 있는 자에게 증권을 교부한 때에는 운송물 위에 행사하는 권리의 취득에 관하여 운송물을 인도한 것과 동일한 물권적 효력이 발생하므로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한 수하인 또는 그 이후의 자는 선하증권을 교부받음으로써 그 채권적 효력으로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그 물권적 효력으로 양도 목적물의 점유를 인도받은 것이 되어 그 운송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인바(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6240 판결 ), 이 사건과 같은 화환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되는 환어음은 선하증권 등의 운송증권에 의하여 지급 또는 인수가 담보되어 있어 신용장에 첨부되어 서류만으로 자유롭게 유통되고 처분되는 것이 원칙적인 거래의 모습이라 할 것이나, 한편 일명 백투백 주2) 신용장 을 이용한 중개무역의 경우처럼 선적서류보다 신용장이 먼저 도달하여 환어음의 매입을 청구하는 시점에서 선적서류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지급을 담보할 수 있어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않고도 환어음의 매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개설은행이 화환신용장을 개설하면서 매수인으로 하여금 선하증권에 갈음하여 LOI를 제시하는 것과 상환으로 매입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정하였다면 선하증권에 의한 담보를 스스로 포기하고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확약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러한 부가조건이 원칙적인 모습은 아니라 하더라도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다.

한편, 위와 같은 부가조건을 포함하여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한 개설은행이 위 부가조건을 삭제하는 것으로 신용장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이는 수익자가 신용장 관련서류의 매입을 요청하면서 제시해야 하는 요구서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되어, 취소불능신용장은 개설은행, 확인은행(있는 경우) 및 수익자의 동의 없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없다고 규정한 신용장통일규칙 제9조 d항 ⅰ호에 따라 수익자의 동의가 없이는 변경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부가조건의 삭제로 인하여 수익자가 여타 은행에 신용장의 매입을 청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신용장 개설자인 피고에 대하여 직접 신용장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므로 수익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다른 국가에 소재하는 격지자 간의 거래에서 매도인이 자신의 거래은행에 선적서류를 제시하고 환어음을 할인받아 신속히 물품대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매입신용장(Negotiable Credit)의 기능을 고려할 때, 위 부가조건을 삭제하여 수익자로 하여금 개설은행에 대하여만 신용장 대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입신용장인 이 사건 신용장의 성질을 신용장 개설자에 대하여만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지급신용장(Straight Credit)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수익자가 자신의 편의에 따라 매입은행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되어 수익자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수익자의 동의가 없는 피고의 위 부가조건 삭제 요구는 효력이 없고, 선하증권에 갈음하여 LOI를 제시하여 매입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위 부가조건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선하증권이 첨부되지 아니한 서류를 매입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상환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

㈏ 원고의 상환청구권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매입(negotiation)이란 매입을 수권받은 은행이 환어음 및/또는 서류를 수리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a항 ⅱ호), 매입은행은 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되는 환어음 또는 선적서류가 은행에 의하여 매입될 것을 예상하고, 따라서 수익자가 은행에 매도할 것을 예상하고 개설은행이 어음의 발행인인 수익자뿐만 아니라 그 어음의 수취인 또는 피배서인, 그리고 어음의 선의소지인(bona-fide holder)에게도 똑같이 지급을 확약하고 있는 매입신용장{매입은행이 지정되지 않은 신용장은 일반신용장(General/Open Credit), 지정되어 있는 신용장은 특정 신용장(Restricted Credit)이다}에서 수익자의 환어음에 대해 대금을 결제해 주는 은행으로서, 매입은행은 곧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이 되며, 개설은행은 확약내용대로 이러한 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에게 신용장금액을 상환해 주어야 할 의무가 발생하므로,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a항에 따라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서류를 매입한 은행은 개설은행에 대하여 수익자와 똑같은 권리를 같게 된다.

따라서, 매입행위를 하는 은행은 궁극적으로 신용장에 언급된 개설은행의 확약을 믿고 개설은행으로부터 대금의 상환을 받을 것을 전제로 하여 자기 은행의 자금으로 수익자에게 수출대금을 지급하여 주고, 특정신용장의 경우에도 그 신용장상에 매입이 특정은행으로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신용장에 의하여 발행된 환어음과 이에 첨부된 선화증권 등의 유통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은행이 그 환어음을 할인취득하는 것은 가능하고, 다만 개설은행은 지정한 매입은행에 대해서만 지급을 확약하고 있으므로 다른 은행은 그 지정된 매입은행에 재매입을 요청해 그 매입대금을 회수하게 되므로, 이와 같이 신용장에 의한 환어음의 매입은 그 신용장이 일반신용장이건 특정신용장이건 간에 매입은행이 스스로 그의 계산과 위험부담 하에 행하는 독자적인 영업활동이고 수익자인 환어음의 발행인이나 또는 개설은행을 위하여 그 매입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주3) .

위와 같은 매입은행의 지위를 고려할 때, 신용장거래에 참여하게 되는 다른 은행들, 예를 들어 수익자가 있는 나라의 은행으로서 수익자에게 신용장 발행을 단순히 통지하여 주는 통지은행, 개설은행의 요청에 따라 수익자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지급을 확약하고 신용장대금 지급 의무를 지는 확인은행, 개설은행의 위탁을 받아 지급행위만을 대행하는 지급은행 등의 경우에는 개설은행과의 관계가 신용장 밖의 은행간 계약관계에 따라 규율되고, 신용장의 수익자와의 관계에서 위 은행들은 개설은행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매입은행은 자신의 계산과 위험부담으로 매입행위를 하게 되므로 매입할 권리를 수권받을 뿐 매입의 의무를 지지 않고, 개설은행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원고가 피고의 지시 사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본 서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원고가 제시한 상업송장과 LOI에 “원본” 혹은 “Original"이라는 기재가 없으므로 원본이 아니다.

⑵ 판단

㈎ 국제적인 신용장 거래에서 요구되는 서류는 신용장에 특별히 언급되지 않는 한 반드시 원본이어야 하고, 원본서류의 개념과 그 판단 기준에 관하여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는 b항에서, "신용장에 별도의 명시가 없는 한 은행은 또한(also)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발급되었거나 발급된 것으로 보이는 서류를 원본으로 수리하여야 한다. ⅰ. 복사시스템, 자동화시스템, 컴퓨터시스템 등에 의하여 발급된 것, ⅱ. 탄소복사지로 발급된 것, 다만 이들 서류는 원본이라는 표시가 있고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서류는 자필, 팩시밀리 서명, 천공서명, 스탬프, 부호 또는 기타 모든 기계식 또는 전자식 증명에 의하여 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c항 ⅰ호는 "신용장에 별도로 약정되지 않는 한, 은행은 사본이라고 부기되어 있거나 원본이라는 표시가 없는 서류는 사본으로 수리하며, 사본에는 서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은행기술실무위원회(Commission on Banking Technique and Practice)는 "1999. 7. 12.자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b항의 원본의 의미에 대한 결정[The determination of an 'Original' document in the context of UCP 500 sub-Article 20(b), 12 July 1999, Document n° 470/871 Rev. 29 July 1999]"이라는 폴리시 스테이트먼트(Policy statement)를 통하여,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b항의 '원본 표시'라는 조건은 해당 서류에 그 작성자가 그 문서를 사본이 아닌 원본으로 취급되도록 하려는 의사를 나타내는 어떠한 표시를 하거나 텍스트에 그에 관한 기술이 있으면 충족되고, 따라서 어떤 문서가 전자적으로 저장된 것으로부터 출력되어 백지에 인쇄된 경우 원본이라고 표시되어 있거나, 레터헤드(letterhead, 회사명·주소 등 서류 용지 윗부분의 인쇄문구)를 포함하고 있거나, 수기로 표시되어 있다면, 통일규칙 제20조 b항에서의 '원본이라고 표시된 것'에 해당되며, 따라서 서류에서 달리 명시되지 않는 한, 서류 작성자의 수기로 쓰여지거나, 타이핑되거나, 천공되거나, 스탬프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 서류발행자의 고유양식용지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것, 원본이라고 쓰여진 것은 원본으로 취급되고, 이는 국제적 표준은행거래관습에 기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위 폴리시 스테이트먼트(Policy statement)의 취지와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b항의 규정 중 'also'라는 단어의 의미에 비추어 이 규정이 서류의 원본성 판단에 관하여 사본으로부터 원본을 구별하는 포괄적이거나 배타적인 규정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신용장거래에서 신용장통일규칙의 해석상 서류의 원본성을 판단할 때에는 '과연 서류의 작성자가 이 서류를 원본으로 작성하려는 의도에서 작성하였는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므로, 서류 작성자의 그와 같은 의도, 즉 서류를 원본으로서 작성하려는 취지가 서류의 문면상 표시된 경우에는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b항의 규정과 관계없이 원본이라는 표시가 필요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63691 판결 참조).

㈏ 이 사건에서 보건대, 갑제2호증의 1 내지 13의 각 3, 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신용장의 조건에 따라 제시된 상업송장에는 수익자인 보레알리스 엔. 비.의 성명 아래 서명란에 Medalla의 서명이, LOI에는 보레알리스 엔. 비.의 성명 아래 'Tarcisio M. Medalla'와 'Nelson T. Yap'의 서명이 있으므로, 위 서류들은 작성자의 서명이 있는 원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상업송장과 면책서의 원본 서류들이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상환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표지에 기재된 수익자의 주소와 상업송장에 기재된 수익자의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서류표지는 신용장 조건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아니지만, 명시적으로 “양도가능”(transferable)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한, 신용장은 오로지 수익자에 대한 개설은행의 지급의사 확약이므로, 매입은행으로서는 수익자로부터 서류를 매입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하여 반드시 표지 등 적절한 방법으로 수익자로부터 서류를 매입하였다는 표시를 해야 하고, 서류표지가 제출된 이상은 다른 서류들과 사이에 서로 모순된 점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제시한 서류표지에는 수익자의 명칭 및 주소가 ‘BOREALIS N.V. 4th FLOOR CENTRUM Ⅱ BLDG 150 VALERO ST SALCEDO VILLAGE PHILIPPINES’로 기재되어 있는데 반하여, 이 사건 각 신용장 및 상업송장에는 ‘BOREALIS N.V. KAYA, W.F.G.(JOMBI) MENSING 36, CURACAO NETHERLANDS, ANTILLES’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신용장이 정한 수익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 관련서류들을 매입하였거나, 서류 상호간 모순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의 상환 청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

⑵ 판단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서류심사의 기준) a항은 “은행은 신용장에 명시된 모든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제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검토하여야 한다. 명시된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제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본 규칙에 반영된 국제표준은행관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제출된 서류 상호간에 문면상 일치하지 않는 서류는 신용장의 제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은행은 수익자가 신용장에 명시된 서류들을 모두 제시하였는지, 수익자가 제시한 서류들은 신용장의 조건에 부합하고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를 심사할 의무가 있고, 수익자가 제시한 서류들에 하자가 있거나 허위이거나, 서류 상호간 모순이 존재한다면 이와 상환으로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런데, 을제1호증의 1 내지 13의 각 가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주장의 서류표지는 원고가 수익자로부터 매입한 서류들을 피고에게 송부하면서 송부하는 서류의 목록을 표시한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서류들은 위 조항에서 말하는 ‘신용장에 명시된’ 서류가 아닐뿐만 아니라 신용장 매입을 위하여 수익자로부터 제시된 서류도 아니어서 은행의 심사 대상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서류들에 신용장의 조건과 불일치하는 기재가 있다는 것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다.

피고는,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의견집 1995-2001(Collected Opinions 1995-2001)" 252항에서 매입은행이 신용장 유효기간 내에 서류가 제시되었는지 반드시 표시하여야 하며 서류표지에 이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개설은행이 거절통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표지 역시 신용장 관련서류 중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위 의견은 신용장통일규칙이 선적서류가 은행에 언제 접수되었는지 혹은 언제 선적서류를 매입하였는지를 증명하는데 대한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적서류를 제시받은 은행이 그 표지에 서류가 유효기간 내에 제시되었다는 것을 표시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용장의 선적서류는 신용장 서류제시를 위한 유효기간 내에 제시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되어야 하고(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2다3754 판결 참조), 서류표지가 은행의 서류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는 이해되지 않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상업송장의 서명과 LOI의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상업송장에는 서명이 하나(Medalla)만 있으나 LOI에는 두 개의 서명(Tarcisio M. Medalla / Nelson T. Yap)이 존재하므로, 서류 상호간에 서로 불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⑵ 판단

신용장통일규칙 제37조(상업송장)은 “신용장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상업송장은 ⅰ. 문면상 신용장에 지정된 수익자에 의하여 발행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어야 하고, ⅱ. 신용장 개설의뢰인 앞으로 작성되어야 하며, ⅲ 서명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신용장에서 별도로 “서명된 상업송장”을 요구하지 않는 한, 상업송장에 나타난 수익자의 서명은 무익적 기재사항이거나 원본임의 표시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신용장통일규칙이나 국제표준은행관습에는 수익자에 의하여 발행되는 모든 서류에는 반드시 동일한 사람이 서명을 하여야 한다는 제한은 없으므로, LOI에 나타나는 서명의 서명자인 Tarcisio M. Medalla와 Nelson T. Yap 두 사람이 공동으로만 대표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제한을 받고 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이 사건 신용장에 있어 누구의 서명이 있더라도 수익자를 위한 유효한 서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상업송장 기재의 단위와 이 사건 신용장에 기재된 단위가 상이하다는 주장(별지 1 목록 기재 3, 4, 5, 7, 8, 10, 12, 13번 신용장에 대하여)

⑴ 피고의 주장

통일규칙 제37조 c항의 규정에 의하여, 상업송장의 화물의 명세는 신용장의 명세와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신용장의 화물명세에는 “KL”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상업송장에는 “KLS”로 기재되어 있이므로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⑵ 판단

㈎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서류검토의 기준) a항이 “은행은 신용장에 명시된 모든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제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검토하여야 한다. 명시된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제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본 규칙에 반영된 국제표준은행관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제출된 서류 상호간에 문면상 일치하지 않는 서류는 신용장의 제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의미는, 신용장 첨부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구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판단은 구체적인 경우에 신용장조건과의 차이가 국제적 표준은행거래관습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야 한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63691 판결 참조).

한편, 국제적 표준은행거래관습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가 발표한 국제표준은행관습{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ISBP) for the examination of documents under documentary credits, ICC Publication No. 645(2003)}의 6항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인정된 약어, 예컨대 “Limited” 대신의 “Ltd”, “International” 대신의 “Int'l”, “Company” 대신의 “Co.”, “kilos” 대신의 “kgs” 또는 “kos”, “Industry” 대신의 “Ind.”, “manufacturer” 대신의 “mfr”, “metric tons” 대신의 “mt” -또는 그 반대-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서류가 불일치한 것으로 되지 아니한다.

㈏ 이 사건에서 보건대, 별지 1 목록 기재 3, 4, 5, 7, 8, 10, 12, 13번 신용장의 화물내역과 위 각 신용장에 기한 상업송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KL” 또는 “KLS”은 아라비아 숫자 다음에 위치하면서, 등유(KEROSENE) 또는 석유(GASOIL)와 수량을 표시하기 위한 전치사 “OF”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KL” 또는 “KLS”가 상품의 중량단위이지 상품명세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문면상 쉽게 알 수 있는 점, 화물이 원유라는 것을 감안하면 “KL"과 ”KLS"는 모두 킬로리터(Kiloliter)를 표시하는 단위로 밖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단위 기재의 불일치는 같은 단위에 대한 다른 표현을 혼동하여 사용한 것일 뿐 신용장 조건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불일치로 인하여 이 사건 신용장의 조건과 상업송장이 합치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바. 관련서류가 연속된 2개의 꾸러미로 송부된 것이 아니라 1세트로 제시되었으므로 신용장 조건에 위배된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신용장의 부가조건 78항은 매입은행에 대한 지시사항으로서 모든 서류를 피고에게 “연속된 2개의 꾸러미로” 송부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가 신용장 개설은행으로서 서류의 분실을 방지하고 심사에 신속을 기하기 위하여 정한 지시사항으로서 매입은행은 위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에 위반하여 관련서류를 1꾸러미로 송부한 원고는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⑵ 판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서류전달에 대한 면책)은 “은행은 모든 통보, 서신 또는 서류의 송달 중에 지연 및/또는 분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또는 모든 전신의 송달 중에 발생하는 지연, 훼손 또는 기타 오류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 또는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일단 매입은행이 적법하게 서류를 매입하였다면, 이후 그 서류가 개설은행에 우송되는 과정에서 멸실되었어도 매입은행은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 신용장대금을 상환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서류가 두 차례에 걸쳐 순차 우송되는 경우, 발송의 선후를 불문하고 개설은행이 먼저 도착한 서류를 받은 때로부터 서류심사에 필요한 기간이 기산된다.

따라서, 매입은행에 의하여 적법한 매입이 이루어졌다면, 이후 개설은행에 우송되기까지 일어나는 지연 또는 분실의 위험은 개설은행이 부담하는 것이므로, 개설은행이 신용장에 기한 서류를 두 차례에 나누어 송부하도록 지시하거나, 명백한 지시가 없더라도 두 차례에 나누어 송부하는 관행은 우송 도중 분실을 방지하고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신속하게 서류를 심사하게 하려는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이를 너머서 신용장 관계서류 매입 또는 상환청구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의 일부라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매입은행이 개설은행의 명백한 지시에 위반하여 관계서류를 한번에 송부하였다가 서류가 분실된 경우, 개설은행으로부터 서류분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서류들이 모두 개설은행에 도달하였다면 서류의 분실 방지 및 신속한 서류 심사라는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개설은행으로서는 그로 인하여 아무런 피해를 입은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매입은행이 지시사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그 상환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사. 선하증권의 수하인이 피고가 아닌 제3자이므로 신용장과 모순된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신용장은 선하증권을 요구서류로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용장 금액이 선하증권상의 물품 수량과 비례하여 증감되도록 되어 있으므로 선하증권은 이 사건 신용장 관련서류의 매입을 요청함에 있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할 서류인데, 피고가 매입은행으로부터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하여 입수한 선하증권의 기재에 의하면 수하인이 피고가 아닌 제3자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는 선하증권이 이 사건 신용장의 조건에 위배되는 경우이므로 피고가 신용장대금의 상환청구를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

⑵ 판단

이 사건 신용장은 요구서류의 하나로서 선하증권을 명시하고 있으나, 한편 부가조건에서 선하증권에 갈음하여 LOI의 제시로서 이 사건 신용장 관련서류의 매입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한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위 부가조건의 삭제를 요구하였으나 수익자가 신용장조건의 변경을 거부한 사실, 이에 원고가 위 부가조건에 따라 수익자로부터 LOI와 상환으로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여 적법하게 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매입한 사실은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의 매입 당시 심사한 서류의 대상에 선하증권이 포함되지 않는 이상, 선하증권에 이 사건 신용장의 조건과 불일치하는 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적법하게 취득한 매입은행으로서의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피고는 이를 이유로 원고의 신용장대금 상환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

아. 환어음에 ‘환어음’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무효라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어음법 제1조 제1호 는 증권의 본문 중에 그 증권의 작성에 사용하는 국어로 환어음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하여 수익자가 발행한 환어음에는 위와 같은 환어음 표시 문자가 없으므로 무효이다.

⑵ 판단

㈎ 어음행위가 여러 나라에 걸쳐 일어나는 경우 어음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는데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국제사법 제53조(방식) 제1항 은 “환어음, 약속어음 및 수표행위의 방식은 서명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음행위는 각 어음행위가 일어난 곳의 어음법에 따라 그 효력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환어음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 유효하게 발행되었는지 여부는 발행지인 싱가폴의 어음법 규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싱가폴의 어음법은 환어음의 형식에 대하여 “환어음은 발행자가 서명을 부가하여 지시를 받는 자로 하여금, 청구시 또는 특정하거나 장래 특정가능한 시점에, 일정 금액을 지정된 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 또는 어음의 소지인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서면에 의한 무조건의 지시를 말한다 주4) ” 고 규정하고 있을 뿐, 환어음임을 표시하는 문구를 문면상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지 않다. 결국 이 사건 환어음이 발행지인 싱가폴의 어음법이 규정하는 요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상 유효한 어음이라 할 것이다.

㈏ 가사, 환어음에 환어음 문구를 필요로 한다고 해석한다 하더라도, 통상 환어음을 동일한 내용의 어음을 한 세트, 즉 2통 내지 3통으로 발행하고, 이중지급 방지를 위하여 어음면에 “first of bill of exchange(second of the same tenor and date being unpaid)" 혹은 ”second of bill of exchange(first of the same tenor and date being unpaid)" 표시를 하는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면 이 사건 환어음 문면에 나타난 “first of exchange(second of the same tenor and date being unpaid)"라는 문구는 위 환어음이 2통으로 발행되었으며 당해 환어음은 그 중 첫 번째 것임을 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환어음임을 표시하는 문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환어음이 무효이므로 원고의 상환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자. 가격조건에 관한 입증서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별지 1 목록 기재 2, 5, 6, 8, 9, 10, 12, 13번 신용장에 대하여)

⑴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신용장에는 CFR(Cost and Freight: 운임포함조건) 가격은 선하증권 발행일과 직전 직후 각 2일 총 5일간의 Platt's Asia Pacific/Arab Gulf 주5) Marketscan 싱가폴 항목의 ‘KERO' 평균가격(이하 Platt 가격이라 한다)에 배럴당 일정금액을 추가한 금액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원고가 매입한 서류 중에는 위 가격 산정을 위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자료가 없으면 은행으로서는 신용장금액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방도가 없으므로,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 주6) ) 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할 서류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필요한 서류가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용장 관련 서류들을 매입한 것이므로 피고에게 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

⑵ 판단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신용장 금액을 실제 선적한 수량에 선하증권 발행일과 직전 직후 각 2일 총 5일간의 Platt 가격에 배럴당 일정금액을 추가한 금액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Platt 가격에 따라 신용장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기는 하나, Platt 가격 자체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래 불확실한 일의 발생에 그 효력이 좌우되는 조건으로 볼 것은 아니고, 신용장 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 또는 계산방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피고 주장과 같이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는 신용장 금액, 즉 상업송장에 기재된 화물의 가격이 올바르게 계산되었는지 검증할 수 없으나, 한편 이 사건 신용장에서 Platt 가격에 대한 자료들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 점, Platt 가격이 원유 가격 평가 자료로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일반에게 공개되는 자료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Platt 가격에 대한 자료들이 피고의 영업 범위 밖의 사항을 다루고 있어 수익자로부터 제시되지 아니하면 신용장 조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필수적인 서류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는 위 서류들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상환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

차. 신용장 금액을 초과하였다는 주장(별지 1 목록 기재 11번 신용장에 대하여)

⑴ 피고의 주장

별지 1 목록 기재 11번 신용장 금액은 미화 2,000,000달러인데 비하여 그에 기한 환어음 금액은 미화 2,072,593.25달러로서 위 신용장 금액을 초과하므로, 피고는 위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가사 피고에게 신용장대금 지급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신용장통일규칙은 제39조 b항은 신용장 화물 수량의 과부족을 5% 한도에서 허용하더라도 신용장 대금의 상한은 신용장 금액에 한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신용장에 기재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청구할 수 없다.

⑵ 판단

위 신용장의 부가조건에 의하면 수출되는 제품은 ‘5,000 MT +/- 5PCT of GASOIL'이므로, 실제 수출되는 원유의 양이 5,000 MT의 5%의 오차 범위 내에 있다면 신용장의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고, 한편 위 신용장의 부가조건 1항 및 8항의 각 기재에 의하면 CFR은 배럴당 미화 55.25 달러인데 신용장 금액이 위 가격조항에 따라 별도의 수정없이 조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신용장에 기한 상업송장에는 Gasoil 5,055.849 MT(37,513.00 배럴)이 수출된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위 수량은 5,000 MT의 5%의 오차 범위 내에 있어 신용장의 조건에 부합하고, 위 수량에 신용장상 가격기준인 배럴당 미화 55.25 달러를 곱하면 미화 2,072,593.25 달러가 되는 것은 계산상 명백하므로, 원고가 신용장 대금을 미화 2,072,593.25 달러로 계산한 신용장을 매입한 것은 적법한 매입이라 할 것이다.

피고는 실제 선적한 수량에 따른 금액이 신용장에 기재된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수익자가 그 초과한 부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신용장통일규칙 39조 b항이 규정하고 있는 바는 신용장에서 달리 명시하고 있지 않는 경우 신용장에 기재된 수량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그 초과한 부분에 대한 대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신용장대금이 선적 수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동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한 위 신용장에는 적용할 수 없는 조항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카. 예비적 주장: 원고가 수익자의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주장

⑴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신용장에 기재된 부가조건이 수익자로 하여금 선하증권에 갈음하여 LOI를 제시하여서도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의 매입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신용장에 기한 선적서류를 매입하는 은행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담보인 선하증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이 LOI 조건으로 신용장거래를 한 수익자는 개설은행인 피고가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를 획책함으로써 은행에 손실을 입히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는 수익자에 의한 사기행위로서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런데, 원고가 개설은행과 사이에 신용장상 부가조건의 삭제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는 상태에서 합계 금액이 미화 26,000,000 달러에 달하는 13건의 신용장 관련 서류를 일시에 매입하였다는 이례적인 신용장 매입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 역시 위와 같은 사정을 어느 정도 알았다고 추인된다. 따라서 원고는 수익자의 사기행위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없거나,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 청구의 이 사건 신용장대금과 상계하는 바이다.

⑵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1호증의 1 내지 3, 갑제12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인정할 수 있다.

㈎ 바울석유는 2003.경 국내 석유수입상들이 수입석유를 덤핑으로 판매를 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이윤을 남기고 판매를 할 수가 없어 10%~15%의 적자 판매를 하다 보니 같은 해 7월경에는 누적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담보물의 한도가 차 국내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바울석유는 외국석유무역회사들과의 신용장결제방식을 이용하여 금융을 받아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고, GNT(홍콩)와 보레알리스 엔. 비.와 위와 같은 내용의 자금거래에 관하여 협의하였다. 이에 따라 2003. 9.경 보레알리스 엔. 비.의 재정담당자가 거래은행인 원고은행의 싱가폴지점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여 바울석유의 상환능력, 함열농협의 신용도에 대한 실사를 마쳤다.

㈐ 바울석유가 실제로 석유를 수입하거나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실이 없음에도 석유를 수입해서 다시 수출하는 형식을 취하여 금원을 융통하는 방식인 이른바 Financing 방식의 거래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① 바울석유가 자금을 차입할 때는 GNT에 연락하여 필요한 자금을 얘기하면 GNT가 그 금액 상당에 해당하는 신용장을 개설하고, 피고를 통하여 신용장 개설 통지를 받은 바울석유는 GNT로부터 송부 받은 상업송장과 LOI 등 신용장 관련 서류를 구비하고 피고에게 매입을 요청하여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았다.

② 바울석유가 위와 같이 차용한 자금을 상환할 때는 보레알리스 엔. 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형식을 취하여 함열농협에 보레알리스 엔. 비.를 수익자로 하는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고, 보레알리스 엔. 비.가 바울석유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유예기간을 두고(그 기간만큼 신용을 주는 것이 된다) 위 신용장과 LOI를 원고에게 제출하여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는다.

③ 바울석유가 GNT로부터 차용하고 보레알리스 엔. 비.에 결제한 차용금은 보레알리스 엔. 비.가 GNT에 신용장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GNT에 상환되었다.

④ 위와 같이 화물의 선적 없이 서류만의 거래를 하기 위하여 한국에 들어오는 다른 회사의 물량에 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⑤ 바울석유는 위 두 회사 모두에게 커미션을 주었고, 보레알리스 엔. 비.에게는 신용장 제시를 유예한 기간에 대한 이자를 별도로 지급하였다.

㈑ 위와 같이 바울석유, GNT, 보레알리스 엔. 비.가 상호 순차적으로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고 신용장의 매입을 통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금융거래는, 화물을 서류상으로만 인수하고 다시 매도하는 중개무역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류만에 의한 거래가 가능한 LOI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 함열농협은 바울석유의 의뢰를 받아 2003. 8. 27. 미화 1,500,000 달러의 일람지급신용장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2005. 1. 24.까지 82회에 걸쳐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었는데, 모두 LOI 조건의 신용장이었다.

㈓ 2004. 11.경 피고의 전주 서신동 지점과 거래하던 석유수입업체가 LOI 조건부 신용장을 개설하였다가 신용장 대금이 결제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자 피고는 전국 점포에 대해 LOI 조건부 신용장의 수입제품을 양도담보로 확보하여 일람지급신용장을 기한부 신용장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하여, 함열농협에서도 바울석유에게 양도담보목록을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2005. 1. 24.까지만 신용장을 개설해 주고 그 이후 채권회수에 들어가 2005. 2. 22. 신용장 개설이 중지되어, 바울석유는 이미 발행된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결국 2005. 2. 28.경 부도를 맞았다.

㈔ 바울석유는 2005. 1. 24.까지 개설한 신용장까지 총 16건을 결제하지 못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3건에 대한 미화 6,959,232 달러에 대하여는 원고에게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13건(이 사건 신용장)에 대한 미화 25,952,232 달러에 대하여는 원고의 신용장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⑶ 판단

㈎ 신용장통일규칙 3조(신용장과 계약) a항은 “신용장은 비록 그것이 매매계약이나 다른 계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이러한 계약과는 별개의 거래이며, 또한 이러한 계약에 대한 참조사항이 신용장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계약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으며 또한 기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용장하에서 은행이 행하는 지급, 환어음의 인수 및 지급 또는 매입 및/또는 다른 모든 의무를 수행하는 행위는 개설의뢰인의 개설은행 또는 수익자와의 관계에서 초래되는 개설의뢰인에 대한 클레임이나 항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며, 4조는 “신용장거래에서 모든 관계당사자는 서류상으로만 거래를 행하는 것이지 그 서류와 관계되는 상품, 용역 또는 기타 계약이행 등의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규정하여,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장은 오직 서류만에 의한 거래이며, 그 개설의 기초가 되는 원인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화환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본질적으로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상품에 의한 거래가 아니므로 은행은 상당한 주의로써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면 되고 나아가 서류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무까지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문면상 신용장조건과 일치하는 서류를 매입한 은행에 대하여 상환의무를 이행한 신용장개설은행이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을 상대로 신용장대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서류가 위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청구를 배척할 사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나, 선적서류가 위조된 경우에 매입은행이 매입 당시 그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또한 신용장개설은행도 매입은행으로부터 상환청구를 받을 당시 그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때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신용장개설은행은 매입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함이 마땅하고, 설사 신용장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서류 등의 매입은행이 신용장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청구하는 경우에 매입은행이 매입 당시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신용장개설은행은 상환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 상환의무에 따라 신용장개설은행이 상환을 하고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을 상대로 신용장대금 청구를 하는 경우에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은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37879 판결 ) 주7) .

한편,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이 신용장 거래를 그 원인이 되는 거래관계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실물거래관계에 어두운 선의의 은행을 보호하여 신용장의 유통을 보장하려는 취지임을 고려할 때, 실제 거래에 기한 사유로 인하여 독립·추상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매입은행이 선적서류를 매입하여 개설은행에 신용장 대금 상환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에 위배되고 권리를 남용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정도의 사유가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 바울석유가 사실은 자금을 융통하려는 목적을 위하여 보레알리스 엔. 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외관을 만들어 피고에게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였고, 보레알리스 엔. 비.는 화물이 선적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의 서류를 구비하여 원고에게 매입을 요청하였으며, 원고가 이를 받아들여 신용장 관련서류를 매입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한 선적서류에는 선하증권이 제출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한 거래이므로 신용장 관련서류를 매입하거나 신용장 대금을 상환하는 은행으로서는 신용장 대금에 대한 중요한 담보인 선하증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애초부터 봉쇄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수익자가 허위 선적서류를 구비하여 매입을 요청한 것은 개설의뢰인인 바울석유와의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바울석유가 의도한 것이므로 비록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할지라도 거래상대방을 기망하기 위한 의도로서 이루어진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거래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당사자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피고는 바울석유와 보레알리스 엔. 비. 사이에 있어서는 신용장의 개설은행으로서, 바울석유와 GNT 사이에 있어서는 신용장의 매입은행으로서 양쪽의 거래에 모두 관여하면서 1년 6개월 가량에 걸쳐 바울석유를 위하여 82건에 이르는 신용장을 개설하였던 점, 위 바울석유의 수입신용장 개설과 수출신용장의 매입청구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서로간에 품목과 수량, 금액, 선적기일, 선적항, 도착항 등이 거의 동일하였던 점, 양쪽의 거래 모두 실제 화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쉽지 않은 LOI 조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바울석유는 피고를 통하여 보레알리스 엔. 비.에게 신용제공에 대한 이자를 송금한 점, 개설은행이 개설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그 취지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하는 것이기는 하나 개설은행과 개설의뢰인은 신용장개설을 위한 기본적인 환거래약정을 맺어 그에 기하여 신용장을 개설하게 되고, 신용장은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지급의 확약이므로 일단 신용장이 개설되면 개설은행은 신용장에 따른 전적인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이상 개설의뢰인을 대리하는 지위에서가 아니라 지급의무의 주체로서 신용장을 어떠한 조건으로 개설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역시 바울석유가 외국석유회사와 사이에 실제 화물의 수출입이 없이 자금 차입의 목적을 위하여 신용장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신용장개설 및 매입을 통하여 이에 가담하였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수익자가 제시한 상업송장 및 면책서에 기재된 화물이 개설의뢰인에게 실제로 송부된 바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개설은행을 기망하였다거나 실제로 대금지급을 받을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청구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고는 할 수 없다.

타. 소결

피고의 신용장 대금에 대한 상환 거절 사유는 모두 이유가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신용장 금액의 합계 미화 25,952,232.02달러(1,181,558.82달러+2,756,941.51달러+388,213.60달러+2,232,913.54달러+2,430,016.83달러+2,226,047.34달러+1,071,420.90달러+2,531,504.94달러+1,757,459.98달러+2,702,117.48달러+2,072,593.25달러+2,166,358.09달러+2,435,085.74달러)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로부터 서류들을 수령한 때로부터 서류 심사에 필요한 일주일이 경과한 2005. 3. 3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2005. 7. 13.까지는 상법에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박영하(재판장) 노제설 오규희

주1) 위 조건의 영문은 다음과 같다. IN THE EVENT ORIGINAL BILLS OF LADING ARE UNAVAILABLE AT THE TIME OF SELLER'S NEGOTIATION, THEN PAYMENT WILL BE EFFECTED AGAINST COMMERCIAL INVOICE AND BENEFICIARY'S LETTER OF INDEMNITY.(TELEX INVOICE AND TELEX LETTER OF INDEMNITY ACCEPTABLE)

주2) 원수입자가 발행한 주신용장을 담보로 하여 중개무역상이 은행에 원수출자를 수익자로 하는 제2신용장의 개설을 신청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2신용장은 주신용장에 기초하여 개설되는 것이 보통이나,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상 양자는 전혀 별개의 신용장이다.

주3) 이러한 점에서 매입은행은 위탁을 받아 지급행위만을 하고, 지급행위로 인해 지급은행이 부담하게 되는 환어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개설은행이 지게 되는 지급은행(paying bank)와 구별된다.

주4) BILLS OF EXCHANGE Form and interpretation Bill of exchange defined 3. (1) A bill of exchange is an unconditional order in writing, addressed by one person to another, signed by the person giving it, requiring the person to whom it is addressed to pay on demand or at a fixed or determinable future time a sum certain in money to, or to the order of, a specified person, or to bearer.

주5) Platt은 에너지 관련 정보, 시장가격 조사 자료 등을 제공하는 에너지 전문 잡지이다. Asia Pacific/Arab Gulf Marketscan(APAG Marketscan)은 1981년부터 발행된 아시아/아랍 걸프 지역의 원유 시장가격 고시이다.

주6) 제시되어야 하는 서류를 명시하지 않고 어떤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는 신용장 조건. 판례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비서류적 조건이라도 모두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태도이다. 학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을 분류하여 기재된 대로 효력이 있고 당사자를 기속하는 유익적 기재사항이 되는 경우, 은행이 이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무시하여야 할 무익적 기재사항이 되는 경우, 신용장의 본질에 위배되어 신용장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유해적 기재사항이 되는 경우로 나누고 있다.

주7) 영미에서는 독립·추상성의 원칙의 예외를 이른바 ‘fraud rule'로 설명하고 있고, 미국의 1995년 개정 통일상법전은 “사기 및 위조”라는 표제하에 이 원칙을 설명한다. 대륙법계, 특히 독일에서는 위 원칙을 이른바 ‘권리남용의 법리’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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