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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6. 8. 7. 선고 2006노509(분리)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사기미수}·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및 피고인

검사

김성은

변 호 인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이상곤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53일을 피고인에 대한 위 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은 성명불상자가 공소외 4를 사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소외 2 등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은 있으나,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판시 범행들을 공소외 2 등과 공모하거나 그 범행에 가담하여 이익을 분배받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이 피고인을 원심 판시 범행들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제반 양형조건들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법리오해

성명모용소송의 경우 그 판결의 효력이 피모용자에게 미치는 점,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허위로 기재하여 취득한 승소판결 이른 바 ‘사위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대법원은 당연무효가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시점이 ‘법원에 대한 소제기 시점’인 점,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재산상 이익은 반드시 법률상 유효할 필요가 없고 외형상 존재하면 충분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는 그 범죄의 성립이 인정되거나 최소한 사기미수죄라도 성립한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및 피고인의 변호인은 앞서 항소이유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 등과 원심 판시 범행들을 공모하거나 그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1996. 1.경에도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피고인이 타인 소유의 토지의 소유자로 행세하고, 공소외 1이 그 매수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타인 명의의 매매계약서와 위임장을 위조하고 이를 등기공무원에게 제출하는 행위를 한 점, ② 피고인은 위 행위로 인하여 1996. 7. 5.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에도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공범에게 기망당하여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변명한 점, ③ 피고인은 공범인 공소외 2와 ‘정여사’로 호칭되는 성명불상의 여자(이하 ‘정여사’라고만 한다)를 위와 같이 동종의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공소외 1로부터 소개받아 알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지번 및 면적 생략)(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만 한다)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된 점, ④ 피고인은 공소외 4를 사칭하는 자로부터 ‘어차피 질 사건이고 마음 같아서는 그냥 주고 싶지만 자식들이 이것도 재산이라고 욕심을 내어 판결로 넘기면 내 명분도 설 것’이라는 말을 듣고 별다른 의심 없이 그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여 주었다고 하나, 과거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고, 자신이 타인 소유의 토지의 소유자로 거짓 행세한 적이 있는 피고인이 공소외 4를 사칭하는 자의 그러한 말만을 믿고 별다른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그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여 주었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⑤ 더구나, 피고인은 공소외 2, 공소외 4로 행세하는 자 등이 변호사 선임비용이 없다고 하자 자신이 나서서 2,000만 원을 차용하여 평소 친분관계가 없는 공소외 2 등에게 변호사 비용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 점(피고인은 평소 공소외 1을 착하게 봤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넉넉히 주겠다’는 공소외 1의 말을 믿고 그와 같이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나, 공소외 1은 그와 같이 돈을 차용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록상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차용증이나 담보 없이 2,000만 원을 빌려줄 정도로 친밀한 인간적 관계가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아 피고인의 위 변명은 이를 믿기 어렵다), ⑥ 이 사건 임야의 매각대금에서 피고인에게 적어도 7,0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건네졌고, 이는 피고인이 단순히 변호사를 소개하여 주거나 소송비용을 빌려준 대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인 점, ⑦ 피고인은 공소외 4가 가짜라는 것이 발각된 이후인 2005. 9. 13. 공소외 5와의 전화통화에서 ‘종로경찰서 부근에서 사무실을 하는 공소외 6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경찰서 부근이라 갈 수도 없고 야단났다. 가짜 공소외 4가 잡힐 때까지 연락을 끊고 잠적해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그 후 연락을 끊고 도망하였다가 같은 해 10. 8. 체포되었는데 이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언동으로는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외 2 등과 원심 판시 범행들을 공모하여 저지른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그 과정에서 거친 증거의 취사선택 역시 정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견지에서 원심의 판단을 탓하는 피고인 및 피고인의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당심 제3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원심이 무죄로 선고한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공소사실에 예비적으로 아래와 같이 사기미수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당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심판대상은 아래와 같이 변경되었다.

(가)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 성명불상자,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2005. 3. 21. 17:00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1701-1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종합민원실에서 사실은 공소외 2가 피해자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당사자의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하여 성명불상자는 공소외 4로 행세하고, 공소외 2는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7억 원에 매수한 것으로 행세하며, 공소외 2, 성명불상자는 위조한 공소외 4 명의의 매매약정서 및 영수증을 첨부하여 원고 공소외 2가 피고 공소외 4를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취지의 소장을 접수하고, 피고인, 공소외 1은 같은 해 5. 3.경 공소외 2에게 변호사 공소외 6을 소개·선임하게 하고, 성명불상자에게 변호사 공소외 7을 소개·선임하게 하여 위 변호사들로 하여금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대리하도록 하여, 같은 해 5. 27. 서울중앙지방법원 1851호 판사실에서 재판장 판사 공소외 8, 판사 공소외 9, 판사 공소외 10으로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2005. 5. 31.까지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1998. 2. 25.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다’는 조정결정을 받은 다음, 같은 해 9. 5. 남양주시 지금동 158-4에 위치한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등기소에서 그 정을 모르는 법무사 공소외 11로 하여금 위 조정에 기하여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류를 작성·제출하게 하여 그 정을 모르는 위 등기소 담당직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공소외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함으로써 이 사건 임야(피해자 공소외 4 주장 가액 80억 원)를 편취하였다.

(나)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 성명불상자,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전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임야를 편취하려고 하였으나, 위 조정결정이 허위주소로 송달되는 바람에 확정되지 아니하여 미수에 그쳤다.

(2) 판단의 기초사실

원심은 제반 증거들에 의하여 아래 사실(다만, ②항의 전단부분 제외)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의 기초사실로 삼고 있는 바,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해 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사실인정과 그 과정에서 거친 증거의 취사선택 및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당심에서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판단의 기초사실로 삼되, 다만, 위 증거들에 의하여 적법하게 인정되는 아래 ②항의 전단부분의 사실을 이에 추가한다.

① 공소외 2 및 성명불상자는 2005. 3. 21.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번호 생략)로 공소외 2가 1998. 2. 25.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7억 원에 매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1988. 2. 25.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가 기재된 소장을 위 법원에 제출하였다.

② 위 소장에 의하면, 피고의 주소는 ‘서울 종로구 (상세주소 생략), 등기부상 주소: 서울 중구 (상세주소 생략)’로 기재되었는데, 위 소장 부본은 등기부상의 주소가 아닌 공소외 4의 주소로 허위기재된 ‘서울 종로구 (상세주소 생략)’로 송달되었고, 공소외 4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가 이를 수령한 다음 송달보고서에 공소외 4 명의로 서명하였다.

③ 변호사 공소외 7은 공소외 4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위 소송에 대하여 위임을 받은 다음 2005. 5. 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외 4로부터 위 소송에 대하여 위임받았다는 취지의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였고, 변호사 공소외 6도 공소외 2로부터 위 소송에 대하여 위임을 받고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하면서, 위 소송의 청구취지를 ‘1998. 2. 25. 매매를 원인으로’로 정정한다는 취지의 청구취지정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④ 변호사 공소외 7, 공소외 6은 2005. 5. 27.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 사건의 조정기일에서 재판장 판사 공소외 8, 판사 공소외 9, 판사 공소외 10의 조정 하에 ‘피고는 원고에게 2005. 5. 31.까지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1998. 2. 25.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다, 위 소유권이전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원고가 부담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2005. 6. 15.까지 1억 원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합의하였고, 재판장 판사 공소외 8은 공소외 2와 공소외 4 사이에 조정이 성립된 것으로 오신하여 법원주사보 공소외 12로 하여금 위와 같은 내용의 조정조항이 기재된 조정조서를 작성시켰다(임의조정이 아닌 조정결정이 이루어졌다는 공소사실은 잘못된 것임).

⑤ 법무사 공소외 11은 2005. 9. 5.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등기소에서 위 조정조서 정본을 등기관에게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서류로서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공소외 4로부터 공소외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논거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형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우선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에서 소장부본을 포함한 소송서류는 공소외 4의 실제 주소가 아닌 허위주소로 송달되어 공소외 4를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이를 수령하였고, 이 경우 소송이 계속 진행되어 원고 승소의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정본 역시 위 허위의 주소로 보내져 송달된다고 하더라도 판결정본의 송달은 부적법하여 무효이며, 공소외 4는 아직 판결정본의 송달을 받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이므로 그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은 진행을 개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 판결은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고, 기판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판결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없으므로 소송서류가 허위주소로 송달되고 피고를 사칭하는 자가 소송서류를 송달받아 소송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② 나아가 위 사건의 재판장 판사 공소외 8, 판사 박정수, 판사 공소외 10은 조정기일에 공소외 2와 공소외 4 사이에 조정이 성립된 것으로 인정하고, 이것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한 것 밖에 없으므로, 법원이 임야 소유자인 공소외 4를 대신하여 임야를 처분한다는 의사표시, 즉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③ 또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도 소유자 공소외 4의 의사에 터잡지 않고 허위내용의 조정조서를 기초로 이에 기망된 남양주등기소 등기관에 의하여 마쳐진 것에 불과한데, 위 등기관은 이 사건 임야를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고, 그러한 권한도 없다.

(4) 당원의 판단

(가) 소송사기의 성립요건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자의 기망행위에 따라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 피해자가 다를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 또는 지위를 가져야 한다.

소송사기란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다른 경우의 전형적인 예로 일반적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고 이에 기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재물 혹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를 일컫는바(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도1951 판결 참조), 이 경우 재산적 처분행위가 되는 것은 법원의 판결이나, 모든 판결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경우에만 처분행위로 평가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1. 11.선고 2000도1881 판결 등 참조).

검사는 이 사건 항소이유서를 통하여 피해자의 처분행위는 반드시 유효한 법률행위일 필요가 없고, 또한 기망행위로 취득한 이득이 법률상 무효라고 하더라도 외형상 취득한 것이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법원의 판결이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없는 경우에도 소송사기는 성립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사기죄에 있어 기망행위로 인한 처분행위가 있을 경우 그 처분행위가 반드시 유효한 법률행위일 필요가 없고, 취득한 이익이 법률상 무효라고 하더라도 외형상 취득한 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은 그 주장과 같으나( 대법원 1975. 5. 27. 선고 75도760 판결 참조) 소송사기의 경우와 같이 피해자와 피기망자(법원)가 다른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없고 오직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법원의 판결)만이 있을 뿐이므로 처분행위의 유, 무효를 따지기 전에 우선 왜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를 피해자의 처분행위와 동등하게 평가해야 하는지, 즉, 피해자의 처분행위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는 어떠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가 먼저 검토되어져야 하며, 만일 이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처분행위의 유, 무효를 따질 필요 없이 피해자의 처분행위의 결여를 이유로 사기죄의 성립은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법률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피해자의 처분행위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처분행위가 반드시 유효할 필요는 없다거나 취득한 이익이 반드시 유효할 필요가 없다는 법리를 내세우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사위판결’의 효력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허위로 기재함으로써 허위주소로 소송서류가 송달되어 그로 인하여 피고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서류를 받아 자백간주 내지 자백의 형식으로 원고 승소의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정본 역시 허위의 주소로 보내져 송달된 것으로 처리된 이른 바 사위판결의 경우, 피고에 대한 판결정본의 송달이 부적법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아직도 판결정본의 송달을 받지 않은 상태에 있어 그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은 진행을 개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 판결은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고, 기판력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8. 5. 9. 선고 75다63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나, 이 경우에도 차후 판결정본이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피고에게 송달되었다면 항소기간의 도과로 위 판결은 형식적으로 확정되어 기판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7.2.24. 선고 86다카2397 판결 참조).

(다) 대표권 내지 대리권 없는 자의 관여하에 이루어진 판결의 효력

법원이 대표자 내지 소송대리인에게 적법한 대표권 내지 대리권이 없음을 간과하여 그의 관여하에 소송절차를 진행하고 차후 판결정본을 그 대표자 내지 소송대리인에게 송달한 경우에는 앞서 본 사위판결의 경우와는 달리 그 판결의 효력은 본인에게 미친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다28706 , 대법원 1994.1.11. 선고 92다47632 판결 참조), 본인은 상소나 재심의 소에 의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라) 조정의 효력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고( 민사조정법 제28조 ), 그 효력은 재판상 화해와 마찬가지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민사조정법 제29조 , 민사소송법 제220조 ) 당사자간에 기판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당연무효와 같은 사유가 없는 한 준재심의 소( 민사소송법 제461조 )에 의하여만 효력을 다툴 수 있다. 그리고, 대리권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정의 효력에 관하여도 이를 당연무효로 볼 수는 없고, 본인은 준재심의 소에 의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7.1.11. 선고 76다333 판결 참조).

(마) 사안의 검토

1) 실행의 착수가 있는지 여부

소송사기는 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3.9.14. 선고 93도915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공소외 2 등이 소장을 제출한 2005. 3. 21.에 이 사건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는 있었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당심에서 사위판결과 같이 유효한 판결을 얻을 수 없는 경우라면 실행의 착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방법에 의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하는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공소외 2 등이 소장에 이 사건 임야의 실제 소유자인 피해자 공소외 4를 피고로 기재하고, 그의 소송대리인마저 선임하였으므로 뒤에서 자세히 보는 바와 같이 장차 판결이 성립한다면 그 판결은 당연무효의 판결이 아니라 위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 놓여지게 되므로 결과발생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변호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처분행위가 있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소송은 원고대리인과 피고대리인 사이의 임의조정에 의하여 종료되었는데( 민사조정규칙 제4조 제3항 은 조정성립이 있는 경우 기존의 소송계속중인 사건은 소의 취하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비록 위와 같이 성립한 임의조정에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임의조정의 경우 법원이 하는 일은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된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것 밖에 없으므로 이를 두고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할 수 있는 법원의 처분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공소외 2 앞으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남양주등기소 등기관 역시 형식적 심사권한에 따라 허위의 내용이 기재된 조정조서를 기초로 등기를 경료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에게 피해자 공소외 4를 위하여 이 사건 임야를 처분할 권한이나 지위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비록 조정조서가 존재하고 이를 기초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피해자 공소외 4로부터 공소외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피해자의 처분행위 내지 위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을 가진 처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사기의 객관적 구성요건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사기의 기수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불능미수 내지 불능범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27조 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불능미수 및 불능범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불능미수라 함은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미수 즉,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발생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되는 경우를 말하고, 결과발생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성도 없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는 경우를 불능범이라 한다.

이른바, 사위판결의 경우에 사망자에 대한 판결과 달리 판결의 효력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는 것에 불과하여 차후 공시송달이 이루어져 형식적 확정력이 생기게 될 수도 있으며, 더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등은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이 사건 소송을 수행하려고 하였고 그 후 실제로도 변호사를 선임하여 그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 4를 대리하게 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라면 차후 소송대리인에게 판결정본을 송달함으로써 판결은 확정되어 위 피해자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고 위 피해자는 다만 대리권 흠결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등의 이 사건 소송행위가 처음부터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범행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불능범이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소결

그렇다면, 공소외 2 등이 피해자 공소외 4를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를 제기할 때 사기의 실행의 착수는 있었다고 할 것이고, 다만, 그 후 확정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그 죄는 기수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할 것이다.

검사는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을 통하여 조정결정이 허위주소로 송달되어 미수에 그쳤다고 하나,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사건에 관하여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이루어진 바 없고, 다만 소송절차진행 중 임의조정이 성립된 사실만 있을 뿐이므로 당심에서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부분 범죄사실은 이를 고쳐 인정한다.

(바) 결론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소장 변경 없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사기미수의 점에 대하여 직권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므로 (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366 판결 등 참조) 위법하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는 위 인정범위내에서 이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무죄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나, 한편, 이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범죄사실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부에 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문 제4쪽 21째줄에 있는 “하여”를 “하였으나”로, 제5쪽 4째줄에 있는 “성립되고”를 “성립됨으로써 편취의 범행은 미수에 그치고, 나아가”로 각 고치는 외에 원심판결의 그것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의 점: 형법 제228조 제1항 , 제30조 (징역형 선택)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의 점: 형법 제229조 , 제228조 제1항 , 제30조 (징역형 선택)

사기미수의 점: 형법 제352조 , 형법 제347조 제1항 , 형법 제30조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판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무죄부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판단의 2. 나. (1) (가)에 기재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내용과 같은 바, 앞서 판단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처분행위나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법원의 판결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사기미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이유

피고인이 동종의 유사한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공범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이 적지 않은 점 등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인재(재판장) 차문호 서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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