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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8. 7. 24. 선고 2008누4567 판결
[시정명령등취소][미간행]
원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외 7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이선희외 1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카이온 담당변호사 박노창)

변론종결

2008. 6. 26.

주문

피고가 2008. 1. 10. 원고들에 대하여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은 보험업법 제4조 내지 제6조 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현재는 금융위원회로 명칭이 바뀜)의 허가를 받아 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에서 정한 사업자에 해당된다.

나. 원고들은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다른 사람의 자동차가 훼손된 때에는 그 사고에 따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피해차주는 상법 제724조 제2항 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인 원고들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원고들이 사용하는 보험약관에 따르면, 원고들은 ① 피보험자가 책임을 질 사고로 피해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피해차주가 다른 차를 빌리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차종의 차를 빌리는 요금의 20%(이하 ‘대차료’라 한다)를 지급하고, ② 피해차량이 영업용차량인 때에는 수리기간 동안에 발생하는 영업손해 상당액(이하 ‘휴차료’라 한다)을 지급하며, ③ 피해차량(출고 후 2년 이하인 자동차에 한함)의 수리비용이 사고 직전 자동차 가액의 20%를 초과하는 때에는 출고 후 1년 이하인 자동차의 경우 수리비용의 15%를, 출고 후 1년 초과 2년 이하인 자동차의 경우 수리비용의 10%(이하 ‘시세하락손해보험금’이라 한다)를 지급해야 한다.

다. 2003. 1. 1.부터 2006. 12. 31.까지 발생한 대물사고 중 원고들이 대차료와 휴차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고는 5,509,786건이었는데, 원고들은 피해차주들이 대차료와 휴차료를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중 약 3,162,386건의 대차료와 휴차료 합계 약 22,876,116,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2007. 4. 1.부터 2007. 7. 31.까지 위와 같이 지급하지 않은 대차료와 휴차료 중 3,432,695,000원만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또한 2003. 1. 1.부터 2006. 12. 31.까지 발생한 대물사고 중 원고들이 시세하락손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고는 11,330건이었는데, 원고들은 피해차주들이 시세하락손해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7년 3월말 현재 그 중 564건의 시세하락손해보험금 약 237,91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라. 피고는 2008. 1. 10. 원고들이 위와 같이 대차료, 휴차료 및 시세하락손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에서 정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 대하여 별지 기재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에서 정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거래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원고들과 피해차주들 사이에는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다.

(2) 원고들은 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피해차주들에게 대차료, 휴차료 및 시세하락손해보험금을 지급할 뿐이므로 원고들이 위 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피해차주들에 비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들은 피해차주들이 대차료, 휴차료 및 시세하락손해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서 이를 지급하지 않았을 뿐인데, 원고들의 이러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1] 제6호 (라)목에서 정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볼 수 없다.

나. 관계법령

공정거래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4.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②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불공정거래행위의 지정)

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별표1과 같다.

[별표1] 일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6. 거래상 지위의 남용

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제1항 제4호 에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라. 불이익제공

가목 내지 다목에 해당하는 행위 외의 방법으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

다. 판단

먼저 원고들과 피해차주들 사이에 거래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① ‘거래’라는 용어는 종래 일반적인 생활용어로 널리 사용되어 왔을 뿐 특유한 법률적 의미를 내포한 용어로는 사용되지 않았는데, ‘거래를 트다’, ‘거래가 활발하다’ 등 거래라는 용어의 일상적인 사용례와 ‘주고 받음’, ‘사고 파는 일’ 등 거래의 사전적 정의에 비추어 보면, 거래라는 용어에는 어떠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려고 하는 행위자의 의사가 전제되어 있다고 보이는 점, ② 공정거래법 제11조의2 제1항 에서 대규모내부거래란 ㉮ 가지급금 또는 대여금 등의 자금을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 ㉯ 주식 또는 회사채 등의 유가증권을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 ㉰ 부동산 또는 무체재산권 등의 자산을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 ㉱ 주주의 구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계열회사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동 계열회사를 위하여 상품 또는 용역을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규정함으로써, 공정거래법에서는 상품이나 용역 등의 ‘제공’도 거래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위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제공’은 상대방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지 않고 주는 행위를 의미하고 ‘거래’는 상대방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고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나, 제공이라는 용어에도 어떠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려고 하는 행위자의 의사가 전제되어 있다고 보이기는 마찬가지인 점, ③ 민법에서는 어떠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하려고 하는 행위자의 의사를 ‘의사표시’라는 개념으로 추상화한 다음 행위자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성립하는 ‘법률행위’를 행위자의 의사표시 없이 성립하는 ‘불법행위’ 등과 구별하고 있는 점, ④ 상법 제24조 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 책임은 명의차용인과 그 상대방의 거래행위에 의하여 생긴 채무에 관하여 명의대여자를 진실한 상대방으로 오인하고 그 신용·명의 등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설령 피해자가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있었더라도 그와 같은 오인과 피해의 발생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다5562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불법행위는 거래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거래라는 용어에는 행위자의 의사표시가 전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법률행위와 그에 수반하는 행위는 거래에 포함되나 불법행위와 그에 수반하는 행위는 거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보험자들과 사이에 보험계약관계가 있을 뿐 이 사건 피해차주들과 사이에 어떤 법률행위를 한 적은 없고, 이 사건 피해차주들은 상법 제724조 제2항 에 의하여 피보험자들이 책임을 질 사고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인 원고들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관계에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 피해차주들의 원고들에 대한 위와 같은 직접청구권은 피보험자들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변형 내지는 이에 준하는 권리가 아니고, 이 사건 피해차주들이 피보험자들의 대물사고라는 불법행위에 의해 보험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불과하다(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들과 이 사건 피해차주들의 관계는 불법행위에 근거한 관계일 뿐이므로 원고들과 이 사건 피해차주들 사이에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피해차주들과 피보험자들의 관계가 대물사고라는 불법행위에 근거한 관계인 이상, 원고들이 피보험자들과 사이에 보험계약관계가 있다고 하여 원고들과 이 사건 피해차주들 사이에 피보험자들을 매개로 한 거래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원고들과 이 사건 피해차주들 사이에 거래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시정명령. 공포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신문공표문안 생략]

판사 이성보(재판장) 반정우 조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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