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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8. 10. 2. 선고 2007나36218 판결
[신용장대금지급][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비엔피 파리바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외 1인)

피고, 항소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현 담당변호사 이승섭 외 4인)

변론종결

2008. 7. 17.

주문

1. 피고의 항소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가지급물반환신청비용 포함)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25,952,232.02 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5. 3. 31.부터 2005. 7. 13.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가지급물반환신청취지

원고는 피고에게 미화 35,031,958,12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7. 3. 1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제1심 판결의 이유의 일부를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가. 제1심 판결 제9면 4행의 “선화증권”을 “선하증권”으로, 제14면 14행의 “제37조(상업송장)은”을 “제37조(상업송장)는”으로, 제18면 2행의 “너머서”를 “넘어서”로, 제23면 21행의 “제시하여서도”를 “제시하여도”로, 제25면 1행의 “바울석유의 상환능력”을 “바울석유의 상환능력과 주유소 확보상황”으로, 제30면 13행의 “수령한 때로부터 서류 심사에 필요한 일주일이 경과한”을 “수령한 다음날부터 제7은행영업일이 경과한”으로 각 고쳐 쓴다.

나. 제1심 판결 이유 부분 2의 가항 마지막 부분(제10면 2행 아래)에 아래 2. 추가 판단 중 가항 부분을 추가한다.

다. 제1심 판결 이유 부분 2의 사항 마지막 부분(제19면 7행 아래)에 아래 2. 추가 판단 중 나항 부분을 추가한다.

라. 제1심 판결 이유 부분 2의 카. (2)항 부분 채택증거(제24면 13, 14행)에 “갑 제18호증, 을 제18, 26, 28, 36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리극홍의 증언”을 추가하고, 같은 항의 인정사실 말미(제26면 17행 아래)에 아래 2. 추가 판단 중 다의 (1)항 기재 부분을 추가하며, 2의 카. (3)항 마지막 문단(제29면 5행부터 제30면 6행까지)을 아래 2. 추가 판단 중 다의 (2)항 기재와 같이 고쳐쓴다.

2. 추가 판단

가. 피고는 이 사건 신용장상의 부가조건인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라는 표현의 법률적 의미는 실제로 화물의 수출입이 있고, 그에 따른 선하증권이 발급되었음에도 매입은행이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자금융통의 목적으로 신용장이 개설된 이 사건과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유효한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았으므로, 위 부가조건이 정한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한편 신용장거래에 있어서 은행은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에 의하여 궁극적인 담보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므로 신용장조건에 선하증권에 관한 부가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담보적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가급적 그 부가조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 신용장 부가조건이 선하증권 대신 LOI에 의한 대금 지급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경우를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이를 선하증권이 가지는 담보적 의미를 포기하는 의미로 볼 수는 없으므로 만약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대신 LOI가 제출된다면 매입은행은 과연 선하증권 원본이 제출될 수 없는지, 없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고, 개설은행에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때에도 그 사유를 객관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이에 대한 아무런 소명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신용장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부가조건 자체만으로 그것이 피고의 주장과 같이 실제로 화물의 수출입이 있고, 그에 따른 선하증권이 발급되었음에도 매입은행의 매입 시점에 선하증권 원본을 제출할 수 없음을 매입은행이 확인한 경우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매입은행에게 과연 선하증권 원본이 제출될 수 없는지, 없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는 의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원래 화환신용장은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사이의 화물의 수출입에 있어서 그 대금지급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생성·발전된 수단이므로 당연히 화환신용장거래의 이면에 상품의 거래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자금조달의 목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등 사기적 방법으로 화환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을 악용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의 법리 또는 사거거래의 원칙(fraud rule)에 의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이 거절될 수는 있으나 이에 관하여는 뒤에서 살펴본다.

한편으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위 부가조건이 매입은행에게 선하증권 대신 LOI가 제출되는 경우 과연 선하증권 원본이 제출될 수 없는지, 없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는 의미라고 해석한다면,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는 마땅히 매입은행이 그 확인을 위하여 조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여야 함에도 단지 수익자가 발급한 LOI만을 필요서류로 요구하였을 뿐이고 LOI만으로 위와 같은 조건을 조사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서류적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그러한 조건을 삽입할 필요성이 있으며, 매입은행이 그 조건의 성취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그 비서류적 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나(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다50299 판결 , 2003. 11. 28. 선고 2001다26828 판결 등 참조), 위 부가조건이 그 문언 자체로 조건의 의미가 완전·명료하다고 보이지도 아니하고 나아가 매입은행이 그 조건의 성취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한편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 c항이 “신용장이 제시되어야 할 서류는 명시하지 않으면서 조건만을 명시할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은 제시되지 아니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부가조건을 피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유효한 신용장상의 조건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는 당초 선하증권상의 수하인이 피고로 지정되어야 하는 것이 이 사건 신용장의 조건이었으므로 LOI가 선하증권을 대체하여 제출된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에 관하여 정해진 신용장 조건이 그대로 LOI에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LOI의 수신인 또는 상대방도 피고가 되어야 할 것임에도 제출된 LOI는 그 수신인이 바울석유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는 이 사건 신용장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부가조건에서 선하증권 원본이 제출될 수 없을 경우 LOI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하여 선하증권에 관하여 정해진 조건이 당연히 LOI에도 그래도 적용된다고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고,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단지 “수익자의 형식으로 발급한 LOI”라고 명시하였을 뿐 그 수신인을 피고로 하라는 조건이 기재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원고가 매입한 LOI의 수신인이 피고가 아닌 바울석유라 하여 이를 신용장조건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d항 및 e항에 의하면, 개설은행은 선적서류를 수령한 익일부터 제7은행영업일까지 서류를 송부한 은행에 선적서류를 거절하는 모든 하자사항을 명시하여 통지하여야 하고, 만일 개설은행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기간 이내에 원고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서류의 하자에 대하여는 더 이상 이를 지급거절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원고에게 LOI의 수신인이 피고가 아니라는 점을 하자로 통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1) 석유류의 신용장거래에서는 석유 개발자와 최종 수입자 사이에 많은 중간 판매업자가 관여하고 있고 운송 도중에 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여 이미 선하증권이 발행된 석유에 관하여도 최종 수입자에 대한 판매자가 그 선하증권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그 석유가 최종 수입자에게 도달하는데 걸리는 기간보다 더 장기인 경우가 많아 선하증권 대신 LOI를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한편 원고는 보레알리스 엔. 비.로부터 바울석유와 관련한 거래와 관련하여(이 사건 신용장과 관련된 것은 제외) 42건의 신용장을 개설하였고, 역시 그와 관련하여 35건의 신용장 관련 선적서류를 보레알리스 엔. 비.로부터 매입하였다.

(2)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신용장대금청구를 거절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거래가 바울석유, 보레알리스 엔. 비. 및 GNT 사이에 금융목적으로 이루어진 가공의 거래라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이 사건 신용장 거래의 매입은행인 원고가 매입 당시에 이 사건 거래가 위와 같은 가공의 거래라는 점을 알았거나 또는 그렇게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어야 된다고 하는 점은 앞서 본 바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신용장대금이 지급거절될 수 있는 사기거래라는 것은 결국 불법행위의 한 형태이므로 이에 적용될 수 있는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에 의하여 행위지인 싱가폴국법이라고 할 것인데, 싱가폴국에서는 사기거래의 원칙을 보다 완화한 unconscionability(비양심성)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사기적 수법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선의의 부존재(lack of bona fides)나 형평에 반하는 경우(unfairness) 등이 인정되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금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러한 사기거래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의 법리에 의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신용장에 따른 권리·의무의 내용에 관한 문제이므로 그 준거법은 신용장의 준거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 그와 별도로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준거법에 따라 결정할 것은 아니며, 매입은행과 개설은행 사이의 신용장대금의 지급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에 의하여 신용장개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용장 개설은행이 소재한 국가인 우리나라의 법을 준거법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가 피고의 부가조건 삭제 요청이 있었음에도 미화 26만여 달러에 상당하는 13건의 이 사건 신용장 관련 선적서류를 일시에 매입하였고, 바울석유가 보레알리스 엔. 비.와 거래를 개시하기 전 원고의 싱가폴지점장이 바울석유를 방문하였으며, 원고와 보레알리스 엔. 비.가 이 사건 신용장을 제외하고도 수십여 차례 바울석유와 관련한 신용장을 개설하거나 그 선적서류를 매입한 사실은 앞서 본 바이나, ① 위 부가조건의 삭제요청은 수익자의 동의 없이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그 삭제요청을 무시하고 이 사건 신용장상의 조건을 충족한 선적서류를 제시받고 이를 매입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비정상적인 매입행위라고 할 수 없고, ② 더구나 석유류의 국제거래에 있어서는 선하증권을 대신하여 LOI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③ 원고의 직원이 바울석유를 방문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보레알리스 엔. 비.와 바울석유 사이의 거래를 위하여 다액의 신용장거래를 시작하기 위하여 바울석유의 상환능력과 함께 바울석유의 주유소 확보상황과 함열농협의 신용도를 조사한 것이므로 이것이 석유의 거래 없는 금융목적의 신용장 개설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정상적인 무역거래라 하더라도 개설의뢰인이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개설은행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와 같이 계속적인 다액의 신용장거래를 시작하려는 원고로서는 개설의뢰인의 상환능력에 대하여 조사할 필요도 있다), ④ 국제간의 중개무역에 있어서 한 은행이 중개업자를 위하여 그 물품의 수출과 관련한 신용장을 매입하면서 동시에 또는 그 이전에 중개업자를 위하여 수입신용장을 개설하는 경우인 이른바 “back to back 신용장”이 일반적으로 이용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인정 사실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거래가 가공의 거래라는 점을 알았거나 또는 그렇게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권리남용의 법리나 사기거래의 원칙에 의하여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은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재형(재판장) 진상범 임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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