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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2. 9. 14. 선고 82도1020 판결
[사기ㆍ사문서위조ㆍ사문서위조행사ㆍ절도][공1982.11.15.(692),975]
판시사항

피고인이 피해자의 예금통장등을 가져간 상황이 경험칙에 비추어 볼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본 예

판결요지

피고인이 범행시 자기의 명함을 남기고 그 뒷면에 형편이 닿는대로 갚겠다는 취지의 기재를 한 점, 피해자가 도난 당한 즉시 거래은행에 신고하지 않았고 피해전말 신고시에도 피고인으로부터 지불각서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 절취당한 것이라고 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의 사정이 있다 하여도, 이 사건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관계, 피해자가 예금해 두었던 돈의 용도와 액수등에 비추어 볼때 피해자가 여인숙에서 처음 만나 함께 잠을 잔바 있는 생면부지의 피고인에게 변제방법, 변제기일등에 관한 아무런 약속도 받지 않고 더우기 증서 한장 받음이 없이 피고인의 말만 듣고 선뜻 199만원의 예금을 찾아 사업자금에 사용하라고 승락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유지한 제1심 판결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이 1980.9.11.07:00경 인천시 남구숭의동 소재 고화여인숙 8호실에서 함께 잠을 자던 피해자 최원화의 바지뒷주머니에서 199만원의 예금잔고가 있는 경기은행 동인천지점 보통예금통장 1매와 바지앞 작은주머니에서 동인의 인감도장 1개를 꺼내어 절취한 다음, 두 차례에 걸쳐 보통예금 청구서를 위조행사하여 그 예금을 인출 교부받아 사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첫째, 피해자가 여인숙에서 예금통장을 도난당한 것이었다면 발견 즉시 여인숙 주인이나 거래은행에 신고하여 예금인출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함이 상식일 것임에도 피해자가 그날 11:00경에 잠을 깨어 분실사실을 알았음에도 그와 같은 신고를 한 바 없고 15:00경에 비로소 거래은행에 예금을 인출해 갔는지 여부만을 확인하였다는 점, 둘째, 피고인이 피해자의 예금통장과 인장을 절취하였다면 자기의 신분을 숨기려 함이 통상의 예일 것임에도 피고인은 전화번호가 기재된 자기의 명함 뒷면에 " 돈 찾아 용이하게 쓰겠소, 형편 닿는대로 채워 놓겠소, 도장은 동인천역 미담다방 카운터에 맡기겠소" 라고 기재하여 남겨두고 간 사실이 있는 점, 셋째, 그후 피해자가 1980.10.경에 피고인을 데리고 용산경찰서 역전파출소에 가서 경찰관에게 피해전말을 신고할 때에도 지불각서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 절취당한 것이라고는 신고한 바 없는 점 등의 사실을 판시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다음, 이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최원화의 법정에서의 진술과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이 작성한 동인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기재는 믿기 어렵다 하여 배척하고, 오히려 위에 열거한 점들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술에 만취되어 여인숙에서 피고인을 만나 대화 중 사업자금이 없다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술기분에 피해자의 인장과 예금통장을 내 주면서 사업자금에 쓰라고 승낙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원판시 여인숙에서 처음 만나 함께 잠을 자게 된것이 인연이 되어 비로소 알게된 것일뿐 종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며, 한편 피해자의 원판시 예금은 피해자가 음식점을 경영하다가 다른 사업자금에 쓰려고 그 전세금을 돌려받아 예금해 두었던것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바이므로 이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관계, 피해자가 예금해 두었던 돈의 용도와 액수 등에 비추어 볼때 피해자가 생명부지이던 피고인에게 변제방법, 변제기일 등에 관한 아무런 약속도 받지 않고 더우기 증서 한장 받음이 없이 피고인의 말만 듣고 선뜻 원판시 예금을 찾아 사업자금에 사용하라고 승낙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 (원심은 피해자가 술에 만취되어 있었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공판기록 제114정에 의하면 피고인도 피해자가 예금통장과 도장을 꺼내줄 때는 술이 깨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은 우리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 할 것이고 , 그밖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예금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간 전후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사실관계가 있었다 하여 그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예금통장과 도장을 가져간 것이라는 사실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법정에서의 진술과동인에 대한 검사 및 사법경찰관 작성의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배척한 조처에는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검사작성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피고인도 (......최원화가 주머니에서 경기은행 동인천지점 보통예금통장을 꺼내보이면서 이 안에 금 199만원이 있다고 자랑삼아 말을 하며 저에게 급하면 이 돈을 차용하여 줄 수가 있다고 하는 등의 말을 하다가 자게 되었는데 동일 07:00경쯤 되어 최원화가 잠이 들어 있기에 간밤에 차용하여 준다는 말이 생각나 동인의 바지 뒷주머니에 들어 있는 동 예금통장과 인감도장을 가져가고 위 돈을 유용하게 쓰겠다는 요지의 글을 남겨 놓고 가져간 것입니다. (수사기록 36 - 37정)라고 진술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원판시 예금통장과 인감도장을 꺼내갔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도있는데 원심이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증거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그르친 증거취사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에 대한 판단을 유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할 것이므로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정태균 김덕주 오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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