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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5.15. 선고 2018고합39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사건

2018고합39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피고인

A

검사

김성훈(기소), 나하나(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8. 5. 15.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다.

피고인은 2017. 3. 6. 오전 무렵 중국 산동성 청도시에 있는 민박집에서 E에게 향정 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라고 한다) 약 36.73그램을 건네주며 '이것 좀 갖고 있어라, 그러면 내가 다시 와서 갖고 가겠다.'라는 취지로 말한 뒤 피고인은 같은 날 국내로 입국하였고, 이후 피고인은 같은 달 중순경 중국 청도에 있던 위 E에게 연락하여 '필로폰을 한국으로 갖다 주면 15,000위안(한화 약 250만 원)을 주겠다.'라는 취지로 제의하고 위 E은 이를 승낙하였다.

그에 따라 위 E은 같은 해 3. 15. 오전 무렵 중국 산동성 청도시 청량구 F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위 피고인으로부터 받아 보관하고 있던 위 필로폰 약 36.73그램을 비닐과 콘돔 2개로 포장한 후 자신의 항문 속에 은닉한 다음, 같은 날 10:50경 중국 산동성 청도시에 있는 청도국제공항에서 중국동방항공(G) 비행기에 탑승하여 같은 날 13:25경 인천 중구 운서동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E과 공모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9. 1. 선고 92도1405 판결,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5395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증인 E의 법정진술, E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개인별 출입국 현황서 1부, 판결문, 이온스캔 반응 결과서 등이 있고,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2017. 3. 4. 중국에 출국하였다가 같은 달 6. 한국으로 입국한 사실, ② E이 2017. 3. 15. 중국에서 필로폰 36.73그램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검거된 사실, ③ E은 위와 같은 필로폰 수입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 반(향정)죄로 2017. 6. 9. 제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300호), 2017. 10. 26.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서울고등법원 2017노1820호), 2017. 12. 22.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을 받아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2017 도18383호), ④ E은 위 항소심 단계에 이르러 피고인이 자신에게 필로폰을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7. 12. 23.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되었는데 당시 피고인의 휴대전화기에서 필로폰 반응이 나타난 사실, ⑤ E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자신에게 다음에 올때 가지고 가겠다고 하며 필로폰을 맡기고 갔고, 이후 피고인이 자신에게 전화로 연락하여 이전에 두고 간 필로폰을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E으로 하여금 필로폰을 수입하도록 지시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는 한다.

2) 그러나 한편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공모를 입증할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E의 진술은 과연 사실 그대로를 진술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워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E과 공모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E의 검거 직후의 반응과 태도

① E은 구속된 직후인 2017. 3. 20. H 등이 구치소에 면회 온 자리에서 "A이 (피고인)가 찍었다고, 개새끼"라고 말하며 피고인이 자신을 신고하였다고 의심하는 말을 하였다(녹취록 제5쪽). 그런데 만일 피고인이 E을 시켜 필로폰을 수입하려다가 E이 적발된 것이었다면, 피고인은 많은 양의 필로폰(E이 수입하려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36.73그램으로서 이는 약 1,000회 투약분일 뿐만 아니라 암거래 소매가격 약 1,500만 원 달하는 분량이다)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 자신도 공범으로 처벌받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이를 신고할 이유가 없고 E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E이 피고인이 신고한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것은 피고인이 E에게 필로폰 수입을 부탁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게 한다. E으로서는 피고인이 수사 공적을 쌓기 위하여 수사기관에 제보하여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을 의심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피고인이 당시 마약 사건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E이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을 의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② E은 구속된 직후 위와 같이 피고인이 자신을 신고하였을 것으로 의심하면서 피고인을 원망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이루어진 수사과정(2017. 3. 15.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 및 같은 달 24. 제2회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이 필로폰 수입을 부탁하였다고 진술하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1심판결이 선고된 후인 2017. 9. 12.에야 비로소 피고인을 공범으로 진술하였다.

나) 구치소 접견 당시 E의 진술 ① 만일 피고인이 E을 시켜 필로폰을 수입하려다가 E이 적발된 것이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E이 자신을 제보하지 않도록 E이 구속된 직후부터 구치소에 면회를 가서 E을 설득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을 것임에도 피고인은 E이 구속되고 1달 보름 가까이 지난 2017. 4. 29.에야 처음으로 E에 대한 면회를 하였다. 또한 첫 번째 면회 당시 피고인은 E에게 "접견기록 같은 거 그런데 인적사항 남아서 좋을 것 없어. 그래가 안 온거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라고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E은 "괜찮애. 그런 거"라고 말하였는데, E은 이처럼 피고인에 대하여 크게 원망한다거나 항의를 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언행들은, 필로폰 수입을 지시한 사람이나 그에 따라 필로폰 수입의 범행을 한 사람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들이다.

② E은 2017. 7. 1. 피고인이 구치소에 면회 온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내가 지 금 누구를 하나 해버리면 내가 절반은 깎았는데. (중략) 4년 다 살아야 돼 내가. 그런데 내가 그렇게 죽지를 못하지"라고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E에게 "그래. 맞지. 안 그러면 뭐 다른 거라도 뭐 어떻게 할 수 있으면 " 이라고 말하였다(녹취록 제4, 5쪽). 그 후 E은 2017. 7. 8. H이 구치소에 면회 온 자리에서 H에게 "내가 그거 해버리 려고, 내가 A이(피고인) 해버리려고"라고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H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고, E은 H에게 "안 그러면 여기서 4년 다 살아야 돼. 그러면 나 2년, 2년 6개월 살고 나가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였다(녹취록 제1쪽). 위와 같은 E의 진술 내용 및 전후 맥락, H의 반응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E의 진술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신고하겠다기보다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겠다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③ E은 피고인을 포함하여 가족 및 지인들이 구치소에 면회 온 자리에서 피고인이 필로폰 수입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E은 2017. 6. 13. 피고인이 면회 온 자리에서 "난 내 손에 놓을라고 들고 왔는 건데. 내가 들고 왔는 게 내 혼자 할라고 들고 온 게 아니래"라고 말하였고(녹취록 제3쪽), 2017. 6. 17. H이 면회 온 자리에서 "결국에는 내보고 뭐 양이 많다는 거지. 그 자리에서 내가 뭐 어떻게 이야기를 해. 난 내가 한 게 맞는데. 확실히"라고 말하였다(녹취록 제2쪽), 이에 대해 E은 구치소 면회과정이 녹음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E이 수회에 걸친 면회 과정에서 피고인의 필로폰 수입 부탁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와 반대로 자신이 혼자 하려고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적극적으로 꾸며서 말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다) E의 필로폰 수입 당시의 정황

① 만일 피고인이 E을 시켜 필로폰을 수입한 것이었다면, 피고인은 E이 한국으로 입국하는 2017. 3. 15. 당시 E과 긴밀하게 연락을 유지하고 인천국제공항에 E을 데리러 간다거나 공항 근처에서 대기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통화내역상으로 피고인은 2017. 3. 15. 14시경에는 구로구 I 인근에 있었고, 같은 날 15시 내지 17시경에는 부천시 J 인근에 있었다. 또한 E은 2017. 3. 15. 한국으로 출발 전에 피고인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고 한국에 내리자마자 피고인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통화 중이었으며 H과 통화 후 다시 피고인에게 전화를 하니 피고인이 바쁘다며 조금 있다가 만나자고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H은 E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금 세관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마라'고 하여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해주자 피고인은 '내가 그리로 가겠다'고 하여 '지금 어디냐'고 묻자 피고인은 '서울이고 도착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였으며 E이 세관에서 검사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은 E에게 필로폰 수입을 부탁한 자의 행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E은 피고인이 한국으로 입국한 2017. 3. 6.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후1) 전화로 필로폰을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부탁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번호인 'K'의 발신내역상 2017. 3. 6.부터 같은 달 15.까지 해외로 발신한 기록이 없다.

라) E의 수사 공적 관련 정황

① E은 자신의 수사 공적을 쌓기 위하여 피고인과 H으로 하여금 'L'라는 자를 함정에 빠뜨려 수사기관에 검거되게 하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E을 시켜 필로폰을 수입하려다가 오히려 E이 적발되게 한 것이었다면, E으로서는 위와 같이 별도의 수사 공적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피고인이 필로폰 수입을 부탁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제보하였으면 충분하였을 것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타인을 함정에 빠뜨려 수사 공적을 쌓는 것은 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E의 행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E이 구속 직후 피고인이 자신을 신고하였을 것으로 의심하며 원망하였던 점에 비추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② E은 자신의 수사 공적을 만들기 위한 경비 200만 원을 자신의 어머니로 하여금 지급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E이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필로폰을 수입하려다가 E이 적발된 것이었다면, 공범으로서 아직 발각되지 않은 피고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에도 피고인으로 인하여 구속까지 당한 E이 오히려 그 비용을 부담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또한 E은 필로폰을 소지하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 비용에 대해서도 자신이 부담하였다는 것이다). E은 피고인이 필로폰 수입을 부탁할 당시 '잘못되면 공적을 만들어서 빼내 주겠다'는 취지의 말도 하였다고 진술하는데, 위와 같이 수사 공적을 만드는 일에 오히려 E이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까지 부담하였다는 점은 위와 같은 E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마) 필로폰 수입에 대한 사례금 E은 필로폰 수입에 대한 사례금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중

국 돈 15,000위안을 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제9쪽), 이 법정에서는 중

국 돈 10,000위안을 받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고, 이에 대한 변호인의 추궁에 자신의 딸이 아파서 중국 돈 10,000위안 내지 15,000위안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피고인이 알아서 챙겨주겠다고 하였다고 진술을 또다시 번복하여 필로폰 수입에 대한 사례금 액수를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바) 필로폰 수입 방법 관련 정황E은 피고인이 한국으로 출국하는 날 민박집 화장실에서 우연히 피고인이 필로폰을 콘돔에 포장해서 항문에 넣는 것을 보았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하여는 묻지 않았고 아픈지에 대하여만 물어보았으며,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인 2017. 3. 14. 내지 15.경 피고인에게 연락해서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공항에서 걸리지 않는지를 물어보았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E의 진술은,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경위 자체가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E이 위와 같은 과정을 처음 보았음에도 왜 그렇게 하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은 어떠한지,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는지 등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선뜻 이를 믿기 어렵다.

사) E이 허위진술을 할 동기 E은 2017. 6. 9. 자신에 대한 제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후인 2017. 9. 12. 검찰 조사과정에서 비로소 피고인이 필로폰 수입을 부탁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그와 같은 사정이 항소심 재판의 양형에 반영되어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되었다. E은 피고인과 H 등을 통하여 자신에 대한 수사 공적을 쌓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였으나 그 노력이 실패하여 결국 자신이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후에야 피고인에 대한 제보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E으로서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을 만들기 위하여 허위의 제보를 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고 하겠다.

아) 피고인의 마약 범죄 관련 정황

피고인이 E을 시켜 36.73그램 분량의 필로폰을 수입한 것이었다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이전에 필로폰 투약 또는 매매, 수입 등의 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또한 E은 피고인이 2017. 3. 6. 항문에 필로폰을 넣은 채로 한국에 입국하였다고 진술하는데, 피고인이 같은 날 세관에서 적발되었다거나 수사기관에 검거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성창호

판사이승엽,

판사강명중

주석

1) E은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지난 후라고 진술하나 E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된 날은 2017. 3. 15. 이

므로 2017. 3. 6.부터 10일이 지난 시점에 연락을 받았다는 것은 그 시기상으로 모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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